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남궁세가의 지하 깊은 곳은 인간의 영혼을 가두는 가혹한 무덤과도 같았다. 사방을 에워싼 석벽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고, 허공을 떠돌아다니는 공기는 불길한 원망의 냄새로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부패한 심연의 기운. 당신이 짚고 선 대지 아래로는 음습한 어둠이 아가리를 벌린 채 모든 빛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쿵, 쿵, 하고 심장 소리가 대지를 울린다. 그것은 당신의 심장 소리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무수한 안광이 밤하늘의 흉성(凶星)처럼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한때는 명문의 장포를 걸치고 협(俠)을 논했을 무인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형상은 인간의 허울을 뒤집어쓴 흉기이자, 인간성을 망각한 마귀의 군상이었다. 피부는 가죽처럼 질기게 눌어붙었고, 뼈마디는 기괴하게 뒤틀려 칠척의 거구로 솟구쳤다. 턱관절이 부서질 듯 벌어지며 내뿜는 것은 사람이 내는 음성이 아닌, 살점을 갈구하는 굶주린 마수의 울부짖음뿐이었다.

"아……으어어……!"

이성을 잃은 괴수들의 기괴한 통곡 소리가 동굴 전체를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저지른 업보가 바로 이곳, 썩어가는 어둠 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백무가(白武家)의 마지막 후예인 당신의 손에서, 이십 년간 외로운 동굴 속에서 홀로 벼려온 설백빛 검이 낮게 공명하며 울었다. 검신에서 뻗어 나온 무형의 기운이 차가운 이슬처럼 흩날리며 동굴 안의 독기를 청량하게 밀어냈다.

질풍지뢰(疾風之雷)의 기세로 마수들이 땅을 박차고 쇄도했다. 그들의 무공은 정묘한 법도를 잃었으나, 육신의 한계를 초월하여 파괴적인 마성을 뿜어내고 있었다. 붉게 물든 손톱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백색의 폭풍과도 같은 살기가 당신의 옷자락을 스치며 번뜩였다.

당신은 신형을 가볍게 띄웠다. 흐르는 물처럼 유려하고, 밤하늘의 은하수를 쓸어내리는 듯한 보법이었다. 백무가의 독문신공이 손끝에서 피어나며, 검 끝은 마치 겨울 가지 끝에 걸린 시린 달빛처럼 차갑고도 고고하게 호를 그리며 적들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단 일격에 한 놈의 목을 베었으나, 마수들은 고통조차 잊은 듯 잘려 나간 살점 너머로 이빨을 드러내며 더욱 거세게 육박해 들어왔다.

고독한 검사의 눈동자에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인간이었던 자들이 괴물이 되어 서로를 뜯어먹고, 이제는 천하를 파멸로 몰고 갈 마수로서 당신의 숨통을 조여온다. 사방은 이미 그들의 기괴한 기운으로 가득 차,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절체정명의 지경.

수십 마리의 마수들이 당신의 머리 위로 검고 흉폭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일제히 초식을 펼쳐왔다. 피할 곳 없는 협곡의 고도에서, 당신은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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