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새끼 발목을 완전히 분질러놓을 테니까!"
송관우가 수화기 너머로 악을 쓰며 내지른 비명은 찢어지는 쇳소리와 닮아 있었다. 자신이 설계한 덫이 통째로 뜯겨 나가는 순간에 직면한 자의 마지막 발악. 수화기 너머의 숨소리가 거칠게 흔들렸다.
태성은 귀에서 휴대전화를 아주 조금 떼어냈다. 고막을 찌르는 소음이 불쾌했다.
"법률적 지배 지위."
태성이 차갑게 읊조렸다. 그의 음성은 진흙처럼 무겁고 고요했다.
"네가 방금 내 장부에 지장을 찍어준 덕분에, 방금 전부 몰수 처리되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송관우의 비명이 수화기 건너편에서 완전히 끊기기도 전에 요란한 문 부서지는 소리가 겹쳐 들렸다. 그리고 뒤를 이은 차가운 목소리들.
"서울중앙지검입니다. 송관우 씨, 불법 사금융 알선 및 공갈협박 교사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뚝.
전화가 완전히 끊겼다.
태성은 액정이 꺼진 휴대전화를 아예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백지훈의 본가, 낡은 다세대 주택의 좁은 거실이었다. 방금 전까지 쇠파이프를 들고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던 사채업자 무리는 이미 바닥에 무릎이 꿇린 채 경찰들의 거친 손길에 이끌려 나가고 있었다. 좁은 복도에 가득했던 비린내와 시끄러운 고함 소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정적만이 남은 거실 한구석.
백지훈이 넋이 나간 얼굴로 태성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얇은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헤맸고, 꽉 쥔 주먹에는 핏기가 완전히 가셔 있었다.
"감독님…… 이게, 어떻게 된……."
"송관우가 너를 묶고 있던 사채 채권의 진짜 전주(錢主)라는 사실은 어제 이미 파악했다."
태성이 품을 뒤적여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장혜리 구단주가 서명한 공식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법인 인수합병 계약서였다. 종이 끝자락이 가볍게 바스락거렸다.
"송관우가 바지사장들을 내세워 운영하던 사채 및 채권 추심 업체, '한성 크레디트'. 그 회사가 가진 채권 관리 권한 일체와 부실 채권 전부를 우리 FC 로드의 모기업인 로드 홀딩스가 오늘 오후 여섯 시부로 전액 인수했다."
지훈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인수…… 라뇨?"
"말 그대로다. 송관우는 돈을 굴려 너를 평생 노예처럼 쥐고 흔들 생각이었겠지만, 그 돈줄의 뿌리를 우리가 통째로 사버렸다는 뜻이지. 이제 네 아버지가 진 빚의 채권자는 송관우도, 저 쓰레기 같은 사채업자들도 아니다. 바로 우리 구단이다."
태성의 시선이 지훈의 젖은 눈동자를 관통하듯 꿰뚫었다.
"그리고 방금 전, 송관우의 체포와 동시에 구단주 권한으로 네 채권은 전액 소각 처리되었다. 이자도, 원금도. 오늘부로 0원이다."
"……!"
지훈의 입술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수년간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고, 어머니의 숨통을 조이고, 스스로를 축구장의 노예로 만들었던 그 수억 원의 빚이 단 한순간에 먼지처럼 사라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태성은 지훈의 반응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레저(Ledger).'
시야가 푸른빛으로 물들며 반투명한 전술 장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Tactical Ledger] - 대상: 백지훈 (ST) - 상태: 극심한 정신적 채무 압박 (완전 해소) - 잠재력 개화 지표: 94% -> 100% (한계 돌파 대기) - 전술 적합도: S
[강제 성장 거래를 실행하시겠습니까? (소요 자본: 0원 / 소요 시간: 즉시)] [경고: 한계 돌파 적용 시 사용자에게 극심한 심장 과부하가 발생합니다.]
태성은 망설임 없이 확인 버튼을 눌렀다.
쿵!
가슴 한가운데를 무거운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심장을 강타했다. 호흡이 단숨에 막혔다. 폐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거운 핏기가 치밀어 올랐고, 갈비뼈 안쪽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에 눈앞이 순간적으로 자줏빛으로 흐려졌다.
'윽…….'
태성은 이를 악물었다. 신음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어금니를 짓씹었다.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꽉 쥐자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찌릿한 아픔을 전해왔지만, 가슴을 찢는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설민우가 챙겨주었던 특제 한방 안정제가 주머니 안쪽에서 만져졌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약병의 딱딱한 감각이 겨우 이성을 붙잡아 주었다. 선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감독은 언제나 완벽하고 단단한 벽이어야 하니까.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자, 마침내 장부의 메시지가 변환되었다.
[백지훈의 잠재 능력이 완전히 개화되었습니다.] [특수 효과: '사슬에서 풀려난 맹수' 활성화.] - 모든 신체 능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4포인트 상승합니다. - 골문 앞에서의 침착함 및 결정력 수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지훈의 몸을 감싸고 있던 보이지 않는 무거운 기운이 걷히는 것이 보였다.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그의 어깨 근육이 자연스럽게 이완되며, 야수 특유의 유연하면서도 탄탄한 탄력이 몸 전체에 깃들기 시작했다.
스르륵.
지훈의 무릎이 먼지 쌓인 낡은 장판 위로 무너져 내렸다.
타일 바닥에 닿는 무릎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평생을 목 졸라오던 가난, 매일 밤 문을 두드리던 사채업자들의 험악한 욕설,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증오와 스스로에 대한 혐오. 그 모든 오물이 가득했던 쇠사슬이 단 한 장의 종이와 함께 허공으로 흩어졌다.
"어째서……."
지훈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 덜덜 떨렸다. 방바닥을 짚은 그의 거친 손등 위로 눈물방울바람이 뚝뚝 떨어졌다.
"고작 저 같은 쓰레기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저는 감독님한테 욕하고, 덤비고, 믿지도 않았는데…… 왜……."
"착각하지 마라."
태성이 갈라진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통증을 참느라 억누른 목소리가 오히려 더 냉혹하고 비즈니스적인 날을 세웠다.
"이건 단순한 거래다. 나는 내 전술을 완벽하게 수행해서 나를 최고의 명장으로 만들어줄 괴물이 필요했을 뿐이고, 너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부품이었을 뿐이다. 네가 흘린 눈물만큼 운동장에서 뛰어라. 네 몸값은 이제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하는 거다."
"아닙니다……."
지훈이 고개를 거칠게 가로저었다. 그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턱끝을 타고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축구 인생이 아니라, 제 목숨을 구해주신 겁니다. 제 어머니와 제 삶을 구해주신 겁니다."
지훈이 바닥을 짚은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 속에는 전과는 전혀 다른, 깊고 단단한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평생…… 평생 감독님을 위해서만 뛰겠습니다. 다리가 부러져서 뼈가 살을 뚫고 나와도, 감독님이 달리라고 하시면 운동장이 피로 물들 때까지 달리겠습니다. 저를 가져다 쓰십시오."
지훈이 이마를 방바닥에 대며 절을 올렸다.
가장 밑바닥에서 뒹굴던 날것의 천재가, 마침내 자신을 이끌어줄 진짜 주인을 만난 순간이었다.
그때, 태성의 머릿속으로 기계적인 알림음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삐빅.
[알림: 백지훈 선수의 '의리적 동기화'가 최고 수치(100%)에 도달했습니다.] [FC 로드 팀 케미스트리 및 전술 이해 속도가 150% 가속됩니다.] [특수 시너지: '사제지간의 혈맹'이 활성화됩니다. 경기 중 감독의 전술 지시 전달 속도 및 선수들의 반응 속도가 극대화됩니다.]
가슴을 조여오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서서히 가라앉았다. 심장의 고동이 안정적인 궤도를 찾으며 뜨거웠던 호흡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태성은 엎드려 있는 지훈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일으켰다.
"무릎 꿇지 마라. 축구 선수는 그라운드 위에서만 무릎을 꿇는 거다."
태성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그것도 경기에서 승리하고 세레머니를 할 때만."
지훈이 소매로 눈물을 거칠게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두 발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대지를 딛고 서 있었다.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얻은 맹수의 눈빛. 이제 이 녀석은 태성이 휘두를 가장 예리하고 치명적인 무기가 되었다.
***
다음 날 오전, FC 로드 클럽하우스 대회의실.
블라인드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회의용 테이블의 매끄러운 표면을 비추고 있었다. 장혜리 구단주는 창밖의 푸른 잔디 구장을 내려다보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태성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혜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송관우는 완전히 끝났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승자의 여유가 묻어났다.
"오늘 아침 아홉 시 뉴스 메인 보셨죠? 불법 사채업체 실제 소주주라는 정황과 이중 계약 조작 혐의가 대대적으로 보도됐어요. 축구협회에서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서 에이전트 자격 박탈 절차에 들어갔답니다. 이제 그 인간은 축구판은커녕 사회에서도 매장이에요."
"예상했던 결과입니다."
태성이 테이블 맞은편 의자에 깊숙이 걸터앉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오히려 구단의 이미지가 '선수를 불법 사채의 늪에서 구해낸 정의로운 구단'으로 포장되었으니, 홍보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 되었군요."
장혜리가 테이블로 다가와 태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에는 단순한 고용주를 넘어선 깊은 경외감과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강 감독님, 정말 무서운 사람이에요. 송관우가 백지훈 선수를 쥐고 흔들던 그 채권 업체를 역으로 인수할 생각을 하다니. 우리 구단 재정 상태가 아슬아슬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도박을 던진 이유가 뭐죠?"
"도박이 아니라 확실한 투자였습니다."
태성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백지훈이라는 카드가 가진 가치는 그깟 인수 비용의 수십 배에 달하니까요. 그리고 내 전술의 핵심을 외부의 잡음으로 흔들리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후훗, 여전히 철저히 비즈니스적이시네."
장혜리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태성이 행한 이 '비즈니스'가 한 소년의 인생을 구원하고, 나아가 구단의 결속력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묶어놓았다는 사실을.
그때, 대회의실의 묵직한 목재 문이 예고도 없이 거칠게 열렸다.
쾅!
문이 벽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마찰음이 회의실 가득 퍼졌다.
들어선 인물은 박우진 상무이사였다.
그의 얼굴은 흙빛으로 까맣게 죽어 있었다. 송관우의 몰락과 함께, 구단을 해체하고 부지를 매각해 한몫 챙기려던 이사회 내부의 음모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의 핏발 선 눈에는 여전히 독기와 비열함이 가득 차 있었다.
"강태성 감독. 아주 신이 나셨군 그래."
박우진이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쾅 치며 서류 뭉치 하나를 패망한 투전꾼처럼 내던졌다. 거친 종이 뭉치가 테이블 위를 미끄러져 태성의 앞까지 멈춰 섰다.
"송관우 하나 치웠다고 해서 이 구단이 살아남을 것 같나? 이사회는 여전히 구단 해체안을 지지하고 있어. 우리가 왜 매달 적자를 보면서 이 오합지졸 버러지 같은 구단을 끌고 가야 하지? 당장 다음 달 운용 자금도 불투명한 마당에!"
장혜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상무, 말이 지나치군요. 이미 성적과 마케팅 면에서 반등의 여지가 충분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백지훈 선수의 활약상도 여론의 찬사를 받고 있고요."
"여론? 웃기지 마십시오, 구단주님!"
박우진이 비웃음을 흘리며 태성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축구협회와 대기업 스폰서들이 등을 돌리면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끝입니다. 그리고…… 마침 협회 고위층이자 명문 드래곤즈의 수장인 한재열 감독님께서 아주 재미있는 제안을 보내오셨더군요."
태성의 눈이 아주 가늘어졌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배후에서 송관우를 조종하고 언론을 주물러 FC 로드를 고사시키려 했던 진짜 거물. 한재열.
"한재열 감독이 무슨 헛소리를 보냈지?"
태성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박우진이 바지 주머니에서 빳빳하게 접힌 공식 공문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슬라이드하듯 밀어 던졌다.
"다음 주, 드래곤즈 최정예 B팀과의 공식 승강 전초전 매치다."
박우진의 입꼬리가 흉측하게 말려 올라갔다.
"이 경기에서 FC 로드가 패배할 경우, 강 감독 당신은 자진 사퇴하고 구단 해체 및 부지 매각 절차에 전적으로 협조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해라. 물론, 만에 하나 당신들이 이기면 이사회의 구단 해체안은 완전히 백지화해주지."
그는 태성의 얼굴에서 공포를 찾으려는 듯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때? 한재열 감독님이 직접 제안한 공식 데스매치다. 감히 받아들일 용기는 있나, 삼류 코치 출신 감독님?"
침묵이 회의실을 지배했다.
장혜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태성을 바라보았고, 박우진은 승리를 확신한 사냥개처럼 비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태성은 천천히 테이블 위의 공문을 집어 들었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그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숙적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기회가 마침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는 사실에 심장이 고동치는, 억누를 수 없는 승부욕의 전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