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달콤한 꿀 우유를 나무 그릇에 담아 녀석의 코끝에 조심스레 내려놓습니다. 노란 모닥불 빛을 받아 반짝이는 따스한 액체에서 단내가 싱그럽게 피어납니다. 부르르 떨며 경계하던 푸른 여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목을 길게 빼고 혀를 내밀어 따뜻한 우유를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합니다. 밤하늘을 조각해 넣은 듯한 새파란 털이 기분 좋은 온기를 머금고 부드럽게 가라앉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집니다.

—부디 이 온기가 가엾은 다리뿐만 아니라, 녀석의 시린 마음까지 녹여주기를.—

여우의 까만 눈망울이 당신을 향하자, 손끝에 녀석의 아픔이 어렴풋한 환상처럼 전해져 옵니다. 깊은 숲에서 쫓겨나고 사람들에게 상처 입으며 도망쳐 온 외롭고 고단한 여정의 기억이 머릿속을 차례로 스쳐 지나갑니다. 당신이 상처 입은 발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쿠르릉—!

산들바람만 불던 고요한 아틀리에 밖에서 거친 금속성 엔진 소리가 숲의 정적을 사납게 찢어발깁니다. 포근하던 방 안의 공기가 찬 바람을 맞은 듯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습니다. 녀석은 흠칫 놀라며 다친 발을 웅크린 채, 싱크대 밑 어두운 구석으로 잽싸게 몸을 숨깁니다. 겁에 질린 여우의 상처에서 다시금 푸른빛 연기가 불안하게 피어오릅니다.

"이봐요! 안에 사람 있는 거 다 아니까 당장 문 열어!"

쿵, 쿵, 거친 발길질에 오래된 아틀리에의 나무 문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립니다. 먼지 쌓인 유리창 너머로 붉은 개발사 로고가 찍힌 덤프트럭과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아틀리에를 밀어버리고 거대한 콘크리트 리조트를 지으려는 이들이 마침내 이곳까지 들이닥친 것입니다. 당장 비우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며 윽박지르는 고성이 낡은 천장을 매섭게 때립니다.

—이곳은 할아버지의 소중한 유산이자, 길 잃은 어린 생명의 유일한 안식처인데.—

겁에 질려 신음하는 여우의 가쁜 숨소리가 등 뒤에서 애처롭게 들려옵니다. 문밖의 위협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안심을 찾아가던 여우의 눈빛은 다시 공포로 물들어갑니다. 당신은 흔들리는 시선으로 웅크린 여우와 할아버지의 유품들이 놓인 작업대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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