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커흑……! 큭, 으아아악!"

플로렌시아가 성검 가리개를 쥔 채 바닥으로 쓰러졌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온 기괴한 흑마 기맥이 그녀의 손목을 타고 올라가, 전신의 마력 경로를 무자비하게 뜯어내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 경련하는 손가락.

숨을 쉬지 못하는 듯 가슴을 쥐어뜯는 그녀의 동공에서 빛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황금 왕관회가 심어둔 수작질. '마력 환류 버그(Mana Backflow Defect)'가 완벽히 임계점을 넘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드릭은 한 걸음 물러서서 차가운 눈으로 그 광경을 응시했다.

망막 위로 붉은색 경고 로그가 사정없이 점멸했다.

[경고: 대상 '플로렌시아 세이라'의 체내 마력 회로 붕괴율 87% 돌파.] [인과율 오차 발생. 대상의 심정지까지 남은 시간: 42초.]

"도와…… 줘…… 에드릭……."

플로렌시아가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내며 손을 뻗었다.

제국의 등불이니, 가문의 명예니 하던 고결한 영애의 자존심은 이미 진흙탕 속에 처박힌 지 오래였다.

그녀의 눈에 서린 것은 오직 생(生)에 대한 본능적인 갈구뿐이었다.

하지만 에드릭의 머릿속은 지극히 침착했다.

'살려달라라.'

우습지도 않았다.

타인의 생명 따위, 에드릭에게는 던전을 공략하기 위한 하나의 '변수'이자 소모성 '장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이 장치를 그냥 죽여 없애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웠다.

전방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 시련의 장 최심부로 통하는 '영구 봉인 마도 도어'.

아카데미 상층부가 고대 합금과 8중 봉인 마법식으로 떡칠해 놓은 저 문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뚫으려면 최소 사흘은 걸릴 터였다.

'그렇다면.'

에드릭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쓸모없는 저주를 가장 파괴적인 동력원으로 바꾼다. 고인물에게 있어서 이 정도의 역발상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는 즉시 망막 위의 시스템 시스템 로그를 강제로 헤집었다.

[메커니즘 디버깅(Mechanism Debugging) 가동.]

시야가 푸른색의 미시적인 데이터 흐름으로 뒤덮였다.

플로렌시아의 몸을 타고 흐르는 흑마 기맥의 파형이 0과 1의 이진법 코드로 치환되어 나열되었다.

동시에 에드릭의 전신을 찢는 듯한 마력 독성 과부하가 밀려왔다.

"윽……."

신음이 터져 나왔지만, 에드릭은 멈추지 않았다.

이 뒤틀린 마력의 역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도관'이 필요했다.

방해 전파를 뚫고 신호를 강제 이식할 수 있는 확실한 매개체.

그가 주목한 것은 이 공간 전체에 미세하게 잔존해 있던 마력 주파수였다.

'찾았다.'

그것은 바로 볼카 자카르가 상시 가동하던 전투 보조 마법식, '마법 마력 흔적 추적(Mana Flow Tracking)'의 실시간 전송 주파수 감지 데이터였다.

결투의 장에서 볼카를 파멸시켰을 때, 에드릭은 그의 추적 술식 데이터를 통째로 해킹해 백도어로 남겨두었다.

황금 왕관회의 중앙 서버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던 바로 그 주파수.

[복선 데이터 로드 완료: 'Mana Flow Tracking' 전송 프로토콜 (주파수: 412.8MHz)] [경로 정합 시도 중…….]

에드릭은 볼카의 잔존 주파수를 플로렌시아의 성검에 심어진 '마력 환류 버그'의 데이터 경로와 강제로 합선시켰다.

지지직!

그녀의 전신을 묶고 있던 흑마 기맥이 순간적으로 팽창하며 불꽃 스파크를 튀겼다.

왕관회 놈들이 자신들의 서버로 플로렌시아의 사망 데이터를 전송하려던 백도어 경로가, 역으로 에드릭의 디버깅 명령을 수신하는 통로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내 말대로 움직여라, 플로렌시아."

에드릭이 쓰러진 그녀의 멱살을 잡아채며 차갑게 읊조렸다.

"싫어도 버텨. 네 가치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면 말이지."

"아, 으윽……!"

에드릭의 손끝이 그녀의 쇄골 아래, 마력의 핵심 혈처에 닿았다.

[에픽 아티팩트 '마 Bypass 도관' 활성화.] [전신 마력 독성 수치: 3% -> 12% (급증)] [경고: 싱크로율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밀려왔지만, 에드릭은 이를 악물고 디버깅 패널을 조작했다.

그녀의 장기를 파괴하던 마력 환류 버그의 '통증 인과관계 데이터'에 직접 개입했다.

================================== [대상의 데미지 벡터 수정] - 기존: 내향성 전신 장기 소멸 (Self-Destruction) - 변경: 외향성 방열 마탄 사출 (External Discharge) - 타겟 설정: [시련의 장 영구 봉인 마도 도어] ==================================

"마력을 억누르지 마라! 오히려 전력으로 짜내서 내 손끝으로 밀어붙여!"

에드릭의 호령이 대강당 벽을 울렸다.

플로렌시아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남자의 손길을 거스르면, 자신은 정말로 흔적도 없이 소멸하리라는 것을.

그녀는 가문의 긍지 따위는 잊고, 체내의 남은 마력을 쥐어짜 에드릭의 손끝으로 집중시켰다.

콰아아아아앙!

그녀의 가슴팍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흑색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그녀를 죽이려던 저주받은 마력이자, 에드릭에 의해 완벽하게 방향성이 전환된 '공격용 방열 마탄'이었다.

폭주하는 마력은 에드릭의 손을 도관 삼아,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전방의 철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두께만 수 미터에 달하는 고대 합금 도어. 그 위에 새겨진 8중의 방어 결계가 흑색 광선과 충돌했다.

콰르릉! 콰콰콰쾅!

마치 천둥이 연속으로 치는 듯한 굉음이 지하 광장을 뒤흔들었다.

아카데미 상층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절대 방벽이, 자신들이 심어둔 저주의 위력에 의해 안쪽부터 허무하게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각!

결계가 유리창처럼 깨져 나갔다. 이어 거대한 합금 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파편을 흩뿌렸다.

가장 치명적인 독이, 가장 확실한 파괴의 열쇠가 된 순간이었다.

"하아, 하아……."

플로렌시아가 바닥에 엎어졌다.

그녀의 숨소리는 거칠었지만, 더 이상 고통에 찬 신음은 없었다.

체내를 좀먹던 흑마 기맥이 방금 전의 폭발로 완전히 방출된 덕분이었다.

오히려 막혀 있던 마력 경로가 뚫리며, 전례 없는 청량감이 그녀의 전신을 감돌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살…… 았어……?"

"말했잖아. 쓸모없는 장난감이라고."

에드릭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의 시선은 이미 파괴된 도어 너머의 어둠을 향해 있었다.

플로렌시아는 멍하니 에드릭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정의감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그저 눈앞의 장벽을 부수기 위해, 자신을 도구로 철저하게 이용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가문에서도 해결하지 못해 늘 자신을 짓누르던 성검의 저주가, 이 남자의 손짓 한 번에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단순히 살아남은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력 회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정제되고 순수해져 있었다.

압도적인 지략.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기지.

플로렌시아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웅장한 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것은 오만했던 명문가의 자존심이었고, 동시에 에드릭이라는 존재에 대한 완전한 굴복이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에드릭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에드릭."

"왜."

"내 검과 목숨은 이제 네 것이다."

플로렌시아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감사의 인사가 아니었다. 강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이자, 맹세였다.

"네가 나를 도구로 쓰겠다면, 기꺼이 가장 날카로운 도구가 되어 주지. 그러니…… 나를 이끌어라."

에드릭은 피식 웃었다.

"착각하지 마라. 난 널 동료로 삼을 생각이 없다."

"상관없다. 소모품이라도 좋으니, 네 곁에서 이 아카데미의 파멸을 지켜보겠다."

플로렌시아의 눈빛은 이전의 고결한 영애의 그것이 아니었다. 철저한 실리와 생존을 쫓는, 에드릭의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에드릭은 대꾸 없이 파괴된 도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쓰레기라 부르던 세상의 천재가, 이제는 제 발로 기어와 충성을 바친다.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먼지 구름이 걷히며, 마침내 시련의 장 영구 봉인 구역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운 석실 중앙.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채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물체가 있었다.

순금으로 장식된 정교한 문양.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고결한 광택.

그것은 고대 아카데미의 핵심 통제 유물 중 하나인 '금빛 성궤'였다.

"저것이……."

플로렌시아가 침을 삼키며 다가왔다.

에드릭의 눈이 가늘어졌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다. 이 성궤의 제어권을 획득하는 순간, 아카데미의 절대 지배자로 가는 첫 단추를 꿰는 셈이었다.

그가 성궤를 향해 손을 뻗으려던 바로 그 순간.

삐이이이이익-!

고막을 찢는 듯한 경고음이 석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성궤 전면에 설치된 고대 마도 검출판이 붉은빛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에 떠오른 글자는, 에드릭의 안면을 굳어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경고: 외부 침입자 감지.] [레오폴드 크리스판의 원격 동시 자멸 프로토콜이 가동됩니다.] [성궤 자폭까지 남은 시간: 60초.]

"60초……?!"

플로렌시아가 경악 어린 비명을 질렀다.

검출판의 숫자는 가차 없이 줄어들고 있었다.

59. 58.

그리고 석실의 출구 쪽에서 거대한 돌벽이 내려앉으며 그들의 퇴로를 완벽히 차단했다.

흑막 레오폴드가 심어둔 최후의 덫. 이곳에 도달한 자는 성궤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는 듯이.

시간은 단 1분. 에드릭의 눈동자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57. 56.

가차 없이 내려가는 붉은 숫자가 석실 내부를 기괴하게 물들였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사방의 벽면에서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울렸다. 단순한 물리적 폭발이 아니었다. 성궤 내부의 마력핵을 과부하시켜 공간 자체를 붕괴시키려는 고밀도 마도 붕괴식이었다.

"에드릭! 어서 탈출로를 찾아야 한다! 내 성검의 잔여 마력을 쥐어짜면 저 돌벽을 어떻게든―"

"입 다물고 뒤로 빠져라."

에드릭이 거칠게 플로렌시아의 말을 잘랐다.

그의 눈동자에는 당혹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사냥감을 노려보는 맹수처럼, 붉게 점멸하는 검출판의 데이터 로그를 샅샅이 훑고 있을 뿐이었다.

머릿속에서 고인물 유저로서의 데이터베이스가 폭발적으로 회전했다.

'레오폴드, 이 교활한 늙은이가 그냥 물러설 리가 없지.'

이 자멸 장치는 침입자를 죽이기 위한 덫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궤의 가치를 온전히 독점하기 위한 차단책이었다. 만약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제를 시도한다면, 그 즉시 폭주 속도가 10배로 가속화되어 즉사하게 만드는 악질적인 이중 잠금장치.

하지만 에드릭에게는 시스템의 규칙을 뒤트는 권능이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허공에 손을 뻗었다.

[메커니즘 디버깅(Mechanism Debugging) 가동.] [대상: 레오폴드의 원격 자멸 프로토콜 'Self-Destruction Node-04']

쩌적!

시야가 푸른색의 인과율 그리드로 쪼개지며, 성궤와 아카데미 중앙 제어실을 잇는 보이지 않는 마력의 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실 위로 흐르는 파괴적인 펄스 신호들.

"으윽……!"

권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자, 전신의 모세혈관이 터질 듯한 극심한 마력 독성이 뇌수를 때렸다.

[경고: 권능의 과도한 사용으로 정신 싱크로율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전신 마력 독성 수치: 12% -> 24% (위험 단계 진입)]

시야가 붉게 번지고 코끝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훅 끼쳤다.

플로렌시아가 깜짝 놀라 그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지만, 에드릭은 거칠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건드리지 마. 집중해라."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에드릭은 미리 확보해 준 비장의 카드를 떠올렸다. 바로 학내 대강당 기단 아래 숨겨진, 아카데미 중추 시뮬레이션용 가짜 노드의 메모리 주소였다.

'레오폴드가 설계한 파멸 프로토콜의 쓰레기 데이터들을 전부 그 가짜 노드로 우회시킨다.'

일종의 버퍼 오버플로우를 유도하는 해킹 전술이었다.

[대상 주소 지정: 가짜 노드 버퍼 메모리 (Addr: 0x7FFF8A90)] [경로 강제 리다이렉트(Redirect) 실행.]

키보드를 두드리는 듯한 정교한 마력 제어가 에드릭의 손가락 끝에서 실현되었다. 성궤로 쏟아지던 자멸 신호의 물줄기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어 아카데미 지하 깊숙한 곳의 가짜 노드로 강제 송전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위이이이잉-!

폭발적인 굉음을 내며 터지기 직전이던 성궤의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검출판에 표시되던 붉은 타이머가 멈추고, 이내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완전히 꺼졌다.

이윽고, 성궤의 단단한 외벽이 스르륵 열리며 차가운 화이트 스팀을 뿜어냈다.

[시스템 안내: 자멸 프로토콜이 해제되었습니다.] [시련의 장 최종 관문이 클리어되었습니다. 보상을 정산합니다.]

머릿속을 울리는 맑은 기계음. 사방을 가로막고 있던 돌벽이 스르륵 올라가며 다시 탈출로가 열렸다.

"해냈…… 어……."

플로렌시아가 긴장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에드릭, 정말 대단하군. 아카데미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일을 네가―"

"아니, 아직 안 끝났다."

에드릭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게 깔려 있었다.

그의 시선은 시스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진 허공이 아닌, 완전히 열린 성궤의 안쪽 밑바닥을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가짜 통보 기믹.'

이 게임의 제작진들이 유저들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즐겨 쓰던 최악의 악질 패턴이 머리를 스쳤다. 모두가 안심하고 무장 해제를 하는 바로 그 순간, 진짜 파멸이 시작되는 법이다.

에드릭이 성궤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곳에는 화려하게 빛나는 금빛 보석 상자가 놓여 있었다. 누가 봐도 '클리어 보상'처럼 보이는 외형이었다.

하지만 에드릭은 그 상자를 가볍게 무시하고, 상자가 놓여 있던 성궤 바닥의 틈새를 거칠게 뜯어냈다.

빠득!

금속판이 뜯겨 나가며,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진짜' 다층 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정교한 마도 회로판과 함께, 음습하게 맥동하는 보랏빛의 마력 결정체가 아카데미 전역으로 연결된 파이프라인과 연결되어 있었다.

동시에, 에드릭의 망막 위로 감춰져 있던 진짜 시스템 로그가 붉은 글씨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 시스템 경고 !!!] [가짜 해제 프로토콜 뒤편에 숨겨진 '진짜' 인과율 강제 변환식이 감지되었습니다.] [대마도사 레오폴드의 '승천 의식(Ascension Ritual)'이 최종 단계에 돌입합니다.]

우르르릉!

아카데미 대지 전체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석실 벽면의 틈새로, 붉은색 수액과도 같은 기괴한 마력이 역류해 들어왔다.

동시에, 아카데미 전역에서 학생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환청이 고막을 때렸다.

"이, 이게 무슨……?!"

플로렌시아가 다시 성검을 쥐고 일어섰지만, 그녀의 전신은 공포로 굳어 있었다.

에드릭은 성궤 밑바닥의 감춰진 제어판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실시간 아카데미 생체 에너지 흡수율: 94%] [레오폴드 크리스판의 신격 정합 완료까지 남은 시간: 60초.]

자멸 장치를 해제한 순간, 진짜 의식이 시작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수천 명의 학생들을 제물로 삼아 신이 되려는 레오폴드의 음모가, 바로 지금 이 순간 완성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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