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개경 동부의 유씨 가문 본궁은 가을 서리가 내려앉아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높은 솟을대문 아래로 찬 바람이 쓸고 지나갈 때마다, 붉은 단풍잎들이 마른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유신우는 품속에 감추어 둔 종이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꼈다. 어젯밤 사천가 골목에서 피로 물들었던 습격 자들의 자백서, 그리고 판결청 낭청 기철민의 붉은 관인이 선명하게 찍힌 의금부의 정식 압수 영장이었다. 얇은 한 지 한 장에 불과했으나, 그것이 품은 법리적 무게는 본궁의 거대한 기와지붕을 통째로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멈추어라. 서자 신우가 어찌 가주의 허락도 없이 안채를 범하려 드느냐?"
본궁의 중문을 지키던 사령들이 창을 교차하며 앞을 막아섰다. 신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창날이 아닌, 대청마루 위에 무겁게 앉아 있는 가주의 그림자를 향해 있었다.
"도평의사사 사병 금압령(私兵 禁壓令) 제삼조."
신우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성 내에서 사사로이 무장을 거느리고 가택을 침탈하거나 인명을 해하려 한 자는, 그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즉시 의금부에 하옥하며 배후의 가산 또한 차압한다.’ 이 창끝이 나를 향하는 순간, 이 문을 지키는 너희 역시 사병 불법 수용의 공범으로 엮여 서경의 노역장으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비켜라."
사령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들이 주춤하며 창끝을 내리는 찰나, 대청마루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대청 안에는 유씨 가문의 가주이자 신우의 생부인 유원식과, 적자 유인선의 생모 노씨 부인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등 뒤로,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듯 안색이 흙빛으로 변한 유인선이 사지를 바들바들 떨며 서 있었다.
"방자하구나, 신우 너 이놈!"
유원식이 탁자를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가 넓은 대청을 울렸으나, 신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가죽신이 마루판을 밟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서자 주제에 가문의 본궁을 의금부의 영장으로 겁박하려 들다니, 네 놈이 정녕 미쳤구나! 천륜을 어기고 아비를 고발하겠다는 말이냐?"
노씨 부인의 목소리는 찢어질 듯 날카로웠다. 그녀의 화려한 비단 소매 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신우는 묵묵히 품 안에서 피 묻은 습격 문서와 의금부의 영장을 꺼내 가주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붉은 피가 말라붙어 거뭇해진 종이가 백색의 탁자 위에서 기괴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천륜을 먼저 저버린 것은 제가 아닙니다, 어머니."
신우는 '어머니'라는 단어를 지극히 건조하게 뱉었다. 그것은 친족의 정이 아닌, 법적 연좌의 고리를 명확히 하기 위한 호칭이었다.
"어젯밤 사천가 제련소를 습격한 자들이 의금부 지하실에서 자백을 마쳤습니다. 그들의 품에서 나온 무기와 이 서찰의 필적은 명백히 가문의 적자, 유인선 형님의 것입니다. 고려 형률 제십조, 사적인 무력 행사를 통한 살인 교사는 참형에 처하며, 그 배후가 가문일 경우 도평의사사는 해당 가문의 관직을 박탈하고 사유지의 삼분의 일을 국고로 환수합니다."
"이, 이놈이...!"
유인선이 앞으로 나서려 했으나, 유원식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유원식의 노련한 눈동자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 서자가 가져온 문서들이 단순한 협박이 아님을 직감했다. 판결청의 기철민이 보증한 영장은 도평의사사의 법리적 칼날이 이미 가문의 목덜미에 닿았음을 의미했다.
"신우야."
유원식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졌다. 분노를 억누르고 실리를 계산하는, 권문세족 특유의 위선적인 타협 조였다.
"가문의 공명(功名)이 무너지면 너 역시 무사하지 못한다. 서자라 한들 너 역시 유씨의 피를 이어받지 않았느냐. 어찌 가문을 파멸로 몰고 가려 하느냐. 원하는 것이 있다면 조정의 법리 대신 가문 내부의 법도로 해결하자꾸나."
"가문의 법도라 하셨습니까."
신우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법도가 저를 광산의 노역자로 보내고, 제련소를 빼앗으려 할 때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저는 이제 가문의 사적인 규칙 따위는 믿지 않습니다. 오직 조정의 국법과 공인된 문서만이 저의 보장책입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노씨 부인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눈가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신우는 천천히 유인선을 바라보았다. 유인선은 신우의 시선이 닿자마자 마치 귀신을 본 듯 몸을 움츠렸다. 어젯밤 자신이 보낸 자객들이 단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을 때 느꼈던 공포가 그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형님께서 저지른 살인 교사의 죄를 덮어두는 대가치고는 아주 사소한 것입니다."
신우는 소매 안에서 미리 작성해 온 또 다른 문서 한 장을 꺼냈다.
"서경 광산 인근의 이가온 점토 제방 철강 독점 채굴권, 그리고 가문이 소유한 개경 외곽의 가마터 네 곳을 무상으로 제게 양도하십시오. 영구히, 가문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한 양도 서약서입니다."
"미쳤구나! 그 가마터들은 우리 가문이 벽란도 상단에 방적기와 철물을 납품하는 핵심 기지다! 그것을 넘기라는 것은 가문의 탯줄을 끊겠다는 소리 아니냐!"
유원식이 노발대발했으나, 신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의금부의 사령들이 이 본궁의 문을 부수고 들어와 형님을 포박하는 모습을 개경 저잣거리에 보여주시면 됩니다. 최영조 대감께서도 사병 금압령을 위반한 가문을 굳이 도평의사사에서 변호해 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꼬리를 자르듯 유씨 가문을 가장 먼저 내치시겠지요."
최영조의 이름이 나오자 유원식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권문세족의 생리는 그 누구보다 그들이 잘 알고 있었다. 힘을 잃은 사냥개는 가장 먼저 솥에 삶아지는 법이었다.
"서명하십시오, 형님."
신우가 유인선의 앞으로 지필묵을 밀어놓았다.
"직접 적으셔야 합니다. 가문의 적자 유인선이, 자신의 죄과를 씻기 위해 서자 유신우에게 가마터와 채굴권을 무상 양도한다는 사실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유인선은 생모를 바라보았으나, 노씨 부인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가문의 가산 일부를 잃는 것이 적자의 목숨과 관직을 잃는 것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유원식 역시 묵묵히 눈을 감았다. 그것은 묵인과 굴복의 신호였다.
"내가... 내가 어찌 너 같은 천한 서자 놈에게..."
유인선의 입술이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짓이겨졌다. 하지만 붓을 쥐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그의 떨리는 손가락이 붓대를 잡았다. 먹물이 떨어져 백지에 검은 얼룩을 남겼다.
"적으십시오. 멈추지 말고."
신우의 압박에 유인선은 눈물을 머금은 채 글자를 한 자 한 자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유인선은 서경의 점토 제방 채굴권과 개경 동부 가마터 사 개소를 유신우에게 영구히 양도하며...' 서약서가 완성될 때마다 유인선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가문 어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적자가 서자에게 무릎을 꿇고 가산을 바치는 굴욕의 서명식이었다.
마지막 인장까지 찍히자, 신우는 지체 없이 문서를 거두어 품에 넣었다.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이로써 어젯밤의 소란은 없었던 일로 조율해 드리지요."
신우는 가벼운 묵례를 남기고 몸을 돌렸다. 뒤에서 유인선이 바닥을 쥐어뜯으며 지르는 비명 섞인 신음이 들려왔으나, 신우의 걸음은 단호했다.
***
본궁을 나온 신우가 향한 곳은 개경 서쪽 골목에 위치한 벽란도 장강 상회의 밀실이었다.
방 안에는 은아랑이 붉은 비단 저고리를 입고 차를 달이고 있었다. 은은한 차 향기가 방 안을 채웠지만, 대기의 기류는 여전히 팽팽했다.
"가문의 탯줄을 끊고 오셨군요, 나으리."
은아랑이 찻잔을 신우의 앞에 놓으며 생긋 웃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감탄과 함께 깊은 경계심이 교차했다.
"약속대로 이가온의 제련소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선은 확보했습니다. 서경의 내열 점토와 가마터 네 곳이 제 손에 들어왔으니, 이제 고온 제련의 인프라는 갖추어진 셈입니다."
신우는 품에서 양도 서약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대단하십니다. 가문의 적자를 법리의 그물로 옭아매어 스스로 가산을 바치게 만들다니. 벽란도의 어떤 거상도 이토록 잔인하고 영리하게 판을 짜지는 못할 것입니다."
"잔인한 것이 아니라 실리적인 것입니다. 법은 감정이 없으니까요."
신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은아랑을 응시했다.
"그럼 이제 행수의 차례입니다. 제가 요구한 정보는 준비되었습니까?"
은아랑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그녀는 품속에서 낡고 기름때 묻은 가죽 주머니를 꺼내 신우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 안에는 한자로 빽빽하게 적힌 서첩 한 권이 들어 있었다.
"장강 상회가 원나라 서안의 밀무역 상가에서 목숨을 걸고 빼내 온 서책입니다. 원래는 원나라 공녀 파견 당시에 누락되었던 공문서들과, 당시 조공을 담당했던 한족 통역관의 군량 수급 기록이지요."
신우의 눈이 빛났다. 이것이 바로 아카이브가 지목했던 '최영조 가문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당시 공녀와 군량을 원나라에 바치는 과정에서, 최영조 대감의 가문은 수만 석의 군량을 횡령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한족 통역관을 독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통역관은 살아남아 이 서책을 남겼지요. 여기에는 최영조가 원나라 기 황후 세력과 주고받은 비밀 서찰의 사본과, 공녀 수송로의 군량 누락 조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최영조가 원나라의 힘을 빌려 고려 조정을 장악한 배후의 실체로군."
신우는 서책의 첫 장을 넘겼다. 정교하게 기록된 수치와 날짜, 그리고 최영조 가문의 인장이 찍힌 흔적들이 선명했다. 이 문서가 조정에 폭로되는 순간, 친원파의 거두인 최영조는 단순한 권문세족이 아닌 역적의 신세로 전락할 터였다.
"하지만 나으리, 이 문서를 지금 쓰시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은아랑이 경고했다.
"최영조는 아직 도평의사사의 전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 문서를 들이밀기 전에, 우리에게는 그 세력을 정면으로 격파할 실질적인 무력이 필요합니다. 제련소에서 생산될 고탄소강 무기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이 칼날을 숨겨두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외교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소매 끝에 살짝 흘려 상대를 초조하게 만드는 법이니까요."
신우는 서책을 덮어 품속 깊은 곳에 넣었다.
***
은아랑이 밀실을 떠난 후, 홀로 남은 신우는 찻잔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이제 원료와 가마터는 확보했다. 하지만 이가온의 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철강의 강도를 비약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탄소 함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고로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산소를 정밀하게 주입하는 '송풍관 제련 도면'이 필요했다. 중세 고려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초월하는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신우는 심연 속에 잠겨 있는 '외교부 비밀 아카이브'를 소환했다.
*역사 왜곡 동기화율: 24.5%* *경고: 고부가가치 기술 정보 인출 시 동기화율의 급격한 상승이 예상됩니다.*
'열람한다. 고온 송풍관 및 도가니로 개량 도면.'
신우는 마음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거대한 도서관이 뒤집히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수만 장의 도면과 수치들이 그의 뇌세포를 강제로 찢고 들어왔다.
"으윽...!"
신우는 비명을 지르며 탁자를 짚었다.
좌측 측두엽에서 시작된 극심한 두통이 뇌 전체를 난도질하듯 번져나갔다. 눈앞이 붉은색과 검은색의 모자이크로 조각나며 흐려졌다. 단순한 두통이 아니었다. 원래 역사에서 고려가 멸망하며 흘렸던 백성들의 피와, 무너진 사직의 비명이 그의 신경망을 타고 역류하는 듯한 참혹한 고통이었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갔다. 어젯밤부터 감각이 무뎌졌던 왼손은 이제 손가락을 굽히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마비 증세가 손목을 타고 팔꿈치까지 무겁게 기어 올라왔다.
"커헉...!"
목구멍 깊은 곳에서 뜨겁고 비릿한 액체가 솟구쳤다.
신우는 반사적으로 옷소매 안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소매 표면으로 붉은 선혈이 빠르게 번져나갔다. 입가로 흘러내리는 피를 거칠게 훔쳐내며, 그는 폐부 깊숙이 공기를 불어넣으려 애썼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시려왔다.
'아직... 아직은 쓰러질 수 없다.'
그는 이 고통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지식의 대가. 역사의 관성을 거스르는 대가는 온전히 그의 육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였다. 신우는 굳어진 왼손을 오른손으로 꽉 움켜쥐며 억지로 감각을 일깨우려 했다. 차가운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도면의 형상이 뇌리에 완전히 각인되자, 경고음이 서서히 소멸해 갔다.
*동기화율 상승 완료: 28.2%* *경고: 신체 마비 및 각혈 증상이 심화되었습니다. 추가적인 무리한 연산은 영구적인 신체 훼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신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옷소매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거울에 비친 그의 안색은 시체처럼 창백했으나, 검은 눈동자만큼은 더욱 깊고 잔혹하게 빛나고 있었다.
***
피 묻은 소매를 가리기 위해 짙은 청색의 겉옷으로 갈아입은 신우는 서둘러 이가온의 제련소로 돌아왔다.
제련소 마당에는 서경에서 조달해 온 붉은 점토와 철광석 자루들이 쌓여 있었다. 이가온은 점토의 점도를 손가락으로 굴리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이놈, 신우야! 정녕 이 귀한 서경 보라색 점토를 가문의 늙은이들에게서 빼앗아 왔단 말이냐? 이 정도 점도라면 고로가 이천 도의 고온을 견디고도 남을 게다!"
"약속을 지켰을 뿐입니다, 이 장인."
신우는 굳어버린 왼손을 옷소매 속에 감춘 채, 오른손으로 새로 개량한 도가니 송풍관 도면을 건넸다.
"이 도면대로 고로의 공기 주입구를 개량하십시오. 바람의 방향을 회전시켜 도가니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탄소가 철에 골고루 스며들게 만드는 핵심 기술입니다."
이가온이 도면을 받아들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불같은 성정마저 잠재울 정도로 정교하고 치밀한 도면이었다.
"이... 이 미친 녀석. 대체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 게냐? 이런 설계는 명나라의 황실 제련소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것이 제 무기입니다."
신우가 차갑게 대답하려던 찰나, 제련소의 나무문이 거칠게 열렸다.
"유 도련님!"
기철민이었다. 평소의 고지식하고 차분한 행정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의 관복은 흙먼지로 뒤덮여 있었으며 호흡은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의 얼굴은 완전히 흙빛이었다.
"기 판관, 무슨 일입니까?"
신우가 물었다. 기철민은 제련소 문을 급히 걸어 잠그며 신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가 극도의 공포와 긴장으로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도평의사사에서... 방금 전 전령이 내려왔습니다! 친원파 최영조 대감이 원나라 전권 사신의 도착을 빌미로 조정의 대세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기철민이 신우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최영조가 명나라와의 국경 획정을 전면 무효화하고, 서경 이북의 토지를 원나라에 할양하라는 교지를 공민왕 전하께 강요하고 있습니다! 거부하는 신진 사대부들은 이미 의금부로 압송되기 시작했습니다! 도련님, 이제 곧 개경 전역에 사법 계엄이 선포될 것입니다!"
신우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최영조의 정변이 아카이브의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시작된 것이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개경의 가을 하늘 아래로, 멀리서 군마들의 말발굽 소리가 지진처럼 땅을 울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