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귓가를 파고드는 숨결은 뜨거웠지만, 척추를 타고 내리꽂히는 감각은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나랑 같이 이 가문을 찢어버리자."

강세현의 젖은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쏟아졌다. 그의 단단한 팔이 허리를 조여올수록, 가슴 한가운데에 박힌 보이지 않는 쐐기가 심장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 쇼윈도 부부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 아래에서 결코 허용되지 않는 감정. 서로를 향한 적의가 깊을수록 가문에 막대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공명 계약의 법칙이, 지금 그들의 내부에서부터 사정없이 어긋나고 있었다.

"이거…… 놔."

여진은 갈라지는 목소리를 겨우 쥐어짜 냈다. 숨을 들이쉬는 매 순간마다 폐포 깊숙한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치솟았다. 가슴 가죽 밑으로 검붉은 모세혈관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조여드는 감각. 그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짓눌린 심장 박동기가 한계치를 가리키듯, 명치 부근이 붉게 달아오르며 살을 찢는 것 같은 물리적 고통으로 화했다.

쿵. 쿵. 쿵.

두 사람의 심장박동이 완벽하게 포개어지는 순간, 고통의 진폭은 배가 되었다. 세현의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불규칙한 떨림이 여진의 뼈마디를 타고 그대로 전이되었다. 그는 아파하고 있었다. 자신을 옭아맨 사슬을 끊어내고 싶어서, 그리고 그녀를 이 지옥 같은 굴레에서 꺼내고 싶어서.

하지만 그를 향한 연민이, 손끝을 타고 흐르는 이 기묘한 온기가 깊어질수록 저주는 더욱 잔혹하게 이빨을 드러냈다. 가슴 안쪽에서 붉은 불꽃이 일어 혈관을 타고 번져나가는 감각에 여진은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을 채웠다.

"강세현, 정신 차려."

여진이 억지로 몸을 돌려 그와 마주 보았다. 세현의 눈동자가 깊게 흔들리고 있었다. 평소의 여유롭고 장난기 가득하던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지독한 갈망과 고통으로 얼룩진 얼굴만이 눈앞에 있었다.

"이 손 놓으라고 했어.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이래?"

"알아."

세현이 낮게 읊조리며 그녀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그의 손바닥은 불덩이처럼 뜨거웠지만,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지 않으면 이 집구석이 망한다는 거. 내가 너를 마음에 품는 순간 내 심장이 먼저 터져 나갈 거라는 거. 전부 다 알아."

"알면서 이래? 백령과 태성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뭔지 잊었어? 우린 서로를 갉아먹는 독약이어야 해. 그래야 그 늙은이들이 원하는 '행운'이 유지된다고."

"그깟 행운, 필요 없어."

그의 고집스러운 대답과 동시에 여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거실 한구석의 장식장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세현의 침실로 이어지는 문가, 그 옆에 놓인 고풍스러운 콘솔 서랍이었다.

여진은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가슴을 찌르는 통증에 무릎이 꺾일 것 같았지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녀는 가문에서 그렇게 자라왔다. 뺨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져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인형으로.

스르륵.

서랍을 열자 안쪽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작은 유리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한 액체 위로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약병. 2화에 세현의 침실 서랍에서 발견했던 바로 그 '감각 과부하 완화제'였다. 서로를 향한 혐오와 고통을 가장하기 위해, 혹은 이 끔찍한 공명 통증을 억누르기 위해 세현이 남몰래 복용해 온 비장의 도구.

여진이 약병을 집어 들자 세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걸 마시겠다고?"

"아니."

여진이 약병의 코르크 마개를 뽑아내며 세현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건 내가 아니라, 너한테 필요한 거야."

"한여진."

"네 심장이 먼저 망가지고 있어, 세현아. 내 감각이 그렇게 말해 주는데, 감히 속이려고 들지 마."

그녀의 목소리는 차디찼지만, 행동은 그 누구보다 이타적이었다. 여진은 약병을 세현의 입가로 가져갔다. 세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그녀는 오히려 자신의 체내에 남아있는 공명 에너지를 역작동시켜 그의 통증을 자신에게로 끌어오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다.'

머릿속으로는 수백 번, 수천 번을 되뇌었다. 저 남자를 사랑하는 순간 내 모든 복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백령그룹을 무너뜨리고 완전한 독점 승계자가 되겠다던 내 갈망이, 단지 저 다정한 눈빛 하나 때문에 무너질 수는 없다.

그러나 몸은 머리의 명령을 거부했다. 세현의 호흡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반면, 여진의 시야는 급격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셔츠 깃을 적셨다.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한계치에 다다라, 손끝의 감각마저 무뎌져 갔다.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세현이 약병을 쳐내며 여진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의 손길을 통해 여진의 몸속으로 밀려 들어온 것은 극도의 분노와, 그보다 더 깊은 슬픔이었다.

"왜 내 고통까지 네가 가져가! 네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거야?"

"시끄러워."

여진이 입술을 깨물며 버텼다.

"네가 무너지면 내 계획도 망가져. 넌 내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태성을 칠 가장 유용한 무기니까.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버텨."

모진 말로 가시를 돋웠지만, 이미 공명된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세현의 머릿속에 가득 찬 그녀를 향한 걱정과 갈망이 여진의 뇌리로 고스란히 흘러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지잉-

소월재의 공기가 기이한 진동음과 함께 얼어붙기 시작했다. 거실을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참나무 기둥 위로 붉고 검은 문양들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백령과 태성의 원로회가 새겨놓은 정략 사슬의 파멸 카운트다운 마법적 계기판이었다.

두 사람의 정서적 교감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저택 자체가 그들의 반역을 경고하듯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둥 전체를 타고 올라가는 검은 낙인들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빛을 발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무언의 압박. 사랑을 선택하는 순간, 가문의 모든 행운은 소멸하고 두 사람은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리라는 잔혹한 선언이었다.

"하……."

여진이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온몸을 짓눌렀지만, 그녀는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폈다. 턱끝을 치켜올린 그녀의 눈빛에 서슬 퍼런 살기가 감돌았다.

"이따위 장난감으로 나를 위협하겠다고?"

그녀는 타들어 가는 심장의 통증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기둥에 새겨진 붉은 문양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포커페이스. 죽음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도 백령의 후계자로서의 위엄은 추호도 꺾이지 않았다.

"강세현. 똑똑히 봐."

여진이 세현의 덜덜 떨리는 손을 꽉 맞잡았다.

"이 가문이 만든 규칙이 얼마나 나약한지. 우리가 진짜로 미쳐버리면, 저들이 세운 성벽 따위는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거야."

그녀의 선언은 오만했고, 지독하리만큼 아름다웠다. 가문의 구습을 비웃듯, 여진은 오히려 고통의 중심부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세현은 그런 그녀를 넋을 잃은 채 바라보았다. 그녀의 강인함 뒤에 숨겨진 깊은 상처를 알기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지옥불을 감내하는 그 숭고한 고집을 알기에.

"여진아……."

세현이 마침내 무너지듯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그의 넓은 어깨가 잘게 떨렸다.

툭.

여진의 얇은 실크 블라우스 어깨 위로 뜨거운 물방울이 떨어져 번졌다. 세현의 눈물이었다. 평생을 냉소와 여유로 무장했던 남자의 가장 나약하고도 진실한 고백이, 그녀의 옷자락을 축축하게 적셔왔다.

동시에, 두 사람의 결합된 감정이 소월재의 결계를 뒤흔들었다.

파지직!

벽면 깊숙한 곳, 한태오가 심어놓은 고대의 도청 및 생체 감시 마진이 그들의 폭발적인 감정 정서와 공명 능력을 견디지 못하고 임계치를 넘어섰다. 어둠 속에서 기이한 청색 불꽃이 자축하듯 스파크를 일으키며 타올랐다. 소월재를 감싸고 있던 침묵의 장벽에 마침내 메울 수 없는 거대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매캐한 오존 냄새가 거실의 무거운 공기 속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벽면의 마진이 타들어 가며 남긴 푸른 연기가 허공에서 느리게 흩어지는 동안, 여진은 세현의 어깨를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세현아, 정신 차려."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세현은 여전히 그녀의 블라우스를 움켜쥔 채,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의 눈물이 닿은 자리가 살갗을 데일 듯 뜨거웠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

여진이 손가락을 뻗어 그의 턱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세현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여진의 시선과 허공에서 얽혔다. 그의 눈꺼풀이 잘게 떨리며, 그 안에 담긴 깊은 절망과 열망이 여진의 눈동자로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여진은 그의 눈빛에 담긴 진심을 끝내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돌려 벽면의 검게 그을린 자국을 바라보았다. 시선의 이동 끝에 닿은 곳은 참혹한 현실이었다.

"도청 마진이 파괴되었어. 백령의 본가에 있는 감시 서버에 즉각 경보가 울렸을 거야."

"알아."

세현이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다시금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한태오가 사람을 보내기까지 길어야 십 분이야. 우리가 감정을 자각하고 계약 반사 통증을 일으켰다는 생체 정보가 완전히 전송되기 전에, 지하에 있는 중앙 서버를 날려야 해."

"지하로 가자."

여진이 그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발을 내딛는 순간, 명치끝을 사정없이 찌르는 듯한 통증에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여진아!"

세현이 민첩하게 그녀의 허리를 받쳐 안았다.

접촉이 긴밀해질수록, 그들의 '골든핑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었다. 소월재 지하 깊은 곳에 있는 기계 장치들의 미세한 톱니바퀴 맞물리는 소리, 벽면을 타고 흐르는 전류의 파동까지 뇌리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동시에, 그 대가인 심장 붕괴의 통증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강도로 그들을 덮쳐왔다. 가슴속에서 수천 개의 달궈진 바늘이 심장을 꿰뚫는 듯한 고통에 여진의 입술 사이로 억눌린 비명이 비집고 나왔다.

"으윽……!"

"내 손 잡아. 고통을 나누자."

세현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제 손가락을 얽으며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안 돼, 강세현. 네가 더 위험해져."

"죽어도 같이 죽어. 혼자 지옥에 가게 두지 않아."

세현의 완고한 태도에 여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혀끝을 자극하며 흐려지던 정신을 맑게 깨웠다.

그들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소월재의 지하 통로로 향했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점점 차갑고 습해졌다. 곰팡이 냄새와 낡은 철문의 녹슨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지하 중앙 제어실의 육중한 철문 앞에 도달했을 때, 그들의 눈앞에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시스템 락다운 진행 중 (남은 시간: 03:14)]

"이중 생체 인식이야."

세현이 철문 옆의 유리 패널을 가리켰다.

"백령과 태성의 후계자가 동시에 손바닥을 얹어야만 열려. 하지만 지금 가동률이 최고조에 달한 이 상태에서 우리가 동시에 손을 대면……."

"심장이 버티지 못하겠지."

여진이 차갑게 말을 맺었다.

서로를 향한 이끌림이 극에 달한 지금, 두 사람의 신체 접촉은 가히 치명적인 수준의 계약 반사를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문이 열리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내가 할게."

세현이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손을 뻗으려 했다.

"비켜."

여진이 냉정하게 그의 어깨를 밀쳐냈다.

"이건 대리 성장의 무대가 아니야, 강세현. 내 가문의 저주는 내 손으로 끊어낼 거야."

그녀의 눈빛에는 타인의 호의를 절대 믿지 않는, 오직 스스로만을 믿고 전진해 온 백령의 사냥개다운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잊지 마. 우린 지금 공명하고 있어. 네가 고통스러우면 나도 고통스럽고, 내가 버텨내면 너도 버틸 수 있어."

여진은 세현의 떨리는 손을 낚아채어, 자신의 손과 포개어 잡았다.

"하나, 둘, 셋 하면 대는 거야."

세현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이내 그녀의 확고한 결의에 동화된 듯 턱근육을 단단히 굳혔다.

"간다."

두 사람의 포개진 손바닥이 차가운 이중 인식 패널 위로 동시에 내려앉았다.

쿠웅-!

그 순간, 뇌가 타버릴 것 같은 충격이 두 사람의 전신을 관통했다.

"아아악!"

세현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여진 역시 눈앞이 새하얗게 탈색되는 고통에 비틀거렸다. 심장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한 물리적 압박감. 검붉은 모세혈관들이 피부 위로 도드라지며 불길처럼 일어나는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하지만 그 극렬한 고통의 심연 속에서, '골든핑거'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초감각이 한계를 뚫고 폭발했다. 여진의 눈앞에 철문 너머, 벽면 회로를 타고 흐르는 데이터의 흐름이 입체적인 빛의 선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흐름을 포착했다. 그 선의 끝에는 한태오의 본가 서버로 향하는 광케이블이 있었다.

"세현아, 지금이야……! 네 안의 태성의 힘을 회로로 흘려보내!"

여진이 소리쳤다.

세현이 고통으로 이를 악물며, 여진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태성그룹 후계자 고유의 초감각적 전자기 제어 능력이 여진의 의지와 공명하며 증폭되었다. 두 사람의 폭발적인 감정의 에너지가 역류하여 보안 패널 안으로 침투했다.

치이이익! 푸스스스.

강력한 과전류가 회로를 집어삼키며 타버리는 소리가 지하 통로에 울려 퍼졌다. 생체 데이터 전송을 알리던 붉은 불빛들이 차례로 꺼지며 암전되었다. 시스템 로그가 완전히 소멸한 것이다.

"하아, 하아……."

여진은 패널에서 손을 떼며 바닥으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세현 역시 그녀의 곁에 무너지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가슴의 통증은 여전히 잔상처럼 남아 심장을 찌릿하게 만들었지만, 최악의 위기는 넘겼다는 안도감이 그들의 피부를 스쳤다.

"해냈어……."

세현이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겨 주었다.

하지만 안도는 찰나였다.

지이이잉-.

꺼졌던 중앙 모니터가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다시 켜졌다.

전송이 차단되어 노이즈로 가득 찬 화면 너머로, 기괴할 정도로 정교하게 조율된 실루엣이 떠올랐다. 그것은 한태오가 아니었다.

태성그룹의 두 번째 뱀, 강선우였다.

비열한 미소를 입가에 걸친 그의 얼굴이 노이즈 틈새로 일그러져 보였다.

- "형, 그리고 형수님. 아주 눈물겨운 쇼를 하고 계시네."

강선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 "한태오 회장님의 감시 장치를 부수면 안전할 줄 알았어? 그 영감탱이가 심어둔 마진 밑에, 내가 뭘 더 얹어놓았는지 몰랐나 보네."

그의 말에 여진의 잔뜩 가라앉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강선우가 손가락으로 가볍게 태블릿 화면을 톡톡 쳤다. 화면 속에서, 방금 전 두 사람이 거실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가문을 찢어버리자"며 눈물 흘리던 고해성사 장면과, 급격히 솟구친 심장박동 그래프가 선명한 비디오 파일로 재생되고 있었다.

- "서로 사랑하면 심장이 터져 죽는 저주라니, 참 로맨틱하기도 하지. 이 영상을 원로원에 넘기면 두 사람 다 어떻게 될까?"

선우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어두운 지하실을 가득 채웠다.

"강선우……."

세현이 살기 어린 목소리로 읊조리며 일어서려 했으나, 여진이 그의 손을 꽉 잡아 말렸다.

바로 그 순간, 지하실 입구의 강철 셔터가 굉음을 내며 아래로 완전히 내려앉았다.

쿵-!

탈출구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리고 붉은색 비상등 대신,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이한 푸른색 마법 문양들이 지하실 벽면 전체에 서서히 새겨지기 시작했다. 원로원이 계약 위반자를 처단하기 위해 준비해 둔 '침묵의 감옥' 진짜 작동형 폐쇄 프로토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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