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철제 부츠가 콘크리트 바닥을 짓이기는 소리는 고막이 아닌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쿵.

무겁고 둔탁한 진동이 비좁은 점검로의 바닥판을 흔들 때마다, 천장에 매달린 녹슨 배관들이 미세하게 떨리며 붉은 먼지를 쏟아냈다. 방금 전까지 벽면을 압착하려던 유압 장치는 거친 수증기를 뿜어내며 오작동을 멈췄지만, 그 대가로 찾아온 침묵은 더 지독한 압박감으로 변해 좁은 통로를 가득 채웠다. 붉은 비상등의 잔영이 어둠 속으로 침전하는 와중에도,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백시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손을 뻗어 진흙과 먼지로 뒤덮인 서류 가방의 황동 플레이트를 쓸었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 그 위에 조각된 글자는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P-098]

자신의 손목 안쪽에 새겨진, 평생을 지우지 못한 기괴한 흉터이자 표식인 ‘P-099’보다 단 하나 앞선 숫자였다. 방금 전 해치 틈새로 보았던 그 방호복의 거구, 인간의 규격을 벗어난 괴물의 가슴팍에 용접되어 있던 플레이트와 동일한 낙인.

등 뒤에서 차가운 금속의 총구가 백시우의 척추 중간을 정확히 겨누었다. 임다혜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권총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조준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다른 한 손에는 방금 가방에서 꺼낸, 피로 얼룩진 수사 보고서가 쥐어져 있었다.

“말해.”

임다혜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분노보다 더 깊은 불신이 그녀의 호흡을 타고 뿜어져 나왔다.

“네 놈 사진이 왜 여기에 있어? 사법 공조관 네 명을 죽이고 불을 지른 방화 주범…… 그게 정말 너야?”

백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총구가 겨눠진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은 자살행위였기에, 그는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낮게 읊조렸다.

“기억나지 않아.”

“거짓말하지 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지금 쏴라. 하지만 그 전에 저 소리를 들어.”

백시우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검지끝이 가리킨 곳은 통로 천장 구석에 매달린 낡은 혼형 스피커였다.

쿵.

문 너머의 괴물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피커의 찢어진 그릴 안쪽에서 웅웅거리는 기분 나쁜 공진음이 발생하고 있었다. 단순한 발자국 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의 주파수가 배관을 타고 흐르는 유압 장치의 진동과 맞물리며, 파이프 내부의 유체에 기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보글보글거리는 불길한 소리가 배관을 타고 번졌다. 음파 공진이 내부 압력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고 있는 현상이었다. 이대로 발자국 소리가 일정 주기를 넘어서면, 유압 배관은 폭발하거나 이 좁은 점검로 전체를 다시 압착하기 시작할 터였다.

“저 괴물은 단순히 우리를 사냥하려는 게 아니야.”

백시우가 턱끝으로 스피커 옆에 붙은 아크릴 판을 가리켰다. 먼지 속에 가려져 있던 미지의 설계자가 남긴 수칙이 그곳에 적혀 있었다.

[목소리의 진폭이 30데시벨을 넘을 시 정수리에서 고강도 감전 필드가 펼쳐진다.]

“우리가 비명을 지르거나, 혹은 저 발걸음 소리에 자극받아 소리를 지르는 순간 천장의 감전 장치가 격발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저 발자국 소리는 그 임계치를 강제로 끌어올리기 위한 메트로놈이다.”

임다혜의 시선이 수칙판과 천장의 구리 코일 더미로 향했다. 코일 끝부분은 이미 푸르스름한 전류의 스파크를 미세하게 뿜어내며 대기 중의 산소를 태우고 있었다. 비릿한 오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그녀는 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바짝 타들어 가는 소리가 이 정적 속에서는 고스란히 데시벨 측정 장치로 흘러 들어갈 것만 같았다. 총을 겨눈 그녀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백시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이 흔들리는 틈을 타, 신속하게 손을 뻗어 임다혜의 손목을 낚아챘다.

“읍……!”

임다혜가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백시우가 그녀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두 사람의 신체가 비좁은 공간에서 강하게 밀착되었다. 백시우는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인 채, 그녀의 오른손 바닥을 강제로 펼치게 만들었다.

어둠 속, 비상등의 붉은 잔광이 그녀의 손바닥을 비추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 아랫부분, 두터운 살집 위에 하얗게 흉터 진 문양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세 개의 직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정육각형의 기하학적 문양.

판게아 그룹의 백도어 실험체들에게 새겨지는 고유의 각인이었다.

백시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너 역시 판게아의 개였군.”

임다혜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녀는 백시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려 했지만, 백시우의 고정된 손길은 바위처럼 단단했다.

“수사관이라는 신분은 껍데기에 불과한가? 네 손바닥에 새겨진 이 표식, 그리고 네가 나를 정확히 찾아낸 이 경로. 내부 조력자가 누구지? 누가 너를 이 밀실로 밀어 넣었나?”

임다혜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30데시벨의 임계치를 가리키는 벽면의 소형 인디케이터가 황색 불빛을 깜빡이며 경고를 보냈다. 24데시벨. 26데시벨. 조금만 더 목소리가 커지면 천장의 구리 코일에서 수만 볼트의 전류가 이 좁은 점검로 전체로 쏟아질 상황이었다.

그녀는 백시우의 눈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원해서 새긴 게 아니야. 그리고 난 널 단죄하러 온 거지, 그 도둑놈들과 손잡은 적 없어.”

“신뢰성이 떨어지는군. 하지만 지금은 그 의문을 해소할 시간조차 부족해.”

쿵!

바로 머리 위의 철판이 크게 울렸다. 괴물이 해치 문을 직접 타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철판이 휘어지며 발생하는 굉음이 점검로 내부를 휩쓸었다. 인디케이터의 바늘이 순식간에 29데시벨을 가리키며 붉은색 영역의 경계선에서 멈칫했다. 천장의 감전 코일이 징하는 고주파의 소음을 내며 푸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제 단 1데시벨의 오차만으로도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숯덩이가 될 터였다.

백시우는 머릿속의 시계를 보았다.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빠르게 깎여 나가고 있었다. 내면 깊은 곳에서 한스의 오만한 비웃음과 샤를의 잔혹한 속삭임이 고막을 두드렸지만, 그는 억지로 그 인격들의 동기화를 억눌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육체의 물리적 파괴력이 아니라, 이 트랩의 구조적 맹점을 파고드는 정밀한 논리였다.

‘안전 수칙은 기만이다.’

설계자는 침입자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거나, 혹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 괴물에게 잡히는 이지선다를 강요했다. 하지만 모든 전자기계식 함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전류의 흐름은 언제나 가장 저항이 낮은 곳을 향한다는 것.

백시우는 주머니에서 아까 발견했던 부러진 만년필 라이터를 꺼냈다. 필라멘트가 노출된 금속 몸체와 강철 스프링이 손바닥 위에서 차갑게 굴렀다. 그는 천장의 스피커 뒤편, 고압 코일로 이어지는 메인 전선 배관을 응시했다.

밀실 내부의 모든 불법 전력망은 규격화된 안전장치 없이 날림으로 조립되어 있었다. 전류의 접합부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구조적 결함이 눈에 들어왔다.

백시우는 가방에서 뜯어낸 황동 플레이트를 만년필 라이터의 스프링에 엉성하게 얽어매어 즉석에서 훌륭한 전도체 갈고리를 만들어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임다혜가 소리 없는 입모양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백시우는 대답 대신, 갈고리를 쥔 손을 천장의 고압 코일 틈새로 밀어 넣었다.

그가 노린 것은 스피커의 음향 진폭을 감지하는 센서와 천장의 고전압 방전 장치를 연결하는 메인 퓨즈 저항선이었다.

만약 데시벨이 넘어가 감전 필드가 펼쳐지기 전에, 강제로 이 두 지점을 합선(Short-circuit)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방전 장치는 허용치 이상의 과전류를 감당하지 못하고 역류할 것이고, 이 불법적인 전력망 전체가 물리적으로 타버릴 것이다.

괴물의 부츠 소리가 다시 한번 머리 위를 때렸다.

쿵!

그와 동시에 백시우는 황동 갈고리를 두 개의 구리 단자 사이에 정확히 찔러 넣었다.

콰아아앙!

고막을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푸른 불꽃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비명 대신 터져 나온 것은 기계의 비명이었다. 천장의 스피커가 내부에서부터 타들어가며 검은 연기를 뿜어냈고, 뒤이어 점검로를 밝히던 붉은 비상등과 배관 벽면의 제어 패널들이 도미노처럼 스파크를 일으키며 차례대로 터져 나갔다.

암흑이 도래했다. 완전히 시야가 차단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타들어 가는 전선 냄새와 주황색 불똥만이 허공을 수놓았다.

“아윽...!”

임다혜가 폭발의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방에서 타닥타닥하며 전선이 타들어 가는 소리만 들릴 뿐, 천장의 위협적인 고주파 소음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점검로 끝자락에서 거대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끼이이이익—

전력망이 전소되면서 elektromagnet(전자석)으로 고정되어 있던 세 번째 밀실의 봉쇄 철창문이 잠금 해제되어 스스로 열리는 마찰음이었다.

백시우는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바닥을 짚었다. 그의 손바닥에 느껴지는 진동이, 드디어 다음 구역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일어나.”

백시우는 쓰러진 임다혜의 팔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은 불꽃이 꺼져가는 어둠 속을 헤치며, 서서히 열리고 있는 무거운 철창문 너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철창 너머에는 좁은 보안 데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위를 비추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정체모를 기계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초록색 백업 인디케이터 불빛뿐이었다.

그 차가운 초록빛 아래, 누군가 일부러 올려놓은 듯한 두 개의 물건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로 얼룩진 채 안테나가 부러져 있는 고장 난 경찰 무전기 하나.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모서리가 불에 그을려 반쯤 타버린 manila 문서철.

그 문서철의 표지에는 뚜렷한 글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대외기밀: 경기남부청 특별수사본부]

임다혜의 호흡이 완전히 멎었다. 그것은 그녀가 소속된 본청의 대외 기밀문서이자, 그녀가 이 밀실로 들어오기 전까지 결코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교육받았던 극비 프로젝트의 보고서였다.

그 보고서가 왜 이 살인마의 밀실 한가운데에 버려져 있는 것일까.

백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 문서철을 내려다보았다. 진실을 향한 단서는 이제 그들의 눈앞에서 피비린내를 풍기며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임다혜의 손가락끝이 그을린 표지 위에서 굳었다. 그녀의 어깨가 눈에 띄게 굳어지며, 거칠어진 호흡이 좁은 데크의 정적을 깨뜨렸다. 가죽 장갑을 낀 그녀의 손이 바르르 떨리며 문서철의 첫 장을 넘기려다 멈췄다. 자신의 소속인 경기남부청의 표식이, 가장 비밀스러운 내사 구역의 문서가 왜 이 기괴한 살인마의 덫 한가운데에 던져져 있는지 그녀의 이성은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백시우는 그녀의 동요를 관조하듯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동작으로 그 옆에 놓인 고장 난 경찰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무전기는 묵직했다. 굳어버린 핏자국이 플라스틱 하우징의 틈새마다 눌러붙어 있었고, 안테나는 무언가 강한 힘에 의해 짓이겨진 상태였다.

손바닥 안에서 무전기를 천천히 돌려가며 살펴보던 백시우의 손끝에 이질적인 감촉이 걸렸다.

송수신용 마이크 그릴 뒤편.

일반적인 마찰로 생길 수 없는, 아주 작고 규칙적인 돌기들이 금속망 표면에 돋아나 있었다. 백시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상등의 희미한 잔광에 무전기를 비추었다. 손가락 끝의 신경을 극도로 끌어올려 그 미세한 굴곡을 읽어 내려갔다.

점자였다.

[거울의 프레임 모서리를 응시하라]

백시우는 미세하게 눈동자를 떨었다. 이 밀실의 설계자인 오진우가 남긴 경고일까, 아니면 이 피비린내 나는 연극에 먼저 발을 들였다가 스러져간 누군가의 마지막 유언일까. 그는 임다혜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무전기를 가볍게 쥐어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자신의 내면에 도사린 차가운 이성이 이 정보를 무기화할 최적의 타이밍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바스라질 것 같군.”

백시우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임다혜의 손끝이 머물러 있는 문서철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마닐라지 표지를 마침내 들추었을 때, 타다 남은 내지의 내용이 드러났다. 그것은 백시우가 피의자로 기재된 연쇄 살인 사건의 수사 보고서 원본이 아니었다.

내부 감찰 보고서.

그것도 판게아 그룹과 경기남부청 고위층 간의 ‘특수 실험체 사후 관리 공조’라는 명목의 극비 합의서였다. 탄화되어 떨어져 나간 종이 조각들 사이로, 몇 개의 단어가 선명하게 눈을 찔러왔다.

[...실험체 P-099의 행동 동기화 제어 실패 시, 사법 공조 수사관 4인을 투입하여 강제 회수 및 현장 소각을 승인함...]

임다혜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녀의 시선이 문서의 하단, 최종 승인권자의 서명란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그녀가 가장 존경하며 따르던 직속 상관의 결재 직인이 선명한 붉은색으로 찍혀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급격히 가빠졌다. 자신이 정의라고 믿으며 쫓아온 수사의 실체가, 거대한 음모의 꼬리를 자르기 위한 기만극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목을 조여 왔다.

그때였다.

철컥, 쿠구구구궁—!

그들이 지나온 점검로의 무거운 철창문이 엄청난 무게감을 자랑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단단한 잠금장치가 맞물리는 기계음이 사방을 뒤흔들었고, 완전히 퇴로가 차단되었음을 알렸다.

동시에 그들이 발을 디디고 있는 보안 데크의 초록색 백업등이 일제히 꺼지며, 기분 나쁜 주황색 경고등이 사방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데크 정면에 설치된 낡은 CRT 모니터의 브라운관이 거친 노이즈를 뿜어내며 켜졌다. 지직거리는 화면 위로 조금 전 두 사람이 탈출했던 감압실 점검로의 실시간 CCTV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 속, 널브러진 파이프 더미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괴물, P-098이었다.

괴물은 카메라 렌즈를 정확히 응시하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왼쪽 손목을 들어 올렸다. 괴물의 두꺼운 가죽 장갑 아래로, 금속 밴드 형태의 장치가 붉은색 빛을 기괴하게 뿜어내며 점멸하고 있었다.

삐— 삐—

모니터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그 기계음과 완벽히 동일한 주파수의 소리가, 백시우의 귓가에서 실시간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그의 왼쪽 손목 안쪽에서부터.

“...윽!”

백시우는 급작스럽게 찾아온 작열감에 왼쪽 손목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살갗 아래, 오랫동안 죽어 있던 흉터인 ‘P-099’의 낙인 부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며 요동치고 있었다. 피부 밑에 이식되어 있던 초소형 수신기가 외부 신호에 반응해 스스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피부 표면 위로 붉은색 기하학적 문양이 핏빛으로 떠오르며, 모니터 속 괴물의 손목 밴드와 정확히 일치하는 주기로 깜빡였다.

두 실험체 간의 거리 동기화.

그것은 저 괴물에게 백시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나침반이자, 두 사람이 조우하는 순간 서로의 뇌파를 강제로 충돌시킬 판게아의 잔혹한 트리거였다.

모니터 속의 괴물이 고개를 꺾으며, 그들이 갇힌 철창문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폭주하듯 질주하기 시작했다. 화면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단단한 철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머지않아 이 얇은 데크를 찢어발길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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