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혀 밑을 찌르는 극렬한 박하 향이 기도를 타고 넘어갔다.

허파가 찢어질 듯한 감각과 함께 들이쉰 숨결에서 쇠비린내가 진동했다.

"정신 차려, 강태성! 여기서 까무러치면 진짜 끝장이야!"

설민우의 거친 손길이 멱살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뺨을 때리는 차가운 물방울과 억지로 입안에 밀어 넣어지는 끈적한 액체. 민우가 급히 제조해 둔 특제 한방 안정제였다. 식도를 타고 내려간 약물이 심장을 옭아매던 무거운 쇠사슬을 강제로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쿵. 쿵. 쿵. 쿵.

폭주하던 박동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칠흑 같던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점차 푸른 잔디의 색감이 번져나갔다.

전광판의 붉은 숫자가 명멸했다.

전반 16분 42초.

태성은 벤치 바닥을 짚고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눈꺼풀을 적셨다. 시야가 흐릿한 와중에도 그라운드 중앙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이 눈에 들어왔다.

주심은 귀에 손을 가져다 댄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VAR 판독실과의 무전이 길어지고 있었다.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야유는 이미 데시벨의 한계를 초과해 경기장 전체를 흔들고 있었다. 느린 화면이 대형 전광판에 송출되는 순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백지훈의 다리는 공중에서 상대를 위협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수비수의 스터드가 지훈의 디딤발을 노리고 들어온 명백한 살인 태클이었다.

결국 주심의 손이 뒷주머니에서 빠져나와 윗주머니로 향했다.

빛나던 붉은색 카드가 들어가고, 노란색 카드가 드래곤즈의 수비수 코앞에 제시되었다. 판정 번복. 백지훈의 퇴장 명령은 취소되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저건 퇴장이야! 퇴장이라고!"

테크니컬 에어리어 경계선까지 몸을 내민 드래곤즈의 감독 한재열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겼던 머리칼이 이마로 흘러내려 흉하게 헝클어져 있었다. 대기업의 비호와 심판진의 묵인 하에 완벽하게 짜 맞추었던 각본이 어그러진 순간, 그의 얼굴은 밀랍처럼 하얗게 질려갔다.

이성을 잃은 한재열이 자기 팀 수비수들을 향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마! 저 새끼 다리를 걷어차서라도 주저앉혀! 부러뜨려 놓으라고!"

침을 튀기며 내뱉는 살기 어린 주문이 그라운드의 소음 틈새로 태성의 귀에 똑똑히 박혔다.

태성은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일어섰다. 설민우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지만, 태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손을 떼어냈다.

"감독님, 지금 당신 스트레스 수치는..."

"닥쳐. 아직 내 발로 서 있어."

태성이 이빨을 악물며 속삭였다. 그의 눈앞에 다시 한번 푸른빛의 격자선이 덧씌워졌다.

[Tactical Ledger (전술 장부) 활성화] [Warning: 사용자 스트레스 지수 96% - 심장 과부하 경고] [상대 전술 스캔 완료 - 다이렉트 전술의 구조적 결함 포착]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내렸다. 한재열이 자랑하는 극단적인 다이렉트 전술. 그 전술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비대칭성이 존재했다.

우측 윙백이 공격을 위해 전진하는 순간,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진 사이에 발생하는 우측 하프 스페이스의 구조적 공백.

정확히 12미터.

그 공간은 한재열이 구축한 철옹성의 유일한 균열이자, 오늘 경기를 끝낼 단 하나의 열쇠였다.

게다가 지금 드래곤즈 선수들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한재열의 폭압적인 지시와 판정 번복으로 인한 심리적 동요가 붉은색 게이지로 변해 뇌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평정심 붕괴. 체력 소모 극대화.

태성은 그라운드 위의 백지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발목을 절뚝이면서도 독기가 가득 찬 눈으로 벤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과 시선이 마주쳤다.

태성은 오른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펴고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가리킨 뒤, 이내 손가락을 꺾어 바닥을 향해 내리꽂았다.

'가짜 나인(False Nine).'

상대 센터백을 앞으로 끌어내고, 그 배후에 생기는 12미터의 빈틈을 직접 찢어발기라는 신호였다.

지훈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번뜩였다. 녀석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발목의 통증 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의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재개되었다.

공을 잡은 로드의 미드필더진이 태성의 지시대로 짧고 정밀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템포를 조절했다. 한재열의 드래곤즈는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거칠게 압박해 들어왔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압박의 굴레 속에서, 로드의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소화해 낸 서해 염전의 진흙바람이, 발목이 잘려 나갈 것 같은 모래밭에서의 지옥 같은 질주가 그들의 다리에 강철 같은 지구력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찔러!"

태성의 묵직한 목소리가 그라운드를 갈랐다.

중앙에서 공을 돌리던 로드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단 한 번의 터치로 공의 궤적을 바꿨다. 낮고 빠르게 깔려 나간 공이 드래곤즈의 우측 하프 스페이스, 정확히 12미터의 공백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공간을 향해 백지훈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막아! 다리를 걷어차!"

벤치에서 자지러지는 한재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드래곤즈의 베테랑 센터백이 이를 악물고 지훈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공의 궤적 따위는 보지도 않았다. 오직 지훈의 디딤발, 조금 전 부상을 입었던 오른쪽 발목만을 겨냥한 살인적인 슬라이딩 태클이었다.

스터드가 잔디를 거칠게 파헤치며 흙먼지를 뿜어냈다.

파열음이 경기장을 뒤흔들기 직전.

지훈의 몸이 기이할 정도로 부드럽게 꺾였다. 오른쪽으로 치우치던 무게중심을 찰나의 순간 왼쪽 어깨로 이동시키는 우아한 바디 페인팅.

스스슥.

살기를 뿜으며 들어오던 태클러의 몸뚱이가 지훈의 잔상만을 스친 채 잔디 위를 무력하게 미끄러져 나갔다. 허공을 가른 태클러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지훈이 나지막이 읊조리며 공을 가볍게 잡아두었다.

눈앞에는 이미 각도를 좁히며 거대한 벽처럼 버티고 선 골키퍼가 있었다. 슈팅 각도는 단 15도 남짓.

골키퍼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미세한 순간을 지훈의 눈동자가 포착했다.

툭.

지훈의 축구화 끝이 공의 밑동을 부드럽게 찍어 올렸다.

공은 중력을 거스르듯 가볍게 떠올라, 전진하던 골키퍼의 머리 위를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갔다. 허공을 휘젓는 골키퍼의 손끝은 공에 닿지 못했다.

느리게, 하지만 극도로 정확하게.

가죽공이 골망의 안쪽 구석을 흔들며 조용히 가라앉았다.

서강 전용구장을 가득 채운 침묵을 깨뜨린 것은, 단 한 명의 소년이 쏘아 올린 기적의 궤적이었다.

푸드득.

골망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관중석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골어어어어어어!!! 백지훈! 선제골!!!"

"FC 로드가 이 척박한 땅에서 선제골을 만들어냅니다!"

캐스터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 퍼졌고, 서해 염전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버텨온 로드의 서포터즈들이 서로를 껴안고 울부짖었다.

지훈은 세리머니 대신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는 강태성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끝을 타고 잔디 위로 툭툭 떨어졌다. 지훈은 오른손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태성을 응시했다.

보아라.

당신이 증명하려던 축구가, 우리가 흘린 땀방울이 틀리지 않았음을.

태성은 엷은 실소를 흘렸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붉은 침을 소매로 쓱 닦아내며, 그는 한재열의 벤치를 바라보았다.

한재열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설계한 완벽한 수비 라인이, 단 한 번의 하프 스페이스 공략과 삼류라 비웃던 녀석의 칩슛 한 방에 완전히 무너져 내린 현실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 이따위 야바위 축구에...!"

한재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의 오만한 자존심이 철저하게 짓밟히는 소리가 태성의 귀에는 선명하게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제골을 기점으로 그라운드의 공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로드의 선수들의 몸놀림에는 거침이 없었다. 택티컬 레저의 화면 위로 선수들의 컨디션 그래프가 SSS급의 붉은 아우라를 뿜어내며 요동쳤다.

지치지 않는 심장.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대형.

서해 고립 훈련원의 진흙탕 속에서 다져진 압도적인 체력과 전술 이해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드래곤즈의 선수들은 로드 선수들의 비정상적인 활동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뒤처지기 시작했다.

한재열의 전술은 이미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공을 잡을 때마다 로드의 숨 막히는 압박에 질식해 허둥지둥 백패스를 남발했다.

전반 44분.

전반전의 마지막을 알리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로드가 다시 한번 빌드업을 시작했다. 지훈이 하프라인 근처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주며 상대 수비진을 유인했다. 그의 영리한 움직임에 드래곤즈의 수비 라인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지훈이 공을 측면으로 내어주고 다시 뒷공간을 향해 쇄도하려던 그 순간.

쿵!

드래곤즈의 거구 용병 센터백 안드레가 지훈의 진로를 고의적으로 가로막으며 거칠게 몸을 부딪쳐 왔다.

정당한 어깨싸움의 범위를 넘어선, 마치 덤프트럭이 돌진하는 듯한 폭력적인 충돌이었다.

"윽!"

이미 발목이 성치 않았던 지훈이 중심을 잃고 그라운드 위로 곤두박질쳤다. 데굴데굴 구르며 잔디 위에 쓰러진 지훈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공은 이미 반대편 측면으로 멀어져 주심과 부심의 시선은 그쪽을 향해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왼쪽 발목을 감싸 쥐고 있는 백지훈을 향해 안드레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눈빛에는 이성을 잃은 맹수의 잔인함이 서려 있었다.

안드레는 몸을 돌려 쓰러진 지훈의 위로 넘어지는 척하며, 자신의 거구 무게를 실어 오른발을 내리뻗었다.

그의 축구화 밑창에 박힌 예리한 쇠 스터드가 향한 곳은.

공이 아니었다.

이미 꺾여 비틀려 있는 지훈의 왼쪽 발목 관절이었다.

콰득.

잔디를 뚫고 뼈와 인대가 으스러지는 듯한 기괴한 파열음이 그라운드의 소음을 뚫고 태성의 귀를 때렸다.

"아아아아악!!!"

지훈의 찢어지는 듯한 단명이 정오의 하늘을 날카롭게 갈랐다. 녀석의 몸이 활처럼 꺾이며 고통에 울부짖었다.

"이 개새끼가!!!"

태성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굳어 있던 심장이 다시 한번 광폭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