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치지직-!"

대원들, 지원 요청 바란다! 아바돈이...!

지직거리는 무전기 너머로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 멀리 도심 한복판. 하늘이 시뻘겋게 갈라지고 있었다.

숨이 턱 막히는 유황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진동했다. 악마적 길드 연합 놈들이 기어코 마지막 발악을 선택했다. 도심 파멸급 고대 마수, 아바돈의 봉인을 풀어버린 것이다.

"미친 새끼들. 지들이 감당도 못 할 걸 질러 놨네."

어깨에 거대한 사신 낫을 얹은 강희수가 퉤 침을 뱉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목을 따겠다며 날을 세우던 S급 헌터. 하지만 지금 그녀는 나를 '미확인 재앙'이라 부르는 세상 대신, 내 옆에 서 있었다.

"수배자 딱지 붙은 범죄자랑 같이 지옥불 구경이라니. 사신 양반, 괜찮겠어?"

내가 피식 웃으며 묻자, 그녀가 차가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정의의 사도 코스프레는 딱 질색인데 말이야."

"그런데?"

"저 꼬락서니는 눈 뜨고 못 봐주겠거든. 밥맛 떨어지게."

쿵! 쾅!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쩍쩍 갈라졌다. 아스팔트 사이로 솟구친 지옥의 화염귀들이 울부짖으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고민할 시간은 1초도 사치다.

화르륵!

그녀의 사신 낫에 검푸른 마기가 시퍼렇게 서렸다. 동시에 내 손등 위로 신화급 특성의 낙인이 황금빛으로 이글거렸다.

가자.

콰아아아앙!

대지를 박차고 도약한다. 공중에서 아름답게 궤적을 그리는 강희수의 사신 낫.

스으윽.

공간을 사정없이 쪼개는 무자비한 은빛 참격.

서걱!

화염귀들의 목덜미가 단 한 칼에 분출구처럼 뿜어져 나갔다. 그 뒤를 이어 내가 대지에 주먹을 그대로 처박았다.

콰아아앙!

지면이 요동치며 황금빛 마력이 폭사했다. 울부짖던 잔챙이 마수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 줌의 재로 화해 산산이 흩어졌다.

그야말로 미친 타격감. 신화급 헌터와 S급 사신이 만들어내는 전장의 하모니였다.

"키샤샤샤샤-!"

하지만 진짜는 이제 시작이었다. 가로등을 과자처럼 씹어 삼키며, 거대한 빌딩 크기의 고대 마수 '아바돈'이 울부짖었다. 지옥불의 파도가 우리 코앞으로 밀려오는 절체절명의 타이밍.

그 순간, 등 뒤에서 찌르르한 살기가 고막을 찔렀다.

찰칵, 찰칵-!

빌딩 옥상과 무너진 잔해 사이. 우리를 체포하러 온 수백 명의 저격수들과 길드 연합의 암살자들이 총구를 겨누며 조준점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괴수를 막아야 하는 순간, 칼끝은 우리 등 뒤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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