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여론이 아수라장으로 뒤틀린 그날 밤, 인천 도정지(道井地)의 하늘은 잉크를 쏟아부은 듯 검었다.

낮 동안 터져 나온 FC 로드의 도핑 의혹 정면 돌파와 기자회견의 여파는 축구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의 거대한 파도 뒤편, 가장 어둡고 좁은 길목에서 또 다른 음모가 독니를 드러냈다.

송관우.

그 탐욕스러운 사냥개는 자신의 언론 플레이가 무참히 깨지자마자 곧바로 뒷길로 빠져나갔다. 놈이 선택한 마지막 카드는 비열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물리적 폭력. 그것도 고작 스무 살을 넘긴 백지훈의 가장 약한 고리, 그의 어머니가 홀로 지키고 있는 도정지의 낡은 본가였다.

덜컹거리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검은 승합차 두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문이 열리고 덩치 큰 사내들이 내렸다. 거친 침을 뱉으며 골목길을 메우는 발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야, 확실하게 뒤집어놓으라고 하셨다. 법이고 지랄이고, 일단 몸뚱이가 부서져 봐야 계약서에 지장을 찍지."

사내들의 손등에 돋아난 핏줄과 묵직한 쇠파이프가 밤공기를 가르며 차가운 쇳소리를 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단 하나, 백지훈을 노예로 묶어둘 이중 계약서의 강제 서명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그들이 딛고 선 도정지의 축축한 흙바닥 위로, 이미 다른 포식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는 것을.

* * *

"태성 씨, 심장 박동이 또 빨라지고 있어요. 약은 제때 삼킨 거 맞아요?"

조수석에 앉은 장혜리가 붉게 충혈된 태성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태블릿 PC 화면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화면에는 도정지 일대의 실시간 도로 상황과 사설 경비 업체의 이동 경로가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태성은 대답 대신 가슴팍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두근.

두근거림이 아니었다. 심장 내부에서 뜨거운 침이 돋아나 심벽을 사정없이 찔러대는 감각이었다. 택티컬 레저(Tactical Ledger)를 켜고 송관우와 연결된 사채업자들의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대가였다. 장부의 데이터를 갱신할 때마다, 수명을 갉아먹는 페널티가 혈관을 타고 역류했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비린 피 맛을 침과 함께 삼켜냈다.

"설민우가 준 안정제는 먹었어. 그것보다, 법무법인 율해에서 준비한 서류는 확실합니까?"

태성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얼음처럼 차가웠다.

"확실해요. 아버님이 남긴 마지막 잔여 이자 채권까지 우리가 완전히 매입했어요. 법적으로 송관우나 그 수하들은 백지훈 선수의 본가에 한 발짝도 들여놓을 권리가 없어요. 만약 무단으로 침입하거나 협박을 가하는 순간, 그건 단순 채권 추심이 아니라 특수 주거침입 및 범죄단체조직죄에 준하는 강력 범죄가 돼요."

장혜리의 눈동자가 단호하게 빛났다. 그녀는 망해가는 구단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준비가 된 여자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앞에 있는 강태성은 악마보다 더 철저하고 치밀한 지략가였다.

태성은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도정지의 낡은 공장 지대를 바라보았다.

과거의 회귀 전 기억 속에서, 백지훈은 이 시기에 송관우의 협박에 못 이겨 이중 계약서에 서명했었다. 그 결과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전에 구단 간의 소송전에 휘말려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내 선수를 망치는 놈들은, 그게 누구든 이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게 만든다.

"가속해요, 장 대표. 사냥개들이 무리를 짓기 전에 목줄을 채워야 하니까."

태성의 냉혹한 독설이 차가운 차내 공기를 갈랐다.

* * *

도정지 본가의 낡은 알루미늄 문이 거칠게 흔들렸다.

쿵! 쿵! 쿵!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문 열어! 백지훈이 이 새끼, 국가대표 맛 좀 보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본데, 네 애비가 싸지른 똥은 네가 치워야지!"

문밖에서 들려오는 거친 고함에 방 안의 가구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지훈의 어머니는 방구석에서 낡은 이불을 움켜쥔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이 거친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때, 집 안의 어두운 거실 한가운데 서 있던 백지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냥을 앞둔 야수의 흥분이었다.

지훈은 주머니에서 진동하는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에 뜬 이름은 '강태성 감독'.

지훈은 망설임 없이 통화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폰을 켰다. 그리고 그대로 휴대폰을 거실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지훈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태성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다. 폭풍의 눈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어떠한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였다.

"예, 감독님."

"밖의 개 짖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다섯 명입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 합니다."

지훈의 목소리에는 두려움 대신 서늘한 독기가 서려 있었다. 평소라면 사채업자들의 위협에 머리를 조아렸을 그였다. 돈의 노예가 되어 그라운드 위에서도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삼류 유망주.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서해 고립 훈련원에서 강태성이 주입한 지옥 같은 전술 훈련과,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증명해 보인 택티컬 레저의 기록들이 그의 척추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겁나냐?"

태성이 물었다.

"아뇨."

지훈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라운드에서 수비수 세 명이 태클을 걸어올 때보다 덜 무섭습니다."

"좋은 자세다. 넌 내 선수다. 내 허락 없이 네 몸에 흠집 하나라도 내는 놈은, 내가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파멸시킨다. 폰 스피커폰 크게 켜고, 저 오물들의 목소리를 담아라. 그게 전부 저놈들의 유죄 판결문이 될 거다."

"알겠습니다."

쾅!

마침내 낡은 알루미늄 문고리가 부서지며 문이 활짝 열렸다. 거친 바람과 함께 덩치 큰 사내 셋이 거실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손에는 붉은 인크패드가 찍힌 이중 계약서와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이 새끼, 여기 있었네? 곱게 서명하면 좋게 끝날 일을 왜 사서 고생을 하냐?"

선두에 선 흉터 가득한 사내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지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사내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쫓고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상대 미드필더의 패스 길목을 차단할 때처럼, 그의 온 신경이 극도로 날카롭게 곤두섰다.

"서명? 송관우 그 인간이 시키더냐?"

지훈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허, 송 사장님 함자를 함부로 부르네? 이 새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어!"

사내가 쇠파이프를 들어 올리는 순간, 탁자 위 휴대폰에서 태성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

"거기까지."

사내들이 흠칫하며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어떤 새끼가 짖어대는 거야?"

"너희들의 무덤을 파고 있는 사람이다."

그와 동시에, 마당 쪽에서 강력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거실 창문을 뚫고 들어왔다. 눈이 멀 것 같은 백색광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부앙! 하는 거친 엔진음과 함께 검은색 대형 세단과 경비 업체의 차량 세 대가 마당을 가로질러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검은색 제복을 입은 전문 경비 인력 열 명이 순식간에 집 주변을 포위했다. 그 뒤로 경보음을 울리며 다가오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도정지의 밤하늘을 조각내기 시작했다.

사내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뭐, 뭐야? 경찰? 야!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문이 열리고, 한 걸음 한 걸음 무거운 발걸음이 거실로 걸어 들어왔다.

강태성이었다.

그의 뒤에는 단호한 표정의 구단주 장혜리가 버티고 서 있었다.

* * *

태성은 거실로 들어서며 사내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푸른색 창이 어른거렸다.

[시스템 가동: Tactical Ledger - 라이브 데이터 스캔] - 대상: 불법 채권 추심 및 공갈 협박 용역 (3인) - 획득 정보: 송관우의 사주를 받은 이중 계약 강탈 정황 포착. - 증빙 등급: S (법적 효력 100% 확보 가능) - 페너트레이션율: 98%

쿵.

심장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 태성의 가슴을 때렸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붉게 물들었다.

'으윽.'

태성은 신음을 삼키며 가슴을 꽉 쥐었다. 이빨 사이로 흘러나오려는 붉은 선혈을 혀끝으로 밀어 넣었다. 지금 무너질 수는 없었다. 적들의 눈앞에서 약점을 보일 수는 없다. 완벽주의 강박증이 그의 온몸을 강제로 지탱했다.

"너희들이 들고 있는 그 종이쪼가리."

태성이 사내의 손에 들린 이중 계약서를 가리켰다.

"송관우가 작성한 사문서 위조 및 공갈 협박의 결정적 증거다. 장 대표, 서류 보여주지."

장혜리가 품에서 깨끗하게 코팅된 법적 문서를 꺼내 사내들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백지훈 선수의 잔여 채무 원금 및 이자 총액 4,700만 원. 오늘 오후 4시부로 FC 로드 구단이 전액 대위변제 및 채권 양도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현재 백지훈 선수의 채권자는 본 구단이며, 당신들은 대리권이 없는 불법 추심원들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칼날 같았다.

"또한, 야간 주거침입 및 단체 위력 행사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될 준비나 하세요."

"이, 이 씨발…… 송 사장이 분명히 아직 지분 어쩌고 하면서 문제없다고 했는데!"

사내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거실 문은 검은 제복의 경비원들과 수갑을 든 경찰관들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었다.

"송관우가 너희에게 약속한 수수료는 없을 거다."

태성이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눈빛은 굶주린 늑대와 같았다.

"그놈은 오늘 밤부로 변호사법 위반, 공갈미수, 그리고 불법 사채 알선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테니까."

태성은 사내의 손에서 이중 계약서를 낚아챘다.

스스슥.

택티컬 레저의 고도 스캔 기능이 작동하며, 계약서의 모든 문구와 송관우의 친필 서명, 위조된 구단 직인이 장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실시간으로 등록되었다.

[공갈 협박 및 사문서 위조 증빙 데이터 확보 완료.] [송관우의 법적 파멸을 위한 스택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가져가라."

태성이 경찰들에게 턱짓을 했다.

"현장 증거물과 함께 이자들을 연행하십시오. 무단 침입과 협박 정황은 방금 전 통화 녹취록으로 고스란히 기록되었습니다."

"예,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 감독님."

경찰들이 사내들의 손목에 차가운 수갑을 채웠다. 사내들은 욕설을 내뱉었지만, 이미 기세가 꺾여 질질 끌려 나갈 뿐이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었던 거실이 고요해졌다.

지훈은 쓰러져 우는 어머니를 안아 방으로 안내한 뒤,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분노가 아닌, 자신을 지켜준 이 남자에 대한 거대한 경외감 때문이었다.

"감독님……."

"지훈아."

태성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라운드 밖의 쓰레기 청소는 내가 한다. 넌 오직 그라운드 위에서만 증명해라. 내일 훈련장에서 100%의 몸 상태가 아니기만 해 봐라. 그땐 내가 널 죽인다."

냉혹하고 차가운 독설. 하지만 지훈은 알고 있었다. 그 독설 뒤에 숨겨진, 자신을 위해 목숨을 깎아 먹으며 전술을 짜내고 방패가 되어준 감독의 진심을.

"예. 내일 그라운드에서 뼈가 부서지도록 뛰겠습니다."

지훈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 * *

새벽 1시, 인천의 한 특급 호텔 스위트룸.

송관우는 미친 사람처럼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양주병이 뒹굴고 있었고, 잿재기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왜 전화를 안 받아? 이 새끼들이 돈만 처먹고 날랐나?"

그가 보낸 용역들과 전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액정에 뜬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다. 송관우는 낚아채듯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떻게 됐어? 백지훈 그 새끼 싸인 받았냐고!"

- "송관우 에이전트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용역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심장을 얼려버릴 듯한, 낮고 차가운 강태성의 목소리였다.

송관우는 뇌가 정지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강…… 강태성? 네놈이 왜 그 전화를……!"

- "네 사냥개들은 방금 남동경찰서로 이송됐다. 이중 계약서 원본과 네가 지시한 자금 세탁 정황, 그리고 불법 사채 알선 장부까지 전부 경찰과 언론사에 넘어갔지. 내일 아침 아홉 시 뉴스 메인을 장식할 거다."

"미친 새끼! 네가 감히 날 담그려고 해? 내가 누군지 알아? 축구협회 인맥이 얼마인데!"

송관우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 공포가 섞여 들기 시작했다.

- "협회 인맥? 한재열 감독을 말하는 건가? 그 인간도 조만간 네 옆자리로 보내줄 테니 외로워할 필요는 없다."

"이 버러지 같은 코치 새끼가……!"

송관우는 머리끝까지 피가 솟구쳤다. 그는 태블릿 PC를 켜서 자신의 계좌와 채권 양도 법적 지위를 미친 듯이 확인했다. 아직 그에게는 마지막 패가 남아 있었다.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대어 백지훈의 채권을 생성하게 만든 진짜 전주(錢主)는 자신이었다.

송관우가 수화기에 대고 잔인하게 비웃으며 소리쳤다.

"강태성! 착각하지 마! 장혜리가 채권을 양도받았다고? 웃기지 마라! 내가 그 사채업자들한테 돈을 대준 진짜 전주야! 사채 원금에 대한 법률적 지배 지위와 실제 소유권은 여전히 나 송관우한테 있다고! 법정에서 진흙탕 싸움으로 가면 백지훈 그 새끼는 최소 3년 동안 그라운드에 발도 못 붙여! 내가 그 새끼 발목을 완전히 분질러놓을 테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송관우는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하며 헐떡이는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태성의 비웃음 섞인 나직한 목소리였다.

- "그 법률적 지배 지위라는 거."

태성이 잔인하게 읊조렸다.

- "네가 방금 내 장부에 지장을 찍어준 덕분에, 방금 전부 몰수 처리되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송관우가 비명을 지르듯 외치는 순간, 호텔 방의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동시에 방 문을 거칠게 부수고 들어오는 구두 굽 소리가 스위트룸의 정적을 깨뜨렸다. 파란색 압수수색 상자를 든 검찰 수사관들이 송관우를 향해 거침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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