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다음 주, 드래곤즈 최정예 B팀과의 공식 승강 전초전 매치다."

박우진 상무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밀폐된 회의실 공기를 짓눌렀다.

테이블 위로 미끄러져 들어온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공문. 한재열이 보낸 독침이 태성의 시야 정중앙에 박혔다.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구단은 그대로 해체되고, 자신은 모든 오명을 뒤집어쓴 채 축구계에서 영원히 매장당한다.

"어때? 감히 받아들일 용기는 있나, 삼류 코치 출신 감독님?"

박우진의 턱끝이 오만하게 치켜올라갔다. 그의 눈빛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 사냥개처럼 번들거렸다.

태성은 천천히 허리를 곧추세웠다. 공문을 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공포가 아니었다. 척추를 타고 짜릿하게 흘러내리는 날 것 그대로의 투지. 마침내 쥐새끼들의 수장인 한재열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기회가 굴러 들어왔다.

"용기라."

태성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박 상무. 머리가 나쁘면 눈치라도 빨라야지. 아직도 네가 판을 흔들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군."

"뭐, 뭐야?"

"이깟 종이 쪼가리로 날 협박할 수 있을 거라 믿었나?"

태성은 테이블 위의 공문을 가볍게 튕겨냈다. 종이가 파르르 떨리며 건너편 바닥으로 추락했다.

"송관우가 백지훈을 흔들려고 사채업자들을 보낸 건 알고 있겠지? 그 배후에 네놈과 한재열이 있다는 것도."

박우진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그, 그게 무슨 개소리야! 사채업자라니, 난 모르는 일……!"

"모르겠지. 이미 그 사채업자들은 전부 경찰서 유치장에 처박혀 있으니까."

태성이 턱으로 장혜리 구단주를 가리켰다. 장혜리가 기다렸다는 듯 가죽 서류 가방에서 빳빳한 법적 서류 한 뭉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탁!

무거운 파열음과 함께 서류 봉투가 터지며 푸른색 직인이 찍힌 채권 양도 계약서가 드러났다.

"송관우가 백지훈의 아버지를 옭아매고 있던 사채 채무 문서다. 그 채권의 '실제 인수자'가 누군지 똑똑히 봐."

장혜리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박우진이 허겁지겁 서류를 낚아채 펼쳤다. 종이를 넘기는 그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흔들렸다. 채권 양수인 란에 선명하게 적힌 이름.

[FC 로드 법률 대리인 및 자산운용사]

"이, 이게…… 어떻게……."

"송관우가 백지훈을 노예처럼 부리기 위해 들고 있던 채권은 애초에 껍데기에 불과했어."

태성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우리가 삼 주 전에 원 채권사로부터 부실 채권(NPL)을 통째로 매입했거든. 송관우가 갖고 있던 건 이중 유통된 불법 채권 가압류 신청서 양식에 불과해. 한마디로, 그놈이 지훈이 본가에 사채업자들을 보낸 순간 법적으로 '타인의 채권을 도용한 불법 추심 및 가해 협박'이 성립된다는 소리지."

"아……."

박우진의 입에서 짓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송관우는 오늘 아침 기소 의견으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자기가 가진 채권이 가짜인 줄도 모르고 미쳐 날뛰다가 제 발로 철창 안으로 걸어 들어간 거지. 그리고 다음 타자는…… 네놈이다, 박우진."

태성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사냥감의 목줄을 죄는 맹수의 으르렁거림이었다.

"우리가 세금을 탈루했다고 언론에 찌라시를 뿌렸더군? 구단 장부를 조작해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면서 국세청에 제보까지 넣고."

"그, 그건 명백한 정황 증거가……!"

"정황 증거?"

장혜리가 비웃음을 흘렸다.

"박 상무. 당신이 이사회 명의로 국세청에 제출한 그 조작된 장부 말이야. 그거, 우리 구단의 실제 회계 원장과 대조해 보니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있더군. 당신이 지난 3년간 구단 운영비에서 교묘하게 빼돌린 횡령 자금 3억 4,500만 원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우리는 이미 오늘 아침, 구단 공식 회계 원장과 당신의 횡령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고, 동시에 당신들이 유포한 악의적 탈세 프레임에 대한 기소 각하 처분을 받아냈다. 여기 검찰청 직인 보여?"

장혜리가 손가락으로 서류 하단에 찍힌 붉은색 관인을 톡톡 두드렸다.

박우진의 얼굴에서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누렇게 뜬 안색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셔츠 깃을 적셨다.

"이, 이럴 리가 없어…… 한 감독님이 분명히……."

"한재열이가 널 지켜줄 것 같나?"

태성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매서운 눈빛이 박우진의 동공을 관통했다.

"그놈은 이미 꼬리 자르기를 시작했어. 네가 검찰에 불려 가는 순간, 한재열은 널 모르는 사람이라며 발뺌할 거다. 넌 그냥 쓰고 버려지는 사냥개에 불과해."

"으, 으아아아!"

박우진이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사전 설계. 태성이 깔아놓은 완벽한 덫에 걸려든 사냥개는 더 이상 짖지 못했다.

"지훈이 채권 해결했고, 구단 탈세 프레임도 깨끗하게 날려버렸다."

태성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한재열이가 던진 이 승강 전초전 공문. 이건 받아들이지."

장혜리가 깜짝 놀라 태성을 바라보았다.

"강 감독님! 이건 함정입니다. 드래곤즈 B팀은 사실상 K리그 1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괴물 같은 팀이에요. 굳이 이 위험한 도박을 할 필요는……."

"도박이 아닙니다, 구단주님."

태성의 눈에 기이한 안광이 서렸다.

"쥐새끼들을 한 번에 쓸어버리려면, 그놈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전쟁터로 기어 나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한재열을 완벽하게 파멸시키려면 법정 싸움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놈이 평생을 쌓아 올린 전술적 권위, 그 오만한 껍데기를 그라운드 위에서 처참하게 짓밟아버려야 끝이 납니다."

태성은 쓰러진 박우진을 내려다보며 마지막 경고를 던졌다.

"이사회에 전해라. 다음 주 승강 전초전 대결 조인식 겸 기자회견을 열라고. 아주 성대하게 말이야."

***

클럽하우스의 열기는 평소와 달랐다.

회색빛 시멘트 벽면 사이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쇳소리처럼 긁혀 나왔다.

"이사회 개자식들이 우리 구단을 통째로 팔아넘기려고 했다고?"

박우진과 부패한 이사진의 음모가 선수단 전체에 폭로된 직후였다. 라커룸은 터지기 직전의 화약고처럼 끓어올랐다.

"우리를 오합지졸 버러지 취급하면서 뒤로는 드래곤즈한테 빌붙어 구단 부지를 땅값으로 처먹으려고 했다는 거잖아!"

주장 임형준이 땀에 젖은 유니폼 상의를 찢어발길 듯 움켜쥐었다. 그의 굵은 팔뚝에 시푸른 힘줄이 성나게 솟구쳤다.

"우리가 왜 밤낮으로 진흙바람 맞아가며 뛰었는데! 저 새끼들 주머니 채워주려고 뛴 줄 알아?!"

선수들의 눈에 독기가 올랐다.

패배주의에 젖어 서로를 불신하던 삼류 선수들이 아니었다. 강태성의 혹독한 조련 아래 살아남은 짐승들이었다. 그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지훈아, 너는 알고 있었냐?"

누군가의 질문에 백지훈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어두웠다. 송관우의 마수에서 가족을 구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을 빚더미라는 지옥에서 건져내 준 사람이 누구인지 그는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감독님이 다 해결하셨어."

지훈의 목소리가 라커룸의 소음을 뚫고 묵직하게 울렸다.

"내 빚도, 우리 가족 괴롭히던 쓰레기들도…… 감독님이 전부 치워주셨다."

동료들이 침묵했다.

"그 양반, 자기 심장 쪼개 가면서 우리 가르치고 있어. 매 경기 끝날 때마다 골방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약 삼키는 거, 나 똑똑히 봤다."

지훈이 주먹을 쥐었다.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이번 경기, 지면 구단 해체다. 하지만 이기면…… 저 개 같은 이사회 놈들 콧대를 완전히 꺾어놓을 수 있어. 난 내 목숨을 걸고 뛸 거다. 감독님을 위해서, 그리고 내 인생을 위해서."

"나도 뛴다."

"씨발, 지더라도 뼈는 부러뜨려 놓고 지자!"

"누가 진대? 드래곤즈 B팀이든 A팀이든 상관없어. 들이받아 버리자고!"

선수들의 투지가 하나로 뭉쳤다.

그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자신들을 인간으로 대접해 준 유일한 지도자, 강태성을 향한 맹목적인 신뢰와 의리였다.

위이이이잉!

태성의 뇌리 속에서 붉은색 시스템 경고음과 함께 텍티컬 레저(Tactical Ledger)의 홀로그램 창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FC 로드 선수단 전체 '결속(Consolation)' 상태 돌입] [팀 케미스트리: 200% (한계 돌파 수치 달성)] [선수단 전체 전술 이해도 및 신체 반응 속도 일시적 상승 (+15%)]

태성은 클럽하우스 문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외부의 악의적인 압박과 이사회의 배신이, 오합지졸이었던 선수들을 하나의 완벽한 군대로 제련해 낸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쿵!

태성은 급격히 밀려오는 우측 가슴의 통증에 문설주를 짚으며 주저앉았다.

"컥…… 흐윽!"

가슴뼈 안쪽에서 불에 달군 송곳으로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극심한 쇼크가 몰려왔다. 시야가 사정없이 흔들렸고, 차가운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경고: 스트레스 지수 94% 돌파] [경고: 단기간 내에 과도한 전술 데이터 갱신 및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심근 손상 위험 수치 도달] [경고: 한계 돌파 시스템의 과부하가 사용자의 생명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하아…… 하아……."

태성은 바지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손가락이 떨려 약통을 제대로 쥐지 못했다. 겨우 꺼낸 갈색 약병을 열어 의무 트레이너 설민우가 조제해 준 특제 한방 안정제 세 알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지독하게 쓴 약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요동치던 심장이 서서히 제 속도를 찾아갔다. 그러나 가슴속에 남은 둔탁한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강 감독님!"

언제 나타났는지 설민우가 태성의 어깨를 부축했다. 그의 냉철한 눈동자에 깊은 우려와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

"내가 경고했잖습니까! 이 약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요. 이대로 가다간 경기장에 서기도 전에 심장이 멈출 겁니다!"

"아직은…… 안 돼."

태성이 민우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한재열의 목을 치기 전엔…… 절대로 안 쓰러져."

"강태성!"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전술 장부 정리하고…… 기자회견장으로 간다."

태성은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감독실로 향했다. 그의 등 뒤로 설민우의 깊은 탄식이 따라붙었다.

***

사흘 뒤.

서울의 한 대형 호텔 컨퍼런스 룸.

FC 로드와 드래곤즈 B팀의 승강 전초전 공식 계약 조인식 및 기자회견장이 마련되었다. 언론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동안 떠돌던 약물 의혹, 탈세 의혹, 그리고 구단 해체설의 실체가 밝혀지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단상 위에는 드래곤즈의 수장이자 한국 축구계의 거물 한재열 감독이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얼굴이 흙빛이 된 박우진 상무가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절매고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는 가운데, 태성이 천천히 입장해 중앙 자리에 앉았다.

한재열이 태성을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냉혹한 사냥꾼의 그것이었다.

"강태성 감독. 결국 이 자리까지 나왔군. 무모한 도전 정신 하나는 높이 사겠네만, 삼류의 한계를 인정하는 법도 배워야 하지 않겠나?"

한재열이 마이크를 잡고 먼저 선제공격을 날렸다. 기자들이 펜을 바쁘게 움직였다.

"드래곤즈 B팀이라고 해도 K리그 1 수준의 전력을 갖추고 있네. 과연 해체 직전의 삼류 구단이 90분 동안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군. 이번 경기는 도전이 아니라 자살 행위야."

기자회견장이 웅성거렸다.

한재열은 특유의 품위 있는 어조로 FC 로드를 철저히 짓밟아 언론의 프레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 했다.

태성은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 그의 무거운 침묵이 흐를수록, 기자회견장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되었다.

"강 감독님, 한재열 감독님의 의견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태성이 마이크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한재열 감독님."

태성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전술의 대가이신 분이, 뒤에서는 에이전트를 매수해 상대 팀 선수를 협박하고 구단 상무를 꼬드겨 장부를 조작하는 지저분한 짓을 벌이셨더군요."

"뭐, 뭐라고?!"

한재열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태성은 품 안에서 빔프로젝터용 USB를 꺼내 단상 위의 노트북에 꽂았다.

기자회견장 대형 스크린에 화면이 켜졌다.

그것은 박우진 상무가 구단 매각 대금의 일부를 한재열이 소유한 유령 비자금 계좌로 송금받기로 약속한 이면 계약서와, 송관우가 한재열의 사주를 받아 백지훈을 협박하려 했던 통화 녹취록이었다.

[녹음 음성: "한 감독님, 백지훈이 채권 건은 오늘 밤 사채업자들 보내서 확실하게 털겠습니다. FC 로드는 이번 승강전에서 무조건 기권하게 만들 테니, 약속하신 드래곤즈 수석 코치 자리만 보장해 주십시오."]

기자회견장이 발칵 뒤집혔다.

"이, 이게 무슨……!"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기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연신 셔츠 깃을 풀며 질문을 쏟아냈다.

"한재열 감독님! 이 녹취록이 정말 사실입니까?!" "박우진 상무님, 설명해 주십시오! 구단 해체 음모가 드래곤즈와의 유착 때문이었습니까?!"

"이, 이건 모함이야! 조작된 음해다!"

박우진이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 서너 명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그의 양팔을 붙잡았다.

"박우진 씨. 업무상 배임 및 횡령, 공갈 협박 교사 혐의로 체포합니다."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한 감독님! 도와주십시오! 한 감독님!"

박우진이 비참하게 끌려 나갔다.

한재열의 얼굴이 분노로 차갑게 일그러졌다. 평생을 '지식인 명장'의 가면을 쓰고 살아온 그의 완벽한 커리어에 거대한 균열이 가는 순간이었다.

태성은 아수라장이 된 기자회견장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며, 단상 위에 놓인 승강 전초전 공식 합의서에 거침없이 만년필로 서명했다.

슥, 슥.

날카로운 펜촉 소리가 종이를 긁었다.

"음모는 여기까지다, 한재열."

태성이 서명된 합의서를 한재열의 코앞에 밀어 던졌다.

"이제 남은 건 그라운드뿐이다. 당신이 자랑하는 그 대단한 전술로, 내 선수들을 막아봐."

한재열이 이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합의서를 받아 쥐었다. 그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강태성. 감히 내 권위에 도전한 대가를 잔인하게 치르게 하겠다."

기자회견은 그렇게 역대급 파란을 일으키며 종료되었다. 이사진의 역모는 만천하에 까발려졌고, 구단 해체안은 완전히 백지화되었다. 완벽한 사이다 역공이었다.

***

기자회견장 옆, 한적한 VIP 대기실.

태성은 문을 걸어 잠그고 가죽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자, 참아왔던 고통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하윽……!"

태성이 가슴을 움켜쥐며 옆으로 쓰러졌다.

머릿속에서 텍티컬 레저가 폭주하듯 붉은 불빛을 뿜어냈다.

[경고! 최종 승강 전초전 전술 계약 체결로 인한 시스템 동기화 시작] [경고! 상대 구단(드래곤즈 B팀)의 전력 분석을 위한 무리한 오버드라이브 가동] [사용자의 심장 박동수 위험 수치 돌파 (180bpm)] [생명력 게이지가 위험 범위 이하로 하락합니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숨이 막혀왔고, 목구멍으로 비릿한 동전 맛이 울컥 치밀었다.

"커헉……!"

태성이 격하게 기침을 토해냈다.

투둑. 투두둑.

바닥으로 무거운 붉은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손으로 코밑을 만져보았다. 끈적하고 뜨거운 피가 손가락을 타고 무섭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코피가 하얀 셔츠 깃을 순식간에 붉게 물들였다.

눈앞이 점점 암전되어 갔다.

완벽한 승리를 눈앞에 두고, 그의 심장은 멈춰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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