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 년의 살점을 매일 한 점씩 떨어뜨려 네놈의 문 앞에 바치리라!”
광소와 함께 갈운태의 신형이 검붉은 혈무를 두르며 어둠 속으로 치솟는다. 그의 거친 손아귀에 붙잡힌 설아란의 백색 옷자락이 허공에 흩날리는 낙화처럼 애처롭게 요동친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먹구름 사이로 핏빛 번개가 번뜩이고, 그 아래로 은신처였던 벽향객주의 무너진 잔해가 흉물스러운 뼛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아란!”
혁련무의 목구멍에서 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음성이 터져 나온다.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 뇌전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무너진 대지를 다시 한번 찢어발긴다. 이미 천수결의 무리한 구동으로 인해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기혈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나, 혁련무는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는다.
신형이 번개처럼 허공을 밟고 쏘아져 나간다. 짓이겨진 대지 위에 남은 갈운태의 사악한 기운을 쫓는 그의 눈동자는 붉은 혈사로 가득 차 있다.
쫓고 쫓기는 찰나의 경주 속에서, 기어이 도달한 곳은 벽향객주의 가장 깊은 지하 공동이었다. 기문방어막이 무너지며 싱크홀처럼 거대하게 입을 벌린 심연의 구멍. 그 시커먼 어둠의 가장자리에 갈운태가 설아란의 목덜미를 움켜쥔 채 서 있다.
“천년의 기문진식이 이토록 허망하게 무너진 이유를 네놈이 알기나 하겠느냐?”
갈운태가 심연의 심장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한 바람을 맞으며 비열하게 웃는다. 그의 검은 도포가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비린내가 사방으로 진동한다.
혁련무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무너진 객주의 목조 지지 기둥 밑바닥으로 향한다. 그곳은 객주의 기틀을 지탱하던 가장 원천적인 지반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검붉은 황사(黃砂) 같은 가루로 뒤덮여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갈운태의 첩자가 은밀히 침투시켰던 기문 파괴의 비약, ‘흑황(黑黃) 가루’의 흔적이었다.
“가장 깊고 단단한 뿌리에서부터 서서히 독을 삼키게 했지. 네놈이 아무리 천계의 인과 장부를 얻어 천지의 기운을 읽는다 한들, 제 발밑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까지 어찌 알았겠느냐. 기문방어막이 안에서부터 산산이 부서진 것은 필연이다.”
갈운태의 조롱이 어둠 속에서 뱀의 혀처럼 돋아나 혁련무의 고막을 찌른다.
혁련무는 이를 악문다. 객주의 붕괴가 단순한 외압이 아닌, 오래전부터 기둥 밑바닥을 갉아먹은 철저한 음모의 결과물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기혈을 타고 요동친다. 손끝이 파르르 떨리며 검을 쥔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간다.
“장부의 완전한 소유권을 내게 양도하겠다는 영혼의 계약서, 양배치 각서를 적어라.”
갈운태가 설아란을 심연의 구멍 허공으로 들이밀며 윽박지른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가냘픈 목덜미를 짓누를 때마다, 설아란의 숨결이 가쁘게 흩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이 년은 이 끝없는 심연의 독화 속으로 떨어져 혼백조차 남지 않으리라. 네놈이 삼킨 천단과 비급의 인과가 이 아이의 목숨을 앗아가는 제물이 되는 것이다!”
기연의 순수한 정수만을 취해 불사의 육체를 얻고 세상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려는 갈운태의 눈에는 오직 광기 어린 탐욕만이 이글거린다. 타인의 목숨을 도구로 삼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악마의 형상이다.
그 절체절명의 수세 속에서, 설아란이 고통스럽게 눈을 뜬다. 그녀의 입술은 하얗게 메말라 있었으나, 혁련무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맑고 투명하다.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젓는다. 자신을 위해 천계의 인과를 넘겨주지 말라는 무언의 애원이다.
그때, 설아란의 목에 걸려 있던 파손된 옥패가 기이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오래전 붉은 혈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금이 가고 부서졌던 그 낡은 옥패였다. 그것이 설아란의 심장 고동에 반응하듯 은은한 청량한 빛을 뿜어낸다. 청광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허공을 타고 흘러 혁련무의 전신으로 스며든다.
‘이 기운은……!’
혁련무의 눈동자가 대진동한다.
그것은 과거 등선의 경지에 올랐던 고대 선인이 남긴 무상의 신비였다. 설아란이 지닌 파손된 옥패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선인의 독특한 무상신공(無上神功)과 공명하는 유산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청광이 혁련무의 기혈에 닿는 순간, 거칠게 날뛰던 주화입마의 마기가 순식간에 진정된다. 갈갈이 찢길 것 같던 임독양맥의 통증이 가라앉고, 천일선단의 잠재력이 100% 개화하며 우주의 에너지 흐름이 그의 시야에 극명하게 그려진다. 상대의 무공 흐름, 갈운태의 마장 기문의 허점, 그리고 주변 천지의 기운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흐르는지가 한눈에 간파된다.
옥패의 공명은 혁련무에게 절대적인 무공의 우위를 유도하고 있었다. 마음을 닫고 은거하려던 그에게 강제된 세속적 인연과 연민이, 도리어 그의 파멸을 막아서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된 셈이다.
혁련무의 입술에서 차가운 실소가 새어 나온다.
“갈운태, 너는 기연의 질서를 모른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
“그것은 거저 얻는 행운이 아니며, 타인의 피로 살을 채우는 탐욕의 도구도 아니다. 그것은 갚아야 할 채무이자, 지켜야 할 도리다.”
혁련무가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무너진 흙먼지가 황금빛 기류를 타고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의 머릿속에 백서진이 남겼던 마지막 힌트가 벼락처럼 스친다.
‘천수결의 역천 구절은 고통을 피하라고 만든 사술이 아니다. 기맥을 뒤집는 것은 스스로의 파멸을 부르는 자살행위가 아니라, 전신의 기하를 역류시켜 천계의 뇌전을 그대로 받아내어 적의 가장 깊은 도맥으로 전치시키는 무상의 비장수다.’
비로소 깨달음이 뇌리를 관통한다.
천수결의 참뜻. 그것은 하늘의 벌을 피하는 방편이 아니라, 하늘의 법도를 대신 집행하는 대행자의 검이었다. 전신의 기맥을 거꾸로 돌려, 체내로 들이치는 천뢰의 힘을 고스란히 적의 마성에 직강시키는 역발상의 전치 비법.
혁련무가 두 손을 넓게 벌리며 하늘을 우러러본다.
“천수역류, 뇌화전치(天手逆流, 雷火轉置).”
그의 목소리가 칠언절구의 시적 음률을 타고 장엄하게 울려 퍼진다.
우르릉, 쾅!
하늘의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며 푸른빛과 황금빛이 뒤섞인 거대한 천뢰의 줄기가 혁련무의 정수리로 직강한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혼백이 타버려 재가 될 파멸의 뇌격이었다.
갈운태가 그 모습을 보고 광소를 터뜨린다.
“미쳤구나! 스스로 벼락을 맞아 자멸하려 드는구나!”
그러나 갈운태의 비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혁련무의 체내로 들이친 황금빛 천뢰는 그의 단전을 파괴하지 않았다. 역류하는 기맥을 타고 순식간에 그의 발바닥을 거쳐 대지로 흐르는 대신, 혁련무의 손끝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응축되었다.
혁련무의 눈동자가 황금빛 번개 그 자체로 화한다. 그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손가락을 뻗어 갈운태의 하늘마 도맥을 가리켰다.
“돌려주마. 네가 뿌린 인과의 대가를.”
콰아아앙!
혁련무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뇌격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것은 단순한 무공의 초식이 아니었다. 하늘의 분노를 온전히 담아낸 천벌의 형상이었다.
뇌격은 갈운태가 두르고 있던 마장 기문을 유리창 깨뜨리듯 산산조각 내며 그의 가슴팍을 정확히 관통했다.
“끄아아아악!”
갈운태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의 체내로 파고든 천뢰는 그의 단전을 직접 강타했다. 갈운태가 자랑하던 검은 마성 무기가 전류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쩍쩍 균열을 일으키며 부서져 내린다. 그의 내력이 뇌격에 밀려 거꾸로 흐르기 시작하며, 기혈이 폭발하고 온몸의 혈도가 역방향으로 터져 나간다.
“이, 이것이 어찌 인간의 무공이란 말이냐! 내 마공이 역류한다! 단전이…… 단전이 쪼개진다!”
갈운태가 머리를 쥐어짜며 비명을 지른다. 그의 눈과 귀, 코에서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기연의 도리를 무시하고 사욕만을 채우려던 악당에게 내려진, 가장 준엄하고 극렬한 천벌이었다.
자살식 무공이라 여겼던 천수결을 역천으로 돌려 하늘의 벼락 그 자체를 거대하고 장엄한 무기로 부리는 혁련무의 역발상. 그 압도적인 격상 반격 앞에 갈운태가 쌓아 올린 마성의 탑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갈운태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자, 허공에 매달려 있던 설아란의 신형이 심연의 구멍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아란!”
혁련무가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전신의 기혈이 부르짖는 고통을 옥패의 청광으로 억누르며, 그는 추락하는 설아란을 향해 손을 뻗는다.
바람을 가르는 찰나의 순간, 혁련무의 품 안으로 설아란의 가냘픈 신형이 안겨든다. 따뜻한 살결의 온기가 그의 차가운 가슴으로 스며든다. 주화입마의 마지막 찌꺼기마저 눈 녹듯 사라지는 영적 정화의 순간이었다.
혁련무는 설아란을 가만히 안아 올려 심연의 가장자리 안전한 지면에 내려놓는다.
“쉬고 있어라. 금방 끝내마.”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고개를 돌려 갈운태를 바라보는 눈빛은 다시금 북풍한설처럼 차갑게 식어 내린다.
단전이 반쯤 파괴된 갈운태가 피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그의 도포는 갈가리 찢겨 나갔고, 살점은 천뢰에 타들어 가 검게 그을려 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 깃든 광기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내가…… 내가 이대로 무너질 것 같으냐!”
갈운태가 하늘을 향해 피 묻은 두 손을 치켜든다. 그의 주위로 자욱한 잿빛 폭풍이 일기 시작한다.
“내 혼백을 내주고, 수명을 불태워서라도 네놈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리라! 대귀신초혼사술(大鬼神招魂邪術)!”
갈운태의 전신에서 검붉은 귀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주변의 대지가 검게 죽어간다. 자신의 남은 수명 수십 년을 통째로 불태워 심연의 악귀를 소환하려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자욱한 잿빛 폭풍 한가운데서, 갈운태의 일그러진 얼굴이 광소와 함께 서서히 기괴한 귀신의 형상으로 변해 가기 시작한다. 대지가 거세게 진동하며 더 큰 파멸의 그림자가 혁련무와 설아란을 향해 덮쳐온다.
검붉은 진흙처럼 흘러내리는 귀기가 지하 공동의 벽면을 타고 번진다. 백골의 형상을 한 귀신들이 허공에서 울부짖을 때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음풍(陰風)이 몰아쳐 뺨을 붉게 물들인다. 갈운태의 육신은 이미 인간의 형상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의 살점은 썩어 들어가는 고목 껍질처럼 갈라졌고, 그 틈새로 검푸른 안개가 점막처럼 돋아나 촉수처럼 꿈틀거린다.
“크흐흐…… 천일선단의 정수를 탐하던 자들의 말로를 보아라! 이 땅에 묻힌 원혼들이 네놈의 가슴팍을 찢어발기리라!”
갈운태가 피를 토하며 소리치자, 지하 바닥에 고여 있던 흑황 가루가 귀기와 결합하여 거대한 진흙 구렁텅이로 변한다.
그 순간, 혁련무의 가슴 깊은 곳에서 억눌려 있던 천계의 인과 장부가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쿵, 쿵, 쿵.
심장이 터질 듯한 고동소리와 함께, 그의 뇌리로 수천수만 명의 비명소리가 해일처럼 밀려든다. 그것은 장부에 기록된 선인들이 생전에 겪었던 배신과 멸망의 고통이었다. 의지하던 제자에게 독약을 마시고 눈이 멀어버린 선사의 절규, 가문 전체가 정파의 위선자들에게 도륙당할 때 제 살을 뜯으며 울부짖던 도인의 원혼이 혁련무의 전신을 잠식해 들어온다.
“으윽……!”
혁련무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가슴을 움켜쥔다.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고, 모공마다 붉은 혈한(血汗)이 배어 나와 백색 옷자락을 붉게 적신다. 장부의 잠재력을 개화한 대가는 이토록 참혹했다. 천지의 기운을 읽고 적의 무공을 간파하는 신통력을 얻은 대가로, 그는 타인의 비극을 자신의 육신으로 고스란히 받아내야만 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호흡이 가빠지고, 검을 쥔 손가락 끝이 마비되어 간다.
이대로 마음을 닫고 고립을 자처한다면, 그 즉시 전신의 기혈이 뒤틀려 주화입마에 빠져 목숨을 잃을 터였다.
그 파멸의 벼랑 끝에서, 가냘픈 손길이 혁련무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는다.
“무…… 오라버니…….”
설아란이었다. 그녀는 갈운태의 사술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기어이 혁련무의 곁으로 기어와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열과 살 닿는 온기가 혁련무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여 내린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목에 걸려 있던 파손된 옥패가 마지막 남은 영성을 쥐어짜듯 찬란한 청광을 뿜어낸다.
파각!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옥패가 산산이 조각나며 백색의 가루로 화한다. 옥패에 깃들어 있던 선인의 무상신공 공명 유산이 완전히 소멸하며, 마지막 방어막이 되어 두 사람의 사방을 둘러쌌다. 청량한 기운이 혁련무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원혼들의 비명을 잠재우고, 뒤틀렸던 임독양맥의 기류를 바르게 정렬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했다. 매개체였던 옥패가 완전히 파괴되자, 설아란의 얼굴에서 핏기가 한순간에 가셔 버린다. 그녀는 피 한 방울 남지 않은 인형처럼 혁련무의 품으로 맥없이 쓰러진다. 가냘픈 숨결만이 그녀가 살아있음을 겨우 증명할 뿐이었다.
“아란……!”
혁련무의 눈동자가 분노와 슬픔으로 타오른다.
그는 쓰러진 설아란을 품에 안은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옥패의 마지막 공명으로 인해 그의 내력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해져 있었으나, 가슴을 짓누르는 채무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타인의 희생을 딛고 얻은 힘은 그에게 축복이 아닌 기꺼이 짊어져야 할 업보였다.
갈운태는 그 모습을 보며 광소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살점이 사방으로 튀며, 지하 공동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리석은 놈들! 그 옥패의 힘도 이제 끝이다! 이 지하 깊은 곳에 봉인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무림맹 사장대가 백 년 전 봉인해 둔 역천의 마성, '심연의 핵'이다! 내 피와 수명으로 이 봉인을 풀었으니, 이제 이 산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이다!”
갈운태가 자신의 가슴팍을 손톱으로 찔러 갈라 번뜩이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가 심장을 쥐어짜 검은 피를 지하 구렁텅이로 쏟아붓자, 대지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벽향객주의 지반 전체가 아래로 가라앉으며, 심연의 구멍 속에서 칠흑 같은 어둠의 손길들이 무수히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단순히 무공의 여파가 아니었다. 공간 자체가 왜곡되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파멸의 소용돌이였다.
백서진이 전했던 천수결의 마지막 구절이 혁련무의 뇌리에 스친다.
‘하늘의 문이 열리고 땅의 음기가 솟구칠 때, 검을 쥔 자는 스스로 제물이 되거나, 혹은 그 인과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그러나 사슬을 끊는 순간, 네가 가진 모든 기연의 힘 또한 허공으로 사라질 터.’
기연을 잃고 평범한 요리사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 폭주하는 인과의 괴물과 함께 심연 속으로 침몰할 것인가.
혁련무의 손끝에서 황금빛 천뢰와 옥패의 청광이 뒤섞인 비장한 검기가 피어오른다. 쓰러진 설아란의 숨소리가 그의 귓가를 맴돌고, 갈운태의 광기 어린 비명이 공간을 찢발기는 순간, 지하 바닥이 완전히 꺼져 내리며 두 사람은 끝없는 암흑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