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아하게 에메랄드 포슬린 찻잔을 내려놓는다. 잔잔히 흔들리는 홍차 표면 위로, 샹들리에의 황금빛 보석 장식이 호수의 잔물결처럼 어른거린다. 당신이 몸에 걸친 것은 밤하늘을 녹여낸 듯 흘러내리는 짙은 네이비 블루의 드레이프 실크 드레스다. 어깨라인부터 가슴팍까지 예리하게 비스듬히 떨어지는 실크의 실루엣은 서늘하면서도 지극히 귀족적인 투명함을 자아낸다. 이전의 생에서 그의 차가운 눈빛 한 번에 안달하며 베일 뒤로 눈물을 숨기던 가여운 새는 여기에 없다. 오직 우아하게 발톱을 세운 포식자만이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이혼을 전제로 한 계약서입니다, 에드윈 전하."
당신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낮고 부드러우나, 벼려진 은장도처럼 가차 없이 그의 오만을 가른다. 당신이 가볍게 밀어 넣은 양피지 위에는, 대공가가 그토록 갈망하던 제국 북부의 잊혀진 마력 광산 '칼데아'의 정확한 매장지와 채굴 루트가 우아하게 흘려 쓴 필체로 적혀 있다. 대공가 전체를 세 번은 사고도 남을 천문학적인 가치다.
에드윈의 매혹적인 적안이 거칠게 흔들린다. 언제나 오만하기 짝이 없던 그의 미간이 난생처음 보는 기이한 충격으로 찌푸려진다. 그는 당신이 다시 목을 매고 매달릴 것이라 확신했을 터다. 학대와 무관심 속에서도 그의 옷자락을 붙잡던 나약한 아내가, 대공가의 존립을 뒤흔들 카드를 무심하게 던지며 황금빛 퇴로를 요구하고 있다.
"나를 상대로 협박을 하는 건가, 아이리스? 고작 이런 종이 쪼가리 몇 장으로..."
그가 애써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리려 하지만, 서류를 움켜쥔 장갑 낀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그 오만한 가면의 균열을 발견한 당신은, 입가에 상냥하고도 잔혹한 미소를 띄운다.
"협박이라니요. 지극히 자비로운 거래지요." 당신은 턱을 괴고 그를 응시한다. "당신은 가문밖에 모르는 쓸모없는 아내를 처분해서 좋고, 저는 광산의 절반과 완벽한 자유를 얻으니 서로에게 이보다 우아한 결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설마... 그 대단하신 대공 전하께서, 이 보잘것없는 여인의 제안에 겁을 먹으신 건 아니겠지요?"
낮게 깔린 당신의 조롱이 그의 가슴 깊숙한 자존심을 찌른다. 대공으로서의 위세와 사내로서의 욕망이 그의 안에서 사납게 충돌한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무례한 서류를 찢어발기고 싶었으나, 광산 정보의 치명적인 매혹과 당신의 눈부시게 변화한 아우라가 그의 숨통을 틀어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결국 그는 이를 악문 채, 깃펜을 들어 서명란에 거칠게 잉크를 흩뿌린다. 사각거리는 날카로운 종이 소리가 서늘한 집무실을 채운다.
서명을 마친 그가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계약서를 노려보며 낮게 읊조린다.
"...후회하게 될 거다, 아이리스." "후회는 준비되지 않은 자의 전유물이지요, 전하."
당신은 서류를 회수해 품에 넣으며 가볍게 몸을 돌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실크 자락이 그의 뺨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뒤에 남겨진 에드윈의 시선이 당신의 완벽하게 곧은 등 뒤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오만한 대공에게 이혼을 선물하기 위한 첫 단계가 끝난 지금, 이제 당신의 무궁무진한 지배력을 세상에 증명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