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통유리창을 통해 쏟아집니다. 온실 연구소 안은 말 그대로 지상낙원입니다. 당신은 푹신한 카우치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느긋하게 기지개를 켭니다.
기억하시나요? 불과 얼마 전까지 마수가 날뛰고, 사악한 흑마법사가 음모를 꾸미고, 설상가상으로 교수들이 낙제라며 당신의 뒷목을 잡게 했던 그 피곤한 나날들을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귀찮은 방해물들을 '지나가는 길에 밟히는 돌멩이' 치우듯 툭툭 털어버린 이후,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루인 님, 오늘 준비한 최고급 실론 티와 특제 딸기 타르트입니다."
일전에 당신이 마황수를 손가락 하나로 먼지로 만들 때 조용히 비명을 질렀던 동기 녀석이, 이제는 거의 신주단지 모시듯 찻잔과 디저트 트레이를 내려놓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거대한 경외감이 가득합니다.
"언제나처럼... 심오한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고 계셨군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그냥 점심에 라면 먹을까 짜장면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오...! 밀가루의 본질과 동양 식문화의 융합을 통한 마력 순환의 원리를 고뇌하고 계셨다니! 역시 깊으십니다!" "……."
당신은 해명을 포기합니다.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대마법사의 은밀하고 심오한 비유'로 해석하는 이 아카데미 녀석들의 착각 병동 수준은 치유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창밖을 보니 학장이 저 멀리서 온실 쪽을 보며 흐뭇한 아빠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당신이 명예 특별 연구원 자리를 수락하자마자, 학장은 개인 온실 연구소를 통째로 내주고 과제와 시험을 전면 면제해 주었습니다. 혹시라도 나라가 망할 위기가 오면 딱 한 번만 손가락을 튕겨달라는 애원과 함께 말이죠.
"뭐, 나라가 망하면 내 낮잠 자리도 없어지니까 그쯤이야."
당신은 찻잔 위에 가볍게 손가락을 흔듭니다. 8서클 열 마법의 정밀 제어를 극도로 낮춘 '미세 온도 조절 마법'이 찻잔을 정확히 65.5도로 유지시킵니다. 대륙의 대현자들이 보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마력 낭비지만, 알 게 뭡니까? 내 차가 가장 맛있는 온도로 유지되는 게 인류의 평화보다 중요한 것을요.
이제 당신을 귀찮게 구는 교수도, 강제로 굴리려는 교관도 없습니다. 마물들은 알아서 당신의 소문을 듣고 도망치고, 악당들은 아카데미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은퇴 생활. 몸은 낙제생의 외형이지만, 알맹이는 온 세상을 다 가진 대마법사. 당신은 달콤한 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고, 다시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나를 건드리는 녀석들은 전부 밟아버렸으니, 이제 남은 건 이 따뜻한 온실 속에서 영원토록 평화롭고 게으르게 살아가는 일뿐입니다. 빙의 인생 2회차,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는 듯 당신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호선을 그리며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