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으로 빨려 들어가는 황금색 영수증 스크롤을 바라보는 이시우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머릿속이 차갑게 식는 것과 동시에, 이시우의 귓가에는 세상 그 어떤 경보음보다 요란한 시스템 경보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위험! 시스템 보안 경고도 급상승!] [보안 경고도: 45% -> 68%] [경고: 비정상적인 데이터 파괴가 감지되었습니다. '집행관'의 추적 궤도가 갱신됩니다.]
‘아니, 내 보상 영수증이 왜 날아가는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다 못해 아예 까맣게 재가 될 지경이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보스 몬스터까지 버그로 끼워 가며 완벽하게 요리했는데 정작 눈앞에서 가장 달콤해야 할 전리품이 공중으로 먹튀를 당하고 있었다.
그것도 현대 마트에서나 뽑아 줄 법한 길쭉한 영수증 모양을 하고서 말이다.
이시우가 억울함에 찬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손을 뻗으려던 그 찰나였다.
“……아아.”
나지막한 탄성이 정적을 깨뜨렸다.
옆에 서 있던 엘리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으로 빨려 들어가는 황금빛 영수증이 아니라, 그 영수증을 향해 쓸쓸하게 손을 뻗다 멈춘 이시우의 뒷모습에 가닿아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지금 이 상황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었다.
‘차원을 찢는 경지의 마력을 소모하시고도…… 그 대가로 나타난 세계의 부조리를 홀로 감내하고 계시는구나.’
엘리시아는 입술을 짓씹었다.
저 황금빛 영수증은 필시 이 세계의 인과율을 비틀어 기적을 행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이자 ‘영수증’이리라.
이시우는 그 무시무시한 시스템의 반동을, 자신과 강태현을 지키기 위해 오롯이 혼자서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 고결하고 외로운 영웅의 모습에 엘리시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우 님…… 저를 위해 또다시 그런 금기 어린 힘을…….”
“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내 템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압니다. 그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십시오. 제 영혼이 다하는 한, 시우 님의 그 고결한 발자취를 반드시 보필할 테니까요.”
엘리시아가 제 가슴에 손을 얹으며 비장하게 속삭였다.
그 옆에 서 있던 마초맨 강태현 역시 감동으로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도끼를 바닥에 쾅 내려찍었다.
“그렇습니다, 스승님! 이 강태현, 대가리 깨져도 스승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저 차원의 균열 따위, 제 방패로 막아 서서라도 스승님의 안위를 지키겠습니다!”
‘아니, 이 미친 오해의 화신들아. 내 템이 날아갔다고, 내 템이! 먹튀 당했다고 이 밥통들아!’
이시우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지만, 차마 입 밖으로 그 찌질한 본심을 꺼낼 수는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내 영수증 돌려줘!”라고 징징댔다간, 기껏 쌓아 올린 ‘은둔 고수’의 간지와 ‘고결한 현자’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시궁창으로 처박힐 게 뻔했다.
무엇보다 지금 대가리 깨진 콘셉트로 자신을 추종하기 시작한 이 고기방패들과 딜러를 잃을 순 없었다.
결국 이시우는 피눈물을 머금고, 세상만사 모든 고뇌를 짊어진 척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거두었다.
“……그래. 인과율의 대가는 언제나 가혹한 법이지. 너희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다.”
“시우 님……!”
엘리시아의 눈가에 마침내 맑은 눈물 한 방울이 고여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이시우의 시야 우측 하단에 떠 있는 아웃사이더 방송망의 채팅창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전지적아싸시점]: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우 표정 봐라 ㅋㅋㅋㅋ 썩은 동태눈깔 실시간 오픈 ㅋㅋㅋㅋㅋ - [김치찌개엔참치]: 영수증 먹튀당한 스트리머의 슬픔을 아십니까? ㅠㅠ - [트롤러경력5년]: 그 와중에 현지인들 가스라이팅 지대로 당했네 ㅋㅋㅋ 무슨 구도자 보듯이 보네 ㅋㅋㅋㅋ - [개추크레용]: 야 근데 저 영수증 진짜 뭐냐? 시스템 보안도 오르는 거 보니까 예사 물건은 아닌 듯? - [도네의지배자]님이 5,000포인트를 후원하셨습니다! [아니 ㅋㅋㅋ 템 날아간 건 아쉽지만 예능 각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았으니 팁 쏜다 ㅋㅋㅋ 힘내라 똥꼬쇼!]
후원금 5,000포인트가 정산되자 이시우의 망막에 황금빛 마나 수치가 일시적으로 차올랐다.
‘후, 그래. 시청자 형님들이 도네를 쏴 주시는데 영수증 한 장쯤이야 기부했다고 치자. 방송 각 뽑았으면 됐지!’
이시우가 억지로 멘탈을 추스르며 방송망을 향해 보이지 않는 윙크를 날리던 순간이었다.
지이이이이이잉—!
미궁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 있던 거대한 석조 기둥, ‘중앙 평가 마법 판정대’가 미친 듯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사관학교의 메인 시스템과 연동되어 실시간으로 생도들의 전투 기여도와 마력 흐름을 측정하는 유서 깊은 고대 유물이었다.
판정대의 표면에 새겨진 고대 룬 문자들이 하나씩 은빛으로 점등되더니, 이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마력 파동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 이, 이 마력 반응은 무엇입니까?”
강태현이 방패를 치켜들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엘리시아 역시 허리춤의 검자루를 잡으며 판정대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적의 습격이 아니었다.
판정대의 중심에서 뿜어져 나온 은빛 마력의 파장들이 미궁의 천장을 뚫고, 사관학교 상공 전체를 향해 거침없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 * *
동시간, 루드비히 사관학교 야외 연병장 및 중앙 광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하늘을 봐! 하늘이……!”
야외 훈련을 받고 있거나 광장에 모여 노가리를 까고 있던 수백 명의 사관학교 생도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관학교 상공을 뒤덮은 것은 거대한 은빛의 장막이었다.
마치 초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을 띄워 놓은 것처럼, 은빛 장막 위로 웅장한 마법 문양과 함께 기묘한 연산 수식들이 소용돌이치며 나열되기 시작했다.
이는 사관학교 역사상 단 몇 번밖에 발현되지 않았다는 ‘최대 규모의 환치(幻治)’ 현상이었다.
미궁 수색이나 실전 평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규격 외의 성과가 나타났을 때, 온 사관학교 구성원들에게 그 업적을 공표하기 위해 시스템이 강제로 발동시키는 광역 마법이었다.
“설마…… 피의 미궁이 뚫린 건가?”
“말도 안 돼! 이번에 들어간 조들은 전부 낙제생이나 하위권 애들뿐이잖아! 수석 입학한 엘리시아가 있긴 하지만, 걔 혼자서 그 지옥 같은 미궁을 클리어하는 건 불가능해!”
귀족 생도들이 웅성거리며 침을 삼켰다.
특히 평소 하위권 생도들을 벌레 보듯 무시하던 고고한 엘리트 귀족 학도들의 얼굴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들의 시선이 집중된 하늘의 은빛 스크린 중앙에서, 드디어 최종 평가를 위한 연산 결과가 도출되기 시작했다.
[실시간 기여도 및 전투력 재평가 연산 중……] [경고: 규격 외의 전술적 변수가 감지되었습니다. 연산 장치에 과부하가 발생합니다.] [데이터 역추적 중…… 수치 대조 시작.]
하늘에 떠오른 뜻밖의 메시지에 생도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부하? 평가 마법진이 과부하를 일으킨다고?”
“도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벌인 거야?”
그 의문은 곧바로 경악과 비명으로 바뀌었다.
은빛 스크린 위로, 이시우가 미궁 내에서 보스를 무력화시켰던 전술의 핵심 데이터들이 텍스트로 현상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텍스트의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감지된 데이터: '좌표 77.12, 104.09'의 물리적 충돌 판정 모순 유발.] [역추적 결과: 해당 데이터는 '제3훈련소 강당 남동쪽 구석'의 파손된 벽돌 틈새에 잔재하는 '판정 왜곡 지형'의 고유 코드와 100% 일치함.]
그 순간, 이시우의 개인 방송망 채팅창이 그야말로 대폭발을 일으켰다.
- [고인물수용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미친 저거 ㅋㅋㅋㅋㅋ - [아카데미순정남]: 훈련소 구석탱이 깨진 벽돌 버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킹갓엠페러]: 와, 저번에 2화 때 시우새끼 훈련소 구석에서 혼자 꼼지락거리면서 "여기 벽돌 판정 좀 이상한데?" 하고 놀던 거 기억나냐? - [도파민중독자]: 아 ㅋㅋㅋ 그거 시청자들이 "댓글로 저거 틈새 고정 버그임" 하고 넉살 떨었던 거잖아 ㅋㅋㅋㅋ 그걸 진짜로 복사해서 여기까지 끌고 와서 썼다고? ㅋㅋㅋㅋㅋ - [뇌절방지턱]: 미친 썩은물 새끼 지형 왜곡 데이터를 보스 방에 이식해서 끼워 넣은 거였네 ㅋㅋㅋㅋ 설계 오졌다 진짜 ㅋㅋㅋㅋ - [인방황제]: 시스템 채점기 대가리 깨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 연산 불가능 ㅋㅋㅋㅋ
그랬다.
이시우는 지난 2화 당시, 훈련소 강당 구석에서 발견했던 ‘물리 판정 결함 벽돌’의 기하학적 데이터 코드를 아웃사이더 방송망의 기연으로 복사해 소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미궁 보스전에서, 보스의 발밑에 그 왜곡 판정 데이터를 그대로 덮어씌워 버린 것이었다.
그 결과 보스는 꼼짝없이 지형 틈새에 끼어 바둥거리다 이시우의 기상천외한 짤짤이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시스템은 이 기괴한 ‘버그 플레이’를 정상적인 마법 공식으로 해석하려 애썼으나,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자 결국 기상천외한 결론을 도출해 냈다.
[판정 결과: 고대 공간 지형의 인과율을 완벽히 이해하고 지배한 '초월적 공간 왜곡 전술'로 인정.] [평가 등급: 기적 (Miracle)]
쿠우우우웅—!
하늘이 울렸다. 은빛 장막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거대한 사관학교 외벽의 석조 전광판에 단 하나의 이름이 믿기지 않는 광휘를 뿜으며 단독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최고 기여도: 이시우 (기적 등급)]**
그 뒤를 이어, 이시우의 종합 전투력 정보를 나타내는 시스템 수치가 전광판과 하늘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었다.
[대상자: 이시우] [기존 전투력: 65] [→ 변경 후 전투력: **190**]
“……!!!!”
그 순간, 사관학교 전체가 죽음보다 더한 침묵에 휩싸였다.
생도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수치를 믿지 못해 눈을 비볐고, 몇몇은 아예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린 채 굳어 버렸다.
“전투력이…… 65에서 190으로 치솟았다고? 한 번의 시험 만에?”
“190?! 그 무능한 보조 학도병 이시우가? 백작가의 후계자인 나도 이제 겨우 120인데?!”
“기적 등급이라니…… 사관학교 건립 이래 기적 등급을 받은 생도는 단 한 명도 없었어! 심지어 황태자 전하도 영웅 등급이 한계였다고!”
평소 이시우를 ‘낙제생 쓰레기’, ‘귀족 가문의 수치’,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기방패’라 부르며 대놓고 침을 뱉던 엘리트 귀족 학도들의 아가리가 보기 좋게 닫혔다.
그들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고, 몇몇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압도적인 재능과 규격 외의 결과물 앞에서는 시기나 질투조차 사치였다. 오직 거대한 공포와 경외감만이 광장을 지배했다.
“이시우…… 그동안 쓰레기인 척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혼자서 미궁의 공간 인과율을 비틀었다잖아! 기적 등급이 그냥 나오는 줄 알아? 우릴 기만했던 거야……!”
순식간에 이시우는 ‘자신들의 얄팍한 시선을 비웃으며 어둠 속에서 진실을 통제하던 고결하고 잔혹한 천재’로 멋대로 신격화되어 가고 있었다.
* * *
한편, 사관학교 최상층에 위치한 총통제실.
“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부관들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앞에는 사관학교의 총통제자이자 엄격한 엘리트주의자인 베르너 교수가 서 있었다.
베르너의 얼굴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의 두 손은 난간을 부서질 듯 움켜쥐고 있었고, 온몸은 미세하게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공간의 물리 법칙을 왜곡해 지형을 묶었다고……? 보조 학도병의 마력으로 그런 고위 인과율 마법을 구현하는 것은 이론상 불가능하다.”
베르너의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그는 이시우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강해진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사관학교의 엄격한 규율과 통제된 시스템을 비웃는 저 기괴한 힘.
“이것은 마법이 아니다. 세계의 기초 공식을 뒤흔드는 ‘혼돈’의 힘이다.”
베르너는 이시우를 사악한 혼돈 교단의 숨겨진 첩자, 혹은 세계의 규율을 파괴하기 위해 기어들어 온 이단의 괴물로 단정 지었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저런 규격 외의 오류 오염 물질이 사관학교의 완벽한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방치할 순 없지.”
베르너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부관들을 돌아보았다.
“다음 실전 평가의 전장을 전면 수정해라. 녀석에게는 일반적인 시험이 아니라, 시스템의 모든 방화벽과 침입 차단 장치가 작동하는 ‘보안 전장’을 제공할 것이다. 그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내고 소멸하게 만들겠다.”
“예, 예! 알겠습니다, 베르너 교수님!”
베르너의 음모가 어둠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다시 피의 미궁 중심부.
“스승님! 하늘을 보십시오! 사관학교 전체에 스승님의 위대한 함자가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강태현이 하늘의 은빛 스크린을 가리키며 제 일처럼 기뻐서 날뛰었다.
엘리시아 역시 깊은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이시우를 바라보았다.
“기적 등급이라니…… 역시 시우 님은 이 썩어 빠진 사관학교의 규율 따위는 가볍게 초월하시는군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깨우치시는 그 모습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아니, 진짜로 나는 그냥 훈련소 벽돌 버그 쓴 것뿐인데…….’
이시우는 겉으로는 세상 모든 진리를 통달한 듯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밀려오는 쾌감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전투력 190! 캬, 스탯 뻥튀기 오지고요! 이 정도면 이제 웬만한 정예 기사 놈들도 꿀밤 한 대로 참교육 가능하겠는데?’
게다가 아웃사이더 방송망의 시청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고인물 예능 플레이의 정수를 보여 준 덕분에 채널의 인지도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대기업 스트리머가 되어 은퇴 자금을 정산받는 꿈이 머지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시우가 승리의 단맛에 취해 어깨를 으쓱이던 바로 그 순간.
스으으으으……
주변의 은빛 마력 파장들이 기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시우의 망막 한가운데에 핏빛보다 붉은색의 시스템 경고창이 사정없이 박혀 들어왔다.
[위험! 시스템 보안 위협도 임계치 돌파!] [현재 보안 위협도: 75% -> 82%] [시스템 안전 규정에 의거, 오염원 격리를 위한 '1차 대응 보안 락(Security Lock)'이 발효됩니다.]
‘……어?’
이시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쿠르릉!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던 아카데미 상공의 은빛 장막 너머로, 기이하도록 서늘하고 거대한 검은색 번개 줄기가 하늘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그리고 이시우의 등골을 타고, 난생처음 느껴 보는 압도적인 살기와 시스템의 가차 없는 말소 의지가 전신을 엄습해 왔다.
눈꺼풀 너머로 붉게 타오르는 경고 문자가 이시우의 시야를 완전히 뒤덮었다.
[경고: 집행관 제로의 하위 터미널이 현세 좌표 설정을 완료했습니다.] [최종 격리 절차까지 남은 시간: 7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