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혈 투기장을 피로 물들였던 광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 사방의 대기가 차갑게 얼어붙는다.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나타난 자는 사파의 독종이자 정점에 군림하는 마도 황제. 그의 탐욕스러운 안광이 당신의 전신을 샅샅이 훑는다. 천하를 뒤흔들 태고의 진기와 당신이 쟁취한 혈룡의 비약이 그의 잔인한 본성을 자극한 것이다.
“천포(賤胞)의 피를 흘리던 마부 놈이 감히 천하의 영수(靈獸)를 탐하다니. 하늘이 노할 일이로다.”
오만한 일갈과 함께 마황이 양손을 번쩍 치켜든다. 순식간에 사방 백 보가 검붉은 독무(毒霧)에 잠긴다. 금단의 마도 살진, 만마식혼대진(萬魔蝕魂陣)이 전개된 것이다.
대지를 비추던 창백한 달빛마저 검은 장막 뒤로 숨어 빛을 잃는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은 원혼의 비명으로 변해 사납게 울부짖고, 당신이 쥔 검의 날카로운 울림만이 고고하게 밤공기를 흔들 뿐이다. 적막과 어둠 속에서 오감이 비틀린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사지. 살을 에어내는 독기가 모공을 타고 들어와 오장육부를 태우려 한다.
마황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흩어지며 허공에서 수천 개의 검은 칼날이 비처럼 쏟아진다.
*콰르르릉!*
검은 폭풍이 대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긴다.
*파앗! 타당!*
당신은 신화적 기연으로 터득한 보법, 천외신보(天外神步)를 전개하여 찰나의 순간 격돌을 피한다. 하지만 가슴을 파고드는 마도의 기운과 폐부를 옥죄는 극독의 안개는 숨통을 조여 온다. 안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채 땅에 닿기도 전에 검게 타들어 간다. 일촉즉발(一觸即發)이자 생사일발(生死一髮)의 형국.
마도 황제는 독무 너머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음산한 웃음을 흘리고 있다. 범인(凡人)이라면 이미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었을 절체절명의 순간. 그러나 당신의 두 눈은 오히려 심연보다 깊고 고요하게 빛난다. 비굴함 따위는 애초에 태고의 신비를 담은 육체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의 뇌리에 자리 잡은 태고의 통찰력이 차갑게 각성한다. 암흑과 극독으로 가득 찬 시야 너머로, 이 가공할 마공을 무너뜨릴 수 있는 두 갈래의 길이 실선처럼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한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심장의 고동이 거세어지는 찰나, 당신은 결단의 기로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