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테이블 위에 놓인 리모주 자기 잔에서 끊임없이 따뜻한 베르가모트와 절인 자두 향이 피어오릅니다. 호박빛 찻물 표면에 은은하게 내려앉은 크리스탈 샹들리에의 불빛은, 잔 옆으로 고풍스럽게 흩뿌려진 백설탕을 뿌린 바이올렛 마카롱 위에 보석처럼 내려앉습니다.

당신은 등받이가 깊은 벨벳 소파에 기대어 앉아, 남부의 장인들이 자아낸 밤하늘 빛깔의 시폰 실크 드레스를 우아하게 매만집니다. 고도의 기술로 드리운 드레이프는 당신이 미동할 때마다 마치 묵직한 밤바다의 물결처럼 다채로운 광택을 뿜어내며 바닥으로 길게 흘러내리지요. 기품 있고 여유로운 몸짓 속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가시를 모른 채, 맞은편에 앉은 가문의 거수, 대공 에드윈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가죽 포트폴리오를 거칠게 내려놓습니다. 예전의 그 오만하고 완벽했던 대공의 위세는 간데없이,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그의 눈동자가 잔뜩 충혈되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를 향한 그 가혹한 눈빛을 거둘 수 없다면, 차라리 증오로라도 날 보게 만들겠어."

탁자 위로 슬며시 밀려온 것은 두꺼운 양가죽 봉투였습니다. 봉투 틈새로 삐져나온 낡은 양피지들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채무의 악취입니다. 당신의 친정인 발루아 가문을 파멸 직전으로 몰아넣은, 갈가리 찢겨 흩어져 있던 막대한 빚더미 채권들이 바로 그 안에 온전히 모여 있었습니다. 에드윈은 자신이 쥔 마지막 패를 아귀가 맞닿도록 꽉 움켜쥐며 미치광이 같은 갈망을 눈동자에 담아 당신을 응시합니다.

"이 채권들의 양도서에 내 서명이 들어간 순간부터, 발루아 가문의 생사여탈권은 내 손에 있다, 아이리스. 내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쳐봐야 넌 결국 이 사슬에 묶인 채 대공비로 남을 수밖에 없어. 이렇게라도 해서 널 내 곁에 둘 수 있다면... 난 뭐든 참아낼 수 있으니까."

과거 당신을 그토록 무참하게 길들이려 했던 지배자의 눈빛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한 자락의 시선이라도 구걸하듯 매달리는 그의 야만적이고도 처절한 행태에, 당신의 가슴 속에서 차디찬 분노가 불꽃처럼 피어오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목소리를 단 한 옥타브도 높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향기로운 홍차를 한 모금 부드럽게 머금었다가, 에드윈을 향해 입매를 비틀어 우아하고도 모독적인 조소를 흘려보냅니다.

"오만함이 도를 넘어 결국 비루함으로 전락했군요, 에드윈. 한때 이 제국의 정점에 서서 법조차 발아래 두던 대공 전하께서, 이제는 한낱 저급한 사채업자처럼 남의 집 빚쟁이 놀음이나 하고 계시다니요."

당신의 냉소적인 조롱에 에드윈의 안색이 마치 대리석 조각처럼 하얗게 질려 들어갑니다. 그는 당신이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찻잔을 내려놓는 고요한 손길을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손가락 끝 하나, 눈동자의 흔들림 하나조차 자신에게 기대지 않는 당신의 싸늘한 자립은, 그가 겨눈 사슬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이미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기어이 무릎이라도 꿇어야... 내 진심을 보아줄 테냐? 제발,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아이리스..."

황금빛으로 빛나던 과거의 위엄을 잃고 처참하게 추락해 가며 독백하는 사내의 앞에서, 당신은 이 추악한 올가미를 어떻게 완전히 뜯어발길지 차분하게 계산을 끝마칩니다. 그의 수작을 완전히 무력화하고 영원한 자유를 거머쥐기 위한,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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