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은 타르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불길한 그물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낙하했답니다. 끈적이고 탁한 기운이 뽀뽀의 은빛 털을 사정없이 갉아먹었고, 가냘픈 날개를 파르르 떨던 어린 새 냥냥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으로 추락했어요.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여린 살결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요람의 고요한 공기를 찢어발겼지요.
“뽀뽀! 냥냥!”
아멜리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답니다. 매끄럽고 하얀 뺨이 순식간에 핏기를 잃고 하얗게 질려버렸어요.
눈앞에서 상처받은 작은 생명들이 다시금 짓밟히는 광경을 보는 순간, 전생의 아픈 기억과 수의사로서의 본능이 그녀의 전신을 관통했답니다. 아멜리아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연약한 제 몸을 돌보지 않고 그 무시무시한 정화 그물 앞으로 달려나갔어요.
“안 됩니다, 아멜리아 님! 위험해요!”
뒤에서 치료받던 아기 사슴과 다른 마수들이 앞발을 구르며 울부짖었지만, 아멜리아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답니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그물 틈새로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작은 노란 솜털 뭉치, 냥냥에게만 고정되어 있었지요.
“더러운 마수 놈들과 함께 타 죽어라!”
고위 사제가 비열하게 웃으며 손끝에서 이글거리는 백색의 신성 화염 파편을 날렸답니다. 날카롭고 뜨거운 화염이 아멜리아의 얼굴을 향해 매섭게 쏟아져 내렸어요.
그 찰나의 순간, 아멜리아는 목가에 걸려 있던 투명하고 영롱하며 핏빛보다 붉게 타오르는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움켜쥐었답니다. 아빠 카이든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가보라며 쥐여주었던 팬던트가, 그녀의 다급한 마력에 반응해 서늘하고 매끄러운 광채를 내뿜기 시작했어요.
[가보 ‘핏빛 다이아몬드’가 주변 마력 흐름을 안정시킵니다.] [보유 마력 16,000 MP 중 1,000 MP를 즉시 소모하여 아주 얇고 탄탄한 에메랄드빛 보정 장막을 전개합니다!]
징-!
아멜리아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투명한 초록빛 보호막이 허공에서 쏟아지는 불꽃 파편들을 부드럽게 튕겨내었답니다.
하지만 여파로 생긴 뜨거운 열풍이 그녀의 부드럽고 가냘픈 살결을 스치며 연분홍빛 드레스 자락을 거칠게 흔들었어요. 아멜리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물 끝을 붙잡은 채, 냥냥의 이마에 손을 얹었답니다.
“괜찮아, 냥냥아. 내가 여기 있어. 아프지 않게 해줄게.”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맑고 따뜻한 눈물 한 방울이 어린 새의 이마에 톡, 하고 떨어졌어요.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답니다.
숲속 깊은 구렁텅이에서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 울고 있던 녀석을 처음 발견했을 때, 외뿔 밑에 아주 미세하게 새겨져 있던 기묘한 고대 정령 무늬가 있었지요. 아멜리아가 붕대를 감아주며 소중히 쓰다듬어 주던 그 숨겨진 표식이, 그녀의 헌신적인 치유 마력과 공명하며 눈부신 금빛으로 대폭 발광하기 시작한 것이랍니다.
화아아아악!
눈을 멀게 할 만큼 찬란하고 따스한 금빛 광선이 요람의 온 사방을 가득 메웠어요.
“이, 이 빛은 대체……!”
검을 치켜들고 다가오던 신성청 기사들이 소름 끼치는 광경에 눈을 가리며 엉금엉금 뒤로 물러섰답니다. 그들의 무자비한 철갑옷 위로 따스한 정령의 숨결이 닿자, 그들이 두르고 있던 위선적인 신성력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기 시작했지요.
그 금빛의 중심에서, 냥냥의 조그만 몸체가 허물을 벗듯 스르륵 갈라지기 시작했어요.
가냘프고 하찮은 어린 새의 외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답니다. 은하수를 통째로 베어 문 듯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 털실 같은 깃털이 사방으로 흩날렸고, 머리 위에는 사슴의 뿔을 닮은 우아하고 거대한 외뿔이 돋아났어요.
사자의 용맹한 갈기와 백호의 날렵한 신체를 지닌, 전설 속에서만 구전되던 거대 사불상 영수 ‘냥냥’이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지요.
냥냥의 깊고 푸른 눈동자 속에는 수만 개의 별무리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답니다.
지극히 아름답고도 성스러운 환수의 풍격에 신성청 기사들은 숨을 쉬는 법조차 잊은 채 굳어버렸어요.
“크르으으으…….”
냥냥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뽀뽀와 자신을 얽매고 있던 검고 끈적이는 정화 그물이 단 한 줌의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답니다. 자유를 되찾은 뽀뽀가 웅장한 기세를 되찾으며 냥냥의 곁에 섰고, 냥냥은 자신을 구해준 아멜리아를 커다란 머리로 조심스레 살포시 비벼대었어요.
마치 ‘이제는 내가 지켜줄게요’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말이지요.
“끼이이이이이-!”
이윽고 냥냥이 하늘을 향해 밤하늘을 찢는 듯한 맹렬하고 웅장한 수호의 비명을 내질렀답니다.
그 맑고도 위엄찬 울음소리가 검은안개 숲 전체를 진동시키자, 숲을 가로막고 있던 거칠고 단단한 가시넝쿨 장벽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격렬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스스스스스-.
숲의 깊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존재의 숨소리가 들려왔답니다.
퍼덕이는 거대한 날갯짓 소리, 대지를 가르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사방에서 메아리쳤어요. 기사들이 공포에 질려 사방을 둘러보는 순간,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답니다.
“하, 하늘을 봐라! 저게 다 뭐란 말이냐!”
기사단장의 비명 섞인 외침과 함께, 하늘을 가득 메운 것은 수천 마리의 고대 수호조 영수단이었어요.
푸른 불꽃을 발끝에 두른 거대한 매, 황금빛 깃털을 흩날리는 신성한 올빼미, 은빛 날개를 달고 바람을 가르는 수호조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요람의 하늘을 완전히 뒤덮었답니다. 전설적인 가디언 영수 군단이 가녀린 아멜리아를 수호하기 위해 하나로 뭉쳐 강림한 것이지요.
“이럴 수가…… 마수들의 요람이라더니, 전설의 영수 군세가 왜 이곳에……”
고위 사제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답니다. 그가 품고 있던 오만함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 바닥을 뒹굴고 있었어요.
아멜리아는 사제의 절망적인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고도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답니다.
“당신들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나 본데, 이곳은 당신들이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사냥터가 아니에요.”
사실 신성청 기사단이 이 깊은 검은안개 숲속 요람까지 거침없이 들어올 수 있었던 배후에는 아멜리아의 철저한 계산이 있었답니다.
며칠 전, 공작저 서고의 깊은 틈새에서 발견했던 신성청 마크가 찍힌 붉은 밀랍 편지 봉투가 있었지요. 달콤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리일리향 향수가 은은하게 묻어있던 그 밀서는, 가문 내에 숨어있던 하녀장 첩자가 신성청에 공작가의 비밀 지도를 반출하려던 결정적 증거였답니다.
아멜리아는 하녀장이 지하 감옥으로 끌려가기 직전, 그녀가 빼돌리려던 진짜 지도를 교묘하게 가짜 지도로 바꿔치기해 두었었어요.
신성청이 요람의 약점을 찌르기 위해 받아 든 그 리일리향 묻은 지도는, 사실 아멜리아가 영수들의 거대한 매복지이자 가장 강력한 결계가 작동하는 구역으로 유인하기 위해 직접 그려 넣은 ‘죽음의 이정표’였던 것이지요.
“멜키오르 추기경이 준 지도가 참 유용했지요? 덕분에 당신들을 한곳에 예쁘게 모을 수 있었네요.”
아멜리아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답니다.
“냥냥, 부탁해.”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늘을 뒤덮은 수천 마리의 수호조 영수단이 일제히 날개를 퍼덕였어요.
하늘에서 찬란하고 투명하며 눈부시게 빛나는 신성 속성의 징벌 폭격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답니다. 쏟아지는 빛의 화살들과 거대한 대지의 파동이 신성청 기사단을 무자비하게 휩쓸었어요.
“으아악! 살려다오!”
“신벌이다! 이건 여신의 힘이 아니야!”
비명과 함께 기사들의 은빛 갑옷이 무참히 바스러졌고, 그들이 자랑하던 검은 그물과 위선적인 신성 무구들은 빛의 폭풍 속에서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렸답니다. 사방으로 들이치는 강력한 영수들의 신성 폭격 아래, 신성청의 정예 기사단은 손 한번 쓰지 못하고 흙바닥에 무방비하게 파묻히며 완벽하게 궤멸당했어요.
지독하게 요란했던 전투의 소음이 걷히고, 숲에는 다시금 평화롭고 몽글몽글한 이슬 향기가 내려앉았답니다.
아멜리아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거대해진 냥냥의 보드랍고 따뜻한 털에 몸목을 기대었어요.
‘휴, 드디어 끝났다……. 이제 비밀 요람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겠어.’
그러나 그녀가 아주 잠깐 숨을 돌리기도 전이었답니다.
쿠구구구궁-!
요람의 입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던 거대한 가시넝쿨 장벽들이 엄청난 폭압에 의해 단숨에 박살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답니다.
대지를 통째로 뒤흔드는 격렬한 진동과 함께, 숲속의 맑은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듯 차가운 살기로 가득 찼어요.
그것은 방금 전 신성청 기사들이 뿜어내던 위선적인 살기와는 궤를 달리하는, 제국 최강이자 최악의 괴수 가문이 지닌 절대적인 피와 파멸의 기운이었답니다.
“아멜리아-!”
대기를 찢어발기는 포효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눈을 광기 서리게 번뜩이며 전신의 기운을 폭발시키는 아빠 카이든이었어요.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대검에는 적들의 피를 갈구하는 검붉은 검기가 흉포하게 요동치고 있었지요.
그의 바로 뒤에서는 오빠 렌이 은빛 마력을 폭풍처럼 휘날리며, 주위의 모든 나무와 대지를 순식간에 하얗게 얼려버리며 도달했답니다. 렌의 차가운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완벽히 잃은 채 충혈되어 있었어요.
“감히…… 감히 내 동생을 건드린 벌레 같은 놈들이 어디 있느냐!”
카이든이 흙바닥에 널브러진 신성청 기사들의 잔해를 보며 으르렁거렸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세상에서 가장 여리고 가냘픈 막내딸이 홀로 무시무시한 전장에 남겨져 털끝 하나라도 다쳤을까 봐 사시나무 떨듯 떠는 극단적인 불안과 광포한 분노가 가득 차 있었어요.
“아멜리아! 다친 곳은 없느냐! 가슴이 아프냐? 숨쉬기가 힘든 것이냐! 기사단 놈들이 네 깃털 같은 몸을 만지기라도 한 거냐!”
카이든이 아멜리아를 향해 달려와 무릎을 꿇으며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쥐었답니다. 그의 커다란 손이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지요.
[시스템 경고! 가족들의 안절부절 수치가 한계를 초월하여 폭발합니다!] [극단적인 과보호와 집착 에너지가 마력으로 변환됩니다!] [+5,000 MP 획득!] [현재 보유 마력: 20,000 MP 돌파!]
장부의 알람음이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졌지만, 아멜리아는 제 눈앞에서 당장이라도 세상을 멸망시킬 기세로 무기를 치켜든 아빠와 오빠의 눈빛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답니다.
아멜리아의 등 뒤에 서 있던 거대한 사불상 냥냥과 은빛 늑대 뽀뽀마저 가문의 압도적인 무력 수치에 주눅 들어 슬며시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이 오해와 과보호의 폭풍 속에서, 아멜리아는 과연 무사히 이 무시무시한 가족들을 진정시키고 요람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