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이 목동야구장 로비의 유리창을 투과해 바닥을 피처럼 붉게 적시고 있었다. 정적이 내리앉은 공간, 가방을 어깨에 걸친 강태오의 시선이 정면을 향했다.
그의 앞을 가로막은 두 개의 그림자.
냉철한 눈빛의 데이터 전문가 한재이, 그리고 그 옆에 버티고 선 거구의 서양인 남성. 남성의 가슴팍에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배지가 빛나고 있었다. 사냥감을 마주한 맹수처럼, 남성의 푸른 눈동자가 태오의 어깨와 투구 폼을 복기하듯 위아래로 훑었다.
태오는 멈춰 선 채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경계심이 서린, 그러나 지독히도 차가운 미소였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기엔 장소가 조금 삭막하군요."
태오가 먼저 오른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기민하고도 자연스러운 유도였다.
상대의 기세를 꺾고 대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본능적인 첫걸음. 서양인 남성은 선글라스를 천천히 벗어 윗주머니에 꽂으며 태오의 손을 잡았다.
척.
손바닥이 맞부딪치는 순간, 묵직하고도 강한 악력이 태오의 손등을 압박했다. 기선 제압을 노리는 뻔한 수작이었다. 하지만 태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끝의 미세한 감각을 곤두세우며 상대를 탐색했다. 두꺼운 굳은살, 거친 피부. 단순한 스카우터의 손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깎아내리는 데 도가 튼 포식자의 손이었다.
동시에 태오의 망막 위로 푸르스름한 반투명 빛무리가 떠올랐다.
[ 피칭 장부 (Pitching Ledger) ] - 보유 내구 자산 (어깨 수명): 84.2% - 현재 피로도: 미비 (안정 상태) - 특이 사항: 외부 관찰자의 정밀 분석 알고리즘 작동 중.
내구도는 여전히 84%대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청룡기 결승에서 단 0.08%의 수명만을 소모하며 우승을 따낸 결과였다. 온전한 육체와 절대적인 데이터. 태오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소개가 늦었네. 이쪽은 메이저리그 거대 에이전시의 아시아 태평양 총괄이자, 스카우팅 디렉터를 겸임하고 있는 윌리엄 해리슨 씨야."
한재이가 들고 있던 가죽 가방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건조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머금고 있었다.
"강태오 선수. 당신이 천민국 감독을 어떻게 밀어냈는지, 그 과정에는 관심 없어요. 다만 우리가 주목하는 건 오직 하나. 오늘 마운드에서 보여준 당신의 그 기괴할 정도의 구위와 회전수입니다."
한재이가 서류 봉투에서 붉은색 글씨가 인쇄된 'MLB 가치 분석 보고서'를 꺼내 태오의 코앞에 제시했다.
"이 보고서에 적힌 수치는 한국 고교야구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수준이에요. 156km의 직구, 분당 회전수 2,600RPM 돌파. 해리슨 씨는 당신을 즉시 미국으로 데려가고 싶어 합니다."
윌리엄 해리슨이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굵직한 저음의 영어가 로비의 벽을 울렸다. 한재이가 매끄럽게 통역을 덧붙였다.
"태오 강. 자네의 재능은 이 좁은 한국 땅에 썩히기 아깝네. 마이너리그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3년 안에 빅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어. 우리가 제안하는 계약금은 12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일세. 아시아 고교 투수치고는 파격적인 대우지."
120만 달러.
일반적인 고등학생 투수라면 심장이 멎을 법한 액수였다. 미국이라는 꿈의 무대, 그리고 십억이 넘는 거액의 계약금. 하지만 태오의 눈빛은 오히려 한겨울의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
'120만 달러라.'
머릿속에서 냉혹한 계산기가 빠르게 두들겨졌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국제 유망주 계약금 풀(Pool) 시스템 하에서, 중하위 구단들이 아시아의 유망주들을 헐값에 선점할 때 쓰는 전형적인 약탈 수작이었다. 계약금에 묶여 6년이 넘는 서비스타임 동안 최저 연봉 수준으로 부려 먹히다, 어깨가 부서지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노예 계약의 서막.
회귀 전, 수많은 동료가 저 달콤한 독배를 마시고 마이너리그의 먼지 자욱한 불펜에서 어깨가 갈려 나간 채 소리소문없이 은퇴했다. 그 잔혹한 착취의 굴레를 태오가 모를 리 없었다.
태오는 건네받은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그대로 접어 한재이의 가슴팍으로 툭 던지듯 돌려주었다.
터억.
한재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해리슨의 미소 역시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딴 쓰레기 수치로 내 가치를 매기려 하지 마십시오."
태오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화면을 몇 번 두드리자, 피칭 장부에서 추출해 낸 정밀 세이버메트릭스 가상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걸 보시죠."
태오가 스마트폰 화면을 해리슨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화면 가득 채워진 것은 단순한 구속과 회전수가 아니었다. 투구 시 릴리스 포인트의 일관성(Consistent Release Point), 회전 효율성(Spin Efficiency) 98.4%, 그리고 타자의 시각적 착시를 유도하는 터널링 구간(Tunneling Zone)의 정밀 데이터와 익스텐션(Extension) 값까지 완벽하게 수치화되어 있었다. 심지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도 극소수의 구단만이 도입하기 시작한 최첨단 피칭 디자인 데이터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리되어 있었다.
한재이의 안경 너머 눈동자가 거칠게 확장되었다. 그녀는 홀린 듯 태오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상체를 가깝게 들이밀었다.
"이, 이건... 어떻게 고등학생이 이런 수준의 피칭 디자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거지? 회전 효율이 어떻게 98%가 나와? 게다가 이 터널링 수치는..."
한재이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가 평생을 바쳐 연구해 온 분석 알고리즘조차 도달하지 못한, 완벽하게 가공된 미래형 세이버메트릭스 가치 분석표였다.
태오가 차가운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
"당신들이 들고 온 보고서는 껍데기에 불과해. 내 직구의 종속과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평균을 한참 상회합니다. 이 데이터대로라면 내 가치는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라, 당장 트리플A에서도 통할 수 있는 '완성형 즉시 전력'에 가깝지."
해리슨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 그는 태오의 스마트폰 화면과 태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고작 열여덟 살짜리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의 최첨단 데이터 분석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를 이토록 정교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슨은 노련한 사냥꾼이었다. 그는 곧바로 평정을 가장하며 헛기침을 했다.
"흠, 데이터는 인상적이군. 하지만 태오 강, 자네가 아무리 뛰어난 수치를 가졌어도 국제 계약금 풀 시스템의 한계가 있네. 우리 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 한도는 150만 달러가 마지노선이야. 룰은 룰이니까."
"룰을 핑계 대지 마십시오, 해리슨 씨."
태오가 해리슨의 말을 사정없이 자르고 들어갔다. 그의 눈빛이 포식자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국제 계약금 풀의 페널티 조항을 우회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3국 영주권을 취득한 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계약하는 방식이 있지요. 혹은 에스크로 펀드를 활용해 보장액을 우회 지급하는 구조도 가능합니다."
"뭣...!"
해리슨의 입에서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남미의 초특급 유망주들을 데려올 때나 극비리에 사용하는 편법이자, 고도의 법적 허점을 이용한 계약 기술이었다. 한국의 일개 고교 투수가 이 메커니즘을 정확히 꿰뚫고 있을 리가 없었다.
태오의 폭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서며 해리슨을 완전히 압박했다.
"그리고 150만 달러? 웃기지 마십시오. 내가 원하는 계약 조건은 명확합니다. 첫째, 계약금은 최소 350만 달러. 둘째, 마이너리그 거부권(Minor League Out-Option) 삽입. 셋째, 투구 수 및 이닝 제한을 명시한 '내구 보증 조항(Innings Limit Clause)'을 계약서에 포함할 것.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계약은 없습니다."
"미친...! 고등학생 투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에 투구 수 제한 조항을 요구한다고? 그건 메이저리그 베테랑 에이스들에게나 주어지는 옵션이다!"
해리슨이 참지 못하고 영어로 고함을 질렀다. 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어깨의 힘이 잔뜩 들어간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여유로운 메이저리그의 거상이 아니었다. 밑천이 드러난 사기꾼의 형상이었다.
태오는 그런 해리슨을 비웃듯 쳐다보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싫으면 관두십시오. 나는 묵묵히 간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유망주가 아닙니다. 내 가치는 내가 증명했고, 이 데이터를 들고 보스턴이나 뉴욕, LA로 가면 그들은 내 요구 조건을 진지하게 검토할 겁니다. 입찰 경쟁을 붙여보자는 말입니다."
"강태오... 자네 지금 무슨 짓을..."
한재이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태오를 바라보았다.
단순히 공을 잘 던지는 천재 투수인 줄 알았건만, 눈앞에 있는 괴물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철저한 비즈니스로 다루는 냉혹한 딜러였다. 구단의 약점과 제도의 허점을 완벽하게 후벼파며 역으로 판을 지배하고 있었다.
태오의 시선이 해리슨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꽂혔다.
비즈니스의 주도권은 완전히 강태오에게로 넘어와 있었다.
한재이는 태오가 요구한 상상 초월의 역제안 데이터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흥분으로 가득 찬 눈빛을 반짝였다. 이 계약이 성사된다면 한국 야구계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판도 자체가 뒤흔들릴 터였다.
반면, 윌리엄 해리슨의 얼굴은 살벌한 모욕감과 당혹감으로 점차 시퍼렇게 굳어갔다. 감히 아시아의 어린 투수 놈에게 완전히 발목을 잡혔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짓밟고 있었다.
로비의 붉은 노을이 두 사람의 대조적인 표정 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해리슨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로비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메이저리그의 거대 자본을 대변하는 자의 권위였다. 그는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태오를 내려다보았다. 사냥감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강태오. 자네가 머리가 좋은 건 인정하지."
해리슨의 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가라앉았다. 통역하는 한재이의 입술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데이터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야. 한국 야구계는 좁고, 소문은 빠르지. 자네가 KBO 협회와 구단들의 눈 밖에 나고, 메이저리그 탬퍼링(사전 접촉) 규정에 걸려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게 만드는 건 내게 일도 아니네. 에이전시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게."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미국 진출이라는 꿈을 인질로 잡고, 어린 선수의 숨통을 조여오는 수작. 회귀 전 수많은 유망주가 이 정글 같은 자본의 위협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태오의 심장은 오히려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오히려 그의 어깨 깊은 곳에서 뜨거운 피가 끓어올랐다. 가슴속 깊이 박혀 있던 혹사의 트라우마, 타인을 향한 불신이 냉소적인 아드레날린이 되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태오는 해리슨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심연처럼 깊은 눈동자였다.
"협박치고는 진부하군요, 해리슨 씨."
태오가 한 걸음 다가섰다. 해리슨의 거대한 체구 앞에서도 그의 기세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해리슨이 흠칫하며 반 걸음 물러섰다.
"내가 KBO 드래프트 신청서를 쓰지 않는 순간, 나는 한국 야구계의 규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집니다. 그리고 탬퍼링?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고교 아마추어 선수의 개인 훈련과 데이터 측정에 탬퍼링 규정을 적용한 전례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당신이 언론을 플레이한다면, 나 역시 내 투구 데이터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단장들의 이메일로 동시에 쏘아 보내면 그만입니다."
"이... 이 건방진 꼬맹이가...!"
해리슨의 굵은 목줄기에 핏대가 붉게 솟구쳤다.
그가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터벅, 터벅.
로비의 정적을 깨고 투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야구 가방 두 개를 양어깨에 짊어진, 땀 냄새 물씬 풍기는 거구가 태오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청룡고의 안방마님이자, 태오가 인정한 유일한 포수 송우진이었다.
우진은 해리슨의 살기 어린 눈빛을 묵묵히 받아내며 태오의 앞을 반쯤 가로막아 섰다. 단단한 어깨, 흙먼지 묻은 유니폼. 우진의 눈빛에는 태오를 향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수호의 의지가 서려 있었다.
"태오야. 버스 시간 다 됐다. 가자."
우진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하지만 그 묵직한 존재감만으로도 해리슨이 뿜어내던 위압감의 절반이 깎여 나갔다.
태오는 우진의 넓은 등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혼자가 아니었다. 이 마운드 위에서, 그리고 이 더러운 비즈니스의 전쟁터에서 자신의 공을 받아줄 유일한 파트너가 곁에 있었다.
태오가 해리슨을 향해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한 달 뒤입니다."
"뭐?"
"한 달 뒤, 이곳 목동야구장에서 나 혼자만을 위한 쇼케이스를 열 겁니다. 해리슨 씨, 당신 구단뿐만 아니라 뉴욕, LA, 시카고의 스카우터들까지 전부 초청할 생각입니다."
태오의 눈빛이 잔혹할 정도로 빛났다.
"그때 내 진짜 '가치'를 보게 될 겁니다. 단순한 156km짜리 직구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그 어떤 타자도 건드릴 수 없는 무중력의 마구(魔球)를 말입니다. 계약서를 고쳐 쓸 준비나 하고 오십시오."
말을 마친 태오는 우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가자, 우진아."
두 소년이 해리슨과 한재이를 지나쳐 로비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해질녘의 붉은 노을이 두 사람의 등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한재이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무중력의 마구라고?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그녀의 정밀 분석 알고리즘이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강태오라는 투수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반면, 윌리엄 해리슨은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건방진 놈... 감히 내 판을 흔들려 해? 메이저리그가 어떤 곳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그의 눈에 살벌한 독기가 서렸다.
* * *
야구장 밖으로 나온 태오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오른쪽 어깨 깊은 곳에서 찌릿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건...?'
태오가 미간을 찌푸렸다. 단순한 피로가 아니었다.
그의 망막 위로 파란색이 아닌, 붉은색 경고등이 격렬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 위협 경고 (Threat Warning) ] - 구종별 커스텀 수치 불균형 감지. - '종속' 및 '수평/수직 무브먼트' 슬라이더 과도 강제 조정 시, 인대 및 관절와순에 미세 노이즈 발생 위험. - 현재 어깨 내구 자산: 84.2% -> 84.1% (미세 영구 차감 진행 중) - 경고: 쇼케이스에서 '무중력 낙하구' 시전 시, 내구 자산의 급격한 과열 및 영구 손상 위험 존재.
귀를 찢는 듯한 이명과 함께 붉은 메시지가 뇌리를 때렸다.
피칭 장부의 치명적인 제약.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마구를 던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어깨 수명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잔혹한 인과율의 경고였다.
옆에서 걷던 우진이 태오의 굳어진 안색을 살폈다.
"태오야, 왜 그래? 어깨 아프냐?"
우진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오는 어깨의 통증을 억누르며, 붉게 타들어가는 석양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한 달 뒤의 쇼케이스.
그곳은 세계 최고의 포식자들에게 자신의 격을 증명할 무대이자, 어깨의 수명을 건 단 한 번의 도박판이 될 터였다.
과연 그의 어깨는 그 무시무시한 마구의 반동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태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배어 나왔다. 조용하고도 거대한 폭풍이, 이미 그를 향해 불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