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신의 밤은 정밀하게 세공된 라피스 라줄리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침향과, 최고급 찻잎인 실론 골든 팁스에 말린 오렌지 슬라이스를 띄운 차 향기로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걸친 느슨한 실크 가운은 밤하늘을 닮은 딥 네이비 색조로, 고전적인 드레이프가 흘러내릴 때마다 상단의 숨은 지배자로서 다져진 기품이 은은한 윤광을 부각합니다.

그 어둠의 평온을 깨뜨리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침실의 무거운 장미목 문이 열립니다.

문간에 선 사내는 제국의 가장 고결한 태양이라 불리던 남편, 에드윈 대공입니다. 언제나 흐트러짐 없던 그의 백은색 머리칼은 땀과 술에 젖어 이마에 엉망으로 흩어져 있고, 훈장이 화려하게 수놓아졌던 제복 코트는 단추가 제멋대로 풀려 어깨 뒤로 볼품없이 흘러내려 있습니다. 비참하게 충혈된 그의 벽안이 당신을 주시하는 순간, 그의 오만한 가슴속을 가득 채운 질투와 두려움이 허공으로 터져 나옵니다.

"아이리스…… 제발."

그가 비틀거리며 다가와 당신의 무릎 아래로 처절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일찍이 당신을 길들여야 할 가스라이팅의 대상으로만 보던 사내가, 이제는 당신이 입은 실크 가운의 자락조차 감히 만지지 못해 허공에서 손을 부르르 떨고 있습니다. 일국의 권력자가 단 한 사람의 자비를 갈구하며 무릎을 꿇은 광경은 기이하리만치 탐미적인 쾌감을 선사합니다.

"내가 전부 잘못했어. 그 사내에게 가지 마라. 네가 이토록 눈이 부신 존재인지 모른 채, 너를 방치하고 외면했던 나를 죽여서라도 벌해라. 그러니 제발…… 나를 다시 한번만 봐 다오."

그의 목소리는 물기 어린 참회로 젖어 있어, 과거 그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냉소적인 훈계들과는 지독한 대조를 이룹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처참한 조아림을 내려다보며, 단지 찻잔을 들어 우아하게 입술을 적실 뿐입니다. 찻잔이 소서에 닿으며 내는 미세하고 차가운 마찰음이 에드윈의 어깨를 굳어지게 만듭니다.

"대공 전하."

당신은 목소리를 낮춘 채 아주 나지막하게 속삭입니다. 목소리에는 그 어떤 격정도 선율도 없이 오직 얼어붙은 지배자의 침묵만이 깃들어 있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이토록 고약한 술 냄새를 풍기며 제 침실을 더럽히는 무례는, 대공가의 가풍에 어긋나는 일이라 그리도 엄격하게 가르치지 않으셨습니까?"

그의 오만함을 조롱하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말에 에드윈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갑니다. 그는 당신의 손을 잡으려 애타게 손을 뻗치지만, 당신의 시선은 오직 그를 발밑의 하찮은 존재로 규정할 뿐입니다. 구걸하는 그의 심장을 완전히 짓밟아 무너뜨릴 완벽한 기회가 지금 당신의 손안에 쥐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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