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 자수가 정교하게 박힌 미드나이트 블루의 무거운 실크 드레이프가 당신의 발목을 구속하듯 무겁게 흘러내립니다. 목을 바짝 쭝긋 세운 레이스 하이칼라 드레스는 숨통을 조여오지만, 사교계의 그 어느 때보다 우아하고 가혹한 품위를 자아냅니다. 은빛 수저가 부딪쳐 내는 맑고 날카로운 소리 너머로, 장미 꽃잎을 정교하게 설탕에 절여 올린 밀푀유와 매캐할 정도로 진하게 우러난 베르가못 홍차의 향이 차가운 응접실을 가득 채웁니다.
"찻잔이 식어가는군요, 에드윈. 무려 당신이 목숨줄처럼 쥐고 흔들던 우리 친정 가문의 부채 증서를 불태우며 가져온 평화치고는, 이 자리가 무척이나 시시하지 않나요?"
당신은 우아하게 잔을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낮춘 채 차갑게 속삭입니다. 당신의 눈빛에는 그를 향한 가차 없는 조롱과, 지독하게도 걷어내지 못한 희미한 연민이 기이한 무늬로 뒤엉켜 있습니다.
테이블 맞은편, 한때 제국의 가장 오만한 태양이자 군림자였던 대공 에드윈이 앉아 있습니다. 당신을 보수 사법파의 덫에서 구하기 위해 제 한 몸을 내던졌던 상흔은 그의 창백한 뺨과 힘없이 떨리는 손끝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 찬란하던 위세는 온데간데없고,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비참하게 조각난 자존심과 당신을 향한 처절한 굴복뿐입니다.
에드윈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내려와, 당신의 구두 굽 끝자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릎을 꿇습니다. 한 손으로 당신의 드레스 밑단을 마치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연약하게 쥐어짜는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려갑니다.
"이것이 내가 치러야 할 속죄라면, 기꺼이 이 지옥에서 썩어가겠어……. 아이리스, 나를 미워해라. 차라리 목을 조르고 저주해. 하지만 제발, 내 안구에서 너라는 빛을 거두어가지만 마라……."
그의 절박한 혼잣말은 응접실의 높은 천장에 부딪쳐 초라하게 부서집니다. 그가 흘린 일방적인 희생이라는 더러운 눈물이 당신의 구둣등을 적십니다. 당신은 그를 짓밟고 완전히 떠날 준비를 마쳤었다고 믿었습니다. 당신의 마법 상단은 대륙을 흔들 만큼 거대해졌고, 손가락 하나로 그를 고사시킬 정력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던진 '희생'이라는 가장 비겁하고도 영악한 덫에, 결국 당신의 발목은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미처 버리지 못한 일말의 부채감과 연민이 복수심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당신을 이 화려한 대공저에 박제해 버린 것입니다. 친정의 파멸을 막아준 그의 피 묻은 손을 완전히 부러뜨릴 수도, 그렇다고 그를 다시 사랑할 수도 없는 영원한 교착 상태.
당신은 식어버린 홍차를 바닥에 미련 없이 쏟아버립니다. 대리석 바닥에 붉고 달콤한 액체가 얼룩덜룩하게 번져나갑니다.
마침내 진정한 자립도, 완벽한 복수도 실패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평생 동안 이 화려하고 차가운 은빛 감옥 안에서, 비참하게 머리를 조아리는 괴물을 마주 보며 천천히 질식해갈 것입니다. 화려한 실크 드레스를 입은 채, 평생을 후회라는 이름의 쇠사슬에 묶인 반쪽짜리 대공비로 말입니다.
그렇게 당신들의 지독하고 비극적인 연극은 영원한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