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새끼, 쥐새끼처럼 발뺌하긴."

흑룡 길드의 덩치들이 팔짱을 낀 채 당신을 에워쌉니다. 현장에서 실종된 정찰대의 흔적을 기어코 당신에게서 찾아내겠다는 심산입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이목이 있으니 대놓고 손을 쓰지는 못하는 상황.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비열하고도 잔인합니다.

"들어가라. 여기서 살아서 나오면 무죄로 처리해주지."

쿠우우웅!

등 뒤에서 강제로 열린 문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비공식 무등록 C급 레이드 구역, 일명 '강령사의 숲'. 사방이 피비린내와 썩은 흙먼지로 가득한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보통의 F급 헌터라면 입구에 발을 딛자마자 오줌을 지렸을 타이밍. 하지만 당신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는 오히려 축제 분위기입니다.

[신화급 특성 '심연의 지배자'가 공명합니다.] [주변의 음산한 마력을 강제로 흡수하여 스탯으로 전환합니다!]

어라? 이거 완전 내 세상이잖아?

스르륵, 스스스!

사방의 흙더미를 뚫고 뼈마디가 툭 튀어나옵니다. 시퍼런 안광을 흘리며 기어 나오는 좀비와 스켈레톤 무리들. 놈들이 이빨을 딱딱거리며 당신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합니다.

하지만 신화급 각성을 마친 당신의 눈에는 그저 느려 터진 과녁판일 뿐입니다.

타아앗!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릅니다.

콰아아앙!

가장 먼저 덤벼든 스켈레톤의 대가리에 주먹을 내리꽂습니다.

바스러지는 두개골.

콰직!

반대편에서 덮치려던 좀비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대로 바닥에 메칩니다.

우드득!

"식은 죽 먹기보다 쉽네."

가볍게 손을 털자, 당신 근처에 접근했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한 줌의 마력 가루가 되어 흩어집니다. 흑룡 길드 놈들이 짜놓은 비열한 덫이 오히려 당신에게는 최고의 경험치 밭이 된 셈입니다.

그때, 저 멀리 숲 깊은 곳에서 거대한 안개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합니다. 이 던전을 통제하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의 살기입니다.

동시에, 반대편 수풀 너머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옵니다. 흑룡 길드가 던전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해 미끼로 먼저 밀어 넣었던 무고한 하급 헌터들의 목소리입니다.

당신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갑니다. 약골 코스프레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던전을 어떻게 요리할지 결정을 내릴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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