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풍이 부는 밤의 찻집, 어둠 속에 숨겨진 지하 길드의 접견실은 사교계의 그 어떤 화려한 살롱보다도 은밀하고 사치스러웠습니다. 당신은 짓푸른 밤하늘을 그대로 베어 물린 듯한 미드나이트 블루의 타프타 실크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가슴께에서부터 어깨선으로 유려하게 흐르는 드레이프는 은빛 자수로 촘촘히 새겨진 은하수 무늬 덕에 작은 움직임에도 물결처럼 일렁였고, 비칠 듯 얇은 검은색 오간자 케이프는 당신의 존재를 더욱 비밀스럽게 감싸 안고 있었습니다.
금박을 입힌 무화과 타르트와 고풍스러운 크리스탈 잔에 담긴 핏빛의 루비 포트 와인이 달콤하고도 시큼한 향을 풍겼습니다. 그 맞은편, 그림자 속에 몸을 묻은 지크프리드가 길고 우아한 손가락으로 와인 잔을 가볍게 흔들며 낮게 속삭였습니다.
“당신이 가진 그 마법 광산의 비밀과 제 지하의 정보망이 결합한다면, 황실조차 이 침묵의 제국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어떻습니까, 아이리스 대공비 전하. 저와 함께 손을 잡으시겠습니까?”
가면 너머로 빛나는 그의 집요한 눈동자는 탐욕이 아닌, 극상의 가치를 알아보는 투자의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당신은 붉은 와인을 아주 조금 머금었다가, 입꼬리를 나른하게 올리며 대답을 유예했습니다. 주도권은 온전히 당신의 손아귀에 있었기에,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같은 시각, 대공저의 집무실은 가라앉은 분노와 질투의 열기로 숨이 막힐 듯했습니다. 에드윈은 책상 위에 놓인 정보 마법구의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은빛 실로 가문의 장엄한 문양이 수놓아진 벨벳 로브는 그의 굳은 어깨 위에서 거칠게 구겨져 있었습니다. 수하가 올린 첩보의 내용은 명확했습니다. 당신이 밤마다 외출하여 신원 미상의 사내와 밀착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의 손길이 당신의 가녀린 어깨에 닿았다는 것.
‘나에게는 그토록 서늘한 눈길만을 던지던 그녀가, 감히 다른 사내 앞에서는 그런 향취를 흘린단 말인가.’
에드윈은 제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참담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이전의 화려했던 위세는 간데없이, 이제는 밤늦게 돌아올 아내의 발소리만을 기다리는 가련한 처지로 전락한 스스로가 믿기지 않았습니다. 손에 쥔 크리스탈 온더록스 잔이 그의 강한 악력에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윽고 깊은 밤, 당신이 대공저의 차가운 대리석 로비로 들어섰을 때, 어둠 속에서 에드윈이 걸어 나왔습니다. 그의 흐트러진 머리칼과 붉게 충전된 눈동자는 그가 밤새도록 어떤 지옥 속을 헤맸는지 대변해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리스.”
낮게 가라앉았으나 잔뜩 잠긴 목소리. 에드윈은 당신 앞을 막아서며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거리를 지배하는 대공으로서의 오만함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애쓰는 태도였지만, 떨리는 눈동자 끝은 이미 당신의 흐트러진 옷자락과 그에게선 나지 않는 다른 사내의 짙은 향에 머물며 처절하게 굴복해가고 있었습니다.
“이 밤중에 누구를 만나고 오는 거지? 대공비로서의 품위는 어디로 던져두고, 외간 사내와 그런 해괴한 소문을 뿌리고 다니는 거냐.”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당신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오간자 케이프를 우아하게 벗어 시녀에게 건네며, 당신은 에드윈의 그 일그러진 질투를 비웃듯 아주 느리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오직 그만이 들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속삭였습니다.
“전하, 우리의 계약서에 제 밤의 행적까지 간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던가요? 저의 품위를 걱정하시기 전에, 낯선 자의 향기에 이토록 추하게 흔들리는 전하의 오만함부터 단장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당신의 서늘하고 장미 가시 같은 조롱에 에드윈의 숨결이 턱 막혔습니다. 그의 눈동자가 참담한 절망과 타오르는 소유욕으로 물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당신은 그의 주위를 완전히 지배할 새로운 한 수의 패를 떠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