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자정의 장막을 닮은 짙은 청색 드레이프 실크 드레스가 당신의 우아한 자태를 따라 물 흐르듯 흘러내립니다. 은사로 수놓아진 성좌 모양의 정교한 자수들이 살롱의 호박색 조명 아래서 냉랭하게 빛을 발하고, 테이블 위에는 은제 그릇에 담긴 보랏빛 마카롱과 장미꽃잎 당절임이 입안에 퍼질 달콤한 사치를 예고하듯 보석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라벤더를 섞어 우려낸 로열 얼그레이 티가 얇은 찻잔 속에서 부드러운 수증기를 피워 올립니다. 이 고급스럽고 평화로운 티타임은 사실 곧 다가올 황실 무도회와 가신단의 파멸을 가리는 완벽한 위장막입니다.

보수파 가신단이 파놓은 함정은 지나치게 투박해서 오히려 가소로울 지경이었습니다. 당신이 마법 상단을 통해 황실의 기밀을 밀수했다는 거짓 장부와 가짜 거래서로 당신을 옥죄려던 그들의 수작.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들의 목줄을 단숨에 끊어낼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그때, 거칠게 열린 문틈으로 대공 에드윈이 걸어 들어왔습니다.

평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던 그의 오만했던 자태는 간데없었습니다. 흐트러진 흑장미빛 벨벳 코트 사이로, 그가 가진 고결한 명예만큼이나 눈부시게 빛나던 훈장들이 쓸쓸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평소 얼음처럼 차갑고 독야청청하던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오직 당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비참한 공포만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당신이 이 더러운 덫을 혼자서도 찢어발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 음모를 홀로 막아서고 온 참이었습니다. 방금 전 황실 기사단에 대공가의 모든 기밀 유출 혐의를 자신이 독단적으로 떠안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지요. 당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것입니다.

"이토록 구차하고 쓸데없는 이벤트를 준비하셨을 줄은 몰랐군요, 에드윈."

당신은 차를 한 모금 머금은 뒤, 나지막하고도 예리한 목소리로 그를 조롱합니다. 찻잔이 소서에 부딪히며 서늘한 마찰음을 냅니다.

"제게 필요치도 않은 방패를 굳이 자처하며 생색을 내시는 꼴이라니. 그대의 오만함은 여전히 고칠 약이 없나 봅니다."

에드윈은 당신의 가차 없는 조소에 심장을 베인 듯 어깨를 파르르 떨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화려한 드레스 자락에 감히 다가가지도 못한 채, 무릎을 꺾듯 자세를 낮추었습니다. 한때 사교계의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던 그 고고한 대공이, 이제는 당신의 발치에서 부서진 눈빛을 한 채 간청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안다, 아이리스.... 네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갈라져 내립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무덤을 내가 파게 해 다오. 네 옷자락에 더러운 흙먼지 하나 묻지 않는 걸 볼 수만 있다면... 내 명예가 땅에 떨어져 사교계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해도 상관없으니. 제발, 나를 이용해 다오."

오만한 남자의 눈물겨운 굴복. 그러나 당신의 손에는 이미 가신단 전체를 단숨에 도륙할 치명적인 카드가 들려 있습니다. 저 애처로운 속죄의 손길을 차갑게 내칠지, 혹은 그의 정치적 위상을 잠시나마 도구로 활용할지, 선택은 오롯이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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