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을 받은 백설민의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며 절규했다.
"닥쳐! 그건 미완성이었을 뿐이야!"
백설민은 의자 아래 숨긴 스파크 장치를 작동시키려 손가락을 비틀었다. 금속 실린더가 마찰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지하실의 정적을 찢었다.
한강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백설민의 손가락 끝이 아닌, 천장의 가스 배출구로 향해 있었다. 배출구에서 역류하던 푸른 연기가 회색 격자 틈새로 완전히 흡입되는 중이었다. 기압차로 인해 웅성거리는 소리가 환풍기 내부에서 들려왔다.
"미완성은 실패와 동의어다."
한강우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그의 왼쪽 귀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이 턱 끝에 맺혔다가 셔츠 깃을 붉게 적셨다.
철문 밖에서 지형섭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도끼날이 철판을 찢고 들어온 틈새로 먼지와 함께 붉은 경광등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대원들의 구두 굽이 바닥을 짓이기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 새끼들, 다 엎드려!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지형섭의 고함이 아페이론의 방음벽을 뚫고 울렸다.
그 순간, 지형섭의 가슴팍에 달린 무전기에서 찢어지는 듯한 고주파 이음과 함께 여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갑고 명확한 음성이었다. 윤세희 검사였다.
-지 팀장, 진입을 중단하십시오.
지형섭의 형사용 도끼가 허공에서 멈췄다. 철문 틈새로 그의 일그러진 눈동자가 보였다.
"윤 검사? 무슨 개소리야! 지금 눈앞에 연쇄살인범 새끼들이..."
-현재 지 팀장이 집행하려는 긴급체포 영장은 피의자 성명 오기 및 관할 법령 위반으로 법령 무효 조치되었습니다. 서부지검에서 방금 임시 보류 정지 명령을 송달했습니다. 15분간 현장을 보존하고 대기하십시오. 지시를 무시하고 진입할 시, 직권남용 및 압수수색 영장 위반으로 현장 대원 전체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습니다.
스피커 너머로 종이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세희는 현장의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녀가 쥔 법의 칼날이 지형섭의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
"윤세희, 너 미쳤어? 한강우 저 미친놈이랑 짜고 치는 거야?"
지형섭이 쇠문을 발로 걷어찼다. 철판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으나, 더 이상 도끼질은 이어지지 않았다. 대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무기를 내렸다. 15분. 공권력이 멈춰 선 완벽한 시간적 울타리가 아페이론 내부에 세워졌다.
한강우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광기 어린 안광이 번뜩였다. 뇌세포가 연소하며 발생하는 열기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이명이 왼쪽 귀를 후벼 파며 뇌를 흔들었다. 정확히 12분간의 기억 상실 트라우마 전조 현상이었다. 뇌가 셧다운되기 시작하는 한계점이었다.
"15분."
한강우가 피로 물든 입술을 열었다.
"그 시간이면 너를 해체하고 남는다, 백설민."
백설민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이마에 핏대가 솟구쳤다.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윤 검사가 너를 도울 줄은 몰랐군. 하지만 이 연극의 규칙은 내가 만들었다."
"착각하지 마라."
한강우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은 일정한 박자로 철제 상판을 두드렸다. 탁, 탁, 탁. 뇌 발작을 억누르기 위한 무의식적인 저항이었다.
"나는 네가 던져준 수칙에 놀아나는 사냥감이 아니다. 네가 만든 미로의 벽을 허물고, 규칙 자체를 쥐고 흔드는 마스터 게임 관리자다."
한강우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낡은 물건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늘어놓았다.
첫 번째는 푸른색 플라스틱 카드였다. 푸른 거울 요양원 302호 사물함에서 발견된, 규칙상 '절대 302호 문에 꽂지 말아야 할 푸른 마그네틱 키카드'였다.
두 번째는 찢어지고 피에 젖은 가죽 수첩이었다. 윤세희가 건넸던 민태경의 유품이자, 붉은 기하학의 불완전한 대칭 도형 설계도가 그려진 수첩이었다.
백설민의 눈동자가 푸른 키카드에 고정되었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카드가 왜 네 손에 있지?"
"요양원 3층은 대칭 구조의 거울 왜곡을 이용한 가상 공간이었다."
한강우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301호의 반사상. 네놈은 그 왜곡을 완성하기 위해 302호 문에 이 푸른 키카드를 꽂지 못하게 수칙으로 강제했다. 발바닥의 냉기 자극으로 피해자가 고개를 들게 만들어 천장의 낚싯바늘 덫에 안구가 꿰뚫리게 설계한 것 역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지."
백설민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걸 알아챘단 말인가."
"민태경의 수첩에 그려진 설계도를 보고 확신했다."
한강우가 수첩의 마지막 페이지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백설민이 그토록 집착하던 붉은 기하학의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대칭은 완벽하지 않았다. 선 하나가 미세하게 어긋나 있었다.
"너는 모든 설계가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고 믿었겠지. 하지만 민태경이 죽어가면서 남긴 이 스케치를 봐라. 대칭의 완성은 90도가 아니라, 87도의 결함 속에 있었다. 너의 첫 번째 살인은 완벽한 기하학적 배치가 아니라, 3도의 오차를 감추기 위한 조잡한 가림막이었다."
백설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가 평생을 바쳐 쌓아 올린 '붉은 기하학'의 무결성이, 한강우의 몇 마디 말에 의해 완전히 붕괴되고 있었다.
"그건 미완성이 아니야! 예술적인 변주였을 뿐이다!"
백설민이 구속 벨트를 풀기 위해 몸을 뒤틀었다. 가죽 끈이 그의 손목을 파고들어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그 순간, 지하실 내부에 다시 한번 백색 연기가 고이기 시작했다. 수동 해제 코드가 입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의 마비 가스 농도는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었다. 공기 중으로 번지는 매캐한 냄새가 한강우의 폐부를 찔렀다.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고통 속에서 민태경의 환각이 다시 나타났다. 가슴이 함몰된 채 피를 흘리는 민태경이 한강우의 어깨 너머로 속삭였다.
'강우야, 저놈은 자신이 만든 미로에 갇혔어. 끊어버려.'
한강우는 환각을 응시하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가스의 독성이 온몸의 신경을 마비시키려 했으나, 그는 대뇌 피질을 강제로 자극하며 고통을 인내했다. 그의 이성은 오히려 극도로 선명해졌다.
"아페이론 비밀유지 계약서 제7조 바항을 기억하나?"
한강우가 의자에 묶인 백설민을 내려다보았다.
"의뢰인이 허위의 물증을 제출하여 감정을 기만할 시, 감정인은 의뢰인의 신체적 표식을 즉시 임시 보존 처리할 수 있다."
백설민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네가 내게 보낸 붉은 기하학의 주화. 그리고 그 수표. 그것들은 진짜 의뢰인의 증표가 아니었다. 너는 내 분석을 기만하기 위해 가짜 물증과 조작된 단서를 던졌다. 계약서에 서명한 순간부터 너는 내게 신체적 보존 처리를 당할 권리를 양도한 것이다."
한강우는 테이블 아래로 손을 뻗어 두꺼운 구속용 스위치를 올렸다.
*철커덕.*
백설민이 앉아 있는 가죽 의자의 무거운 고정 장치가 바닥의 철판과 결합하며 강한 진동을 냈다. 2만 볼트의 고전압 전류가 흐르던 도선들이 의자의 하부 프레임을 감싸 안았다. 이제 이 의자는 한강우의 허락 없이는 결코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구속틀이 되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백설민의 우아한 가면이 완전히 찢어졌다. 그의 목소리에 깃든 오만함은 사라지고, 오직 가공되지 않은 살의와 당혹감만이 남았다.
철문 밖의 지형섭은 무전기를 쥔 채 시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11분이었다.
"한강우! 귀청 떨어지는 소리 내지 말고 당장 문 열어! 네놈이 안에서 무슨 짓을 꾸미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외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한강우의 복제된 음성이 지형섭의 말을 끊었다.
-지 팀장, 11분간 진입을 멈춰라. 지금 문을 열면 백설민의 기폭 장치가 작동한다.
그것은 한강우가 뇌 발작 전 유선망에 동기화해 둔 12분짜리 루프 녹음 장치였다. 기계적인 목소리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며 외부의 공권력을 완벽하게 묶어두고 있었다.
지하실 내부의 백색 가스가 한층 더 짙어졌다. 한강우의 시야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왼쪽 귀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의 백색 타일을 가로지르며 기하학적인 선을 그렸다.
그는 백설민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너는 나를 거울로 삼아 파멸시키려 했지."
"..."
"하지만 거울에 비친 것은 결국 너 자신의 추악한 한계다."
백설민은 이빨을 갈았다. 그의 손가락이 의자 오른쪽 옆구리의 은밀한 틈새로 기어들어 갔다. 그곳에는 비상시 가죽 벨트와 구속 락을 강제로 유압 해제할 수 있는 수동 탈출 전선 장치가 숨겨져 있었다.
백설민의 손가락 끝에 금속 와이어가 닿았다.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너는 내 설계를 벗어날 수 없어, 한강우."
백설민은 와이어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나 쇠붙이가 끊어지는 소리 대신, 기어 가 맞물려 돌아가다 멈춘 둔탁한 금속음만이 지하실에 울렸다.
*덕.*
좌석 하부의 유압 실린더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붉은 경고등이 그의 발밑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아페이론의 백색 벽면을 붉게 물들였다.
백설민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의 손가락이 와이어를 다시 한번 거칠게 쥐었으나, 철제 실린더는 이미 안쪽에서 용접된 것처럼 단단히 잠겨 있었다.
"이게... 왜 안 움직이지?"
백설민의 떨리는 시선이 한강우의 손끝으로 향했다. 한강우의 손가락은 여전히 일정한 박자로 철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탁, 탁, 탁.
그것은 백설민의 심장박동수와 완벽하게 어긋나는 고유의 주파수였다.
백설민의 손가락끝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한강우는 테이블 중앙의 홈을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거기에는 푸른 거울 요양원에서 회수한 푸른 마그네틱 키카드가 자리를 차지했다. 카드의 자성체가 수동 해제 와이어의 유압 밸브를 제어하는 메인 칩셋 위에 완벽히 밀착했다.
"그 카드의 주파수는 대칭 회로를 교란한다."
한강우가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요양원 302호에서 이 카드를 숨긴 이유는 하나다. 그것이 네가 설계한 모든 기하학적 밸브를 강제로 정지시키는 유일한 마스터키이기 때문이다."
백설민은 거칠게 호흡했다. 그의 가슴팍에 심어진 압력 연동 기폭 유닛의 발광 다이오드가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신호를 전환했다. 심박수가 분당 130회를 넘어서며 급격히 상승했다. 액정 화면의 숫자가 어두운 지하실 내부로 붉은 빛을 발산했다.
"미쳤군."
백설민이 이빨 사이로 거친 소리를 내뱉었다.
"내 심박수가 150을 넘으면 이 지하실 전체의 기폭 장치가 작동한다. 나와 함께 죽을 작정인가?"
"너는 죽지 못한다."
한강우의 왼쪽 눈에서 붉은 실핏줄이 파열했다. 시야의 절반이 붉은 막을 씌운 것처럼 왜곡을 시작했다.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고열이 관자놀이를 강하게 강타했다.
그는 자신의 재킷 주머니에서 민태경의 유품 수첩을 다시 제시했다. 수첩 뒷면에 붙어 있던 붉은 기하학 문양의 자기앞수표가 백설민의 시야에 도달했다.
"이 수표의 발행 번호와 수동 해제 코드의 역공식은 일치한다."
한강우는 목소리의 톤을 한 단계 낮추었다.
"내가 입력한 코드는 네 심박수를 강제로 동기화 기준점에서 이탈시키는 주파수를 발생시켰다. 네 심장이 아무리 빠르게 뛰어도, 시스템은 그것을 폭발 범위로 인식하지 않는다."
백설민의 눈동자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막 위로 손바닥을 밀착했다. 기폭 단말기의 센서가 한강우가 입력한 87도의 역공식에 의해 완전히 무력화되었음을 직감했다.
"이건 불가능하다. 그 공식은 나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민태경이 죽기 직전 14분 22초 동안 이 수식을 완성했다."
한강우는 들고 있던 수화기를 바닥으로 방치했다. 그의 두 무릎이 힘없이 꺾이며 바닥으로 무너졌다. 쓰러지는 그의 신체 반응은 온도를 잃고 식어갔다. 의식이 암전 속으로 완전히 침강을 시작했다.
정확히 12분간의 뇌 셧다운이 일어나는 순간이 도래했다.
지형섭 형사가 문을 부수고 들어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으로 단축했다. 한강우의 자아가 소멸한 12분 동안, 아페이론의 밀실에는 오직 묶여 있는 백설민과 서서히 차오르는 마비 가스만이 존재했다.
한강우는 완전히 바닥에 누워 신체 활동을 정지했다. 그의 눈꺼풀이 닫히기 직전, 백설민의 거친 비명이 지하실의 백색 벽을 강타했다.
"강우야! 눈 떠! 이 코드를 풀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백설민의 절규는 더 이상 우아하지 않았다.
한강우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으며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의식이 완벽하게 단절되며, 아페이론의 자동 제어 시스템이 마지막 경고음을 방출했다.
백설민의 의자 뒤편에서 숨겨진 세 번째 락 실린더가 작동하는 소리가 발생했다. 그것은 백설민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수첩의 찢어진 조각 속에 숨겨져 있던 마지막 규칙의 발동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