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을 열어젖힌 서점 문틈으로 축축한 밤바람이 밀려들었다.
혜수가 먼지 쌓인 벽면에서 7년 전 이별의 날에 남겨졌던 검은 우산을 찾아 손에 쥐었다. 손잡이의 낡은 가죽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손끝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심장으로 직행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우산을 꽉 움켜쥐는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그 고요한 눈망울 속에 단단한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주원이었다.
주원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 푸른 뇌전의 불꽃이 파르르 스파크를 일으켰다. 가문을 향한 그의 오랜 살기가 공기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피어올랐다. 우화 계약의 보이지 않는 끈이 두 사람의 심장을 강하게 매어 잡아당겼다. 서점 안의 공기가 웅웅거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머리 위를 뒤덮은 청우동의 하늘이 거대한 천둥소리를 내지르며 대지를 흔들었다.
* * *
사흘 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태백산맥의 꼭대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은가의 심장부이자 금단의 영역인 천기 제단으로 향하는 가파른 암벽 길 위를 두 사람이 걸었다.
주원과 혜수의 보폭은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갔다. 한 사람이 왼발을 내딛으면 다른 한 사람의 오른발이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바위 바닥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피로와 근육의 비명이 실시간으로 서로에게 분담되었다.
"숨이…… 가빠?"
주원이 빗줄기 너머로 가볍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젖어 있었지만, 혜수의 귓가에는 마치 제 뇌 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또렷하게 들렸다.
"아니. 당신이 나누어 가져가서 그런지, 오히려 가벼워."
혜수가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을 더 꽉 쥐었다.
이것이 우화 계약의 진짜 얼굴이었다. 가문이 내린 저주는 서로를 밀어낼 때만 죽음의 고통을 선사할 뿐, 마음을 하나로 모아 전진할 때는 기적에 가까운 동기화를 선사했다. 혜수는 가슴팍 안쪽에 넣어둔 청우초의 마른 잎사귀를 가만히 느꼈다.
민우형이 서점에 보냈던 화분 속의 청우초. 은가의 혈통에만 공명하여 은빛으로 변한다던 그 신비로운 약초는, 혜수의 손가락 끝이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찬란한 은빛으로 물들었었다. 적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버림받고 방계의 굴레에 갇혀 지내야 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 이파리가 은빛으로 일렁이던 순간, 혜수는 깨달았다. 자신에게 흐르는 피가 가문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강한 은가의 원류라는 사실을. 우형은 그 은빛 청우초의 변이 성분을 추출하여 가문의 핏줄 구속을 끊어낼 세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죽음의 고통이 극에 달할 때, 마음이 완전히 동일하다면 그것은 저주가 아니라 열쇠가 된다.'
우경서점의 오래된 고서 구석에 적혀 있던 그 낙서 같은 구절이 머릿속을 스쳤다. 혜수는 주원의 차가운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그들은 저주의 사슬을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칼날로 바꾸는 중이었다.
"거의 다 왔어."
주원의 시선이 암벽 끝에 세워진 거대한 석조 제단을 향했다.
그곳에는 붉은빛을 뿜어내는 가문의 결계가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장막 한가운데, 온몸이 포박된 채 쓰러져 있는 민우형의 실루엣이 보였다.
"결국 기어들어 왔구나. 더러운 쥐새끼들이."
제단 위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은설이었다. 가문의 차기 가주 후보라는 권위에 걸맞게, 그녀는 화려한 비단 로브를 입고 수십 명의 무사를 거느린 채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설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방계의 천박한 피를 이어받은 주제에 감히 가문의 성역을 더럽혀? 민혜수, 네가 주원 오라버니를 홀려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구나."
은설이 허리춤에서 가죽 채찍을 뽑아 들었다. 채찍 끝에 은가의 주술이 실려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혜수의 얼굴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이 빗소리를 뚫고 고막을 찔렀다.
혜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옆에 선 주원을 바라보며 아주 미세하게 눈짓을 보냈다.
그 짧은 찰나의 교감만으로도 충분했다. 주원은 어떠한 물리적 예비 동작도 없이, 오직 혜수의 시선이 닿은 방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척.
날카로운 불꽃을 품고 날아들던 채찍의 끝자락이 주원의 단단한 오른손에 가로막혔다. 손바닥 가죽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주원의 얼굴에는 고통의 기색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의 입술 끝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내 여자에게 그 더러운 손대지 마라, 은설아."
주원이 채찍을 가볍게 잡아당기자, 은설의 몸이 앞으로 크게 휘청였다. 그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주원의 손바닥에 새겨진 반동 독식의 성흔이 붉게 타오르며 은설의 주술을 고스란히 흡수해 지워버린 것이다.
"이, 이 쓸모없는 놈들이! 당장 저것들을 찢어 죽여라!"
은설의 히스테릭한 비명에 무사들이 일제히 품에서 은색 침을 꺼내 들었다. 기혈을 뚫고 뼈를 녹여버린다는 은가의 비술, 기혈 바늘이었다. 수백 개의 날카로운 바늘이 폭우를 뚫고 두 사람을 향해 쏟아졌다.
"주원아!"
혜수가 소리치며 주원의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주원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아 뒤로 돌리려 했지만, 혜수의 의지가 더 빨랐다. 그녀는 주원과 연결된 오감의 통로를 활짝 열어젖혔다. 두 사람의 감각이 완벽하게 하나로 융합되는 순간, 혜수의 전신에서 은빛의 투사 결계가 뿜어져 나왔다.
파아앗!
쏟아지던 기혈 바늘들이 은빛 결계에 부딪혀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그와 동시에 주원의 몸에 남아 있던 자잘한 상처와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져 갔다. 혜수가 고통의 공명 주파수를 역이용해 주원의 대미지를 실시간으로 치유하고 자신들의 방어막으로 치환해 버린 것이다.
"말도 안 돼…… 방계의 계집이 어떻게 이런 순수한 공명 결계를……!"
은설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눈에 처음으로 깊은 공포가 서렸다.
혜수가 빗속을 흐트러짐 없는 걸음걸이로 걸어 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이 제단 바닥에 닿을 때마다 은빛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무사들을 뒤흔들었다. 무사들은 숨을 쉬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진짜 가문의 힘은 억압이 아니야."
혜수의 목소리가 제단을 지배했다.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이끄는 동기화지. 너희처럼 남을 짓밟고 피를 빨아먹는 사슬이 아니란 뜻이야."
혜수가 은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은설은 압도적인 주파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젖은 돌바닥에 무릎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방계라며 멸시받던 혜수가 가문의 차기 가주 후보를 완벽하게 굴복시키는 순간이었다.
혜수는 은설을 싸늘하게 내려다본 뒤, 묶여 있던 우형에게 다가가 그의 결박을 풀었다.
"오빠, 괜찮아?"
우형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초췌했지만, 품 안에서 무언가를 소중하게 꺼내 들었다. 유리 실린더 안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액체, 완성된 해독 세럼이었다.
"혜수야…… 주원아…… 이걸 받아라. 은빛 청우초의 피로 완성했다. 가문의 저주를 끊어낼 마지막 열쇠야."
우형이 주사기를 주원의 손에 쥐여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주사해라. 그러면 우화 계약의 독소와 반동이 완전히 사라질……."
그 순간이었다.
제단 가장 깊은 곳, 은창현의 초상이 그려진 거대한 석문 뒤에서 붉은 검은색의 비구름이 소용돌이치며 피어올랐다.
쿠구구구궁!
대지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발밑의 석조 바닥이 순식간에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끈적한 피 냄새와 함께 강력한 주술적 압박이 제단 전체를 짓눌렀다.
"이것은…… 가주의 피 비술 결계야!"
우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두 사람의 발밑에서 솟구친 검은 사슬들이 그들의 그림자를 옭아매며 심장을 얼려버릴 듯한 냉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의 문이 열린 것처럼, 검붉은 폭우가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어둠 속에서, 은창현의 서늘한 웃음소리가 청우동 전체를 뒤흔들며 내려앉았다.
발밑에서부터 솟구친 검은 사슬은 단순한 주술의 형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을 에는 한기, 영혼의 밑바닥까지 얼려버리는 은가의 잔혹한 태곳적 형벌인 한빙결계(한빙결계)의 실체였다.
"아……!"
우형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의 다리 끝에서부터 핏기가 사라지며 하얗게 서리가 앉기 시작했다. 제단 전체를 집어삼키는 검붉은 폭우는 닿는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가주의 피 비술이었다.
주원의 몸이 눈에 띄게 굳어갔다. 혜수가 그의 손을 잡고 있었기에, 우화 계약의 공명은 비정할 정도로 정직하게 주원의 고통을 그녀에게 배달했다.
'차가워.'
마치 심장에 얼음 송곳이 박힌 듯한 감각이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포 하나하나가 얼어붙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뇌리를 때렸다. 하지만 혜수는 이 통증이 실제 주원이 느끼는 고통의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반동 독식의 성흔.
혜수가 주원을 향해 품은 깊은 연모와 그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커질수록, 그 모든 감정의 대가와 주술적 반동은 주원의 가슴에 새겨진 붉은 낙인으로 쏠리고 있었다. 주원의 와이셔츠 가슴 부위가 검붉은 피로 빠르게 젖어 들었다. 그의 입술은 이미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빗물과 섞여 흘러내렸다.
"주원아, 손 놔. 내 손 놓아줘!"
혜수가 다급하게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주원의 심장이 먼저 멈춰버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주원은 손가락바닥에 힘을 주어 그녀의 손을 더욱 굳게 움켜쥐었다.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억센 힘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흐려져 가면서도 오직 혜수만을 담고 있었다.
"안 돼……."
주원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가냘프게 흩어졌다.
"놓으면…… 결계가 너를…… 집어삼킬 거야. 내가 감당해. 그러니까, 내 뒤에 있어."
그는 여전히 자신을 방패로 삼으려 하고 있었다. 7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하하! 지독한 사랑 놀음이구나."
석문 너머, 붉은 검은색 안개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형체는 흐릿했지만 오만하고 서늘한 기운만은 뚜렷한 가주, 은창현의 사념체였다. 그의 목소리가 제단 바닥을 울리며 두 사람의 고막을 잔혹하게 짓밟았다.
"방계의 미천한 주파수가 제아무리 발악한들, 백 년 동안 쌓아 올린 가문의 피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서주원, 네 녀석이 그 계집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는 성흔을 새긴 것을 내 모를 줄 알았더냐."
은창현의 비웃음이 빗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손에 든 해독 세럼을 주사해 보아라. 그 순간, 지난 7년간 네 몸에 축적된 우화 계약의 모든 반동이 단 한 번에 폭발할 것이다. 그 힘은 네 심장을 가루로 만들고, 민혜수, 네년의 눈앞에서 저 녀석을 얼어붙은 재로 만들어 버리겠지."
혜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주원의 손에 쥐여진 유리 실린더를 바라보았다. 은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세럼. 그것이 그들을 구원할 열쇠라 믿었건만, 가주의 피 비술 결계 안에서 그것은 주원의 목숨을 단숨에 끊어버릴 치명적인 독약이나 다름없었다.
"주원아, 하지 마. 그거 놓아."
혜수의 목소리가 젖은 사운드 사이로 가늘게 떨렸다. 눈물이 빗물과 함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세럼을 쥔 손을 천천히 자신의 목덜미로 가져갔다. 그의 손가락 끝이 파르르 떨렸지만,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것만이…… 너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혜수가 주원의 앞을 막아서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길이 닿자마자, 두 사람의 몸을 휘감은 검은 사슬이 더욱 붉게 타오르며 억압의 강도를 높였다. 뇌를 찌르는 듯한 두통과 함께 혜수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가문의 제약을 어기고 서로에게 다가가려 할 때 내리는 징벌적 통증이었다.
'죽음의 고통이 극에 달할 때…….'
혜수의 뇌리에 우경서점의 고서에서 보았던 구절이 다시금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음이 완전히 동일하다면, 그것은 저주가 아니라 열쇠가 된다.'
지금 주원의 마음은 오직 자신을 살리는 것에만 가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도망치고 싶지 않다. 그를 잃고 홀로 살아남아 평온을 얻는 것은 구원이 아니다. 주원이 없는 봄날의 비는 평생을 따라다닐 저주일 뿐이다.
"주원아."
혜수가 주원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피부가 손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이 두 사람의 전신을 관통했다. 한빙결계의 냉기가 그들의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장을 얼려버리려 하고 있었다. 혜수의 시야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주원의 눈동자 역시 초점을 잃어 가고 있었다.
"나를 봐."
혜수는 주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도망치고만 싶어 하던 과거의 회피형 방어기제는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주원과 함께 죽음마저 나누겠다는, 완전하고 순수한 동기화의 의지만이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같이 살아남을 거야. 아니면, 같이 죽는 거야. 혼자 가게 두지 않아."
그녀의 진심이 우화 계약의 주파수를 타고 주원의 심장으로 직행했다.
그 순간, 주원의 깊은 눈동자 속에서 푸른 뇌전의 불꽃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게 폭발했다.
두 사람의 마음이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치한 순간이었다.
파지직!
그들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검은 한빙 사슬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주원의 가슴에 새겨진 붉은 성흔이 붉은빛이 아닌, 찬란한 은빛으로 변해가며 주변의 피 비술을 역으로 정화해 나갔다.
"이, 미친 것들이……!"
은창현의 사념체가 경악 어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결계의 압박 역시 만만치 않았다. 가주의 피 비술은 두 사람의 공명을 억누르기 위해 제단 전체의 빗물을 붉은 송곳으로 바꾸어 그들의 머리 위로 사정없이 쏟아부었다. 주원의 귀와 코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혜수 역시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에 무릎이 꺾이려 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주원이 천천히 세럼의 주사 바늘을 자신의 목덜미가 아닌, 혜수와 자신의 잡은 손 사이에 찔러 넣었다.
"우리의 피가…… 하나라면."
주원이 피를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저주도, 열쇠도…… 우리가 나누어 갖는 거야."
그가 주사기의 플런저를 힘껏 밀어 넣었다. 은빛의 액체가 두 사람의 연결된 주파수를 타고 동시에 혈관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와 동시에, 제단 깊은 곳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은창현의 진정한 피 비술 결계가 발동되었다. 붉은 폭우가 검은 소용돌이로 변하며 두 사람의 발밑을 지옥의 심연처럼 검고 깊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아 갔다.
서로의 체온만을 간신히 붙잡은 채, 두 사람은 암흑의 심연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