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오른쪽 무릎 내부에서 뼈와 인대가 서로를 갈아먹는 듯한 지독한 통증이 치솟았다.

"으윽……!"

태오는 신음을 삼키며 무릎을 움켜잡았다.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흘러내려 기숙사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시야를 가득 메운 붉은색 경고창은 꺼질 줄 몰랐다.

[!경고: 강골의 장부 임계치 임박!] [우측 슬관절 누적 피로도 및 인대 미세 손상 지율 수치: 85%] [주의: 피로 지수가 90%를 초과할 경우, 영구적인 신체적 붕괴가 실시간 연쇄 발현됩니다.]

85%. 전생에서 축구 인생의 종말을 고했던 바로 그 수치다. 내일 치러질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전 상대는 악명 높은 폭력 축구의 대명사 성도고등학교였다. 이 상태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태오는 거칠게 몰아쉬던 숨을 억누르며 심호흡을 했다. 심장박동이 차분해지자, 머릿속의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정밀하게 파고들었다.

'장부, 마이크로 제어 모드(Micro Control Mode) 가동.'

징이 울리는 듯한 이명과 함께 시각 정보가 극도로 세분화되기 시작했다. 대퇴사두근의 외측광근에서부터 무릎개골을 지나 경골 비골로 이어지는 미세한 신경망과 근섬유의 긴장도가 0.1% 단위의 수치로 나열되었다.

태오는 손가락을 굳게 쥐며 장부의 자산 흐름을 조율했다.

슬관절 중앙에 집중된 압박을 허벅지 뒤편의 햄스트링과 종아리의 비복근으로 강제 분산시켰다. 혈류량을 강제로 늘려 미세하게 찢어진 인대 주변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체내 나트륨 농도를 조절해 관절강 내의 점성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마이크로 제어 작동 중…….] [우측 슬관절 누적 피로도 수치: 85% → 82%로 압축 조정 완료.] [대환 조건: 대퇴사두근의 근섬유 피로도 12% 일시 증가.]

허벅지 전체가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거워졌다. 하지만 무릎을 찌르던 날카로운 통증은 둔탁한 뻐근함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하아, 하아……."

태오는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82% 역시 안전지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반전부터 무리하게 그라운드를 밟았다간 후반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장부의 차입 한도가 초과하여 무릎이 파열될 것이 자명했다.

전술적인 타협이 필요했다. 전반전은 철저히 벤치에서 힘을 보존하며 상대의 체력을 빼놓고, 후반전에 승부수를 던진다.

"미쳤냐? 결승전인데 선발에서 빠지겠다고?"

다음 날 아침, 운동장 옆 천막 대기실에서 최길환 감독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그의 손에 들린 청명고의 선발 라인업 명단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전술적인 판단입니다. 성도고는 초반부터 거친 압박으로 밀어붙일 겁니다. 제가 전반부터 들어가면 타깃이 되어 상대의 타격 전술에 휘말립니다. 전반은 준우를 필두로 수비 라인을 내리고 버틴 뒤, 후반에 균열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태오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최길환을 똑바로 응시했다.

최길환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이번 대회 우승은 자신의 프로 구단 감독직 영전이 걸린 중대한 이정표였다. 태오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의 부재가 가져올 리스크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네 몸값을 올리려고 몸을 사리는 거라면 용납 못 해. 만약 전반에 터지면 어쩔 건가?"

"안 터집니다. 준우가 버텨줄 겁니다."

태오의 시선이 대기실 한구석에서 축구화 끈을 묶고 있는 한준우에게 향했다. 준우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태오의 안구에 투사된 준우의 무릎 상태가 붉게 점멸했다.

[한준우 - 우측 슬관절 전방십자인대 피로도: 78% (파열 위험군)]

2화에서부터 누적되어 온 준우의 비정상적인 피로 적색 신호였다. 우직하게 팀을 위해 헌신하느라 준우의 무릎 역시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이대로 경기에 나섰다간 준우의 선수 생명이 오늘로 끝날 수도 있었다.

태오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장부의 고유 권한을 발동했다.

'강골의 장부, 자산 이전 및 대환 기능 실행.'

[대상: 한준우(우측 슬관절). 이전할 피로 수치: 30%.] [이전 경로: 강태오의 예비 자산 계정으로 임시 대환.]

쩌적, 하는 환청이 뇌리를 스쳤다. 준우의 무릎을 감싸고 있던 붉은색 스펙트럼 중 일부가 태오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태오의 오른쪽 무릎이 욱신거리며 통증이 일시적으로 강해졌으나, 곧바로 시스템의 알림음이 머릿속을 울렸다.

[자산 이전 완료.] [한준우의 피로도: 78% → 48% (안정 수치 진입).] [흡수된 피로 수치 30%를 '임시 킥력 및 발목 고정력 버프'로 강제 대환합니다.] [대환 효과: 킥력 +15%, 발목 고정력 +15% 증가. (지속시간: 45분 / 후반전 투입 시점부터 활성화).]

태오는 안도와 함께 입술을 깨물었다. 준우의 무릎은 구원받았고, 자신은 후반전을 지배할 강력한 무기를 얻었다.

준우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가볍게 제자리뛰기를 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태오야, 이상하게 오늘 다리가 엄청 가벼운데? 몸 상태 최상이다!"

"오버페이스하지 마라. 전반만 버티면 후반은 내가 끝낸다."

태오가 낮게 읊조렸다. 준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그라운드로 향하는 터널로 걸어나갔다.

***

삐이익-!

주심의 힘찬 휘슬 소리와 함께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전의 서막이 올랐다.

서울 효창운동장의 스탠드는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들어차 있었다. 고교 축구의 왕좌를 가리는 자리인 만큼 수많은 축구 관계자와 취재진, 그리고 관중들의 열기로 그라운드가 후끈거렸다.

하지만 벤치에 앉아 있는 태오의 시선은 관중석 본부석의 한구석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익숙하고 불쾌한 얼굴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실세이자 학연 카르텔의 우두머리인 김태형 전무, 그리고 그의 옆에서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메모를 하고 있는 대학 카르텔 브로커 송민우였다.

송민우는 최길환 감독과 내통하며 유망주들의 대학 진학 쿼터를 주무르고 뒷돈을 챙겨온 탐욕스러운 브로커였다. 지난 3화에서부터 그가 이번 비공식 쇼케이스를 참관하며 태오를 배제하고 박성민을 돋보이게 하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그 실체가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김태형 전무는 가죽 시트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비스듬히 앉아 송민우에게 속삭였다.

"강태오 저 건방진 놈, 결국 선발에서 빠졌군. 최 감독이 드디어 대가리를 제대로 밟아놓은 모양이야."

"그렇지요, 전무님. 제아무리 천재랍시고 날뛰어봐야 협회 눈 밖에 나면 고사하는 건 시간문제 아니겠습니까. 이번 경기에서 청명고가 처참하게 깨지고 나면, 저놈 몸값도 똥값이 될 겁니다. 그때 연령별 대표팀 강제 차출 문서 서명하게 만들면 꼼짝없이 우리 손아귀에서 구르는 소모품이 되는 거죠."

송민우가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며 맞장구를 쳤다. 김 전무의 품 안에는 이미 데이비드 스타인의 법적 방어권을 우회하여 태오를 옭아맬 강제 차출 및 불응 시 징계 초안 문서가 들어있을 터였다.

그들의 음모대로 그라운드 위의 상황은 청명고에게 극도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성도고등학교는 전형적인 4-4-2 로우 블록(Low Block)을 형성한 채, 하프스페이스로 투입되는 모든 패스 길목을 거친 몸싸움과 슬라이딩 태클로 차단했다.

"커트! 밀어붙여!"

성도고의 미드필더들이 청명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발목을 겨냥해 거칠게 슬라이딩 태클을 가했다. 주심의 관대한 성향을 파악한 듯, 노골적으로 디딤발을 노리는 악랄한 플레이였다.

중원에서 볼을 배급해 주어야 할 태오가 없자, 청명고의 빌드업은 철저히 고립되었다. 롱볼 위주의 단조로운 패스는 성도고의 장신 수비수들에게 쉽게 차단당했다.

전반 18분.

성도고의 역습 상황에서 청명고의 측면 수비가 뚫렸다. 성도고의 윙어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가 청명고의 골망을 흔들었다.

0-1.

"아아! 성도고 선제골입니다! 청명고, 중원의 핵인 강태오 선수가 보이지 않으니 경기 조율이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계석의 캐스터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스탠드에 모인 청명고 학부모들과 관중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강태오 쟤 왜 안 나오는 거야? 부상인가?" "에이, 유럽 에이전트랑 계약하더니 배가 불러서 고교 대회 결승전은 뛰기 싫다 이거지." "거품이었네. 큰 경기 되니까 쫄아서 벤치에 처박혀 있는 거 봐라."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청명고 벤치까지 생생하게 들려왔다. 최길환 감독은 초조한 듯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벤치 앞을 서성였다.

그 와중에도 한준우는 필사적이었다. 무릎의 피로를 태오에게 넘겨준 덕분에, 준우의 몸놀림은 평소보다 훨씬 가볍고 역동적이었다. 준우는 성도고의 거친 피지컬 압박 속에서도 육탄방어를 불사하며 상대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팍!

"으윽!"

준우가 성도고 격수와 거칠게 충돌하며 잔디 위를 굴렀다. 유니폼은 이미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준우는 이빨을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태오가 없는 전반전을 어떻게든 최소 실점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 41분, 성도고의 코너킥 상황에서 혼전 중 추가 실점이 발생했다.

0-2.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을 때, 청명고 선수들의 얼굴에는 짙은 패배감과 피로가 엄습해 있었다.

락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의 어깨는 무겁게 처져 있었다.

"이따위로 할 거면 축구화 벗어! 결승전에서 정인고한테 털리던 버릇 못 버렸어?!"

락커룸 문이 부서질 듯 닫히자마자 최길환 감독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전술 판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굉음이 방 안을 울렸다.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숨만 헐떡였다. 준우는 구석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음주머니를 다리에 대고 있었다.

최길환의 살기등등한 시선이 태오에게 꽂혔다.

"강태오. 너 후반에도 안 들어갈 거냐? 팀이 이 꼴이 났는데 네 몸값 타령만 할 거야? 이대로 지면 네 유럽 스카우트고 뭐고 다 끝장이야!"

최길환의 독촉에는 선수를 걱정하는 기색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오직 자신의 안위와 실적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본부석의 김태형 전무와 송민우 역시 락커룸 너머에서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을 터였다. 태오가 끝내 출전하지 않거나, 출전해서 무너지는 시나리오를 그리며 말이다.

태오는 벤치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흔들림 없는,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영민한 결단이 서 있었다.

태오는 더 이상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절망하던 나약한 유망주가 아니었다. 장부의 수치는 82%로 압축되어 제어되고 있었고, 준우에게서 대환한 '임시 킥력 및 발목 고정력 버프'가 전신에 맥박 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들어갑니다."

태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지금부터 전술 지시는 제가 합니다. 롱볼은 전면 금지합니다. 성도고의 로우 블록은 하프스페이스의 짧고 빠른 원투 패스로만 허물 수 있습니다. 준우는 제 뒤에서 3선 앵커맨 역할을 맡아 좌우 전환에만 집중해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다 쪼갭니다."

최길환은 태오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순간적으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감히 고교생 선수가 감독의 전술 권한을 찬탈하겠다는 선언이었음에도, 태오의 눈빛에는 반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지배자의 아우라가 서려 있었다.

태오는 락커룸 문을 열고 먼저 밖으로 걸어 나갔다.

***

후반전 시작을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관중석에서는 성도고의 우승을 예견하는 환호성과 청명고를 향한 야유가 뒤섞여 흘러나왔다. 특히 본부석의 송민우는 이미 경기가 끝난 것처럼 김 전무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첨을 떨고 있었다.

"결국 강태오 저 친구, 몸 사리다가 끝나는군요. 이번 경기 끝나면 바로 협회 징계 위원회 소집해서 기를 꺾어놓으시지요."

"음, 그래야지. 어린놈이 감히 협회를 상대로 계약 조건을 따지려 들어? 한국 축구계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줘야지."

김 전무가 거만하게 턱을 치켜올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청명고의 벤치에서 한 선수가 터치라인 앞으로 걸어 나왔.

그의 등 번호 10번이 오후의 뜨거운 햇살을 받아 강렬하게 빛났다.

강태오였다.

그가 허리를 숙여 축구화 끈을 단단히 다시 묶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그라운드의 흙먼지를 밟는 그의 디딤발은 장부의 버프를 받아 대지에 뿌리를 박은 것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어……? 강태오 나온다!" "진짜 나오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교체 투입이야!"

스탠드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폭발하듯 그라운드를 메웠다.

태오는 고개를 들어 본부석의 김 전무와 송민우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네놈들의 추악한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이다'라고 선언하는 듯했다.

태오가 주심을 향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교체 사인을 보냈다.

그의 두 무릎 주변으로, 오직 그의 시야에만 보이는 푸른색의 장부 버프 이펙트가 스파크처럼 튀기며 강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전운이 그라운드 전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태오가 마침내 녹색 잔디 위로 첫발을 내디뎠다. 뒤집을 수 없는 완벽한 파멸의 서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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