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방 안에는 쓰디쓴 약초 향과 함께 비릿한 혈향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대공가의 침실은 여전히 찬란할 정도로 화려합니다. 침대 기둥을 타고 가파르게 흘러내리는 짙은 벨벳 드레이프와 금사 자수는 눈이 시리지만, 그 아래 누워 있는 사내의 몰골은 처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신은 침대 곁 협탁에 놓인, 장미 문양이 정교하게 양각된 실버 림 본차이나 찻잔을 흘깃 내려다봅니다. 식어버린 홍차 표면 위로 그의 일그러진 얼굴이 비쳐 흩어집니다.

당신이 걸친 사파이어 블루빛 실크 드레스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쓸리며 부드러운 파도처럼 바스락 소리를 냅니다. 은색 독사 문양이 레이스처럼 정교하게 짜인 그 소맷자락 끝으로, 상처투성이인 에드윈의 손이 다가옵니다. 한때 제국의 모든 검을 호령하던 무인의 손이, 이제는 가을날의 낙엽처럼 가냘프게 떨리며 당신의 스커트 자락을 움켜잡습니다.

"아이리스…… 제발."

그가 신음하듯 갈라진 목소리를 토해냅니다. 하얀 붕대 사이로 붉은 피가 배어 나와 백설 같은 실크 시트를 더럽히고 있음에도, 그의 푸른 눈동자는 오직 당신만을 갈구하듯 응시합니다. 그 눈빛은 열병에 걸린 것처럼 뜨겁고 비장합니다. 과거 차가운 방치 속에서 당신을 서서히 죽여갔던 그 오만하던 대공이, 이제는 스스로 목줄을 채운 채 당신의 발치에 엎드려 있는 것입니다.

"날 지켜봐 줘, 제발…… 더는 널 피하지 않고 속죄할게. 내 명예도, 이 빌어먹을 지위도 다 네 발아래 던져줄 테니…… 내 비참함을 차라리 비웃으며 곁에 있어 줘."

그의 처절한 연걸은 애처로우면서도 기묘할 정도로 감미롭습니다. 한때 그의 냉대 속에서 홀로 피를 흘리며 말라 죽어가던 전생의 기억이 선명한데, 이토록 완벽하게 전세가 뒤집히고 나니 가슴 깊은 곳에서 기묘한 유열이 차오릅니다. 당신은 그가 거칠게 붙잡은 옷자락을 난폭하게 뿌리치는 대신, 오히려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와 시선을 맞춥니다. 당신의 고혹적인 입술 끝에, 사교계의 가장 영리한 지배자들이 짓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차가운 미소가 걸립니다.

"속죄라니요, 에드윈. 무려 대공 전하의 입에서 나오기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구차한 단어군요."

당신의 나직한 목소리가 물 흐르듯 고요하게 침실을 채웁니다. 상대의 오만함을 조롱하는 듯한 나른한 음조입니다.

"저를 위해 몸을 던지신 그 무모함은 높이 평가하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 제가 당신을 용서하고 다시 품어줄 거라 생각하셨다면, 그 비대한 자만심은 여전하시네요. 전하의 그 붉은 피는, 제 관심을 사기엔 지나치게 저렴하답니다."

그의 눈동자가 깨진 유리처럼 처참하게 흔들립니다. 제국의 태양 같던 남자가, 당신의 차가운 눈길 한 번에 심장이 뜯겨 나간 듯 비틀어지는 모습은 그 어떤 연회장의 달콤한 샴페인보다도 중독적입니다.

그러나 이 상처 입은 대공을 어떻게 다룰지는 온전히 차기 지배자인 당신의 몫입니다. 비참하게 널브러진 그의 헌신을 발판 삼아 대공비의 권력을 잠시 승인해 줄 것인지, 혹은 이 비참한 무모함을 비웃으며 완벽한 결별을 선언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가 흘린 피를 영원한 족쇄 삼아 그를 길들일 포식자가 될 것인지.

당신은 가만히 손을 뻗어, 그의 턱끝을 우아하게 치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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