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법정의 공기는 수술실의 무균실처럼 차갑고 건조합니다. 웅성거리는 방청석의 소음 사이로, 증언대에 선 3년차 전공의 김민우의 가쁜 숨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낮게 울려 퍼집니다. 그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법정의 형광등 불빛을 받아 번들거립니다.

세진병원 측 소송대리인인 중견 변호사, 송우석이 승리감에 젖은 미소를 지으며 단상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갑니다. 그의 손에 들린 두꺼운 서류철은 김민우라는 한 젊은 의사의 삶을 난도질하기 위해 준비된 정교한 수술도구와 다름없습니다.

"증인 김민우 선생. 본인이 세진병원 흉부외과에서 근무하던 지난 2년간, 전공의 평조사에서 최하위 등급을 연이어 받았더군요. 특히 작년 5월에는 중환자실에서 중심정맥관 삽입술(C-line insertion)을 시도하다 우측 쇄골하정맥을 관통해 환자에게 인위적인 기흉(Pneumothorax)을 유발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그것은…… 환자의 해부학적 변이가 심해 조심스럽게 가이드 와이어를 진입시키는 과정에서……."

"질문에만 답하세요! 본인의 미숙한 술기로 환자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갔고, 그로 인해 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 직전이었던 것 맞습니까?"

송우석의 목소리가 법정의 높은 천장을 두드립니다. 김민우의 안색이 혈액을 잃어가는 환자처럼 하얗게 질려갑니다. 상대는 지금 김민우의 증언—세진병원 소아심장센터의 수술 기록지가 조직적으로 사후 조작되었다는 폭로—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그를 '자질 없는 낙오자'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턴 시절에는 당직 근무 중 무단이탈로 경고 처분을 받은 이력도 있군요. 의사로서의 사명감도, 기본적인 자질도 결여된 증인이 병원의 체계적인 기록 관리를 논할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혹시 본인의 지속적인 과실을 감추고 병원에 앙심을 품어 이런 허위 증언을 기획한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저는, 저는 단지 사실을……."

김민우의 목소리가 젖어 들더니 결국 뚝 끊어집니다. 억울함과 수치심이 범벅된 눈물이 그의 안경 너머로 힘없이 흘러내립니다. 증인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순간, 방청석에 앉은 세진병원 기획조정실장과 수뇌부들의 얼굴에 비열한 안도감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대로 조용히 방관한다면 판사의 심증은 굳어질 것이고, 공들여 세운 증거들은 한낱 낙오자의 앙갚음으로 치부되어 기각될 터입니다.

당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서류 가방에서 꺼낸 몇 장의 임상 기록지가 당신의 손끝에서 바스락 소리를 냅니다.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기 전, 손가락 끝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던 그 감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법정은 또 다른 수술실이며, 눈앞의 피고 측 변호인은 환자의 환부를 헤집어놓는 서투른 집도의에 불과합니다. 이제 당신이 구원 투수이자 퍼스트 서전(First Surgeon)으로서 법정의 메스를 잡을 차례입니다.

당신의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법정의 정적을 깨뜨립니다. 상대 변호인의 시선이 당신을 향해 꽂히고, 재판장의 엄숙한 눈빛 역시 당신의 입술을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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