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결전의 날 아침, 우림 경기장의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며 사나운 장댓비가 잔디 위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콰르릉!

우림 경기장의 상공을 찢는 천둥소리와 함께 장댓비가 그라운드를 사정없이 두들긴다. 진흙탕으로 변한 잔디 위,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거구의 수비수 박만수가 미친개처럼 돌진해 온다.

빗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스파이크 스터드가 강태성의 오른쪽 무릎을 정조준한 채 대지를 미끄러지듯 파고든다.

[경고! 극도로 위험한 물리적 충돌 경로 진입!] [충돌까지 남은 시간: 0.8초!] [피해 예상치: 무릎 내구도 40% 즉시 감소 및 십자인대 파열!]

시야가 온통 핏빛 경고등으로 물든다.

피할 것인가?

아니, 단순하게 피하기만 해서는 이 수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태성의 뇌리에 1화에서 새겨 넣었던 ‘무릎 내구도 장부’의 극비 규칙이 번개처럼 스친다.

‘단순한 회피는 무릎을 소모할 뿐이다. 하지만 상대의 물리적 충돌 직전 시도하는 극비의 기하학적 컷백은…….’

수명 충전 배율이 무려 3배로 폭등한다.

미친 짓이다. 한 끗만 어긋나도 회귀하자마자 다시 다리가 부러져 은퇴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태성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0.5초. 박만수의 일그러진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녀석의 스터드가 태성의 스타킹을 찢어발길 듯이 들이닥치는 바로 그 찰나!

태성은 디딤발로 진흙을 강하게 짓밟으며 몸을 반대 방향으로 뒤틀었다.

단순한 턴이 아니다. 공의 회전축을 완전히 무시하고, 달려오는 박만수의 관성을 역이용해 공을 디딤발 뒤로 꺾어내는 극비의 기하학적 컷백(Cut-back)!

서걱!

박만수의 쇠 징이 태성의 정강이 보호대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허공을 가른 박만수의 몸뚱이가 진흙 바닥을 길게 쓸며 사정없이 미끄러진다.

"어, 어어?! 강태성, 그걸 피합니까!" "말도 안 되는 유연성입니다! 완전히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찰나의 순간에 공만 쏙 빼냅니다!"

해설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터져 나온다.

태성은 균형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컷백한 공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다. 상태창 위로 선명한 황금빛 궤적이 길게 뻗어 나간다. 그 선의 종착점에는 빗물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던 유진우가 있다.

"진우야! 뛰어!"

태성이 목을 찢으며 소리친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명령에 반응하듯, 유진우의 몸이 본능적으로 스프링처럼 튀어나간다. 태성의 발끝을 떠난 볼이 빗물 고인 잔디 위를 수제비 뜨듯 통통 튕기며 대진고 수비진의 배후 공간으로 정확히 배달된다.

이타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완벽한 어시스트.

[알림: 어시스트 성공! 극비의 기하학적 컷백 보너스 적용(충전 배율 3배)!] [무릎 내구도가 15.0% 급격히 충전됩니다!] [현재 무릎 내구도: 60.0%]

턱밑까지 차올랐던 숨통이 단번에 트인다.

동시에 골망이 출렁인다. 엉겁결에 태성의 패스를 받아먹은 유진우가 미끄러지듯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골! 골입니다! 청룡고, 경기 시작 단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립니다!" "강태성의 환상적인 컷백 패스, 그리고 유진우의 깔끔한 마무리! 대단합니다!"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소리가 우림 경기장을 뒤흔든다.

유진우는 골을 넣고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발끝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 태성의 패스는 마치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자신의 발에 와서 척 달라붙었다. 소름 끼치는 감각에 진우가 태성을 바라보았지만, 태성은 그를 향해 차갑게 쏘아붙일 뿐이다.

"세레머니 할 시간 없어. 백코트 해. 정신 놓다간 바로 먹히니까."

"야, 너는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를 안 해주냐……?"

진우가 투덜대며 돌아섰지만, 그의 눈빛에는 이미 태성에 대한 기묘한 경외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태성의 표정은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짝, 짝, 짝.

벤치 앞, 최근식 감독이 가식적인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한 불쾌함과 함께, 어떻게든 태성을 더 굴려 먹겠다는 음험한 탐욕이 빗방울 사이로 번뜩였다. 대진고 선수들에게 눈짓을 보내는 최근식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태성은 놓치지 않았다.

사방이 진흙탕인 이 경기장 자체가 태성에게는 거대한 단두대나 다름없었다.

터벅. 터벅.

중원으로 걸어가는데, 발을 디딜 때마다 불길한 감각이 발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온다.

퍽. 퍽.

물기를 가득 머금은 잔디에 스터드가 박힐 때마다, 찌르르한 진동이 무릎 관절을 관통한다.

"아윽……."

순간, 태성의 귀에 이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콰드득! 뚝!

빗방울이 가죽 공에 부딪히는 소리가 과거 EPL 데뷔전 날 밤, 자신의 무릎 뼈가 가루처럼 바스러지던 끔찍한 환각 괴음으로 변해 고막을 찌르고 들어온다. 비명과 함께 쓰러지던 자신의 모습, 하얗게 질린 채 들것을 들고 뛰어오던 의료진의 다급한 발소리까지.

‘안 돼. 이미 다 나은 다리다. 이건 가짜 고통이야.’

태성은 거칠게 머리를 흔들며 환각을 털어내려 애썼다. 하지만 식은땀이 빗물과 섞여 턱 끝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수렁이 된 우림 경기장은 그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박만수가 유니폼에 묻은 진흙을 털어내며 다가왔다.

녀석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가슴을 툭툭 튕겼다. 그리고는 경기 전 늘 하던 버릇처럼, 스파이크 바닥을 허공으로 슬쩍 들어 올리며 태성을 매섭게 꼴아보았다.

스터드 들기. 상대의 정강이나 발목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박만수만의 비열한 고질적 동작이었다.

태성의 눈에 박만수의 기묘한 신체 움직임이 기하학적인 궤적으로 분석되어 입력되기 시작한다.

[Foreshadow 4 심기 완료: 상대 '박만수'의 습관적 스터드 들기 동작 감지.] [물리적 마킹 세팅: 해당 동작 수행 시, 0.4초의 예비 동작 지연 발생 분석 완료.]

‘저 자식, 열 받으면 발을 더 높게 드는 버릇이 있어.’

과거의 기억과 상태창의 분석이 정확히 맞물려 떨어진다. 박만수는 오늘 어떻게든 태성의 무릎을 작살내라는 최근식 감독의 무언의 사주를 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늘의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잔디 위로 물이 고여 공이 구르다 멈추는 최악의 수중전이 펼쳐진다.

태성의 시야에 다시 한번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였다.

삐비빅!

[위험! 극도의 기후 악화 감지!] [물기 가득한 잔디 영향으로 기동 시 무릎 내구도 소모율 1.8배 증가!] [현재 잔여 수명: 45.0%]

"젠장……!"

태성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새어 나왔다.

아까 컷백 패스로 간신히 60%까지 채워놓았던 내구도가, 불과 몇 분간의 경합과 빗길 질주로 인해 벌써 45%까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소모율 1.8배. 이 상태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필드 위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야! 볼 흘러가잖아! 걷어내라고!" "안 보여! 앞이 안 보인다고!"

청룡고 동료들은 이미 빗물 압박과 대진고의 거친 몸싸움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게으른 천재 유진우마저 추위에 입술을 파르르 떨며 패닉에 빠진 눈으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태성아…… 이거 진짜 뛰는 거 맞아? 다칠 거 같은데…… 그냥 라인 내리고 버티면 안 되냐?"

진우의 유약한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흐려진다.

태성은 주먹을 꽉 쥐었다. 찬 바람이 젖은 유니폼을 뚫고 무릎의 흉터 자리를 시리게 파고들었다. 과거의 불신벽이 마음속에서 속삭인다.

‘동료들은 결국 아무 도움이 안 돼. 이 녀석들은 결국 내 무릎을 혹사시킬 뿐이야.’

하지만 태성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커먼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는 하늘.

자신이 회귀한 이유가 무엇인가. 단 한 번이라도 부상 없이 온전한 몸으로 저 넓은 세계, EPL의 중심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 아니었던가.

이깟 고교 리그의 진흙탕 따위에, 카르텔의 졸개 따위에게 무릎을 꿇을 순 없다.

태성의 눈빛이 비바람 속에서 푸르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인 환상통의 공포를 정신력으로 완전히 깔아뭉갠, 영웅적인 결단이 그의 전신을 지배한다.

"진우야."

"어, 어?"

"입 닥치고 내 눈만 봐라. 내가 공을 보내는 곳에 네가 서 있으면, 그걸로 끝이다."

태성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지배력이 서려 있었다.

대진고의 프리킥 상황이 무산되고, 흘러나온 세컨볼이 중원으로 높게 떠올랐다.

물기를 잔뜩 머금어 돌덩이처럼 무거워진 가죽 공이 허공을 가른다. 태성은 디딤발을 깊게 박으며 공의 낙하 지점을 향해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

"강태성! 너 오늘 여기서 끝장내줄게!"

이성을 잃은 박만수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 녀석의 눈은 공이 아닌, 오직 태성의 디딤 무릎만을 향해 있었다. 진흙을 박차고 솟구쳐 오른 박만수의 스파이크 스터드가 꼿꼿이 세워진 채, 태성의 다리를 향해 파멸적인 기세로 내리찍히기 시작했다.

[경고! 극도로 위험한 물리적 충돌 경로 진입!] [충돌까지 남은 시간: 0.2초!] [치명적 파열 궤적 감지!]

시야 전체가 피처럼 붉은 선으로 거칠게 장악당했다!

태성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한다. 0.2초의 찰나, 박만수의 거구 아래로 깔려 들어가는 우측 다리.

하지만 태성의 뇌는 차갑게 식어 내린다. 상태창에 박혀 있는 붉은 선의 틈새로, 아주 미세한 백색 균열이 생겨난다.

[0.4초의 예비 동작 지연 발생!]

박만수가 스터드를 들어 올리는 버릇을 시도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 지체 현상. 녀석은 의식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버릇이지만, 태성의 상태창은 그 틈을 귀신같이 포착한다.

‘지금이다.’

태성은 디딤발로 쓰려던 오른발의 체중을 순간적으로 왼발로 이동시킨다. 진흙바탕에 발을 딛는 대신, 공을 딛고 공중으로 몸을 띄우는 기하학적 플립(Flip) 궤적!

서걱!

박만수의 날카로운 쇠 징이 태성의 정강이 보호대를 스치며 찌릿한 마찰음을 낸다. 허공을 가른 쇠 징이 진흙을 깊게 파헤치며 흙탕물을 폭사시킨다.

"어, 어어?! 강태성, 점프합니다! 저 깊은 슬라이딩 태클을 공중에서 피해냅니다!" "믿기지 않는 공중 제어력입니다! 빗길에서 저런 반응 속도가 가능합니까!"

중계진의 비명 섞인 외침이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진다.

공중에서 한 바퀴 비틀어 착지하는 태성의 다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진다. 수렁 같은 천연 잔디가 태성의 발목을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쩍!

[경고! 착지 시 가해진 비정상적 비틀림 감지!] [무릎 내구도 5.0% 감소!] [현재 무릎 내구도: 40.0%]

"윽……!"

태성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착지와 동시에 우측 무릎에 서늘한 한기가 서린다. 가짜 고통이 아니다. 빗물이 관절 내부로 파고드는 듯한 극심한 환상통이 뇌리를 난사한다.

하지만 태성은 쓰러지지 않는다. 진흙 바닥을 구르는 박만수를 뒤로한 채, 흘러나온 공을 향해 필사적으로 왼발을 뻗는다.

쏴아아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빗줄기가 더욱 사나워진다. 시야가 하얗게 가려져 10미터 앞도 분간하기 힘든 극한의 상황.

"태성아! 뒤에 붙었어!"

수비 장벽을 넘어 돌진해 오는 대진고 미드필더들의 거친 숨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태성의 눈앞이 흐려진다. 쏟아지는 폭우가 과거 런던의 비 내리는 그라운드, 자신의 다리가 부러졌던 그날 밤의 관중 소음과 겹쳐 들린다.

머릿속에서 가죽 공이 찢어지는 듯한 환청이 울린다. 손끝이 덜덜 떨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경고! 심리적 트라우마(환상통) 수치 급상승!] [시야 확보율 15% 미만으로 감소!]

‘젠장, 아무것도 안 보여……!’

공을 지탱하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수비수 세 명이 태성을 에워싸며 압박의 그물을 좁혀온다. 이대로 공을 빼앗기면 역습이다.

그 순간, 하얗게 가려진 시야 한구석에서 옅은 황금빛 빛줄기가 깜빡이기 시작한다.

깜빡. 깜빡.

[A급 수용체 레이더 점멸: '유진우'] [동기화율 78% ― 공간 침투 경로 확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귀로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상태창이 가리키는 그 기하학적 궤적의 끝에, 게으른 천재 유진우가 대진고 수비진의 등 뒤로 은밀하게 파고드는 모습이 붉은 점으로 찍힌다.

태성의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물린다.

‘진우야, 네가 내 무릎 수명 값은 해라.’

태성은 앞을 보지 않은 채, 오직 머릿속에 찍힌 골든 궤적만을 향해 오른발 끝을 날카롭게 휘둘렀다.

퍼억!

진흙과 물보라가 사방으로 튀며 묵직한 마찰음이 그라운드를 가른다. 빗물 장막을 뚫고 날아간 볼은 대진고 수비수 세 명의 키를 절묘하게 넘기는 로빙 패스가 되어 배후 공간으로 떨어졌다.

"아니, 저기엔 아무도 없…… 어? 유진우!" "유진우가 언제 저기까지 뛰어 들어갔습니까! 완벽한 오프사이드 트랩 파괴입니다!"

중계석이 발칵 뒤집힌다.

낙하지점으로 달려가던 유진우는 소름이 돋았다. 태성이 찬 공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제 발끝에 정확하게 감겼다. 쇠사슬로 묶어놓은 듯한 완벽한 트래핑.

"괴물 같은 새끼…… 진짜 보고 준 건가?"

진우는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끼며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맞이한다.

하지만 태성은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패스를 건넨 직후, 디딤발이 진흙 속으로 깊게 가라앉으며 무릎이 기괴한 각도로 꺾였기 때문이다.

콰직.

귀를 찢는 듯한 불길한 파열음이 태성의 귓전을 때렸다.

[치명적 경고! 무릎 내구도 한계치 임박!] [현재 무릎 내구도: 32.0%] [트라우마 필드 효과 가중: 환상통이 육체 제어를 침식합니다!]

"아아아악!"

태성은 끝내 비명을 지르며 진흙 바닥으로 쓰러졌다. 오른쪽 무릎을 움켜쥔 그의 손이 흙탕물로 범벅이 된다. 진짜 부상인가, 아니면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환각인가. 구별할 수 없는 고통이 전신을 난도질한다.

그 와중에 멀리서 대진고의 골망이 세차게 출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멀어지는 관중들의 환호성 너머로, 최근식 감독이 벤치에서 뛰쳐나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박만수는 진흙 바닥에서 일어나 태성을 살기등등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태성은 이빨을 악물며 일어나려 버둥거렸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상태창의 경고등이 사정없이 깜빡이며 그의 시야를 붉은빛으로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때, 퇴장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은 주심이 태성이 쓰러진 곳을 향해 차가운 시선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박만수의 입가에 걸린 비열한 미소가 빗방울 사이로 비쳐 들었다.

과연 태성은 이 지옥 같은 수렁 속에서 무릎을 온전히 보존한 채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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