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세트장 구석, 가벽 뒤편의 가설 대기실은 냉골이다. 간이 난로의 붉은 열선조차 주연 배우 차민우의 몸을 타고 흐르는 한기마저 녹이지는 못한다.

그의 동공은 비정상적으로 축소되어 있고, 이마와 목덜미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호흡은 얕고 불규칙하다. 당신은 심장수술을 집도하기 전, 환자의 활력 징후를 진단하듯 냉철한 눈빛으로 그를 뜯어본다.

“오피오이드(Opioid) 계열…… 그중에서도 펜타닐 데포(Depot) 서방형 제제군요. 촬영 중 허리 디스크 통증을 제어한다는 핑계로 성록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직접 처방받았겠지.”

당신의 건조하고 정확한 진단에 차민우의 어깨가 크게 들썩인다. 그는 자신의 파멸을 직감한 듯 머리를 감싸 쥔다.

“뮤-수용체(μ-receptor)에 결합해 도파민을 강제 방출시키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중추신경계의 변연계(Limbic system)가 장악당하면, 이성이 아니라 뇌의 생존 본능이 약물을 갈구하게 되죠. 그들이 이걸 빌미로 당신의 목줄을 쥔 겁니까?”

“……알고 계셨습니까?” 갈라진 목소리가 고해성사처럼 흘러나온다. “그놈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성록병원의 차세대 수술 로봇인 ‘이지스-IV’를 완벽한 신기술인 양 포장하고, 직접 집도하는 연출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라고…….”

차민우가 사들인 패딩 안감 깊숙한 곳에서 붉은 가죽 표지의 수첩과 암호화된 USB 하나를 꺼내 당신의 손에 쥐여준다. 손끝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다.

“이것 때문에 환자가 셋이나 죽었습니다. 이지스-IV의 다관절 햅틱 피드백 시스템에 치명적인 레이턴시(Latency, 입력 지연) 오류가 있어요. 미세 혈관 박리 시 0.15초의 지연이 발생해 간동맥을 찢어놓고는, 전부 서전의 숙련도 부족으로 덮었습니다. 여기 그 피해자 명단과 은폐된 수술실 CCTV 복구본, 그리고 성록병원 이사장 강은학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뿌린 프로포폴 및 마약성 진통제 로비 장부가 들어있습니다.”

당신은 지체 없이 USB를 건네받아 대기실 노트북에 꽂는다. 즉각적으로 스크롤되는 로 데이터(Raw Data)들. 조작 흔적이 없는 고해상도 수술 영상 속에서, 로봇 팔이 찰나의 순간 제멋대로 구동해 문합 부위를 찢어발기는 잔혹한 장면이 재생된다. 확실한 기계적 결함이다.

뇌를 마비시키는 무서운 음모가 담긴 증거물이 마침내 당신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아드레날린이 온몸의 감각을 날카롭게 깨운다.

바로 그때, 대기실 문밖에서 묵직하고 조직적인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성록병원 이사장의 수하들이 이끄는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이 이쪽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다. 시간이 없다. 이 압도적인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해 당신은 단 하나의 즉각적인 심장 절개관을 꽂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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