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은빛 티스푼이 도자기 잔에 부딪치는 소리가 청명하게 사교계의 소음을 가릅니다. 황실 장미 사교정원, 테이블 위에는 장미 향을 가미한 실론 티와 얇게 저민 무화과를 올린 피스타치오 타르트가 달콤하고 농밀한 향을 풍기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걸친 드레스는 심해의 빛깔을 닮은 미드나이트 블루의 자카드 실크입니다. 극도로 정교하게 드레이프된 스커트 자락은 당신이 우아하게 상체를 움직일 때마다 마치 밤바다의 물결처럼 은색 자수와 함께 일렁이며 좌중의 시선을 강탈합니다.

"정말 대공비 전하가 대륙 최고의 상단, '실렌티아'의 막후 지배자라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황실 마법 기사단의 결계석마저 그곳에서 공수해 온다더군요."

부채 뒤로 숨겨진 영애들의 속닥거림은 향긋한 차 향기보다 빠르게 정원을 잠식하고 있었습니다. 한때 당신을 대공가에 갇힌 초라한 화초로 보았던 이들의 눈동자에는 이제 숨길 수 없는 경외와 탐욕이 일렁입니다. 그 경탄의 중심에서 당신은 그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찻잔 속에 레몬 슬라이스를 띄울 뿐입니다. 노란 즙이 번지며 푸른빛의 꽃차가 마법처럼 매혹적인 보랏빛으로 변해갑니다.

그 화려한 번영의 한가운데로, 초대받지 않은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당신의 남편이자 제국의 오만한 수호자로 군림하던 에드윈 대공입니다.

늘 한 자락의 흐트러짐도 없던 그의 이마에는 미세한 땀방울이 맺혀 있고, 제복의 단추는 완벽했던 평소와 달리 다급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실렌티아가 대공가로 향하는 마법석 공급을 전면 재조정하겠다는 통보를 보낸 직후, 그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입니다. 그가 다가오자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습니다.

"아이리스."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에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경악과, 비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자존심의 잔해가 뒤섞여 있습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봅니다. 그의 시선이 당신의 화려한 드레스 자락과, 오직 지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자태에 가닿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처절하게 흔들립니다.

"이 모든 소문이 진실인가? 나를... 대공가를 이토록 철저하게 기만하고 있었던 건가?"

에드윈은 낮게 읊조리며 당신의 손을 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우아하게 레이스 부채를 펼쳐 그의 손길을 차단합니다. 부채 위로 드러난 당신의 눈매가 날카롭게 호선을 그립니다.

"기만이라니요, 대공 전하."

당신의 목소리는 상냥하지만, 칼날처럼 예리하게 그의 심장을 파고듭니다.

"저는 그저 전하께서 그토록 비천하다 여기시던 '장사치들의 놀이'를 조금 거들었을 뿐입니다. 제 머릿속에서 나온 스크롤 하나에 대공가의 정예 기사단이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는 처지가 될 줄은, 저 역시 미처 몰랐답니다."

"아이리스, 제발...!"

기사단과 영지의 생명줄을 쥔 아내의 오만 앞에, 제국의 태양이라 불리던 남자가 처절하게 일그러집니다. 여전히 고고한 척 무게를 잡으려 노력하는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과거 당신이 그의 차가운 외면 속에서 흘렸던 눈물들이, 이제는 그의 목에 겨누어진 날카로운 얼음 칼날이 되어 돌아간 것입니다.

그의 위세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패는 오직 당신의 손안에 쥐어져 있습니다. 이제 대공가를 완벽한 파멸의 늪으로 밀어 넣을, 당신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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