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쿵! 무릎이 허망하게 꺾인다.

바닥에 새겨진 거대한 한계 제압 마법진이 피처럼 붉은 빛을 뿜어낸다. 당신의 어깨 위로 수만 톤의 수압과도 같은 중력이 사정없이 내려앉는다.

"큭...!" 신화급 권능을 쥐었어도, 비열한 덫 앞에서는 무력했다. 사방을 가득 메운 수백 명의 엘리트 헌터들. 그들이 비열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당신을 구속하기 시작한다. 대기업 길드의 악랄한 자본과 기술력이 총동원된 덫은 빈틈이 없었다.

철컥! 사방에서 날아든 마력 봉인 사슬이 뼈를 파고든다.

퍼어억! 무자비한 타격음과 함께 둔중한 고통이 척추를 때린다.

콰직! 비틀거리는 당신의 가슴 앞으로 마력을 얼려버리는 대형 낙인이 찍힌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결국 우리 손바닥 안이지." 길드장의 거만한 비웃음이 흐릿해지는 귓가를 때린다. 이어지는 것은 차갑고 축축한 나락의 냄새뿐이다.

스으윽.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마력 억제 장치가 당신을 공중에 매단다. 그리고, 거대한 강화유리 수조 속으로 사정없이 처박는다.

쿵! 푸슈우우우! 사방이 차단되고, 정체불명의 녹색 세뇌 제어 배양액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코와 입으로 흘러드는 액체는 폐부까지 얼려버릴 듯 차갑다.

"우웁...! 읍!" 숨을 쉬려 허우적거리지만, 손발을 묶은 사슬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치이이이이익! 목덜미와 척추를 관통하며 수십 개의 마력 추출 호스가 꽃힌다. 머릿속을 헤집는 강력한 전기 자극. 기억을 지우고 이성을 말살하는 세뇌 나노 물질이 온몸에 주입된다.

"끄.. 윽! 으아아악!" 당신이 남은 힘을 쥐어짜며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수조 밖으로는 오직 보글거리는 차가운 공기 방울만 흘러나올 뿐이다.

복수를 다짐했던 기억들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절대적이었던 신화급 권능의 뜨거운 지배력마저 강제로 추출되어 적들의 병기 동력원으로 변모해 간다.

자아를 잃어가는 시선 너머로, 수조 밖에서 당신을 구경거리처럼 조롱하는 적들의 얼굴이 보인다.

당신은 이제 서도진이 아니다. 복수를 꿈꾸던 뜨거운 불꽃은 이곳에서 영원히 소멸했다. 남은 것은 평생 영양액을 공급받으며 마력만 짜이는, 길드의 잔인한 거대 생체 병기뿐.

수조 속의 불빛이 완전히 꺼진다. 당신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암흑 속으로 침잠한다.

[Bad Ending: 박제된 신화]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