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소리와 동시에 당신의 손끝이 움직인다.
당신이 쥔 것은 소품실에서 굴러다니던 모조품 카스트로비에호(Castroviejo) 니들 홀더다. 그러나 그것이 당신의 손가락 사이에 걸리는 순간, 소품은 실제 대학병원 수술실의 초정밀 의료 장비로 탈바꿈한다. 모형 실리콘 대동맥 박리 부위의 0.5밀리미터 가량의 미세한 틈새를 겨냥하는 당신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가라앉는다.
실제 흉부외과 수술에서 대동맥 문합(Anastomosis)은 단 1초의 지체도 허용하지 않는다. 당신은 실리콘 모형의 탄성을 직관적으로 파악해 내며 4-0 프롤렌(Prolene) 봉합사를 부드럽게 당겨 올린다. 왼손의 포셉이 조직 역할을 하는 실리콘의 가장자리를 가볍게 고정하는 동시에, 오른손의 니들 홀더가 정확히 45도 각도로 진입한다. 손목의 가벼운 회전만으로 바늘이 실리콘을 통과한다.
"……!"
가짜 수술실 한구석, 의학 자문을 맡아 팔짱을 끼고 서 있던 한국대학병원 흉부외과 강성태 교수의 숨소리가 급격히 거칠어진다. 대역 배우의 어설픈 손짓을 지적해 콧대를 꺾어 놓으려던 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실의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매듭을 짓는 '인스트루먼트 타이(Instrument tie)'의 속도와 정확도, 그것은 책이나 유튜브 시청 따위로 흉내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저 포셉 쥐는 법 좀 봐.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야. 카운터 트랙션(Counter-traction, 반대 견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잖아. 지혈할 때 조직이 찢어지지 않도록 힘을 정확히 분산시키고 있어……!"
강 교수가 체통도 잊은 채 모니터 앞으로 바짝 다가선다.
스튜디오의 뜨거운 조명 아래, 당신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마스크 너머로 거친 호흡이 가둬지지만, 수술용 장갑을 낀 손끝만큼은 극한의 빙판처럼 차갑고 정교하게 움직인다. 실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살려내며 뼛속 깊이 각인된 그 고독한 감각 그대로다. 바늘이 통과할 때마다 들리는 차가운 마찰음이 세트장을 지배한다.
"컷! 오케이! 오케이!"
감독의 흥분 섞인 외침이 정적을 깨뜨렸지만, 스태프들은 여전히 카메라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미처 편집하기도 전인 메인 모니터 속 당신의 손놀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예술이었다.
그때 현장 비하인드를 기록하던 서브 카메라맨이 감탄을 금치 못하고 방금 촬영한 당신의 15초 손놀림 영상을 SNS 숏폼 채널에 그대로 업로드한다. '진짜 의사가 현장에 잠입했다'는 자극적인 슬로건과 함께.
단 10분 만에 조회수는 10만 회를 돌파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한다. 실제 흉부외과 서전(Surgeon)들의 "저건 대역이 아니라 현직 펠로우 이상의 실력자다"라는 인증 댓글이 빗발친다.
경악한 강 교수가 떨리는 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오고, 연출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휴대폰을 쥔 채 당신을 바라본다. 쏟아지는 대중의 전율적인 관심과 위장 조사의 경계선에서, 당신의 다음 행보가 결정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