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직!
질척한 피와 마력의 파편들이 폭풍에 휘말려 먼지처럼 흩어진다.
세계 각성자 연합 총재.
거악의 정상에 군림하던 사내의 마지막 심장이 마침내 깨끗하게 터져 나간 순간이었다.
"그러게 곱게 늙어서 은퇴나 하시지, 영감님."
서도진은 피 묻은 손을 툭툭 털어냈다.
썩어빠진 카르텔의 우두머리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완벽한 사이다의 맛.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지이잉! 지이잉!
도진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들이 미친 듯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재난 경보 수준이 아니다. SNS와 실시간 속보 창이 터져 나갈 정도로 폭증하고 있었다.
머리가 잘려 나간 뱀들이 광란을 시작한 것이다.
총재라는 구심점이 사라지자마자, 전 세계의 쓰레기 각성자 가문들과 하이에나 길드들이 본색을 드러냈다.
"지금이 기회다! 다 빼앗아!"
"민간인 놈들은 전부 노예로 삼아라!"
화면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약탈, 방화, 그리고 무차별적인 학살.
더는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 쓰레기들이 세상의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무법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쾅!
그때, 도진이 서 있는 전당의 거대한 대리석 벽이 산산조각 나며 깨졌다.
무기를 치켜든 폭도 헌터 무리가 전당 안으로 들이닥쳤다.
"여기 있었군, 서도진! 네놈이 총재를 죽였지?"
"신화급 비급과 장비를 넘겨라! 안 그러면 뼈도 못 추릴 줄 알아라!"
하룻강아지들이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딱 이 꼴이었다.
도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이빨도 안 자란 개새끼들이 누굴 보고 짖어?"
눈이 푸르게 번뜩인다.
신화급 특성 [지배자의 눈] 개방.
스윽.
도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파앗!
마력이 공간을 찢는 칼날이 되어 쇄도한다.
퍼억!
한 놈의 목덜미가 분수처럼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쾅!
날아차기로 한 놈의 가슴팍을 밟아 뭉개 버린다.
쩌적!
대리석 바닥이 내려앉으며 심장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악! 이, 이 괴물이...!"
휘두르기!
콰아아앙!
공간을 장악한 중력 마력이 남은 놈들을 통째로 바닥에 처박아 피떡으로 만들었다.
단 3초.
덤벼들던 폭도들은 형체도 없이 짓개겨졌다.
"대청소를 끝내놨더니, 사방에서 똥파리들이 꼬이네."
도진이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도심 저편에서 붉은 불길과 검은 연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질서가 붕괴한 세상, 탐욕에 미친 기득권 헌터들의 난동.
이 쓰레기장을 그냥 둘 수는 없다.
더 잔혹한 공포로 이 무법자들을 영원히 무릎 꿇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절대적 질서의 깃발을 세워 대혼란의 인류를 하나로 규합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