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파된 천태산의 암벽이 굉음과 함께 무너지며 자욱한 자갈 먼지를 토해냅니다. 대기를 짓누르는 침묵 속에 사방에서 불길한 야풍(夜風)이 몰아칩니다. 태고의 내단이 뿜어낸 광폭한 진기는 여전히 당신의 혈맥을 사정없이 헤집어 놓고 있습니다. 단전은 화염을 머금은 가마솥처럼 들끓고, 기경팔맥은 찢어질 듯 팽팽하게 인장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듭니다.
사그라드는 먼지 너머로 찌그러진 달빛이 푸르스름하게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그 달빛조차 먹구름에 가려져 핏빛으로 얼룩져 보입니다. 일순간, 바람마저 뚝 끊기며 천지가 기괴한 적막에 잠깁니다.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 일촉즉발(一觸即發)의 고요입니다.
사각, 사스스.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는 무영보(無影步)의 파공음. 사방의 어둠이 일제히 일그러지며 기척도 없이 인간의 형상을 취합니다. 칠흑 같은 야행복을 입고 안광만을 섬뜩하게 빛내는 무리. 사파 최악의 암살 집단, 흑월정제(黑月精製)입니다. 그들이 사면(四面)에서 뿜어내는 살기는 벼려진 비수처럼 살을 베어 옵니다.
"태고의 파동을 쫓아왔거늘, 고작 이런 송사리 녀석의 짓이었던가."
질척한 어둠 속에서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거대한 살의의 그물망이 사방을 포위하여 탈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형국입니다.
비록 삼류 마부의 껍데기를 다 벗지 못했으나, 당신의 눈동자에는 추호의 두려움도 없습니다. 내단이 선사한 천외천의 통찰력과 가슴속에 깃든 전신의 혼이 비굴함을 완강히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이 자리에서 뼈가 부서질지언정 무릎을 꿇을 생각 따윈 분토(糞土)만큼도 없습니다.
하지만 육체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불완전하게 가라앉은 진기는 통제되지 않는 맹수와 같아, 억지로 내력을 끌어 쓸 때마다 목구멍으로 울컥 피비린내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상태로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등화불나비(燈火不羅飛), 스스로 불길에 뛰어드는 격입니다.
서서히 좁혀오는 푸른 도광(刀光). 흑월살수들의 살기 서린 검 끝이 당신의 가슴을 겨누는 찰나, 당신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주위의 지형을 예리하게 훑기 시작합니다.
뼈를 깎는 통증 속에서, 생(生)과 사(死)의 경계를 가를 결단이 당신의 손끝에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