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협회 제3심사실. 코를 찌르는 퀴퀴한 담배 연기 너머로, 돼지 기름을 바른 듯한 대머리가 번들거립니다.
부패하기로 소문난 헌터 등록 심사관, 강태식. 그가 당신의 서류를 툭툭 치며 비열한 비웃음을 흘립니다.
"서도진 씨? 던전 붕괴 사고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행운아라지?"
그의 눈빛에는 동정 따위 없습니다. 오직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같은 탐욕만 가득할 뿐.
"근데 어쩌나.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말이야. F급 나부랭이들 라이센스 발급이 아주 엄격해졌거든."
강태식이 슬그머니 서랍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밉니다. 제목은 거창한 '협회 특별 관리 동의서'. 실상은 노예 계약서나 다름없습니다.
향후 5년간 던전 수입의 80% 상납. 그리고 거대 길드의 위험한 뒤처리 전담.
"이거 서명 안 하면, 라이센스 발급은 무기한 보류야. 아니, 불법 던전 침입 혐의로 감옥에 처넣을 수도 있지. 여기선 내가 곧 법이니까, 응?"
대놓고 침을 뱉는 듯한 양아치 양아치식 협박. 과거의 당신이었다면 벌벌 떨며 무릎을 꿇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당신의 심장 깊은 곳, 숨죽이고 있던 절대적인 힘이 꿈틀거립니다. 죽음의 순간 손에 넣은 신화급 특성, '스펙터 스크롤'.
지금 당신의 영혼 안에 깃든 파멸의 힘은 이 돼지 같은 인간을 먼지로 만들기 충분합니다.
스우우우―
심사실의 형광등이 흐느끼듯 깜빡입니다. 공기가 순간적으로 영하로 곤두박질칩니다.
‘하, 이 인간이 진짜 매를 사서 비비네.’
머릿속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F급으로 조용히 위장 등록하고, 거대 길드놈들의 대가리를 천천히 깨부수려 했는데. 첫 단계부터 날파리가 제대로 꼬였습니다.
쿵.
강태식이 책상을 내리치며 목청을 높입니다.
"뭐야? 그 건방진 눈빛은? 확 헌터계에서 매장당하고 싶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저 자식의 머리통을 영혼째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신화급 특성을 숨길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 박힌 붉은 인장. 그리고 당신의 그림자 속에서 굶주린 이빨을 드러낸 그림자 괴수들.
지옥 같은 인내로 이 더러운 계약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누구도 알지 못하게 이 방 안에서 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것인가.
당신의 차가운 가면 아래에서, 진짜 괴물이 눈을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