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법정의 공기는 수술실의 무균실처럼 차갑고 건조합니다. 피고인 석에 앉은 세진병원 원장 김태수의 호흡 소리가 거칠게 흔들립니다. 평소 기관 비삽관을 앞둔 중환자처럼 가쁘게 들리는 그 숨소리에는, 종양처럼 번진 그의 탐욕이 종착지에 다다랐음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당신은 변호인석에서 천천히 일어나 법정 중앙으로 걸어 나갑니다. 손에 쥐어진 태블릿 PC의 화면에는 세진병원이 은폐하려 했던 최종 임상시험 데이터가 띄워져 있습니다. 인공 판막 치환술(AVR) 과정에서 발생한 급사 사례 12건. 카디오플레지아(심장정지액)를 주입하고 심장을 세운 사이 몰래 주입된 미승인 약물의 부작용 보고서와, 조작된 EMR(전자의무기록) 로그 기록이 빔프로젝터를 통해 법정의 대형 스크린에 주사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의료 과실이 아닙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메스의 칼날처럼 예리하게 정적을 가릅니다. "심폐기를 돌려 환자의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추어 놓은 무방비한 순간, 그들의 신뢰를 배신하고 미승인 생체 재료를 이식한 잔혹한 실험이었습니다. 여기 계신 피고인은 그 생명의 가치를 리베이트라는 숫자로 치환했습니다."

방청석에서 무거운 탄식이 터져 나옵니다. 법정 뒤편에 포진한 기자들의 펜 끝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김태수의 변호인이 다급히 이의를 제기하며 발버둥 치지만, 재판부의 시선은 이미 차갑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수술실에서 메스를 쥐고 헤파린의 투여량을 계산하듯, 당신은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법적 증거를 조율하며 상대의 호흡을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마침내 법정의 모든 이들이 깨닫습니다. 거대 의료 제국 세진병원의 추악한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으며, 당신이 든 법정의 메스가 저들의 심장부를 정확히 꿰뚫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완벽한 파멸과 승리를 눈앞에 둔 이 순간, 당신의 손끝에 닿는 감각은 기묘할 정도로 차갑습니다. 위독한 환자의 바이탈을 살려내던 수술실의 온도와, 법대 위에서 떨어질 정의의 무게가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교차합니다.

거대 악을 도려낸 자리에 메디컬 전문 변호사로서의 정의를 세울 것인가, 아니면 이 붕괴된 제국을 집어삼키고 의학계의 정점에 군림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코너에 몰린 맹수가 준비한 마지막 독니를 경계해야 할 것인가.

재판장이 침묵을 깨고 판결 전, 당신을 향해 마지막 최종 의견을 구합니다. 법정 안의 모든 시선이 당신의 입술에 집중되는 순간, 사방이 수술실의 침묵처럼 고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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