릴로

박만수가 볼 경합 도중 강태성의 디딤 무릎을 스터드로 강하게 찍어 누르는 정면 돌진 태클의 살인 궤적이 붉은 선으로 시야 전체를 시뻘겋게 장악한다.

축축하게 젖은 그라운드 위로 튀어 오르는 진흙 파편 너머, 은빛으로 날카롭게 갈린 쇳조각들이 태성의 오른쪽 무릎뼈를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힌다. 고의적이다. 공의 궤적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려 선수 생명을 끊어놓겠다는 명백한 악의가 스터드 끝에 서려 있다.

태성의 척수를 타고 소름 끼치는 전율이 치솟는다. 과거, 이 우림 경기장의 진흙 구덩이 속에서 무릎뼈가 으스러지며 비명을 질렀던 그 잔혹한 기억이 머릿속에서 폭발한다.

‘또 꺾일 순 없어. 절대로!’

태성은 디딤발에 힘을 주어 억지로 몸을 비튼다. 징그러운 마찰음과 함께 축구화가 진흙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피해야 한다. 그러나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폭우가 쏟아지는 이 빌어먹을 경기장에서의 환상통이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있다. 뇌 속에서 가짜 파열음이 이명처럼 울려 퍼진다.

쿵, 쿵, 쿵.

터질 듯이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빗소리를 집어삼킨다.

태성은 이빨을 악물며 짓눌린 오른쪽 무릎을 강제로 축으로 삼는다. 그리고 충돌이 일어나기 바로 0.1초 전, 기하학적 상태창이 제시하는 푸른 선의 궤적을 따라 몸을 비스듬히 눕히며 슬라이딩하듯 미끄러진다.

상대의 물리적 충돌 직전, 궤적의 각도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극비의 기하학적 컷백이다.

스으으윽!

박만수의 쇠 스터드가 태성의 유니폼 스타킹을 찢어발기며 간발의 차로 비껴간다. 살날이 스치는 듯한 서늘한 감각이 종아리를 훑고 지나간다.

하지만 피했다고 해서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빗물로 웅덩이가 진 바닥을 굴러 처박히는 순간, 디딤발이었던 오른쪽 무릎에 엄청난 회전 부하가 걸린다.

콰직!

실제 뼈가 부러진 것이 아님에도, 뇌가 기억하는 끔찍한 환상통이 온몸의 신경을 난도질한다. 태성의 시야가 일시적으로 암전된다. 하얗게 변해버린 시야 속에서 붉은 경고등만이 미친 듯이 점멸한다.

[치명적 경고! 무릎 내구도 급감!] [현재 무릎 내구도: 32.0%] [트라우마 필드 효과 가중: 극심한 공황 장애 및 환상통이 육체 제어를 침식합니다!]

"하아, 윽! 헉……!"

허파에서 산소가 완전히 빠져나간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태성은 진흙 바닥에 뺨을 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쉰다. 빗물이 입안으로 사정없이 흘러 들어와 흙비린내를 풍긴다. 손끝이 덜덜 떨려 잔디를 제대로 움켜쥘 수도 없다.

귀가 먹먹하다. 관중석의 웅성거림도, 벤치에서 고함을 지르는 최근식 감독의 목소리도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눈앞이 완전히 흐려져 사물의 형태조차 구분하기 힘든 수렁 속. 차가운 빗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 눈을 찌른다.

지금 일어서지 못하면 끝이다. 이번에도 무릎이 꺾인 채 질질 끌려 나가 은퇴식의 그 쓸쓸한 단상 위로 되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검은 손아귀가 되어 태성의 발목을 아래로, 더 깊은 심연으로 끌어내린다.

그때였다. 흐릿한 회색빛 시야, 빗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카오스가 된 필드 한가운데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무언가가 포착된다.

그것은 황금빛이었다.

저 멀리 대진고의 수비 라인 배후, 빗속을 뚫고 맹렬하게 질주하는 실루엣 하나가 보인다. 그 등 뒤로 상태창 상에서 유일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A급 수용체 레이더’가 눈이 시릴 정도로 선명한 황금빛으로 점멸하기 시작한다.

유진우다.

평소에는 게으름을 피우며 수비 가담도 하지 않던 그 녀석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폭발적인 속도로 빈 공간을 향해 침투하고 있다. 그 움직임은 태성이 알려준 공간 침투의 정석, 그 자체였다.

"태성아! 줘!"

빗물 장막 너머로 유진우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들린 듯했다. 아니, 들리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상태창에 찍힌 기하학적 궤적 선이 유진우의 발끝과 태성의 발을 팽팽한 쇠사슬처럼 연결하고 있으니까.

태성은 쓰러진 상태에서 오른발을 들어 올린다. 진흙이 잔뜩 묻어 둔중해진 축구화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침묵의 어둠 속이었지만, 오직 동료의 등 뒤에서 빛나는 저 황금빛 레이더만을 신념으로 믿는다.

‘가라.’

태성은 몸을 비틀며 골반의 회전력을 이용해 맹목적인 블라인드 힐킥 패스를 찔러 넣는다.

퍼억!

질척이는 진흙을 걷어차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공이 빗물 장막을 찢으며 역회전이 걸린 채 날아간다. 대진고 수비수들의 머리 위를 절묘하게 넘어가는 완벽한 로빙 패스.

그 순간, 상태창에 푸른빛의 안내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경보 해제! 극비의 기하학적 컷백 성공 판정!] [수명 충전 배율 3배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무릎 내구도 +15.0% 충전 완료!] [현재 무릎 내구도: 47.0%]

무릎을 짓누르던 납덩이 같은 통증이 썰물처럼 씻겨 내려간다. 혈관을 타고 뜨거운 에너지가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감각에 태성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공은 배후 공간으로 정확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쇄도하던 유진우가 바운드되는 공의 궤적을 포착한다. 수비수 두 명이 양옆에서 몸을 날리며 태클을 시도했지만, 유진우는 이미 반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공의 밑 부분을 가볍게 툭 찍어 올렸다.

키퍼의 키를 넘기는 대담하고 감각적인 칩슛.

공은 빗방울을 머금은 채 포물선을 그리며 키퍼의 손끝을 지나 골망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다.

펄럭!

빗물에 젖어 묵직해진 골망이 세차게 흔들린다.

"골!!! 골입니다! 청룡고, 이 최악의 수렁 속에서 선제골을 터뜨립니다!" "유진우의 환상적인 칩슛! 하지만 방금 그 패스는 무엇입니까? 강태성 선수가 쓰러지면서 뒤로 내준 그 블라인드 패스, 이건 눈이 뒤에 달리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궤적입니다!"

중계석의 비명에 가까운 해설이 경기장에 울려 퍼진다. 관중석에서는 떠나갈 듯한 함성이 폭발하며 빗소리를 완전히 잠재운다.

진흙투성이가 된 채 골대 안의 공을 바라보던 대진고 수비진은 허탈한 표정으로 잔디 위에 주저앉았다. 박만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골망과 태성을 번갈아 바라보며 이빨을 부득부득 갈았다.

태성은 여전히 진흙 바닥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내구도는 회복되었지만, 방금 전의 정서적 피로감과 공황의 여파가 몸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스윽.

그때, 시야를 가로막던 폭우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유진우였다.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쓴 채, 평소의 멍청하고 게으른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극도로 흥분한 얼굴을 한 녀석이 태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유진우는 씩씩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 역시 진흙과 빗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야, 강태성."

유진우가 태성의 덜덜 떨리는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악력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힘을 주어 태성을 바닥에서 단번에 일으켜 세웠다.

"쫄지 마, 미친 새끼야. 네가 대충 찔러놔도 내가 무조건 다 집어넣을 테니까. 넌 그냥 거기 서서 패스나 해!"

그 목소리에는 어떠한 의심도, 망설임도 없었다. 오직 골을 향한 맹목적인 집념과 자신에게 기적 같은 패스를 배달해 주는 지휘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만이 가득 차 있었다.

태성은 진흙 묻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실소했다.

동료들의 실수를 비난하고, 그들을 그저 자신의 무릎 수명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만 여겼던 스스로가 우스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게으른 천재가, 어느새 자신과 같은 궤도를 돌며 지옥 같은 필드를 함께 뚫어내고 있었다.

"……시끄럽다. 골 넣었다고 건방 떨지 말고 다음 준비나 해."

태성이 차갑게 쏘아붙였지만, 그의 입가에는 미세한 호선이 그려져 있었다. 가슴속 깊은 곳을 짓누르던 불신의 벽에 커다란 균열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삐이익! 삐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1대 0, 청룡고의 리드.

비는 여전히 그칠 기미 없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운동장 전체를 감싸고 있던 절망적인 공기는 이미 청룡고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태성은 욱신거리는 오른쪽 무릎을 가볍게 털어내며 락커룸으로 향하는 어두운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 컴컴하고 습한 콘크리트 통로 안. 빗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며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는 공간이었다.

짝!

느닷없이 강한 충격이 태성의 왼쪽 어깨를 때렸다.

몸이 가볍게 휘청이며 콘크리트 벽면에 부딪힌다. 태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자, 분노로 눈이 뒤집혀 핏발이 선 박만수의 얼굴이 코앞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야, 강태성."

박만수가 태성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의 손끝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너 아까 그거, 일부러 피한 거지? 내 템포 다 읽고 장난질한 거잖아, 이 개새끼야."

박만수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러운 숨결이 태성의 뺨에 닿았다. 그의 눈빛은 이미 이성을 잃은 짐승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감독님이랑 다 얘기 끝난 줄 알았는데, 네가 감히 내 대학 길을 막아서? 후반전에도 그따위로 까불면, 그땐 진짜로 네 다리 뼈를 가루로 만들어 줄 테니까 알아서 해라. 얌전히 박 기자가 보는 앞에서 나한테 킬패스나 찔러주란 말이야. 알겠어?"

협박과 함께 가해지는 강한 완력. 최근식 감독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태성의 머릿속에 감독실 서랍 틈새에 끼어 있던 그 은밀한 혹사 계약서의 표지가 스쳐 지나갔다.

태성은 자신을 짓누르는 박만수의 손목을 천천히,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억센 힘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아주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최근식 감독이 서랍 깊숙이 숨겨놓은 그 더러운 종이 쪼가리 말이냐?"

박만수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사정없이 흔들린다. 멱살을 잡고 있던 그의 손끝에서 스르륵 힘이 빠져나간다.

"너, 너 그걸 어떻게……!"

"그 가짜 약속 믿고 개처럼 짖어대는 꼴이 가관이군."

태성이 박만수의 손목을 그대로 꺾어 내팽개친다.

억 소리 나는 비명과 함께 박만수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볼품없이 나뒹군다. 벽에 부딪힌 그의 어깨에서 둔탁한 마찰음이 일었다. 태성은 차가운 눈초리로 제 옷깃을 털어내며, 바닥에서 헐떡이는 박만수를 내려다본다.

"착각하지 마. 난 네 대학 길 따위에 관심 없어. 하지만 내 다리를 건드리는 새끼는 그게 누구든 반드시 짓밟아 놓는다."

"이, 이 개새끼가……!"

박만수가 악에 받쳐 다시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벅벅.

축축하게 젖은 구두 굽 소리가 통로 모퉁이 너머에서 울려 퍼진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최근식 감독이다. 젖은 머리칼을 뒤로 넘긴 그의 얼굴에는 탐욕스러운 미소가 기괴하게 걸려 있다.

"만수야,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나. 아직 후반전이 남아 있는데."

최근식은 쓰러진 박만수를 돕는 대신, 곧장 태성에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태성의 어깨 위로 묵직하고 끈적거리는 손을 얹는다. 짓누르는 힘에 태성의 쇄골 부근이 뻐근해진다.

"태성아. 전반전에는 아주 훌륭한 쇼를 보여줬더구나. 관중석에 있는 스카우터들이 아주 눈을 못 떼더군."

최근식의 목소리가 낮고 은밀하게 귓전을 파고든다. 흙비린내 섞인 비린내가 코를 찔러온다.

"하지만 영웅놀이는 전반전으로 끝내라. 후반전에는 무조건 만수한테 밀어줘. 만수가 골을 넣어야 우리 학교도 살고, 너도 살 수 있는 거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잘 알지?"

최근식의 눈빛이 번들거린다. 그것은 단순한 전술 지시가 아니다. 태성이 가진 무릎의 한계를 빌미로 한 악마의 협박이다. 만약 이 지시를 거부한다면, 남은 경기 내내 자신을 어떻게 소모품으로 굴릴지 뻔히 들여다보이는 가증스러운 눈빛.

태성은 어깨에 닿은 최근식의 손을 거칠게 쳐내지 않았다. 대신 그 손을 가만히 응시하며, 감정을 지워버린 무표정한 얼굴로 답한다.

"감독님 뜻이 그렇다면…… 생각은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똘똘한 녀석이지. 락커룸 들어가서 쉬어라."

최근식이 만족스러운 듯 껄껄 웃으며 박만수를 데리고 통로 저편으로 사라진다.

태성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꽉 쥔다. 굳은살이 박인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붉은 피가 배어 나올 것만 같다.

'더러운 사슬들 같으니라고.'

그들이 짠 판이 어떤 것인지 이미 훤히 보인다. 하지만 태성은 굴복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이 지옥 같은 카르텔의 심장부를 통째로 도려내 버릴 생각뿐이다.

하프타임 15분이 찰나처럼 지나간다.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태성은 다시 필드로 나가는 어두운 터널 앞에 섰다. 밖에서는 여전히 폭우가 경기장을 부수어 놓을 기세로 쏟아지고 있다. 천둥소리가 그라운드를 뒤흔들며 고막을 때린다.

터널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태성의 예민한 청각이 대진고 벤치 쪽에서 흘러나오는 은밀한 대화 소리를 포착한다. 빗소리 틈새로 섞여 들어오는 대진고 코치의 다급한 속삭임.

"야, 청룡고 10번(강태성) 말이야. 최근식 감독이 직접 확인해 준 거다. 오른쪽 무릎이 사실상 시한폭탄 상태라고 하더군. 후반전에는 무조건 10번 오른쪽 무릎만 집요하게 들이받아. 한 번만 제대로 까면 알아서 주저앉을 거다."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 내린다.

자신의 팀 감독이라는 인간이, 돈과 명예를 위해 상대 팀에게 제 팀 에이스의 치명적인 부상 부위를 팔아넘겼다. 오직 박만수를 돋보이게 만들고, 자신을 그라운드 위에서 파멸시키기 위해서.

"미친 새끼들……."

태성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실소가 흘러나온다.

필드로 들어서는 순간, 상태창이 미친 듯이 붉은빛을 뿜어내며 시야를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위험! 상대 수비진의 전술적 타겟팅 전술 감지!] [박만수의 '치명적 파열 궤적' 동기화율 95% 돌파!] [치명적 경고! 상대의 모든 수비 궤적이 플레이어의 '오른쪽 무릎'을 향해 수렴합니다!]

대진고 수비수 세 명이 태성을 바라보며 잔인한 미소를 짓는다. 그들의 축구화 스터드가 진흙 바닥을 신경질적으로 긁어대며 날카로운 쇳소리를 낸다.

저 멀리서 박만수 역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채 태성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 그의 발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인적인 궤적이 태성의 시야 전체를 시뻘건 거미줄처럼 뒤덮는다.

후반전 45분은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다.

자신을 죽이려 드는 사냥개들과, 자신을 팔아넘긴 주인아비의 음모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한 생존 전장이다.

태성은 천천히 오른쪽 무릎을 굽혔다 폈다. 아직 내구도는 47%.

'와라, 쓰레기 새끼들아.'

태성의 눈빛이 빗속에서 푸르게 번뜩인다.

삐이익ㅡ!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날카로운 휘슬 소리가 빗물 장막을 뚫고 울려 퍼지는 순간, 대진고의 미드필더진이 공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태성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일제히 살인적인 기세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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