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다 낡아 빠진 가죽 가방을 메고 길거리의 하급 마석이나 줍는 F급 헌터.
사람들은 지나가며 당신을 보곤 혀를 찹니다.
"쯧쯧, 저 나이 먹고 F급이라니. 평생 저러고 살겠지?"
그들의 한심하단 눈빛을 받으며 당신은 속으로 씩 웃습니다.
'그래, 계속 그렇게 방심하고 있어라.'
이것이야말로 당신이 설계한 가장 완벽한 은신처이니까요.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던 부패한 길드 연합은 이미 당신의 손에 공중분해 되었습니다.
우두머리를 잃은 탐욕스러운 부자 권력가들이 밤마다 가방에 돈을 채워 도망치느라 바쁩니다.
하지만 밤이 찾아와 그림자가 길어지는 순간, 당신의 진짜 사냥이 시작됩니다.
어두운 부두 뒤편, 해외 도피용 럭셔리 요트 앞.
수십억의 비자금 가방을 든 전직 재무이사가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서둘러 발을 옮깁니다.
그들 앞을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당신이 가로막아 섭니다.
"뉘, 뉘신지 모르겠지만 돈은 원하는 대로 주겠소! 살려만..."
"돈은 가방째로 두고, 곱게 참교육이나 받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이 뒤집힌 경호원들이 일제히 달려듭니다.
양손을 주머니에 꽂아둔 채, 당신은 입꼬리를 올립니다.
신화급 특성 [심연의 군주]가 격렬하게 공명합니다.
파앗-! 어둠에서 뿜어진 검은 사슬이 사방을 뒤덮습니다.
투둑! S급 각성 무기들이 두부 썰리듯 맥없이 부러집니다.
퍼억-! 주먹 한 번 휘두르지 않았음에도 충격파가 적들의 가슴을 강타합니다.
쿠우우웅! 강자라 자부하던 각성자들이 단체로 바닥에 처박히며 기절합니다.
단 3초 컷.
눈 깜짝할 사이에 적들을 정리한 당신이 비틀거리는 재무이사에게 다가갑니다.
가볍게 구두 굽으로 그의 손가락을 밟아 누르자, 통쾌한 사이다 같은 쾌감이 전신을 감싸 안습니다.
"잘 가라. 다신 이 땅에 발붙일 생각 마라."
마력 회로가 완전히 박살 난 재무이사의 비명이 허공에 흩어집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진짜 정체를 모릅니다.
세상을 뒤흔들었던 악당들을 지배하는 밤의 절대 제왕이, 낮에는 그저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검은 후드를 거세게 흔듭니다.
저 높이 솟은 마천루들의 화려한 불빛들이 당신의 발밑에 장난감처럼 놓여 있습니다.
완벽한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힘.
당신의 짜릿한 복수극은 이제 끝이 없는 하나의 영원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내일 아침이 오면 다시 헐렁한 추리닝을 입고 마석을 주우러 가야겠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사악한 기득권들의 비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당신은 마지막으로 쓰러진 자들을 내려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