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뼈 안쪽에서 불덩이가 날뛰었다.
폐부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른 비릿한 동전 맛이 입술 사이로 터져 나왔다. 검붉은 핏방울이 VIP 대기실의 대리석 바닥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백색 와이셔츠 깃이 순식간에 붉은 얼룩으로 젖어 들었다.
쿵. 쿵. 쿵.
귀청을 찢을 듯한 이명이 뇌수를 헤집었다.
[경고! 최종 승강 전초전 전술 계약 체결로 인한 시스템 동기화 시작] [사용자의 심장 박동수 위험 수치 돌파 (182bpm)] [생명력 게이지가 위험 범위 이하로 하락합니다.]
허공에 명멸하는 붉은색 경고창이 시야를 가렸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가 부서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태성은 가죽 소파 모퉁이를 움켜쥐었다. 굳은살 박인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부르르 떨렸다.
과거의 실패. 배신의 기억. 그 진흙탕 같던 밑바닥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집념 하나로 버텨온 몸뚱이였다. 하지만 텍티컬 레저가 요구하는 대가는 가혹하리만치 정직했다. 승리를 위해 제 수명을 깎아 먹는 시한폭탄.
그때, VIP 대기실의 잠긴 철문이 거칠게 덜컹거렸다.
"강태성! 문 열어!"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성적이고 차가운,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명백한 초조함이 섞인 목소리. FC 로드의 의무 트레이너, 설민우였다.
철컥, 쾅!
문고리가 강제로 꺾이며 문이 벌컥 열렸다. 안으로 들이닥친 설민우의 눈동자가 태성의 피범벅이 된 와이셔츠를 보자마자 거칠게 흔들렸다. 그는 지체 없이 주머니에서 은색 휴대용 케이스를 꺼냈다.
"이 미친 인간이 진짜 죽으려고 환장했나!"
설민우가 태성의 목덜미를 가차 없이 낚아챘다. 그의 손가락이 태성의 경동맥을 짚었다. 미친 듯이 날뛰는 맥박에 설민우의 미간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그는 주사기 끝의 캡을 이빨로 물어뜯어 던지고는, 태성의 팔뚝에 그대로 바늘을 찔러 넣었다.
푹.
차가운 액체가 혈관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가 특제 배합한 강심 안정제였다.
"헉……! 후우, 후우……."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서서히 가벼워졌다. 터질 듯 날뛰던 심장박동이 완만해지며 시야를 가리던 붉은 경고등이 사그라들었다. 태성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손등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거칠게 훔쳐냈다.
"경고했을 텐데."
설민우가 빈 주사기를 바닥에 던지며 낮게 읊조렸다. 그의 숨소리 역시 가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약, 세 번 이상 쓰면 심장 근육 자체가 괴사해. 다음번에 또 이러면 그땐 대기실이 아니라 영안실로 실려 가야 할 거야. 내 말 명심해, 강태성."
"알아."
태성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목구멍에서 여전히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알면 몸 사려! 대체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제 목숨을 태워 먹는 건데?"
"이겨야 하니까."
태성이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것 말고는, 내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거든."
설민우는 이를 악물었지만, 더는 대꾸하지 못했다. 저 지독한 완벽주의와 불신으로 똘똘 뭉친 사내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대기실 안쪽으로 젊은 구단주 장혜리가 급히 걸어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평소의 냉철한 포커페이스가 무색할 정도로 그녀의 안색은 창백했다.
"강 감독님, 송관우가 움직였어요. 방금 사채업자들이 백지훈 선수의 본가로 들이닥쳤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불법 채권 추심을 구실로 집안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생각인 것 같아요. 언론 플레이가 막히니 기어코 초법적인 수단까지 쓰는군요."
장혜리의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송관우. 회귀 전 태성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던 탐욕스러운 에이전트. 그 사냥개가 마침내 백지훈의 가장 약한 고리인 가족을 건드린 것이다.
그러나 태성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덤덤했다. 오히려 핏기 없는 입술 끝이 비틀려 올라갔다.
"예상했던 범위 안입니다."
"예상했다니요? 지금 지훈이 아버지가..."
"장 구단주님."
태성이 품 안에서 빳빳하게 접힌 서류 뭉치 한 다발을 꺼내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일주일 전, 제가 구단 법무팀을 통해 매입하라고 지시했던 백지훈 부친의 사채 채권 원장입니다. 기억하십니까?"
장혜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당연히 기억하죠. 구단 자금과 감독님 사비까지 털어서 사채업자들에게 넘어간 채권을 우리가 전부 매입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왜..."
"송관우가 쥐고 흔들던 백지훈의 채무는 이미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당하게 채권을 양도받아 소멸시켰거나, 우리 구단으로 귀속시켰으니까요. 즉, 지금 송관우의 사주를 받고 백지훈의 본가에 들이닥친 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채권'을 사칭해 불법 추심을 자행하는 범죄자들입니다."
태성이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미 백지훈 선수의 본가 주변에는 우리 구단 담당 변호사들과 미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경찰서 형사들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송관우가 보낸 사냥개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순간, 현행범으로 체포되도록 판을 짜 두었죠."
장혜리가 들고 있던 태블릿PC에서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그녀가 다급히 화면을 확인하더니, 이내 깊은 탄성을 내뱉었다.
"방금... 현장 변호사에게 연락이 왔어요. 송관우의 사주를 받은 사채업자 4명 전원, 특수주거침입 및 공갈협박, 불법 추심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었답니다. 배후 교사 정황이 담긴 녹취록과 송금 내역까지 전부 확보했다는군요."
"송관우 본인은?"
"경찰이 즉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송관우의 에이전시 사무실로 이동 중이랍니다. 변호사법 위반에 불법 추심 교사까지 엮였으니, 이번엔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할 겁니다. 에이전트 자격 박탈은 물론이고, 실형을 면치 못하겠네요."
모든 것이 태성이 설계한 덫 안에서 움직였다. 백지훈을 옭아매고 있던 사채의 사슬은 이제 송관우의 목을 조르는 교수형의 밧줄이 되어 돌아갔다. 완벽한 법적 파멸이었다.
"지훈이에게는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알리십시오. 이제 녀석을 방해할 장애물은 세상에 없습니다."
태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 묻은 와이셔츠를 벗어 던지고, 옷장에 준비해 둔 빳빳한 새 블랙 수트를 걸쳤다. 넥타이를 단단히 조여 매는 그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송관우는 치웠으니, 이제 저 오만한 명장 놈의 가면에 금을 내줄 차례입니다."
***
FC 로드와 드래곤즈 B팀의 최종 승강 전초전 공식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기자회견장 내부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며 장내를 하얗게 밝혔다. 단상 위, 좌측에는 드래곤즈의 사령탑이자 축구계의 거물, '지식인 명장' 한재열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의 옆자리로 강태성이 걸어 들어와 의자를 빼고 앉았다.
한재열이 태성을 힐끗 보며 비웃음을 담아 나직하게 속삭였다.
"꼴이 말이 아니군, 강 감독. 아무리 발악해 봤자 삼류 구단의 한계는 명확한 법이지. 이번 시합, 굳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치러야겠나?"
태성은 대꾸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연맹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부터 양 팀 감독님의 공식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겠..."
"질문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재열의 배후에 있는 일간지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한재열과 사전 교감이 있었음이 분명한 움직임이었다.
"한재열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이번 승강 전초전에서 FC 로드의 약물 의혹과 도핑 전수 조사 자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각에서는 삼류 구단이 명문 구단을 상대로 펼치는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재열이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끌어당겼다. 그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세련되고 오만한 어조가 가득 묻어났다.
"허허, 안타까운 일입니다. 축구는 정직한 스포츠입니다.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과 정교한 전술 철학 없이, 그저 선수들의 일시적인 벌크업과 자극적인 언론 플레이로 승리를 구걸하는 것은 프로의 자세가 아니지요. FC 로드가 보여준 최근의 성과는 전술이 아니라, 일종의 '기적'을 가장한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진짜 프로의 전술이 무엇인지, 이번 경기에서 뼈저리게 가르쳐줄 생각입니다."
교묘하게 FC 로드를 깎아내리며 자신을 '진짜 프로의 전술가'로 포장하는 화법. 기자회견장 여기저기서 수긍하는 듯한 나지막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카메라 플래시가 한재열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집중적으로 비추었다.
마이크가 강태성에게 넘어왔다.
"강태성 감독님, 이에 대해 반론이 있으십니까?"
기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날 선 반박이나 감정적인 폭발을 기대하는 악취미적인 시선들이었다.
하지만 태성은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그저 단상 위에 두 손을 깍지 낀 채, 한재열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10초. 정적이 흘렀다. 기자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30초. 카메라 플래시 소리마저 잦아들었다. 회견장 내부의 공기가 이상하리만치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태성의 시선은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한재열이라는 존재 자체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듯한, 지극히 건조하고 냉담한 침묵이었다.
50초. 한재열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경련했다. 자신을 향한 수백 명의 시선 속에서, 강태성의 이 비정상적인 침묵은 오히려 한재열의 목을 죄는 보이지 않는 올가미처럼 작동했다. 고압적인 오만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얼굴에 초조함의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마침내 1분이 흘렀을 때. 장내의 긴장감이 극도에 달해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어진 순간, 태성이 천천히 마이크를 앞으로 당겼다.
"전술을 논하셨습니까, 한 감독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회견장 전체에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당신이 자랑하는 그 '명품 다이렉트 전술' 말입니다."
태성이 서류 가방에서 얇은 인쇄물 한 장을 꺼내 탁상 위에 툭 던졌다.
"최근 세 시즌 동안, 드래곤즈 B팀이 상위 리그 팀들을 상대로 거둔 승률은 정확히 34.2%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당신이 고집하는 다이렉트 전술의 핵심, 우측 윙백이 오버래핑할 때 발생하는 하프 스페이스 공백으로 인한 실점율이 무려 72.5%에 달하더군요."
한재열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이건...!"
"더 재미있는 자료가 여기 있습니다."
태성이 말을 끊으며 서류의 다음 장을 넘겼다.
"2년 전, 한재열 감독 명의로 협회에 출원했다가 기각당한 '하이브리드 다이렉트 전술 특허' 심사 결과서입니다. 기각 사유는 '전술적 독창성 결여 및 우측면 하프 스페이스의 구조적 비대칭 결함으로 인한 실전 적용 불가'. 결국 당신이 자랑하는 전술은 학계에서도 버림받은, 구멍 뚫린 실패작의 재활용일 뿐입니다."
정적. 기자회견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기자들의 펜이 멈췄고, 카메라 셔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결함이 가득한 전술을 대단한 철학인 양 포장해 언론을 호도하는 장사꾼. 그게 한재열 감독, 당신의 진짜 민낯입니다. 그런 실패작 전술을 들고 나와 우리 선수들을 막겠다고 흘려대는 오만이 참으로 가소롭군요."
태성의 목소리에는 비난도, 분노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직 건조한 사실의 나열뿐이었다. 그래서 그 공격은 더 치명적이었고, 반박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측을...!"
한재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의 품격 있던 명장의 가면이 완전히 박살 나는 순간이었다.
"그 자료는 왜곡된 거야! 전술적 선택에 따른 일시적인 리스크일 뿐이라고! 감히 삼류 코치 출신 주제에 내 완벽한 전술 철학을 모독해? 강태성! 네놈이 대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삿대질을 해대며 붉으락푸르락 소리를 지르는 한재열의 모습은, 방금 전 자신을 지식인이라 칭하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성을 잃고 날뛰는 들개와 다름없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멈췄던 카메라 플래시가 광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일제히 몸을 들이밀며 이성을 잃은 한재열의 추태를 카메라 담았다.
태성은 그 난장판 속에서도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의자에 깊숙이 기댄 채, 자멸하는 상대를 조용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스포츠 일간지와 포털 사이트 메인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도배되었다.
[‘오만과 침묵’... 강태성의 1분 침묵에 자멸한 명장 한재열] [결함투성이 전술 특허 실패 폭로, 드래곤즈 B팀의 구조적 약점 만천하에 드러나다] [FC 로드 약물 의혹은 프레임 공작이었나? 송관우 에이전트, 불법 추심 및 사유지 침입 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
여론은 완벽하게 뒤집혔다. 한재열의 오만한 프레임은 태성의 침묵과 정교한 데이터 역공에 의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같은 시간, FC 로드의 어두운 라커룸. 진흙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혹독한 공기 속에서, 태성은 홀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앞에 붉은빛을 뿜어내는 텍티컬 레저가 떠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그라운드 위에서의 확실한 증명뿐이다. 한재열의 붕괴한 멘탈을 완전히 짓밟고, 12m의 하프 스페이스 공백을 파고들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태성은 장부의 페이지를 넘겼다. 백지훈을 비롯한 핵심 주전 5명의 데이터가 허공에 정렬되었다.
[백지훈 (FW) - 포텐셜 개화율: 78% (진입 장벽 존재)] [김태영 (MF) - 포텐셜 개화율: 65%] [이민우 (DF) - 포텐셜 개화율: 60%] ...
"한계 돌파를 적용한다. 5명 전원."
태성이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경고! 핵심 주전 5명의 동시 영구 한계 돌파(Rank Up) 적용 시, 사용자의 심장에 치명적인 과부하가 발생합니다.] [현재 사용자의 생명력 지수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반동이 예상됩니다. 강행하시겠습니까?]
"적용해."
태성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웅웅웅웅!
텍티컬 레저가 광포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황금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소용돌이가 장부에서 뿜어져 나와 허공을 가득 메웠다. 선수들의 데이터 카드가 하나씩 깨지며, 그 너머에 숨겨져 있던 진정한 재능의 영역이 영구적으로 개화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태성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쿵.
단 한 번의 고동. 그러나 그것은 지금까지의 고통과는 궤를 달리하는, 영혼을 통째로 짓이기는 듯한 극통이었다.
"아... 윽...!"
태성이 가슴을 쥐어짜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입 안 가득 핏물이 고였다. 몸 안의 모든 장기가 뒤틀리고, 혈관이 터져 나가는 듯한 압박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위험! 심장 박동 급정지 징후 감지!] [시스템 강제 셧다운 프로세스를 가동합니다.] [남은 생명력 게이지: 12%]
"하아... 하아..."
태성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라커룸 문을 향해 기어갔다. 선수들에게 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완벽한 감독의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야만 했다.
가까스로 대기실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철컥, 뒤에서 문이 닫히는 차가운 쇠소리가 들린 그 순간.
태성의 무릎이 힘없이 꺾였다.
터지는 이명 속에서, 뇌리를 찢는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며 시야가 암전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