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내 요구는 명확할 텐데요, 임 형사님."

하태신의 목소리는 제3취조실의 얼어붙은 공기를 가르며 낮게 깔렸다. 그는 철제 테이블을 내리쳤던 오른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가죽 상판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둔탁한 여운을 남겼다.

"이 조잡한 연극의 연출자를 바꾸라는 뜻입니다."

임철주의 억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툭 불거진 목줄기가 분노로 잘게 떨렸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영장 청구서를 구기듯 움켜잡으며 이빨을 드러냈다.

"하태신, 네가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지? 취조실에 제 발로 기어 들어와서 아주 상전 노릇을 하려고 드는구나."

"절차를 말하는 겁니다."

태신이 시선을 들어 일방향 가스파드 거울을 응시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창백한 얼굴 너머, 어두운 통제실 안에서 초조하게 담배를 비벼 끄고 있을 누군가의 형상이 뇌리의 '장부'에 겹쳐졌다.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담당 형사의 편파 수사와 증거 조작 정황이 포착된 시점에서, 수사관 교체 요구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서장님도 지금쯤 내 목소리를 듣고 계시겠지요."

"닥쳐!"

임철주가 테이블을 걷어찰 듯이 들이받았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날카로운 마찰음이 밀실을 채웠다.

그 순간, 무거운 철제 문이 흐느끼듯 열렸다.

빗물에 젖은 검은색 레인코트 깃 사이로 차가운 물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새로 들어선 남자는 오른다리를 비틀게 절며 테이블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가락 끝, 빗물에 젖어 허옇게 일어난 피부 위로 기괴한 격자형 흉터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남자가 품 안에서 꺼낸 종이 뭉치를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하 프로파일러님. 그날 밤의 잃어버린 4시간에 대한 진짜 기록을…… 저희가 찾았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물기 없는 모래가 서걱거리는 듯했다.

임철주의 시선이 남자의 다리에서 테이블 위의 서류로, 그리고 다시 그의 격자형 흉터로 빠르게 이동했다. 임철주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분당 호흡수가 28회까지 치솟았다. 뇌가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체 반응이었다.

"당신…… 설마 백야에서 보낸……."

임철주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태신의 양안이 서늘하게 빛났다. 태신의 전두엽 내부에서 '기억 장부'의 정교한 톱니바퀴가 굉음을 내며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상대의 호흡, 미세한 안면 근육의 수축, 그리고 이 방을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전파의 흐름.

태신은 남자가 가져온 서류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목적은 이 불청객이 던진 미끼를 무는 것이 아니었다. 이 밀실을 지배하는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그 설계도의 가장 취약한 연결부를 끊어버리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태신은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철제 테이블 아래, 어둠이 짙게 가라앉은 틈새에 숨겨진 작은 직사각형의 기계 장치로 손을 뻗었다.

"임 형사님. 이 방에 들어온 첫날부터 줄곧 거슬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태신의 손가락 끝이 테이블 밑바닥의 서늘한 금속 프레임을 훑었다. 먼지 낀 접착테이프의 감촉 너머로, 조밀하게 각인된 미세한 요철이 만져졌다.

"무슨 개소리야, 갑자기!"

임철주가 태신의 손을 쳐내려 팔을 뻗었지만, 태신은 한 발 빨랐다. 손톱 끝으로 금속 표면의 번호를 정확히 짚어내며, 기계적인 어조로 숫자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KR-092-B79-SPY."

그 순간, 일방향 거울 너머에서 들려오던 미세한 고주파 노이즈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임철주의 움직임이 허공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려 턱끝에 맺혔다.

"이게 무슨 번호인지 아십니까?"

태신이 생기 없는 눈으로 임철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경찰청 보안 장비 대장에도 등록되지 않은, 주파수 대역 440MHz를 사용하는 초소형 불법 도청 제어 모듈의 일련번호입니다. 서부경찰서 제3취조실 테이블 밑에 아주 정교하게 은닉되어 있더군요."

"하태신, 너……."

"이 장비의 수신지는 서장실이 아닙니다. 여기서 송출되는 오디오 피드는 경찰청 외부, 정확히는 백야 재단의 보안 서버로 실시간 다이렉트 전송되고 있죠. 당신이 지난 24시간 동안 나를 압박하며 뱉은 모든 폭언과 협박, 그리고 조작된 증거에 대한 언급들까지 전부 말입니다."

태신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실소에 가까운, 그러나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서늘한 미소였다.

"당신은 사냥개인 줄 알았겠지만, 사실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광대극의 주연 배우였던 겁니다, 임 형사님."

"닥쳐! 그 입 닥치지 못해!"

임철주가 이성을 잃고 태신의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바로 그 찰나였다.

태신의 뇌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통이 일어났다.

아.

태신은 신음조차 흘리지 못한 채 이를 악물었다. 전두엽의 미세 혈관들이 일제히 수축하며 차가운 백색 연소가 일어나는 감각. 기억 장부를 가동해 도청 장치의 주파수 경로와 경찰 내부망의 취약점을 연산해낸 대가였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주 따뜻하고, 가죽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억이었다.

* * *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3년 전의 어느 토요일 오후.

작은 공방의 노란 전등 불빛 아래에서, 연희는 삐뚤빼뚤한 바느질로 가죽을 꿰매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 밴드를 붙인 채, 그녀는 태신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 태신 씨, 이거 봐. 내 첫 작품이야. 가죽지갑인데, 이니셜도 새겼어. 평생 들고 다녀야 해?

그녀가 건네준 갈색 수공예 가죽지갑.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그 지갑의 질감, 아내의 서툰 바느질 실밥의 형태, 그리고 그 지갑을 품에 넣었을 때 가슴팍에 전해지던 은은한 온기.

그 모든 기억이 한 장의 종이가 불에 타들어가듯 가장자리부터 검게 바스러졌다.

연희가 어떤 표정으로 자신에게 지갑을 건넸는지, 그 지갑에 새겨진 이니셜이 정확히 어떤 서체였는지, 더는 기억나지 않았다. 가죽의 냄새마저 차가운 무(無)의 질감으로 지워져 버렸다.

태신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거대한 공허가 소용돌이쳤다. 소중한 무언가를 영원히 빼앗겼다는 본능적인 상실감. 하지만 태신은 그 공허를 분노의 불씨로 삼아 눈을 부릅떴다. 아내의 얼굴 유령만이 간신히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지켜야 한다. 남은 기억마저 다 타버리기 전에, 이 연극을 무너뜨려야 한다.

"서은하."

태신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가 이름을 부른 순간, 취조실 천장의 원형 스피커에서 치익 하는 파열음이 울렸다.

— 연결 완료. 번호 확인했어. 포트 개방할게, 교수님.

취조실 내부의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온 것은 서은하의 변조된 목소리였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임철주가 당황하여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이 취조실의 오디오 채널을 서부경찰서 전체 무선 통신망, 그리고 본청 내부 방송망으로 강제 리디렉션했습니다."

태신이 테이블을 짚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그림자가 형광등 불빛을 받아 길게 늘어지며 임철주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이 건물에 있는 모든 경찰, 그리고 상부의 귀에 실시간으로 꽂히게 됩니다. 임 형사님, 당신이 나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숨겼던 진짜 현장 검증 보고서의 누락본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 야! 이거 당장 꺼! 당장 차단해!

스피커 너머로 서부경찰서 통신실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섞여 들려왔다. 하지만 서은하의 해킹은 완벽했다. 제3취조실의 불법 도청 장치 일련번호를 매개로 역추적해 들어간 경찰 내부망은 이미 완전히 장악당한 상태였다.

"첫째, 피해자 한연희의 손톱 밑에서 발견된 미량의 피부 조직 DNA 검사 결과."

태신의 목소리가 서부경찰서 전 층의 스피커를 통해 고요하고 명확하게 울려 퍼졌다.

"그 결과지는 국과수에서 송부된 지 세 시간 만에 임철주 형사의 독단적인 지시로 내부 전산망에서 삭제되었습니다. 피의자인 나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맞습니까?"

"이, 이 미친 새끼가……!"

임철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그는 권총 집으로 손을 가져가려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파멸 소리에 마비된 듯 제자리에 멈춰 섰다.

"둘째, 사건 당일 밤 11시부터 새벽 3시 사이, 서부서 관내의 모든 CCTV가 백야 재단 산하 보안 업체의 원격 접속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점검 중' 상태였다는 사실. 이 역시 수사 기록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습니다."

태신은 한 걸음씩 임철주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걸음걸이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당신들이 덮으려 했던 진짜 진실은 무엇입니까? 나를 살인범으로 만들어 취조실에 처넣고, 진짜 범인이 걸어 나갈 시간을 벌어다 주는 것. 그것이 서부경찰서 수뇌부와 백야 재단의 합작품입니까?"

서 건물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복도를 가득 채우던 발자국 소리도, 무전기의 잡음도 모두 숨을 죽였다. 태신의 서늘한 폭로가 공권력의 심장부를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었다.

임철주는 무릎을 꿇듯 테이블을 짚었다. 그의 눈에 서린 것은 이제 분노가 아닌, 거대한 공포였다.

바로 그때였다.

일방향 가스파드 거울 너머, 어두운 통제실 안에서 둔탁한 소음이 들려왔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인터콤 마이크가 거칠게 켜지는 소음이 취조실 안을 때렸다.

치이이익—

"훌륭하군, 하태신 프로파일러."

가스파드 거울 유리에 금이 가듯, 마이크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비틀려 있었다.

태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너머의 문이 열리며, 흐트러진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친 남자가 비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백야 재단의 대리인이자 엘리트 검사인 강민우였다. 그의 한쪽 손에는 붉은색 직인이 찍힌 서류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강민우는 거울에 이마를 기댄 채,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취조실 안의 태신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네가 간과한 게 하나 있어. 네가 이 방을 지배한다고 착각하는 그 순간에도…… 네 아내의 진짜 유품은 내 손안에서 불타오르고 있다는 걸."

강민우가 취조실 문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왔다. 그의 구두 끝이 바닥에 고인 빗물을 밟으며 둔탁한 파찰음을 냈다. 한 손에는 은색 지포 라이터가, 다른 한 손에는 오래된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들려 있었다. 테이프의 표면에는 아내 연희의 정갈한 글씨체로 '백야(白夜)'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이게 뭔지 알겠지, 하태신?"

강민우가 라이터 뚜껑을 열었다. 챙, 하는 맑은 금속음이 밀실의 무거운 공기를 찢었다. 노란 불꽃이 흔들리며 테이프 케이스의 모서리를 핥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이 열기에 찌그러지며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네 아내가 마지막 치료 세션에서 녹음한 원본 테이프야. 네놈의 사라진 4시간, 그리고 백야 재단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구술 기록이 이 안에 들어 있지. 내가 이걸 여기서 완전히 녹여버리면, 네 그 잘난 과잉기억 증후군으로도 영원히 복구할 수 없어."

강민우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번들거렸다. 그의 얼굴에 어린 가학적인 희열은 어두운 취조실의 명도를 한 단계 더 떨어뜨리는 듯했다.

태신의 호흡이 미세하게 멈췄다.

맥박 분당 92회. 호흡의 깊이 감소. 전두엽 내부의 기하학적 연산 장부들이 다시 한번 가동되기 시작했다.

[대상: 강민우] [안면 근육 비대칭성: 12% (거짓말 혹은 고도의 긴장 상태)] [오른손 검지의 압력 분포: 테이프의 오목한 홈을 의도적으로 가리고 있음] [좌측 측두엽 부근의 미세한 땀샘 분비량 증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저 테이프가 타버린다면 아내의 마지막 목소리는 물론, 자신이 그날 밤 가졌던 유일한 진실의 열쇠가 사라진다. 하지만 장부의 연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야 했다. 뇌세포를 태우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태신은 눈을 감았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 얼음 송곳이 회전하는 듯한 통증이 정수리를 꿰뚫었다. 전두엽의 회백질이 하얗게 연소하며, 서서히 흐려지던 또 하나의 기억 조각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것은 연희의 목소리였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며 그녀가 흥얼거리던 이름 모를 클래식 선율.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태신의 머리를 무릎에 뉘고, 나직하게 속삭여 주던 그녀의 부드러운 음색.

— 태신 씨, 걱정 마요. 내가 당신의 기억을 지켜줄게요.

그 따뜻했던 음성의 파형이,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특유의 온도와 주파수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소거되었다. 이제 태신은 아내가 자신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는 '사실'만을 건조하게 인지할 뿐, 그녀의 목소리가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평생 기억해 낼 수 없게 되었다.

눈을 떴을 때, 태신의 눈동자는 칠흑 같은 어둠만을 담고 있었다. 슬픔마저 연소해 버린 자리에는 오직 혹독한 냉기만이 남았다.

코끝에서 핏방울이 툭, 떨어져 테이블 위의 조작된 보고서 위를 붉게 적셨다.

"태신 씨!"

수신기 너머로 서은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태신은 가볍게 손을 들어 마이크를 가렸다. 그리고 강민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연극이 너무 허술하군요, 강 검사님."

태신의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다. 마치 기계가 읊조리는 듯한 평온함이었다.

"그 테이프의 측면 릴을 보십시오. 아내가 사용하던 녹음기는 90년대 산 소니 TCS-580 모델입니다. 그 모델은 구동 벨트의 마모 방지를 위해 테이프 가이드라인에 미세한 격자 홈을 남기죠. 하지만 당신이 들고 있는 테이프의 마그네틱 벨트는 깨끗합니다. 즉, 방금 급하게 복사한 모조품이라는 뜻입니다."

강민우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다. 라이터 불꽃이 춤추기를 멈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태신이 고개를 돌려, 검은 레인코트를 입고 침묵을 지키던 남자를 가리켰다.

"그날 밤의 진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신들의 통제를 벗어난 이 인물입니다."

남자가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그의 얼굴은 화상 흉터로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 끝의 격자형 흉터는 젖은 불빛 아래에서 뱀의 비늘처럼 징그럽게 빛났다.

남자가 품 안에서 꺼낸 것은 테이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작고 정교한 유리병이었다. 병 안에는 투명한 액체와 함께, 아내 한연희의 이름이 인쇄된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강 검사님?"

남자의 목소리가 취조실의 차가운 정적을 깨뜨렸다.

"한연희 선생이 사망하기 직전, 자신의 인슐린 병 속에 숨겨두었던 진짜 '백야'의 성분입니다. 그리고 이 병의 바닥에는 당신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비밀 장부의 서버 접속 키가 각인되어 있지요."

강민우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 엘리트 검사의 오만한 얼굴에 처음으로 날것의 당혹감이 서렸다.

"너…… 너 누구야? 감히 백야를 상대로 이딴 장난질을……!"

"장난질이 아닙니다."

남자가 잔인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기폭 장치처럼 생긴 작은 리모컨을 꺼내 들었다.

"이 방에 들어온 순간부터, 제3취조실의 모든 출입문은 폐쇄되었습니다. 이제 이 밀실에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태신 프로파일러가 밝혀낸 진실과 함께, 우리 모두 여기서 타 죽는 겁니다."

삐— 하는 날카로운 비프음과 함께, 취조실 천장의 환풍구가 일제히 닫히며 붉은색 비상등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사방이 붉은 핏빛으로 물들며, 밀실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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