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도서관의 고요한 공기를 찢어발기며 울려 퍼지는 고주파의 경보음은 고막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루카스 에반스는 귓가를 때리는 굉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이 징징 울리는 감각과 함께 발밑에서부터 솟구친 붉은 사슬 모양의 마법 광선들이 그의 발목을 옥죄어 왔다. 사방을 차단한 육중한 철창들은 족히 수백 킬로그램은 나가 보이는 강철 합금이었다. 표면에는 '마나 억제'를 뜻하는 룬 문자들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보안 시스템 가동. 침입자 감지. 즉시 학생회 및 황실 수사대에 경보를 전송합니다."

허공에서 흘러나오는 마법 인형의 차갑고 기계적인 음성이 귓전을 때렸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1분, 아니, 수십 초 내로 저 멀리 도서관 정문에서부터 황실 수색대와 알베르트의 학생회 징계 부대원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칠 터였다. 평화롭고 안락한 무위도식의 은퇴 생활을 꿈꾸며 장학생 신분으로 위장 입학한 대마법사 레메게톤의 인생 계획이 시작하자마자 통째로 침몰할 위기였다.

"아니, 진짜 장난하나……."

루카스는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그의 시선이 발목을 묶은 붉은 사슬과 눈앞의 철창 표면에 새겨진 룬 문자에 머물렀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수세기 동안 마법의 정점 세상을 지배해 온 대마법사의 본능적인 '마법 꼰대 기질'이 기어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게 마나 억제 룬이라고? 장난쳐? 마나의 흐름을 억제하겠답시고 수식을 이따위로 꼬아놓으니까 효율이 고작 40%밖에 안 나오는 거잖아. 이 조잡한 기하학적 배치는 대체 어떤 얼간이 머리에서 나온 거지? 고대 라틴어 문법도 제대로 모르는 놈이 대충 획을 그어놓은 수준이네. 차라리 내가 침을 뱉어서 그리는 게 더 억제력이 높겠어."

참을 수가 없었다. 현대 마법 학계의 엉망진창이고 낭비가 심한 공식을 마주할 때마다 솟구치는 이 깊은 분노와 참견증은 불치병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훈수를 두며 학회 논문을 작성할 때가 아니었다. 저 멀리 도서관 입구 쪽에서 육중한 군화 소리와 함께 횃불의 붉은 불빛들이 어두운 서가 사이를 밝히며 무서운 속도로 좁혀오고 있었다.

"저기다! 역사 서가 구역의 경보 장치가 작동했다!" "포위망을 좁혀라!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라!"

수색대원들의 다급한 고함이 울려 퍼졌다.

루카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6서클이나 7서클급의 고위 마법을 써서 철창을 날려버리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그 즉시 은백색의 마력 폭풍 흔적이 온 사방에 각인되어, 황실 수사대장 다미엔에게 "여기에 레메게톤이 있습니다!"라고 확성기로 광고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마나 동화 부작용으로 인해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고통과 함께 극심한 공복감이 찾아와 제자리에서 쓰러질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아주 조용히, 그리고 아주 효율적으로 간다."

루카스가 오른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의 영혼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골든핑거, 즉 '무의식적 마나 동화' 능력이 소리 없이 깨어났다. 그가 선택한 마법은 고작 1서클 마법인 '프릭션(Friction, 마찰)'과 '에어 프레셔(Air Pressure, 기압)'였다. 아카데미의 입학생 전원이 첫 주에 배우는 아주 기초적이고 하찮은 물리 마법식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겨우 종이 한 장을 비벼대거나 미풍을 일으키는 수준에 불과한 저급 마법.

하지만 루카스의 손끝을 거치는 순간, 마법의 차원이 완전히 개변되었다. 마나의 공명 주기를 극도로 정밀하게 조율하여, 철창의 가장 취약한 접합부인 용접 부위에만 분자 수준의 초고속 진동을 집중시켰다.

화려한 마법진도, 요란한 주문도 없었다. 그저 루카스의 손끝에서 아주 미세하고 투명한 기류의 파동이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슈우우우우우우-!

철창의 이음새 부분이 순식간에 하얗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1서클 마찰 마법의 효율이 400%를 초과하여 천재지변급 초고열의 국소 진동으로 변환된 결과였다.

치이이익!

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단단하던 강철 합금의 용접부가 마치 뜨거운 칼날에 닿은 버터처럼 스르륵 녹아내렸다. 붉게 빛나던 마나 억제 룬 문자들은 전원부가 단락된 기계마냥 지지직 소리를 내며 허무하게 사그라졌다. 발목을 묶고 있던 붉은 사슬 역시 빛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역시 기성품은 내구도가 이 모양이라니까. 평민들의 야매 마나 정화법으로 가볍게 마찰만 줬는데도 툭 끊어지네."

루카스는 뻔뻔스럽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녹아내린 철창의 틈새로 유연하게 몸을 빼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쿵-!

뇌리를 강타하는 묵직한 두통과 함께 속이 텅 비어버리는 듯한 극심한 허기가 밀려왔다. 최하위 1서클 마법이라 할지라도 마나 동화를 통해 규격 외의 효율로 출력시킨 대가였다. 뇌세포 기능이 저하되며 눈앞에 노란 성체가 아른거렸다. 당장 당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기절해 수색대의 훌륭한 먹잇감이 될 판이었다.

"으윽…… 이 끔찍한 부작용은 쓸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군."

루카스는 비틀거리며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다행히 옷 안쪽 주머니에는 지난번 엘리스의 제과실에서 목숨 걸고 확보해 둔 비장의 무기가 들어있었다.

바로 엘리스가 황실 최고급 설탕과 붉은 단팥을 아낌없이 때려 박아 만든 '특제 한정판 단팥 비스킷'이었다.

"바삭-! 와그작!"

루카스는 품위 따위는 개나 줘버린 채 비스킷을 입안으로 통째로 쓸어 넣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극상의 달콤함과 고소함이 혀끝의 신경을 타고 뇌로 직행했다. 황실 납품용 설탕의 정제된 단맛과 부드럽게 으깨진 단팥의 묵직한 당분이 타들어 가던 뇌세포에 오아시스처럼 수분을 공급했다.

"오오…… 엘리스, 그대는 진정한 신이다. 이 설탕의 밀도는 정말이지 예술이구나."

순식간에 뇌 피로가 가라앉으며 시야가 맑아졌다.

바로 그 순간, 사방에서 푸른색의 마법 광선들이 도서관 서가 사이를 샅샅히 훑으며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아아앗-!

"마나 탐색 장치 가동! 살아있는 생명체의 생체 마나 주파수를 정밀 추적한다!"

수색대원들의 외침과 함께 탐색 광선이 루카스가 서 있는 위치를 향해 좁혀오고 있었다. 이 장치는 몸 안에 흐르는 미세한 마나의 파동을 감지하여 침입자의 위치를 알아내는 집요한 물건이었다. 아무리 숨을 죽여도 숨길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생체 마력이 감지되는 순간 끝장이었다.

루카스는 비스킷을 오물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생체 마나 주파수를 추적한다고? 그럼 일시적으로 생명 반응을 지워버리면 그만이지."

그는 남은 비스킷 조각을 꿀꺽 삼키고는, 즉시 호흡을 멈추고 심장 박동을 극한으로 낮추는 특수 마나 제어법을 실행했다. 마나의 흐름을 완전히 정지시켜 스스로를 '기절한 시체' 혹은 '마나가 전혀 없는 돌덩이' 상태로 위장하는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슈우우우욱.

푸른색 탐색 광선이 루카스의 몸을 정통으로 훑고 지나갔다.

삐삐빅-!

장치는 루카스를 그저 도서관 구석에 놓인 오래된 참나무 책상이나 먼지 쌓인 카펫으로 인식했는지, 아무런 경보음도 울리지 않은 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휴, 멍청한 마법 도구 같으니라고."

루카스는 소리 없이 미소를 지으며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몸을 숨겼다. 그리고 구부러진 철창을 뒤로한 채, 도서관의 어두운 외곽 통로를 통해 신속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비켜라. 수색은 내가 직접 주도한다."

도서관 입구 쪽에서 들려온 차갑고도 날카로운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도서관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얼어붙는 듯한 압도적인 압박감이 사방을 지배했다.

황실 마법관리국 특별수사대장, 다미엔 카엘이었다.

루카스는 어둠 속에서 걸음을 멈추고 벽에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다미엔은 은은하게 빛나는 은색 제복을 입고, 한 손에는 붉은빛을 뿜어내는 '마나 감지 결정석'을 들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사냥감을 쫓는 매처럼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대장님! 침입자가 철창을 부수고 도주했습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고위 마법의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직 하찮은 마찰열과 기압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생체 탐색 장치에도 아무런 반응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유령이라도 다녀간 것 같습니다!"

대원들의 보고에 다미엔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녹아내린 철창 앞으로 다가갔다.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녹아내린 단면을 가볍게 쓸어내리던 다미엔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바보 같은 소리. 고위 마법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침입자가 약자라는 뜻은 아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철창의 분자 결합부만을 정확하게 노려 최소한의 마나로 녹여냈다. 마나의 낭비가 단 0.1%도 존재하지 않아. 이건 마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마력 그 자체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자의 솜씨다. 제국 내에서 이런 정밀한 통제가 가능한 자는 단 한 명뿐이다."

다미엔의 목소리에 확신이 실려 있었다.

"레메게톤. 그자가 이곳에 있다."

숨어 있던 루카스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니, 저 인간은 왜 쓸데없이 눈치가 저렇게 빠른 거야? 그냥 철창이 노후화돼서 부서졌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건가? 제국의 치안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음모론을 좋아해?'

다미엔은 품 안에서 한 단계 더 거대한 마법 도구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탐색 장치와는 궤를 달리하는, 대상의 '뇌세포 한계 주파수'를 강제로 동조시켜 마나 흔적을 추적하는 전대미문의 초정밀 파장기였다.

"탐색 파장기, 출력 최대(맥시멈)로 가동한다."

다미엔의 명령과 함께 그가 들고 있던 결정석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전대미문의 고주파 진동이 도서관 전체를 뒤흔들었다. 벽면의 책들이 미세하게 떨리고, 공기 중에 잔류하고 있던 미세한 마나 입자들이 붉은색 빛무리가 되어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 방향의 끝에는, 책장 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루카스가 있었다.

"찾았다."

다미엔의 눈동자가 루카스가 있는 서가 구역을 정확히 조준했다.

"포위해라!"

"에이, 진짜 귀찮게 구네!"

루카스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즉시 몸을 날렸다.

다미엔의 탐색 파장기가 뿜어내는 붉은 광선이 그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책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콰과광-! 하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고서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루카스는 날아오는 책들을 가볍게 피하며 어둠 속을 질주했다. 그의 품 안에는 아까 머릿속에 완벽하게 각인해 둔 '제9조 면책권'의 수필 사본이 들어있는 양장 노트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이 서류를 안전하게 밖으로 유출해 아카데미 총장실이나 설립자 위원회에 제출하기만 하면, 다미엔의 수색대는 법적으로 아카데미 영토 내에서 영구 퇴거당할 터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 집요한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루카스는 도서관의 복잡한 서가 미로를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그의 움직임은 소리도 없었고,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미엔은 무서운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결정석의 붉은 광선이 루카스의 뒤를 끈질기게 쫓아왔다.

"거기서라, 레메게톤! 제국의 영웅이 왜 이런 아카데미 구석에서 쥐새끼처럼 숨어 지내는 건가! 황실은 당신의 복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다미엔의 외침이 도서관 천장을 울렸다.

루카스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 마라! 복귀하는 순간 평생 무위도식할 수 있는 내 황금 같은 국가 연금은 날아가고, 맨날 최전방으로 굴러다니며 마물들과 싸우는 노예 계약서에 서명하게 될 게 뻔한데 내가 미쳤다고 돌아가냐? 내 꿈은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완벽한 은퇴 생활이란 말이다!'

그는 은퇴를 향한 순수한 열망을 담아 더욱 속도를 높였다.

코앞에 도서관의 비상 출구 문이 보였다. 저 문만 열고 나가면 아카데미의 자치 구역이자 학생들의 생활관으로 연결되는 안전지대였다.

하지만 다미엔의 기동력 또한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슈우우우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미엔의 신형이 순식간에 루카스의 진로를 가로막듯 다가왔다.

"잡았다."

다미엔의 냉혹한 목소리가 루카스의 귓전에 바로 꽂혔다.

루카스는 급제동을 걸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등 뒤는 이미 차가운 석조 벽면이었다.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이었다.

다미엔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루카스를 압박했다. 그의 손에 들린 탐색 결정석이 승리를 확신하듯 붉은빛을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다.

"이상의 도주는 무의미하다. 너의 생체 마나 주파수는 이미 이 결정석에 완벽하게 기록되었다. 아무리 평민 장학생의 껍데기를 쓰고 있어도, 이 감지기 앞에서는 정체를 숨길 수 없다."

다미엔의 눈동자에 승리감과 함께 집요한 광기가 서렸다.

그는 루카스의 정체를 완전히 밝혀내기 위해, 결정석을 루카스의 가슴팍을 향해 정통으로 들이밀었다. 결정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마나 파동이 루카스의 옷자락을 세차게 흔들었다.

윙윙윙윙-!

결정석의 주파수가 루카스의 체내 마나와 동조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십 초 뒤면 루카스 에반스라는 위장 신분 뒤에 숨겨진 '레메게톤'의 거대한 은백색 마력이 만천하에 드러날 판이었다.

그 일촉즉발의 순간, 루카스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저기, 대장님." "무슨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려는 건가." "아니, 수작이 아니라…… 제 주머니에 있는 거 말인데요."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엘리스의 제과실에서 훔쳐 온 '황실 최고급 정제 설탕 가루'가 가득 담긴 작은 종이 주머니였다.

"이게 무슨……?"

다미엔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그 찰나의 순간.

루카스는 망설임 없이 설탕 주머니를 허공을 향해 힘껏 뿌렸다.

스르르륵-!

하얀 설탕 가루가 도서관의 어두운 공기 중에 안개처럼 자욱하게 퍼져나갔다.

동시에 루카스는 아까 사용했던 1서클 마찰(Friction) 마법을 극도로 효율화하여, 공기 중에 흩뿌려진 미세한 설탕 입자들 사이에 아주 미묘한 마찰 진동을 일으켰다.

그것은 마법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미세한 자극이었지만, 초고농도로 정제된 황실 설탕의 화학적 구조와 만나자 기이한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파아아아아아앗-!

허공에 뿌려진 설탕 가루들이 마찰열에 의해 일시에 기화하며, 눈이 멀 것 같은 백색의 설탕 연기막을 형성했다. 단순한 연기막이 아니었다. 설탕의 고농도 당분 입자들이 마나 탐색 장치의 파장을 이리저리 굴절시키고 산란시키는 완벽한 '마나 교란 장막'으로 변모한 것이었다.

삐빅! 삐비비비빅-!

다미엔이 들고 있던 탐색 결정석이 갑자기 통제 불능의 경보음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적광색으로 빛나던 결정석의 빛이 사방으로 산란하는 백색 연기에 가로막혀 갈팡질팡 흔들렸다.

"뭐, 뭐라고?! 마나 주파수가…… 교란되고 있다?!"

다미엔의 안색이 처음으로 급변했다.

그가 급히 결정석의 출력을 제어하려 했지만, 이미 사방을 가득 채운 달콤한 설탕 안개는 결정석의 정밀한 탐색 센서를 완벽하게 마비시킨 뒤였다.

"와그작."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 설탕 안개 속에서 비스킷을 씹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님, 아카데미 도서관은 환기가 잘 안 돼서 먼지가 많네요. 평민 가내수공업 정화법으로 청소 좀 했습니다. 그럼 이만 퇴근해 보겠습니다."

"거기 서-!"

다미엔이 전광석화처럼 손을 뻗어 설탕 안개 속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의 손끝에 닿은 것은 오직 허공을 떠도는 달콤한 설탕 가루와,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빈 비스킷 봉지뿐이었다.

스우우우우……

바람이 불어오며 설탕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그곳에는 부서진 철창과, 멍하니 서 있는 수색대원들, 그리고 황망한 표정으로 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다미엔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루카스 에반스의 흔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놓쳤군."

다미엔이 장갑을 낀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하지만 멀리 가지는 못했을 터. 도서관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라! 아카데미 전체를 이 잡듯 뒤져서라도 그 평민 장학생을 찾아내라!"

"예, 알겠습니다!"

대원들이 일제히 흩어지며 어두운 도서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

그 시각, 도서관 외부의 조용한 화단 뒤편.

"흐아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루카스는 흙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가까스로 탈출하긴 했지만, 마나 동화와 설탕 기화법을 연달아 사용한 대가는 실로 참혹했다. 머릿속이 마치 수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이 쑤셔왔고, 위장은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집어삼키지 않으면 스스로를 소화시켜 버릴 기세로 요동치고 있었다.

"엘리스의 비스킷이 없었다면 진짜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다미엔의 애완동물이 될 뻔했어."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이미 비스킷은 바닥이 난 상태였다.

"안 되겠다. 당장 기숙사로 돌아가서 엘리스가 숨겨둔 특제 프랑스식 타르트를 파먹어야 살 수 있겠어."

루카스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기숙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품 안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는 양장 노트를 만져보며, 그는 쓰라린 두통 속에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9조 면책권의 원본 사본은 완전히 내 손에 들어왔다. 이제 날이 밝는 대로 알베르트의 코앞에 이 문서를 들이밀고, 다미엔의 수색대를 아카데미에서 영구 추방해 버리면 된다. 그러면 내 평화로운 은퇴 생활은 마침내 완성되는 거야.'

그 달콤한 미래를 상상하며, 루카스는 기숙사 건물의 모퉁이를 돌았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기숙사 입구의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저 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눕기만 하면 모든 상황이 끝나는 것이었다.

터벅. 터벅.

루카스가 입구 계단을 오르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요, 루카스 에반스 군?"

가로등 밑, 차가운 그림자 속에서 낮고 우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카스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금발을 빛내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학생회장 제복을 입은 알베르트 반스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아카데미의 규율집과 함께, 붉게 빛나는 또 다른 마나 감지 결정석이 들려 있었다.

"학생회장…… 선배님?"

루카스는 짐짓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비굴한 장학생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야밤에 산책이라도 나오신 겁니까? 마침 저도 밤공기가 좋아서 가볍게 돌고 오는 길인데……."

"산책이라니, 핑계가 너무 조잡하군요."

알베르트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결정석이 루카스의 몸에 반응하듯, 은은한 적광색을 띠며 번쩍이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대규모 무단 침입 사건이 발생했고, 방금 전 그 근처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 교란 반응이 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지금 당신의 몸에서 아주 달콤한 설탕 냄새와 함께…… 감지기의 반응이 정통으로 일치하고 있군요."

알베르트가 결정석을 루카스의 코앞까지 정통으로 들이밀었다.

결정석의 빛이 붉은색에서 점차 짙은 적광색으로 변하며, 미친 듯이 점멸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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