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 스포츠 페이지 메인을 장식한 기사의 활자들이 푸르스름한 액정 화면 너머로 태오의 동공에 박혔다.
[단독] 청명고 천재 미드필더 K군, 항명 및 무단 난입…… 축구협회 "국대 소집 제외 검토"
손가락을 아래로 쓸어내릴 때마다 자극적인 문구들이 줄지어 터져 나왔다. 최길환 감독의 인터뷰 구절은 악의적인 왜곡의 극치였다. 팀의 전술을 무시하는 독선적인 이기주의자. 동료들의 헌신을 모독하는 규율 파괴자.
협회 기득권과 최길환, 그리고 대학 카르텔의 브로커 송민우가 합작해 낸 조잡한 올가미였다.
송민우. 전생에서 고교 유망주들을 대학 리그의 특정 라인으로 밀어 넣으며 뒷돈을 챙기던 악질 브로커. 이번 비공식 쇼케이스에서도 최길환과 내통하며 박성민을 돋보이게 만들고 태오의 가치를 깎아내리려 참관했다가, 태오가 박성민과의 연계를 철저히 거부하고 압도적인 개인 전술로 경기장 전체를 지배하자 안색이 흙빛이 되어 돌아갔던 자다.
그 패배자들이 결국 선택한 것은 그라운드 밖에서의 진흙탕 싸움이었다.
태오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분노로 인한 떨림이 아니었다. 사냥감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포식자의 차가운 실소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단축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태오. 기사는 봤겠지?"
데이비드 스타인의 묵직한 음성이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평소의 여유로운 어조는 간데없고, 비즈니스 파트너의 이익을 침해당한 자 특유의 서늘함이 묻어났다.
"예. 예상보다 움직임이 빠르네요."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참 흥미롭군. 팩트 체크도 없이 협회 고위 관계자의 한마디에 이런 삼류 소설이 정론으로 포장되다니 말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 선수를 이런 진흙탕에 내버려 둘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스타인, 제 생각도 같습니다. 구구절절한 해명문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놈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방식으로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합니다."
"원하는 바를 말해 봐라."
태오는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 PC를 켜며 단호하게 말했다.
"스타인 에이전시 산하의 법률 고문단을 즉각 가동해 주십시오. 해당 허위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제보처인 대한축구협회 홍보실, 그리고 최길환 감독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주십시오. 정정보도 청구는 기본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낮게 가라앉은 스타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영국 로펌의 매운맛을 보여 달라는 뜻이군. 아주 마음에 드는 제안이다. 한국 지사 법률 대리인을 통해 내일 아침 법원에 소장 접수하겠다. 그리고…… 내일 오후로 예정된 청명고 자체 기자회견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직접 가야죠. 놈들이 차려 놓은 단두대 아닙니까. 그 단두대의 목이 누구 것이 될지 똑똑히 보여 주겠습니다."
태오는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의 녹음 파일 보관함을 열었다. 최길환이 훈련장에서 뱉었던 폭언, 협회 임원이 징계를 운운하며 협박했던 통화 녹취록이 정연하게 분류되어 있었다.
***
다음 날 오후 2시. 청명고등학교 시청각실에 마련된 임시 기자회견장은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단상 중앙에는 최길환 감독이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 있었고, 그 옆자리에는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강태오의 자리였다.
"최 감독님! 강태오 선수의 항명이 이번이 처음이 맞습니까?" "협회 측에서 징계 수위를 어느 정도로 논의 중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는 가운데, 최길환은 마이크를 잡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자식 같은 제자의 허물을 제 손으로 밝혀야 하는 심정이 참담합니다. 강태오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희생'과 '존중'을 잃어버렸습니다. 감독의 전술적 지시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플레이를 일삼는 것은 물론……."
최길환의 목소리가 시청각실 스피커를 통해 엄숙하게 울려 퍼지는 순간, 시청각실 뒷문이 거칠게 열렸다.
모든 시선이 입구로 쏠렸다. 단정한 청명고 단복 차림의 강태오가 어깨를 활짝 편 채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태오는 단상으로 걸어가 제 자리에 앉았다. 카메라 플래시가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
한 스포츠지의 중견 기자가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잡고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강태오 선수! 어제 보도된 항명 및 무단 난입 논란에 대해 본인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최 감독님의 지시를 거부하고 멋대로 경기장에 들어간 것이 사실입니까?"
질문에는 뼈가 있었다. 대답을 어떻게 하든 '항명하는 오만한 천재'라는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악의가 가득했다.
태오는 마이크를 끌어당겼다. 그의 시선이 질문을 던진 기자를 거쳐, 옆자리에서 비열한 미소를 숨기고 있는 최길환에게 닿았다.
"사실이 아닙니다."
태오의 목소리는 잔잔하지만 힘이 있었다. 시청각실 안의 소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저는 감독님의 지시를 거부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감독님의 사적인 보복성 징계와 대학 카르텔 브로커인 송민우 씨의 압박 속에서도 선수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섰을 뿐입니다."
"무슨 소립니까! 감독의 정당한 훈련 지시를 구타나 폭언도 없었는데 보복성이라니요?"
기자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쏘아붙였다.
태오는 말없이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단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 서류는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된 정정보도 청구 및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 증명서입니다. 피고는 허위 사실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그리고 제 옆에 계신 최길환 감독님입니다."
순간, 기자회견장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소, 소송이라니? 고등학생 선수가 감독과 협회를 상대로?"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최길환의 얼굴은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옆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또한, 이 서류는 제가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유럽의 스포츠 에이전시 '스타인 스포츠 그룹'의 공식 대리인 위임장 및 계약 완료 공문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등록 에이전트인 데이비드 스타인 씨가 제 모든 법적 권리와 이적 협상권을 대리합니다."
태오는 서류 한 장을 더 펼쳐 보였다.
"EPL 명문 클럽들과의 가계약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근거 없는 허위 사실로 선수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적 시장 가치에 타격을 입힌 행위에 대해 영국 본사 법률팀이 직접 외교 경로 및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까지 검토하고 있음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EPL. 데이비드 스타인. 국제소송.
고교 축구 수준의 진흙탕 싸움을 예상하고 찾아왔던 기자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것은 더 이상 일개 고등학생과 학교 감독의 알력 다툼이 아니었다. 거대 해외 자본과 법률 대기업이 개입된 대형 국제 분쟁의 영역으로 격상된 것이다.
"강, 강태오! 네가 감히 학교와 감독을 상대로 이런 짓을……!"
최길환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권위 대신 당혹감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태오는 그런 최길환을 차가운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감독님. 스포츠맨십을 망각한 것은 제가 아니라, 선수의 미래를 대학 브로커 송민우 씨와의 거래 도구로 삼으려 했던 감독님 자신입니다. 법정에서 모든 녹취록과 구체적인 물증이 공개될 테니, 그때도 그렇게 당당하실 수 있는지 지켜보겠습니다."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기자들은 노트북 자판을 광적으로 두들기기 시작했고, 일부는 다급하게 본사로 전화를 걸어 헤드라인 변경을 요청했다.
최길환은 다리가 풀린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완벽한 판정승이었다. 협회와 학교라는 거대한 권력의 그늘에 숨어 태오를 짓밟으려던 자들의 얄팍한 수작은, 철저히 프로페셔널한 법적 대응과 스타인의 에이전시 파워 앞에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온 태오는 조용한 라커룸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땀 냄새가 밴 공기 사이로 낯익은 실루엣이 보였다.
한준우였다. 그는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준우야."
태오의 부름에 준우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걱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태오야! 너 기자회견에서 진짜 대단하더라. 인터넷 실시간 기사 난리 났어. 다들 최 감독이랑 협회 욕하는 댓글밖에 없어."
준우는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화면에는 준우가 직접 개인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이 띄워져 있었다.
[청명고 주장 한준우입니다. 최근 태오에 대한 기사는 전부 왜곡된 거짓입니다. 태오는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매일 밤늦게까지 개인 훈련을 소화하는 선수입니다. 감독님의 사적인 감정으로 태오가 희생당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글을 올립니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글이었다. 현역 선수가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감독과 협회에 반기를 드는 글을 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오는 준우의 글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져 왔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늘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고립되었던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그의 등 뒤를 든든하게 지탱해 주는 동료가 있었다.
"준우야, 고맙다. 위험한 행동이었을 텐데."
"위험하긴 무슨. 네가 나 무릎 고쳐줬을 때부터 난 결정했어. 네 등은 내가 지킨다며. 그리고…… 나 요새 무릎 진짜 멀쩡해. 네가 알려준 재활 방법이 진짜 마법 같다니까?"
준우가 활짝 웃으며 오른쪽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해 보였다.
하지만 태오의 시야는 달랐다. '강골의 장부'가 활성화되며 준우의 오른쪽 무릎 부위가 붉은색 반투명 레이어로 덮였다.
[한준우 - 우측 슬관절 전방십자인대(ACL) 누적 피로도: 78% (적색 위험 경고)]
준우는 억지로 괜찮은 척 웃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가혹한 훈련 강도와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무릎 인대가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과부하 상태였다. 이대로 다음 경기에 출전한다면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파멸적인 부상을 피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내 소중한 동료가 내 눈앞에서 무너지는 꼴은 보지 않는다.'
태오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준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준우야, 잠깐 힘 빼고 앉아 봐."
"응? 왜?"
태오는 준우의 오른쪽 무릎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마음속으로 '강골의 장부' 인터페이스를 호출했다.
[자산 관리 시스템 기동.] [보유 자산: 강골의 장부 (Steel Bones Ledger)] [대상: 한준우 (우측 슬관절 과부하 78%)] [명령: 대상의 과부하 리스크 전량 이동 및 자산 대환 실행.]
웅- 하는 미세한 진동과 함께 태오의 손바닥을 통해 뜨거운 전류 같은 에너지가 흘러 들어왔다. 준우의 무릎을 감싸고 있던 붉은 광운이 태오의 손끝을 타고 그의 몸 안으로 급격히 흡수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태오의 뇌리를 강타하는 둔탁한 통증.
[경고: 차입 한도 접근 중. 신경 내구도 소모 발생.] [대환 성공: 한준우의 무릎 피로도 78% -> 5% (안정 수치 도달)] [보상 획득: 흡수된 피로 리스크를 일시적 '임시 킥력 버프(Kicking Power Buff) +25%'로 강제 대환 완료. (지속시간: 48시간)]
"어……?"
준우가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만져보았다.
"태오야, 이거 뭐야? 갑자기 무릎이…… 엄청 가벼워졌어. 마치 새로 태어난 다리 같아."
"근육이 굳어 있어서 내가 마사지로 뭉친 혈을 풀어준 거야. 이제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
태오는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타인의 부상 리스크를 온전히 제 몸으로 받아내는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듯한 신경증적 두통이 관자놀이를 지독하게 두드렸다.
하지만 준우의 무릎이 완벽하게 안전지대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순간, 그 통증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다.
***
그날 저녁, 청명고 축구부 전술 회의실.
최길환 감독은 자리에 없었다. 기자회견장에서의 파문으로 인해 학교 이사회와 대책 회의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대신 수석 코치가 어두운 표정으로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화이트보드 중앙에는 다음 토너먼트 대진표가 붙어 있었다.
"다들 주목해라. 다음 경기 상대가 결정됐다."
코치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붉은색 글씨로 선명하게 적힌 학교명이 있었다.
[성도고등학교 (成度高等學校)]
선수들의 얼굴에 일제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게 번졌다.
성도고등학교. 고교 축구계에서 '깡패 축구'로 악명이 높은 전통의 강호이자, 박성민의 후원 세력인 학연 카르텔의 인맥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본거지였다.
그들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거친 태클과 교묘한 반칙을 서슴지 않았고, 심판진마저 그들의 카르텔 아래 있어 웬만한 파울은 묵인되기 일쑤였다. 사실상 경기장 위의 무법자들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다.
"성도고는 피지컬을 앞세운 전방 압박과 롱볼 축구를 구사한다. 특히 미드필더진의 거친 몸싸움은 부상을 유발할 정도로 악랄해. 다들 부상 조심하고, 패스 타이밍을 반 박자 빠르게 가져가야 한다."
코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태오는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데이비드 스타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협회 전무 김태형이 작성한 연령별 대표팀 강제 차출 및 징계 합의 초안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가 공개되면 협회는 유소년 혹사 논란으로 완전히 매장당할 거다. 결승전 현장에서 놈들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확실한 무기다.]
협회 카르텔의 목줄을 쥘 수 있는 마지막 열쇠가 드디어 손에 들어왔다.
태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성도고의 더러운 플레이 스타일과 협회의 추악한 음모.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전장으로 수렴해가고 있었다.
***
전국고교축구대회 토너먼트 결승전 전날 밤.
기숙사 방 안은 고요했다. 창밖으로 은은한 달빛이 흘러들어와 침대 위에 드리워졌다.
태오는 침대에 걸터앉아 오른쪽 다리를 천천히 뻗었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장부 확인.'
그의 시야 전면에 붉은색 시스템 경고창이 폭발하듯 떠올랐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붉은 활자들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경고: 강골의 장부 임계치 임박!] [우측 슬관절 누적 피로도 및 인대 미세 손상 지율 수치: 85%] [상태: 극도의 과부하. 모세혈관 파열 및 연골 마모 진행 중.] [주의: 피로 지수가 90%를 초과할 경우, 영구적인 신체적 붕괴(양측 무릎 다발성 골절 및 인대 파열)의 리스크가 실시간 연쇄 발현됩니다.]
85%.
이전 생에서 무릎이 완전히 박살 나 은퇴를 선언하기 직전의 수치와 거의 동일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수치였다.
그동안 팀의 승리를 위해, 그리고 준우를 구하기 위해 장부의 리스크를 과도하게 끌어다 쓴 대가가 결승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지금, 최악의 타이밍에 찾아온 것이다.
태오의 오른쪽 무릎 내부에서 뼈와 인대가 서로를 갉아먹는 듯한 지독한 통증이 치솟았다.
"으윽……!"
태오는 신음을 삼키며 무릎을 움켜잡았다.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내일 상대는 고교 최악의 폭력 축구를 구사하는 성도고등학교. 그리고 그들의 뒤에는 박성민과 협회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
이 망가져 가는 다리로, 태오는 과연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지배하고 왕좌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어둠 속에서 붉게 타오르는 '85%'라는 숫자가, 태오의 목을 죄어오는 차가운 칼날처럼 번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