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泰山)의 정상, 구름조차 발아래에 두는 그곳에 바람이 분다. 바람은 차갑고 황량하나, 당신의 옷자락 하나 흔들지 못한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는 오직 단 한 사람, 천외천(天外天)의 절대존재만을 비추고 있을 뿐이다.
손에 쥔 천룡검(天龍劍)이 나직하게 울린다. 진동은 마치 만고의 세월을 견딘 신룡의 포효와 같아, 그 잔향만으로도 주위의 공간이 미세하게 뒤틀린다. 태고의 전설적 기연, 무덤 속에서 건져 올린 신화의 정수가 온전하게 신맥(神脈)에 녹아들어 마침내 완전한 조화를 이루었다. 등봉조극(登峰造極). 강호의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신화의 경지가 당신의 손끝에서 완성되었다.
"설마... 천외천의 전설이 실존했단 말인가..."
피를 토하며 검을 대지에 박은 채 간신히 버티는 사내. 중원 무림의 대들보이자 정파의 영수, 무림맹주 제갈운이다. 그의 뒤편으로 백의를 입은 정예 무사 수천 명이 무기를 떨어뜨린 채 백사장 위의 모래성처럼 주저앉아 있다. 그들의 눈빛에는 공포조차 지워진, 경외에 찬 절망만이 가득하다.
그 반대편, 검은 가사를 입고 붉은 피를 흘리는 거한이 청동 가면 뒤로 신음한다. 천하를 마도로 물들이려 했던 마도 황제마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지 못한다. 수하 수만 명을 이끌고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려던 마존(魔尊)의 기세는 흔적도 없이 사그라졌다. 단 한 번의 격돌, 찰나의 순간에 펼쳐진 당신의 신위(神威) 앞에서는 정과 사의 구분이 무의미했다.
**만류귀종(萬流歸宗).**
천하의 모든 무공과 원류가 당신의 발치 아래로 흘러들어 굴복하는 순간이었다.
삼류 문파의 말단 마부로 나뒹굴던 소년의 옛 모습은 이제 흔적조차 없다. 태고의 무덤에서 가졌던 고독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쌓아 올린 강골(强骨)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존엄한 무신의 육신으로 거듭났다. 정(正)과 사(邪)가 동맹을 맺고 당신을 괴물이라 부르며 천하의 힘을 모아 대적하려 했으나, 그것은 도도히 흐르는 대하(大河)를 사소한 모래바람으로 막으려 한 것에 불과했다.
하늘에 비친 달이 유난히도 푸르고 처연하다. 강호의 오랜 암투와 피비린내 나는 은원(恩怨)은 오늘부로 종지부를 찍는다. 마도 황제의 파멸적인 마기(魔氣)도, 무림맹주의 눈부신 검기도 당신의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천룡의 외침 밑에 영원히 잠들었다.
"오늘 이후로 중원에 정사의 구분은 없다. 오직 천외천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한마디에 태산 전체가 부르르 떨린다. 무림맹주와 마도 황제가 마침내 완전히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땅에 조아린다. 거대한 정제(整齊)된 침묵 속에서 천하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은하수가 당신의 어깨 위에 쏟아지고, 만경창파(萬頃蒼波)와 같은 드넓은 천하가 마침내 당신의 발아래에서 숨을 죽인다.
당신의 손에서 푸른 검광이 거두어지고, 무림의 정점에 홀로 서서 머나먼 지평선을 굽어본다. 바야흐로, 천외천 무신이 다스리는 영겁의 무신 치세(武神 治世)가 그 위대한 시작을 완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