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스튜디오의 붉은 ON AIR 표시등이 켜지는 순간, 당신의 손끝은 이미 연출된 허구를 넘어선다. 약속된 카메라는 단 한 대의 4K UHD 초고화질 렌즈. 무수정 실시간 라이브로 송출되는 메디컬 드라마 <골든 아워>의 메이킹 편집본 현장이다.

지문에는 무작위적인 봉합 연기라고 적혀 있지만, 당신이 잡은 것은 단순한 소품 메스가 아니다. 미세 정밀 수술용 카스트로비에호(Castroviejo) 니들 홀더와 7-0 프롤렌(Prolene) 실이 당신의 손가락뼈와 일체화되듯 감긴다. 대상은 무인공심폐기 관상동맥 우회술(OPCAB)을 모사한 정밀 실리콘 하트 디바이스. 모터 구동으로 분당 80회씩 요동치는 인공 혈관 표면 위로 당신의 손길이 내리꽂힌다.

시청자들은 처음엔 대역 배우의 팽팽한 긴장감 서린 얼굴에 주목한다. 그러나 카메라가 극단적인 매크로 줌으로 당신의 손동작을 잡는 순간, 실시간 채팅창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정지한다.

바늘이 모조 혈관의 외막을 뚫고 내막으로 빠져나오는 입사각은 정확히 90도. 기계적인 박동을 예측하여 요동치는 타이밍의 정점에서 정확히 1.5밀리미터 간격으로 연속 봉합(Continuous suture)을 이어 나간다. 실을 당기는 장력(Tension)은 시종일관 균일하다. 너무 약하면 누혈(Leakage)이 생기고, 너무 강하면 혈관벽이 찢어지는 가혹한 정밀 타격의 세계. 당신은 그것을 단 한 번의 시선 낭비도 없이, 오직 촉각과 공간 지각력만으로 구현해 낸다.

[미친, 저거 진짜 타이다.] [현직 펠로우인데 소름 돋았습니다. 왼손 검지로 루프 텐션 유지하면서 오른손 바늘 넘기는 거, 하루에 수술 세 건씩 5년은 안 쉬고 해야 나오는 궤적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의학 전문 포럼이 동시에 뒤집어진다.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는 5만에서 순식간에 30만을 돌파하며 폭발한다. 화면 너머의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철저히 통제된 프로페셔널의 육체적 퍼포먼스가 주는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의사 면허증이 없는 무명 대역 배우가 펼치는, 국내 탑클래스 교수의 집도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이 압도적이고 신비로운 광경. "저 배우 정체가 대체 뭐야?"라는 질문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커트 사인이 떨어지고 현장의 조명이 꺼질 때, 당신의 몸을 감싼 수술 가운은 이미 차가운 땀으로 젖어 있다. 심장의 격렬한 박동을 억누르며 장비를 내려놓는 순간, 메인 연출자가 숨을 헐떡이며 당신에게 태블릿 PC를 들이민다.

실시간 트렌드 1위 '미스터리 대역 배우', 그리고 쏟아지는 수백 개의 기사와 기획사들의 연락망. 대중은 이미 당신이라는 존재를 갈구하기 시작했고, 당신의 위장 수사 타깃인 거대 의료 카르텔의 심장부로 다가갈 강력한 레버리지가 손안에 쥐어졌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드는 이 순간, 당신은 이 신드롬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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