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공기를 찢는 고주파의 경고음이 기숙사 앞마당의 정적을 사정없이 박살 냈다. 다미엔 카엘이 루카스의 등덜미 직전까지 들이민 적광색 결정석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은빛을 뿜어내며 기괴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요, 루카스 에반스 군?"
앞을 가로막은 알베르트 반스의 목소리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제복 옷깃 사이로, 아카데미의 규율집이 달빛을 받아 차갑게 번쩍였다.
사면초가. 앞에는 규율의 화신인 학생회장, 뒤에는 제국 제일의 사냥개인 특별수사대장.
루카스의 뇌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마나 동화의 부작용으로 관자놀이가 송곳으로 쑤시는 것처럼 아려왔다. 머릿속이 텅 비고,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요동쳤다. 당장 고농도의 설탕을 들이붓지 않으면 진짜로 뇌세포가 파업할 지경이었다.
'여기서 저 무식한 마나 탐지기에 제대로 걸려들면, 내 황금 같은 연금 수급 인생은 종말이다. 침대에서 뒹굴며 귤이나 까먹으려던 내 은퇴 계획이 이딴 먼지 구덩이 수색대 놈들 손에 풀려나갈 순 없지.'
루카스는 질끈 눈을 감았다. 평민 장학생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비굴하고 가냘픈 표정을 얼굴 근육에 링크시켰다.
"끄, 윽……!"
루카스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무릎을 꺾었다.
스르륵, 터억!
그는 가로등 밑의 축축한 진흙 바닥 위로 그대로 고꾸라졌다. 단순한 쓰러짐이 아니었다.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바르르 떨며, 손끝을 허공으로 뻗어 허우적거리는 극적인 할리우드 액션이었다.
"어, 어어? 루카스 군?!"
알베르트의 완벽하게 정돈된 눈썹이 단숨에 휘어졌다.
"숨이…… 숨이 안 쉬어집니다…… 선배님…… 대장님……."
루카스는 흙바닥을 긁으며 꺽꺽거리는 숨소리를 내뱉었다. 입가에는 침까지 살짝 흘려주는 디테일을 잊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다미엔이 들고 있던 결정석을 쥔 채 주춤 뒤로 물러섰다. 사냥개의 날카로운 눈빛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는 그저 마나 감지기를 들이밀었을 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평민 장학생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컥컥거리며 온몸을 뒤틀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장학생을…… 제국 수사대가…… 강제로 마력을 주입해…… 억압하고 있습니다……! 으흐윽, 제 가난한 심장이…… 파괴되고 있어요……!"
루카스의 목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아카데미 기숙사 창가로 널리 퍼져나갔다.
창문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다. 야간 자습을 마치고 돌아오던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이쪽을 향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저거 신입생 장학생 루카스 아니야?" "세상에, 마나 감지기로 평민 학생을 고문하는 거야?" "수사대장이라는 사람이 권력을 남용해서 애를 잡네, 잡아!"
여론이 요동치는 소리가 들리자 다미엔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단순한 마력 감지다! 신체에 물리적 타격을 주는 마법이 아니란 말이다!"
"아닙니다…… 저 붉은 빛이…… 제 빈곤한 마나 회로를 난도질하고 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국가 연금도 못 받는 불쌍한 평민에게 자비를……."
루카스는 바닥을 가볍게 구르며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겉으로는 처참하게 죽어가는 꼴이었지만, 속으로는 다미엔의 반응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기숙사 지하 주방 방면에서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비켜요! 비켜! 다들 비키란 말이에요!"
밀가루 포대를 양손에 들고, 머리에는 제빵용 두건을 쓴 엘리스가 성난 황소처럼 군중을 헤치고 나타났다. 그녀의 앞치마에는 하얀 밀가루와 붉은 딸기잼 흔적이 묻어 있어, 마치 방금 전장에서 복귀한 여전사 같은 기세를 풍겼다.
엘리스는 쓰러진 루카스를 보자마자 밀가루 포대를 바닥에 쾅 내려놓았다.
"루카스! 정신 차려! 야, 이 숨만 쉬어도 당 떨어지는 인간아!"
그녀는 다미엔을 매섭게 쏘아보며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들 지금 미쳤어요?! 이 밤중에 쇠 냄새 풀풀 풍기는 갑옷을 입고 기숙사 위생 관리 구역에 들이닥친 것도 모자라, 우리 귀한 손님…… 아니, 불쌍한 동급생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요?!"
"비켜라, 꼬마야. 황실 수색대의 공무 집행 중이다."
다미엔이 차갑게 읊조렸지만, 엘리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고 목청을 높였다.
"공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카데미 안전 보건 규칙 제14조를 아시나요? '외부인은 주거 및 급식 구역에 출입할 때 반드시 위생 소독을 거쳐야 하며, 허가받지 않은 마법 장비의 무단 방출로 학생들의 식욕 및 건강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게다가 당신들이 휘두른 저 시뻘건 돌덩이 때문에 내 소중한 타르트 반죽이 마나 간섭으로 다 망가지게 생겼다고요!"
"식료품 따위가 황실의 영웅 추색과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나?"
"식료품 따위라니요?! 이 설탕이 없으면 이 불쌍한 루카스는 3분 안에 저혈당 쇼크로 뇌가 정지한다고요! 안 그래도 요즘 당신들이 수입 설탕 거래 제한이다 뭐다 해서 공급망을 다 막아놓는 바람에, 애가 단것 구경도 못 해서 이 꼴이 된 거 안 보여요?!"
엘리스의 억척스러운 외침에 주변 학생들의 야유가 더욱 커졌다.
"맞아! 수사대가 뭔데 기숙사 위생까지 망치려 들어?" "사령관이 평민 한 명 잡으려고 아카데미 법까지 무시하는 거냐!"
다미엔의 턱 근육이 가늘게 떨렸다. 군대를 이끄는 사령관으로서 온갖 몬스터와 마주해 봤지만, 위생 규정과 설탕 타령을 하며 덤벼드는 제과제빵 장인 지망생과 성난 학생 무리는 그의 검법으로도 썰어버릴 수 없는 난감한 벽이었다.
그때, 묵묵히 상황을 관망하던 알베르트가 차갑게 안경을 밀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들고 있던 규율집의 특정 페이지를 탁 짚었다.
"다미엔 사령관님."
알베르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타협도 없었다.
"학생회의 입장에서도 이번 처사는 묵과하기 어렵군요. 귀하가 지닌 황실 수색 영장의 효력 범위를 다시 확인해 보았습니다. 영장 제3조 2항에 따르면, '학내 공공 기물 및 도서관 구역에 한하여 수색을 허가하되, 학생들의 사적 주거 공간인 생활관 및 기숙사 자치 구역은 학생회의 사전 동의와 학장의 서명이 동반된 별도의 승인서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미엔이 고개를 돌려 알베르트를 노려보았다.
"지금 내 눈앞에서 용의자가 쓰러져 있는데, 고작 종이 쪼가리 규정을 들먹이는 건가, 학생회장?"
"고작 종이 쪼가리가 아닙니다. 제국의 법과 아카데미의 질서는 기성품처럼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영장 관할권을 초과한 기습 압수수색과 학생에 대한 가혹 수색 행위는 명백한 교칙 위반이자, 제국 행정법 제32조 '과잉금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처사입니다."
알베르트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다미엔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질서 결벽증을 가진 알베르트에게 있어, 다미엔이 보여주는 초법적이고 무질서한 수색 방식은 그 어떤 범죄보다 철저히 단죄해야 할 '악'이었다.
"또한."
알베르트가 쓰러져 있는 루카스를 내려다보았다. 루카스는 여전히 바닥에서 덜덜 떨며 엘리스가 다급하게 입안에 밀어 넣은 사탕 조각을 옴뇾옴뇾 씹고 있었다.
"피의자가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 당장 수색 대원들을 철수시키고, 기숙사 경계선 밖으로 퇴거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아카데미 자치 위원회의 명의로 황실 행정 재판소에 '직권 남용 및 학내 주거 침입'으로 정식 제소하겠습니다."
"학생회장……!"
다미엔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했다. 제국 특별수사대장으로서 온 나라를 뒤흔드는 대마법사 '레메게톤'을 쫓는 그가, 고작 학내 자치법과 위생 보건 규칙 따위에 가로막혀 발을 빼야 한다니.
하지만 주변을 둘러싼 학생들의 시선은 이미 차갑다 못해 적대적이었다. 게다가 알베르트가 들이민 행정법 조항들은 너무나도 완벽하여 단 하나의 틈새도 보이지 않았다.
루카스는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사탕의 당분을 만끽하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 알베르트! 아주 훌륭한 행정 꼰대로구나! 그대로 저 무식한 군바리 놈을 법전으로 두들겨 패서 쫓아내 버려라!'
다미엔은 낮게 신음하며 들고 있던 결정석을 거칠게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결정석의 붉은 빛이 사라지자, 루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다, 학생회장. 오늘은 법의 테두리 뒤에 숨은 생쥐를 신사적으로 대접해 주지."
다미엔이 루카스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위압감은 바닥의 흙먼지를 미세하게 진동시킬 정도였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루카스 에반스 군. 네놈의 그 조잡한 꾀병과 가내수공업식 마나 정화법이 언제까지 통할 것 같나?"
다미엔은 품 안에서 황금색 인장이 찍힌 두꺼운 공문을 꺼내 알베르트의 가슴팍에 툭 던지듯 건넸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알베르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공문을 받아들었다.
"황실 수사대장으로서 발동하는 최후통첩성 '강제 마법 감정 및 추방 특별 심문령'이다."
다미엔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내려앉았다.
"내일 오전 9시, 아카데미 중앙 대강당에서 네놈의 신분과 마력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특별 청문회를 개최하겠다. 황실의 직속 권한으로 청문회장 내부의 모든 마법 장막을 해제하고, 정밀 마력 측정기를 가동할 것이다."
그는 쓰러져 있는 루카스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선포했다.
"내일 오전 심문에 불응하거나, 마력 측정 결과가 위조 신분으로 판명될 경우, 아카데미의 그 어떤 면책권도 무시하고 즉각 현장에서 체포하여 황실 감옥으로 압송하겠다. 이것은 황제 폐하의 대리인으로서 내리는 정당한 명령이다."
말을 마친 다미엔은 망토를 휘날리며 몸을 돌렸다.
"철수한다."
그의 명령에 따라 수색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기숙사 앞마당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달콤한 사탕 냄새만이 흩날릴 뿐이었다.
루카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옷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당장은 위기를 모면했지만, 내일 오전이라는 시한폭탄이 눈앞에 떨어졌다.
그의 품 안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제9조 면책권의 원본 사본'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내일 오전이라…….'
루카스는 비죽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추며 생각했다.
'내 평화로운 은퇴 생활을 방해하는 놈들은, 그게 황실이든 사령관이든 간에 아주 법대로 밟아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