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전광판의 붉은 글씨가 눈을 찔렀다.

FC 로드의 전방 압박을 분쇄하기 위해 한재열이 꺼내 든 카드는 비대칭 더블 볼란치. 우측 하프 스페이스의 12미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아예 그 길목에 박아 넣은 변형 포메이션이었다. 경기 시작을 고작 15분 앞두고 단행된 기습적인 전술 수정. 예상을 비껴간 적장의 노련한 응수에 벤치의 코치들이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감독님, 저놈들 아예 지훈이 동선을 잠그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포메이션을 원래대로 되돌려 수비적으로 갈까요?"

수석 코치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태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팔짱을 낀 채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맞은편 벤치에 앉은 한재열이 턱을 치켜올리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걸린 얇은 미소는 침묵의 전술을 비웃는 무언의 선전포고와 같았다.

'내가 네 머리 위에 있다.'

한재열의 오만한 눈빛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태성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머릿속 장부가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택티컬 레저(Tactical Ledger)를 활성화합니다.]

시야가 푸른빛으로 물들며 그라운드 위 드래곤즈 선수들의 생체 데이터와 이동 경로가 격자로 쪼개졌다. 우측 하프 스페이스를 메운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의 발밑에서 굵은 적색 선이 뻗어 나왔다. 백지훈의 침투로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저지선이었다.

하지만 태성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 너머에 발생한 새로운 뒤틀림이었다.

우측을 보강하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가 치우친 순간, 드래곤즈의 중앙과 좌측 하프 스페이스 사이의 간격이 미세하게 벌어졌다. 7.5미터. 평소라면 유기적인 협력 수비로 메웠을 공간이 비대칭 대형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고립되는 구조적 사각지대였다.

[실시간 전술 약점 스캔 완료.] [새로운 패스 우회 경로를 가시화합니다.]

머릿속 장부가 징 소리와 함께 푸른색 광선을 뿜어냈다. 상대의 촘촘한 수비벽을 우회하여 중앙 정면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가상의 패스 라인이 그라운드 위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가볍군."

태성의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다.

한재열은 백지훈이라는 송곳을 두려워한 나머지, 제 손으로 견고하던 수비 밸런스의 한쪽 축을 무너뜨렸다. 적장이 정밀하게 심어 두었다고 자부한 덫은, 태성의 눈에는 제 발목을 잡을 올가미에 불과했다.

"포메이션 유지는 없다. 드레싱룸으로 들어간다."

태성은 짧게 내뱉고는 뒤를 돌아 터널로 향했다. 당황한 코치진이 그의 뒤를 허겁지겁 쫓았다.

드레싱룸의 철문이 무겁게 닫혔다.

선수들은 땀 냄새와 파스 향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잔뜩 긴장한 채 앉아 있었다. 한재열의 포메이션 변경 소식을 들은 그들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 특히 구석에서 발목 테이핑을 감고 있던 백지훈의 눈빛은 유독 어두웠다.

태성은 칠판 앞으로 걸어가기 전, 백지훈을 똑바로 응시했다.

"백지훈."

"예, 감독님."

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독기 서린 눈빛 밑바닥에 불안감이 일렁이고 있었다. 송관우가 보낸 사채업자들이 본가를 뒤집어엎겠다며 협박 전화를 걸어온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경기에 집중하려 해도, 머릿속은 온통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의 안전으로 가득 차 있었으리라.

태성은 품 안에서 두툼한 갈색 서류 봉투를 꺼내 지훈의 무릎 위로 툭 던졌다.

"이게…… 뭡니까?"

지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서 나온 종이들을 확인한 지훈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것은 송관우가 지훈의 아버지를 옭아매고, 결국 지훈의 선수 인생까지 노예처럼 쥐고 흔들던 사채 채무 문서의 원본들이었다.

모든 채권자의 명의가 변경되어 있었다.

[채권 인수자: 주식회사 FC 로드 법률대리인]

"송관우가 너를 흔들기 위해 마지막으로 쥔 패가 그거였지."

태성의 목소리는 지극히 건조했다.

"어젯밤 그자가 보낸 사채업자들은 지훈이 네 본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구단 법무팀과 미리 대기하고 있던 관할 경찰들이 공갈협박 및 불법 채권 추심 혐의로 현장에서 전부 현행범 체포했다. 배후를 사주한 송관우 역시 오늘 아침 자택에서 긴급 체포되어 조사를 받는 중이다."

"감독님…… 어떻게……."

지훈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내가 말했지. 넌 내 계약서에 사인했고, 난 비즈니스 파트너의 가치를 훼손하는 쓰레기들을 방치하지 않는다고. 네 아버지가 남긴 채무는 구단에서 전액 인수했다. 이자율 제로, 네 연봉에서 장기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끝냈으니 법적으로 넌 이제 자유다."

태성은 지훈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송관우는 끝났다. 이제 네 목을 죄던 사슬은 없다. 대답해라, 백지훈. 오늘 경기에서 네 몸값에 걸맞은 증명을 할 수 있겠나?"

지훈의 어깨가 굳어졌다. 이내 그의 눈에서 불안감이 씻겨 내려가고, 오직 짐승 같은 투지와 끓어오르는 열망만이 가득 찼다.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시달리던 삼류 유망주가 아닌, 오직 승리만을 갈망하는 진짜 축구 선수의 눈빛이었다.

"……찢어발기겠습니다. 저 새끼들 전부 다."

"좋다."

태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칠판으로 돌아섰다. 분필을 쥔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전술을 수정한다. 지훈이 너는 오늘 윙포워드가 아니다."

분필이 칠판을 긁는 날카로운 소리가 드레싱룸을 채웠다.

"상대는 네 침투를 막기 위해 우측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치우치게 배치했다. 우리가 측면으로 파고들면 저들이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기어 들어가는 꼴이지. 그래서 오늘 넌 중앙으로 들어간다. 역할은 가짜 나인(False Nine)이다."

가짜 나인.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에 위치하되, 끊임없이 미드필더 라인까지 내려와 상대 수비진을 끌어내리는 변칙 전술이었다.

"지훈이가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오면, 우측에 치우쳐 있던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앙으로 끌려 나올 수밖에 없다. 한재열이 구축한 비대칭 수비 라인이 제 발로 엉키는 순간이다. 그때 발생하는 뒷공간을 우리 좌우 윙어들이 대각선으로 침투해 파괴한다. 알겠나?"

태성의 명료한 지시에 선수들의 눈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한재열이 준비한 덫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리는 정밀한 카운터 전술이었다.

"우리가 삼류인지, 아니면 저들이 거품인지 오늘 이 그라운드 위에서 똑똑히 확인시켜 준다. 나가라."

"와아아아!"

선수들이 함성을 지르며 드레싱룸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순간, 태성은 칠판을 짚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헉…… 윽!"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통증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억지로 활성화해 둔 택티컬 레저의 부하가 몸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시야 구석에 표시된 경고창이 붉은색으로 점멸하며 비명을 질렀다.

[경고: 스트레스 수치 임계치 도달 (99%)] [심장 급정지 및 생체 기능 붕괴 위험. 즉각적인 시스템 사용 중단을 권고합니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눈앞이 흐려지며 다리가 꺾이려는 찰나, 강인한 손길이 그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의무 트레이너 설민우였다.

"감독님! 정신 차리십시오!"

민우는 신속하게 품에서 작은 미니 바이알을 꺼내 태성의 입가에 들이밀었다. 약초 냄새와 강한 화학 성분이 뒤섞인, 민우가 특별히 조제한 한방 안정제였다.

"이거 마시십시오! 당장요!"

태성은 이를 악물고 끈적한 액체를 삼켰다. 얼음물을 들이켠 듯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 약물이 심장의 폭주를 억지로 짓눌렀다. 조여들던 가슴의 통증이 미약하게나마 갈라지며 호흡이 돌아왔다.

"……살 것 같군."

"살 것 같긴 뭐가 살 것 같습니까! 심박수가 분당 180을 넘었습니다! 한 걸음만 더 나갔으면 현장에서 심정지로 쓰러지셨을 겁니다!"

민우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그의 안경 너머 눈동자에는 분노와 깊은 우려가 동시에 서려 있었다.

"다음은 없습니다. 경기 중에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제가 직접 의료진 불러서 감독님 끌고 나갈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걱정 마라.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

태성은 냉소적으로 대꾸하며 민우의 손을 뿌리쳤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그의 손끝이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포식자의 그것처럼 번뜩였다.

그는 터널을 지나 피치 위로 걸어 나갔다.

눈이 시릴 정도로 쏟아지는 정오의 햇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의 관중이 뿜어내는 함성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터치라인 앞 기술지역에 서자, 저 멀리서 한재열 감독이 여전히 여유만만한 태도로 팔짱을 낀 채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강 감독, 준비는 많이 하셨나 모르겠군. 우리의 변칙 라인업을 보고 꽤나 당황했을 텐데?"

한재열이 비꼬는 듯한 어조로 낮게 속삭였다.

태성은 그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저 그라운드 위에 도열하는 선수들을 응시했다.

"한 감독."

"음?"

"당신 전술의 우측 윙백이 전진할 때 발생하는 하프 스페이스의 12미터 공백. 그걸 메우려고 미드필더를 이동시킨 모양인데."

태성의 목소리가 낮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덕분에 당신들의 중앙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사이의 링크가 완전히 깨졌더군. 고작 구멍 하나 막으려다 집 대문을 통째로 열어젖힌 꼴이야."

한재열의 안색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여유롭던 눈빛에 균열이 가며 경악과 의구심이 스쳤다.

"네가 그걸…… 어떻게……."

"똑똑히 봐라. 네가 자랑하던 그 완벽한 전술이 어떻게 삼류들의 발끝에 처참하게 부서지는지."

태성은 차갑게 쏘아붙인 뒤 벤치로 걸어가 주저앉았다.

심장의 통증은 여전히 99%의 임계치에서 붉게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그의 뇌세포는 승리를 향한 집념으로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각성해 있었다.

그라운드 중앙, 백지훈이 공 위에 발을 올린 채 상대 진영을 맹수처럼 노려보았다.

주심이 호각을 입에 물었다.

삐------!

정오의 공기를 찢는 무겁고 날카로운 휘슬 소리와 함께, FC 로드의 사활이 걸린 운명의 대결전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백지훈의 발끝을 떠난 공이 호선을 그리며 뒤로 흘렀다.

FC 로드의 미드필더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작했다. 드래곤즈의 전방 압박은 매서웠다. 한재열이 다듬어낸 칼날답게, 최전방 공격수 세 명이 조직적으로 길목을 차단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툭. 툭.

짧은 패스가 오가는 사이, 백지훈이 천천히 움직였다.

원래대로라면 좌측 터치라인을 타고 한계까지 전진했어야 할 지훈이 도리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

드래곤즈의 우측 수비형 미드필더가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자신이 마크해야 할 먹잇감이 덫이 가득한 우측 하프 스페이스로 들어오지 않고, 텅 빈 중앙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가 공을 받아내려 했기 때문이다.

찰나의 망설임.

그 짧은 균열을 지훈은 놓치지 않았다. 지훈이 공을 등진 채 가슴으로 가볍게 트래핑하며 동료에게 리턴 패스를 내주었다.

그와 동시에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가 지훈을 압박하기 위해 중앙으로 거칠게 끌려 나왔다.

쩍.

수비 벽에 거대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태성이 스캔해 두었던 7.5미터의 사각지대가 마침내 그 흉측한 아가리를 벌린 것이다.

"지금이다! 찔러!"

수석 코치가 자신도 모르게 벤치 밖으로 몸을 내밀며 고함을 질렀다.

FC 로드의 중앙 미드필더가 주저 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낮고 빠르게 깔려 나간 공이 드래곤즈의 깨진 더블 볼란치 사이를 그대로 관통했다. 완벽한 스루패스였다. 좌측 윙어가 그 열린 공간을 향해 폭발적인 스피드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라운드를 박차는 허벅지 근육이 터질 듯 팽창했다.

"막아! 파울로라도 끊어!"

한재열이 기술지역 끝까지 뛰어나오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다. 그의 단정한 머리칼이 인정사정없이 흐트러졌다.

파악!

드래곤즈의 센터백이 태클을 불사하며 몸을 날렸다.

잔디와 흙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거친 신체 충돌 소리가 관중석까지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FC 로드의 윙어가 비틀거리면서도 공의 소유권을 지켜내며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려는 찰나였다.

태성은 그 결정적인 순간을 눈에 담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콰직.

가슴 속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다.

"컥……!"

입안 가득 비린 혈향이 차올랐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요동치다, 순간적으로 멈추는 듯한 극심한 조임이 찾아왔다. 갈비뼈를 으스러뜨리는 듯한 통증에 태성의 무릎이 꺾였다.

[경고! 생체 데이터 위험 수치 초과!] [뇌 혈류량 급감. 시각 동기화에 오류가 발생합니다.]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던 푸른 전술 격자망이 지직거리며 붉은 노이즈로 뒤덮였다.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움직임이 수십 개의 잔상으로 쪼개져 흐려졌다.

"감독님!"

옆에 서 있던 설민우가 태성의 상태를 눈치채고 다급히 손을 뻗었다.

하지만 태성은 민우의 손을 밀쳐냈다. 흐려지는 시야 너머로, 드래곤즈의 센터백이 박스 바로 바깥에서 아예 대놓고 우리 윙어의 발목을 걷어차는 장면이 잔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퍽!

선수가 잔디 위로 굴렀다. 명백한 반칙. 페널티킥 혹은 최소한 퇴장 감인 거친 백태클이었다.

그러나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뭐야?! 저게 왜 반칙이 아니야!"

"야 이 개새끼들아! 심판 눈 안 보냐?!"

벤치의 코치진과 대기 선수들이 일제히 뛰쳐나가며 대기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홈 관중들의 야유가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흘러나온 공을 잡아챈 드래곤즈의 미드필더가 그대로 전방을 향해 롱패스를 뿌렸다.

역습이었다.

공격을 위해 라인을 한껏 끌어올렸던 FC 로드의 포백 수비진 뒷공간이 완전히 무주공산으로 열려 있었다. 드래곤즈의 외국인 스트라이커가 그 넓은 공간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수비 라인 내려! 지훈아, 내려와서 커버해!"

코치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관중석의 엄청난 소음에 묻혀 선수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 전술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오직 강태성 한 명뿐이었다.

태성은 억지로 고개를 들어 그라운드를 바라보려 했다.

하지만.

"……안 보여."

눈앞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택티컬 레저의 한계 돌파 페널티가 그의 시신경을 마비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은 찢어질 듯 아파왔고, 시야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귀청을 때리는 거친 숨소리와 흐릿한 관중의 함성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상대의 역습은 이미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전장.

사라진 시야 속에서, 역습의 칼날이 FC 로드의 골문을 향해 매섭게 들이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태성의 귀에 무언가 파열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시야가 차단된 암흑 속에서, 그를 더욱 절망으로 몰아넣는 비명 소리가 터치라인 너머에서 울려 퍼졌다.

"아악!"

그것은 분명, 팀의 핵심인 백지훈의 목소리였다.

암전된 시야 속에서, 태성의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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