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온 장인의 제련소에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습격을 감행했습니다! 지금 제련소 고로에서 노란 광이 폭발하듯 솟구치며 불길이 도성 북쪽을 덮치고 있사옵니다!"
전령의 다급한 비명이 편전의 바닥을 긁었다.
공민왕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분노의 대상이 최영조에서 북동쪽의 화마로 옮겨갔다. 최영조 가문의 개경 수하 가신단에 급격한 국문을 처벌하려 위엄을 내리치려던 찰나에 날아든 비보였다.
신우는 흉부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피비린내를 삼키며 소매 안으로 손을 감추었다. 왼손은 팔꿈치까지 서늘한 마비가 올라와 완전히 굳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멈출 수 없었다. 이가온의 제련소는 고려를 제국으로 만들기 위한 철강 인프라의 심장이자, 앞으로 다가올 원·명 교체기의 대혼란을 정면으로 돌파할 유일한 군사적 지탱점이었다.
"전하."
신우가 굳은 왼손을 감춘 채 오른손만으로 읍하며 한 걸음 나섰다.
"제련소는 단순히 쇠를 달구는 가마가 아니옵니다. 서경 군부에 납품할 신형 군도의 기틀이자, 도성 방비를 위해 국가가 공인한 군수 보급의 요체이옵니다. 이번 습격은 조정의 사법 집행을 비웃고 고려의 군사력을 밑바닥에서부터 꺾으려는 정적들의 명백한 도발이옵니다."
왕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유신우, 네가 직접 가보겠느냐?"
"신이 직접 전리사와 금군 일부를 이끌고 가 화재를 진압하고, 배후의 정체를 밝혀내겠사옵니다."
공민왕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당장 병력을 이끌고 가라. 사직의 철기가 저 불길 속에 사그라지게 두어서는 안 된다."
어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우는 몸을 돌렸다.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극심한 두통이 뇌를 찔렀다. 머릿속의 외교부 비밀 아카이브가 붉은빛 경고등을 켜며 깜빡이고 있었다.
[경고: 역사 왜곡 동기화율 28.5%. 육체적 동기화 부작용이 심화됩니다. 무리한 아카이브 접속은 영구적인 신경 괴사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입 닥쳐라.'
신우는 속으로 아카이브의 경고를 짓눌렀다. 지금 가마가 무너지면 가문 독립도, 도평의사사 내에서의 권력 장악도 모두 한낱 물거품이 된다.
편전 문을 나서자마자 은아랑이 이끄는 장강 상회의 호위 무사들과 기철민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철민의 얼굴은 흙빛이었다.
"유랑, 제련소의 화포 폭발 징후가 심상치 않소. 이가온 장인이 온도를 무리하게 올렸다는 소문이 있소이다."
"이동하면서 듣지요."
신우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신우는 품속에 있던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그 안에는 은아랑이 목숨을 걸고 서안에서 회수해 온 최영조 가문의 비밀 장부와 한족 통역관의 원한 섞인 군량 수급 서책이 들어 있었다.
최영조의 명줄을 끊어놓은 결정적 증거. 원나라 공녀 파견 당시 배후에서 조공을 누락하고 사사로이 군량을 빼돌려 북원의 기 황후 세력과 밀통한 이 백서(帛書)는 이미 왕의 손에 들어갔고, 최영조는 사법 소추를 피할 길이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잔당들이 남아 발악하는 법이다. 사법 계엄의 서막을 열려던 최영조 가문의 수하들이 제련소를 타격한 것은 마지막 발악이자, 신우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정밀한 일격이었다.
"더 빨리 몰아라!"
신우의 독촉에 마차가 비명을 지르며 개경 도성 북동쪽의 가마터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
제련소 초입에 들어서자 매캐한 유황 냄새와 타들어 가는 가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밤하늘은 이미 검은 연기와 누런 불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가마터 주변에는 습격자들의 시신 몇 구가 뒹굴고 있었고, 이가온의 도제들이 물통을 들고 이리저리 비명을 지르며 뛰고 있었다.
"물이 아니다! 물을 부으면 안 된다!"
이가온의 벼락같은 고함이 사방을 흔들었다.
제련소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수직 고로(高爐)는 이미 제어할 수 없는 온도로 치솟아 있었다. 고로 하단부의 연소실 입구에서 노란색과 백색이 뒤섞인 기괴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전형적인 노(爐) 내부의 과열 및 가스 정체 현상이었다.
"장인!"
신우가 마차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비틀거리는 걸음을 기철민이 부축하려 했으나 신우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이가온은 얼굴이 검게 그을린 채 고로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거대한 철제 부삽이 들려 있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에는 명백한 공포가 서려 있었다.
"유 도령! 오지 마시오! 이 빌어먹을 고로가 곧 터질 거요! 서경 놈들이 습격하면서 송풍관에 이물질을 밀어 넣고 도망쳤소! 바람길이 막혀 온도가 내부에서만 돌며 가마 벽체 점토가 녹아내리고 있소이다!"
중세의 제련 가마는 내화 벽돌의 성능 한계로 인해 일정 온도 이상을 견디지 못한다. 가마 벽면이 녹아내리면 내부의 초고온 슬래그와 정철 액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사방을 피바다로 만들고 대폭발을 일으킨다.
"송풍관을 열고 온도를 낮추면 되지 않소!"
기철민이 다급히 외쳤다.
"바람길을 열면 산소가 급격히 유입되어 내부 가스가 폭발하오! 그렇다고 이대로 두면 벽체가 무너져 정철 액이 쏟아져 내릴 판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말이오!"
이가온의 목소리에 절망이 가득했다.
신우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의 아카이브를 강제로 가동했다. 뇌수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눈앞에 붉은 인과율의 경고가 떠올랐지만, 그는 무시하고 지질 공학 및 중세 기술 응용 도면의 데이터베이스를 빠르게 훑었다.
[검색어: 고온 고로 벽체 붕괴 방지, 중세 수준 내화 점토.]
수많은 도면 파일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신우의 머릿속에 3화에서 확보했던 이가온의 개인 일지와 서경 채굴권 문건 중 하나의 기억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가온이 과거 서경에서 실패하고 숨겨두었던 도면.'
그것은 이가온이 가업을 이을 당시, 서경 이북의 특정 광산에서만 나오는 보라색 가마 내열 점토(고령토)를 배합하려다 실패했던 기록이었다. 이가온은 당시 배합 비율을 맞추지 못해 가마가 갈라지자 이를 '저주받은 흙'이라 부르며 집안 한구석에 도면과 함께 봉인해 두었었다.
"이가온 장인!"
신우가 소리쳤다.
"과거 장인이 서경에서 가져왔다던 그 보라색 내열 점토, 지금 제련소 창고에 보관해 둔 것이 있소?"
이가온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신우를 바라보았다.
"그... 그 저주받은 보라 진흙 말이오? 그건 가마에 바르면 열을 이기지 못하고 쩍쩍 갈라져 부서지는 쓸모없는 흙이오! 창고 구석에 궤짝째 버려두긴 했소만, 그걸 어디다 쓴단 말이오!"
"갈라진 것은 정량적인 배합 비율과 수분 조절이 실패했기 때문이오!"
신우는 아카이브가 분석해 낸 정확한 수치를 입으로 뱉어냈다.
"그 보라색 점토는 산화알루미늄(Al₂O₃) 함량이 극도로 높은 고령석이오. 일반 황토나 청점토처럼 물만 섞어 구우면 수축률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지만, 고운 석영 분말과 왕겨 재를 특정 비율로 배합하면 섭씨 1,400도 이상의 초고온을 견디는 완벽한 내화 벽돌의 재료가 되오!"
"무, 무엇이라?"
이가온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장인으로서 평생을 바쳐온 그였지만, '산화알루미늄'이니 '수축률'이니 하는 현대 지질 과학의 정량적 개념을 이해할 리 만무했다. 하지만 신우의 어조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지금 당장 창고에서 보라 진흙 궤짝을 꺼내오시오! 고운 모래 세 되에 왕겨 재 두 되, 그리고 보라 진흙 다섯 되를 배합하여 점토 반죽을 만드시오! 수분은 질척이지 않고 손으로 쥐었을 때 겨우 뭉쳐질 정도로만 최소화해야 하오!"
"하지만 그걸 지금 이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 벽에 어떻게 바른단 말이오? 다가가기만 해도 살점이 타들어 갈 텐데!"
기철민이 경악하며 만류했다.
"바르는 것이 아니오."
신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고로 하단의 균열 부위에 배합한 점토 반죽을 단단히 뭉쳐 흙덩이 형태로 밀어 넣고, 그 위에 무쇠판을 덧대어 버팀목으로 고정할 것이오. 초고온의 정철 액이 흘러나오면서 이 배합 점토와 닿는 순간, 점토 내부의 수분이 순식간에 기화하며 점토를 세라믹처럼 급속 소결(燒結)시킬 것이오. 벽면을 안에서부터 스스로 메우게 만드는 법이오."
이가온은 신우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친 소리 같았지만, 신우의 눈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장인의 직감이 속삭이고 있었다. 저 서자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오늘 밤 자신을 포함해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얘들아! 당장 창고 구석에 있는 나무 궤짝을 꺼내와라! 석영 가루와 왕겨 재도 전부 긁어모아!"
이가온의 무서운 호통에 도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경산 보라색 진흙이 담긴 궤짝이 가마터 마당으로 쏟아졌다. 보랏빛을 띠는 묘한 질감의 고령토였다. 이가온은 신우가 제시한 비율대로 정밀하게 자를 대어가며 흙과 석영 가루, 왕겨 재를 섞었다. 물을 아주 미세하게 떨어뜨리며 거대한 떡메로 반죽을 내리쳤다.
"온도가 더 올라갑니다! 가마 하단에서 정철 액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도제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가마 밑바닥의 틈새로 붉고 노란 액체가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가마 전체가 웅웅거리며 기괴한 진동을 울렸다.
"비켜라!"
이가온이 완성된 보라색 흙덩이들을 거대한 삽에 얹고 가마 앞으로 전진했다. 열기가 너무 강해 그의 수염 끝이 말라붙으며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내가 간다!"
이가온의 심복 도제가 무쇠판을 들고 그 뒤를 따랐다.
푸스스스!
보라색 점토 뭉치가 가마 하단의 균열부에 밀어 넣어지자, 굉음과 함께 흰 연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급격한 기화 작용이었다. 이가온은 이빨을 악물고 무쇠판으로 그 위를 덮어 누른 뒤, 거대한 참나무 버팀목을 해머로 내리쳐 고정했다.
"뒤로 물러서라!"
모두가 숨을 죽이고 가마를 바라보았다.
일반 진흙이었다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흘러내리거나 폭발적으로 비산했을 터였다. 하지만 신우가 계산한 정밀한 배합의 보라색 고령토는 달랐다. 흘러나오던 초고온의 선철 액과 부딪히는 순간, 겉면이 유리질처럼 매끄럽게 구워지며 가마 안쪽의 균열을 완벽하게 밀봉했다.
웅웅거리던 가마의 기괴한 진동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노란색으로 치솟던 가마 상부의 불꽃이 이내 안정적인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정철의 온도로 돌아왔다.
"막... 막혔다."
이가온이 삽을 떨어뜨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검게 그을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마가 버텨냈어. 저주받은 흙이... 가마를 살렸단 말인가?"
도제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
기철민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신우를 돌아보았다. 이 청년은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것인가. 서경의 내열 점토를 알고 있었던 것도 모자라, 장인조차 포기했던 흙의 물리적 특성을 완벽히 분석해 현장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커흑!"
그 순간, 신우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붉은 피를 토해냈다.
"유 도령!"
기철민이 다급히 신우를 부축했다.
신우의 왼손은 이제 완전히 감각이 없어 대리석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역사 왜곡 동기화율이 임계점에 가까워지며 폐부의 혈관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신우는 거칠게 피를 닦아내며 기철민의 손을 밀쳐냈다.
"아직... 끝나지 않았소."
신우는 이가온을 바라보았다.
"장인, 가마가 안정되었으니 즉시 정철 액을 도가니로 보내시오. 오늘 밤, 우리는 고려 역사상 가장 완벽한 탄소강을 뽑아낼 것이오."
이가온은 신우의 피 묻은 입술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서자는 인간이 아니라, 고려를 바꾸기 위해 내려온 귀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소. 대장간의 모든 화덕을 열어라! 정철 액을 용제에 침투시킨다!"
***
새벽빛이 개경 하늘을 푸르게 물들일 무렵.
제련소 내부의 거대한 수조에서 치이익 하는 격렬한 수증기와 함께, 한 자루의 검신(劍身)이 솟아올랐다.
이가온이 떨리는 손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검날은 푸르스름한 광택을 띠며 매끄럽게 뻗어 있었다. 탄소 함량이 너무 높아 유리처럼 깨지지도 않고, 너무 낮아 무르게 휘어지지도 않는, 완벽한 균일 강도를 지닌 고순도 탄소강 검이었다.
이가온은 제련소 한구석에 놓여 있던 두꺼운 무쇠 갑옷 조각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보여주게. 이 칼날이 정말 우리 고려를 구할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이가온이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무쇠 갑옷 조각을 내리쳤다.
깡!
맑고 날카로운 파열음이 제련소 간격을 가득 메웠다.
장인들이 침을 삼키며 작업대를 바라보았다. 무쇠 갑옷 조각은 두부처럼 깔끔하게 반으로 갈라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가온이 들어 올린 검날에는 이가 빠지기는커녕, 미세한 기스조차 나지 않은 채 푸른 광채만을 내뿜고 있었다.
"이... 이런 검은 내 평생 본 적이 없소."
이가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중원의 명검이라 불리는 보검들도 이 정도의 절미(折美)를 가지진 못했소. 탄소 조절의 수렁을... 우리가 마침내 극복한 것이오!"
장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눈에는 단순한 경탄을 넘어, 신우를 향한 경외심이 깃들어 있었다. 열악한 중세의 기술적 한계를 오직 정밀한 과학적 연산과 수치 제시만으로 돌파해 낸 기적의 현장이었다.
"이 검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시겠습니까?"
기철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신우는 차갑게 벼려진 검날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답했다.
"철혈(鐵血)."
고려의 무너진 법도를 다시 세우고, 대륙의 소용돌이를 집어삼킬 철과 피의 시작이었다.
***
같은 시각, 개경 도성의 남쪽 외곽에 위치한 유씨 가문의 밀실.
가문의 적자 유인선은 어둠 속에서 초조하게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최영조가 의금부로 압송되고 가문 전체가 가압류당했다는 소식은 그의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 신우의 손길이 자신에게 뻗쳐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답답하구나, 고려의 후계자라는 자가 고작 서자 하나 때문에 이리 벌벌 떨고 있다니."
밀실의 어둠 속에서 기괴한 억양의 고려말이 흘러나왔다.
파란색 비단 관복을 거칠게 걸친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허리춤에는 고려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날이 넓고 무거운 대도(大刀)가 차여 있었다. 명나라 조정이 요동 전선에 파견한 전진 비밀 척후관들이었다.
"네, 네놈들이 어찌 이곳에..."
유인선이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명나라 척후관들의 우두머리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유인선의 어깨를 짚었다.
"우리는 그저 고려 조정을 흔들어 놓을 적절한 장기말을 찾고 있었을 뿐이네. 최영조는 가망이 없지만, 자네라면 아직 쓸모가 있지. 새로 벼려진 초강도 검들이 조정의 군사 수송선에 실리기 전에, 우리가 그것들을 전부 무력으로 탈취해 줄 수도 있네."
사내의 눈빛에 살기가 서렸다.
"대신, 자네는 우리에게 개경 조정의 핵심 방비 도면과 북방 군사 배치도를 넘겨주어야겠네. 어떤가? 유신우를 죽이고 가문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인데."
유인선의 눈동자가 광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열등감과 생존에 대한 갈망이 그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있었다.
"그... 그렇게 하겠소. 유신우 그 서자 놈의 목만 벨 수 있다면, 고려의 방비 도면 따위는 얼마든지 넘겨주지!"
새로운 거대한 음모의 덫이, 붉게 타오르는 사철의 열기 뒤편에서 소리 없이 조여들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