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머릿속이 거대한 종 속에 갇힌 것처럼 징징 울려댔다.

뇌세포들이 단체로 파업을 선언하며 붉은 경고등을 깜빡이는 기분이었다. 가슴팍 깊은 곳에서부터 위장이 쪼그라드는 듯한 극심한 공복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무의식적 마나 동화의 대가. 최하위 1서클 마법인 등불 점화를 천재지변급 효율로 끌어올린 기적의 대가는 여지없이 루카스의 신경계를 사정없이 두들겼다. 당장, 지금 당장 사치스러울 정도로 달콤한 고칼로리 디저트를 목구멍에 처넣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루카스가 관자놀이를 짚으며 자리에서 비틀거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거칠게 열린 강의실 문이 벽에 부딪히며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거기까지."

나간 줄 알았던 학생회장 알베르트 반스가 다시금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규율부원들의 제복 자락이 펄럭였다. 알베르트의 안경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은 흡사 사냥감을 목전에 둔 맹수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그는 코끝을 씰룩이며 강의실 내부의 공기를 차갑게 들이마셨다.

"이질적인 마나의 파형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방으로 발산되며 공명하고 있군. 루카스 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알베르트가 성큼성큼 걸어와 루카스의 코앞에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이 루카스의 손가락 끝에 닿았다. 그곳에는 방금 전 마법식을 강제로 개변하며 잔류한, 독보적인 은백색 마나의 흔적이 미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그저 아름답다고 여길 빛이었지만, 제국의 치안을 담당하는 황실 수색대와 학생회장 알베르트에게 이 은백색은 단순한 색깔이 아니었다. 전란을 종식하고 사라진 전설의 대마법사, '레메게톤'의 고유한 마력 색상이었다.

루카스는 등 뒤로 식은땀이 한 바가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 눈치 빠른 관료주의 괴물 녀석, 가다 말고 왜 돌아오고 난리야!'

당장이라도 바닥에 누워 "아이고 배고파라, 나 죽네!"를 시전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제국 특별수사대장 다미엔의 사냥개들에게 목덜미를 잡혀 황실 지하 감옥으로 끌려갈 판이었다. 은퇴 후 연금을 받아 처먹으며 침대와 한 몸이 되려던 원대한 계획이 첫 주 만에 박살 날 위기였다.

루카스는 떨리는 손가락을 슬그머니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가락 끝에 묻은 은백색 흔적을 다른 손으로 슥슥 비벼 보였다.

"아, 회장님. 이거 말씀이십니까? 이거 마법 흔적 같은 거 아닙니다."

"호오? 내 눈이 장식으로 보이는 모양이지. 마력 탐지석이 이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하는데 마법이 아니라고?"

알베르트가 품속에서 꺼내 든 육각형의 마력 감지석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요란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경고음이 강의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삐익, 삐익, 하는 기계적인 소리가 루카스의 수명을 갉아먹는 듯했다.

루카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뻔뻔하게 낯짝을 굳혔다. 이제 믿을 건 혀 놀림뿐이었다.

"진짜 아닙니다. 이거,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특제 '가내 수공업 설탕 염색법'의 잔여물입니다만."

"……뭐?"

알베르트의 완벽하게 정돈된 눈썹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옆에서 숨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실비아 드 발루아 역시 턱을 떨어뜨릴 뻔했다.

"설탕…… 염색?"

"예, 그렇습니다. 제가 워낙 단것을 좋아해서 말입니다. 평민들은 귀한 설탕을 오래 보존하고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세한 정전기 마찰을 이용해 입자를 가공하곤 합니다. 일종의 생활의 지혜죠. 손가락 끝에 묻은 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물리적 전하와 설탕 가루의 결합체입니다. 보십시오, 냄새를 맡아보시면 아주 달콤할 겁니다."

루카스는 손가락을 알베르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실제로 그의 몸에서 일어난 차원 과민 부작용 때문에 주변의 공기에는 비정상적으로 달콤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나의 폭주가 루카스의 신체에 당분 갈구를 유도하며 발생시킨 기이한 체취였다.

알베르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루카스의 손가락을 응시했다.

"물리적 전하와 설탕 가루의 결합이라고? 지금 제국 최고의 교육 기관인 라클레어의 학생회장을 상대로 그런 얼토당토않은 기행을 늘어놓는 건가?"

"장난이 아닙니다, 회장님! 평민들의 삶을 너무 무시하시는군요! 제국의 엄격한 수입 통제 규정 때문에 저희 같은 서민들은 설탕 한 톨도 아껴야 합니다. 그래서 마나의 미세 진동을 이용해 설탕 입자의 표면적을 넓히는 가내 수공업을 발달시킨 거라고요! 못 믿으시겠으면 여기 있는 발루아 영애께 여쭤보십시오. 귀족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연금술의 기초 중의 기초입니다!"

갑자기 불똥이 튀자 실비아가 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루카스의 뻔뻔한 얼굴과 알베르트의 차가운 눈빛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가내 수공업 설탕 염색법……?'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마나의 미세 진동을 물리적 입자에 완벽하게 고착시키는 기술은 고도의 연금학적 기법이자, 현대 학계에서도 미완성으로 분류된 '마력 고착 공식'의 영역이었다. 그걸 평민의 생활 지혜라고 부른다고?

실비아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방금 전 루카스가 자신의 미완성 마법식을 단 한 마디의 훈수로 완벽하게 뜯어고쳤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던 극상의 효율성. 그리고 연이어 나타난 저 은백색의 고결한 마나 흔적.

'설마…… 이 남자는 일부러 자신을 숨기기 위해 이런 조잡한 핑계를 대고 있는 건가?'

실비아의 뇌 뇌피셜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제국에는 가끔 정체를 숨기고 초야에 묻혀 사는 전설적인 마법 장인들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귀족들의 귀찮은 이권 다툼에 휘말리기 싫어 평민 장학생이라는 가짜 신분으로 아카데미에 기어 들어온, 그런 규격 외의 괴물.

'그래, 저 남자는 진짜다. 저 은백색 마나는 마법이 아니라, 마법을 초월한 무언가야. 그걸 설탕 가루라는 핑계로 덮으려 하다니…… 이 얼마나 오만하고도 철저한 은폐란 말인가!'

실비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경외심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와 그녀의 뺨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알베르트를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

"회, 회장님! 루카스 군의 말이 맞습니다!"

"……발루아 영애?"

알베르트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도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고대 문헌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극도로 정밀한 마나 통제력을 지닌 장인들은, 마법 전하를 고체 입자에 고착시켜 시각적인 착시를 일으키곤 합니다. 그것은 엄밀히 말해 '주문 시전'이 아니라 '물질의 가공'에 가깝습니다. 즉, 학내 무단 마법 사용 금지 규정에는 저촉되지 않는 영리한 편법이라는 뜻입니다!"

루카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오, 실비아! 훌륭하다! 아주 훌륭한 삽질이야! 평생 발루아 가문을 향해 하루에 세 번씩 절을 올리마!'

그녀의 눈에 서린 존경과 경외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루카스는 그저 상황을 모면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알베르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손에 든 마력 감지석을 다시 확인했다.

실제로 기기에서 측정되는 파형은 기묘했다. 분명 마나의 흔적이 존재하긴 했지만, 고서클 마법의 파괴적인 지향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흩어진 설탕 입자들 사이에 미세하게 잔류한 정전기 같은 파형만이 잡힐 뿐이었다. 루카스의 '무의식적 마나 동화'가 마법식 자체를 완벽하게 물질 속으로 용해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제국 특별수사대가 쫓는 '레메게톤의 은백색 폭풍'과는 그 궤가 완전히 달랐다.

"……미심쩍군."

알베르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철저한 규칙주의 뇌 회로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 숨겨진 힘이 느껴지는데, 법률과 교칙의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그 증거가 너무나도 물리적이고 조잡했다.

"하지만 루카스 군."

알베르트가 안경테를 치켜올렸다.

"비록 마법 무단 사용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보류하겠으나, 허가되지 않은 사설 제과 재료를 교내에 반입하여 소란을 피운 것은 사실이다. 또한, 그 '설탕 염색' 과정에서 발생한 분진이 강의실 기물을 오염시켰지."

"아니, 회장님. 그건 그냥 먼지 털어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교칙 제104조, '학내 위생 및 질서를 저해하는 미인가 물질의 살포 금지'. 그리고 제91조, '공공시설물의 청결 유지 의무 위반'. 학생회장으로서 과태 벌점 5점을 부과한다. 더불어 이번 주말, 아카데미 대강당의 바닥 왁스 칠 작업을 명한다."

루카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벌점 5점에 주말 청소라니요! 그건 가혹합니다!"

"규칙은 규칙이다. 이의가 있다면 학생회 정무 법정에 정식으로 소청을 제기하도록. 물론, 평민 장학생의 신분으로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지."

알베르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의 철인 같은 표정에는 한 치의 틈도 없었다. 그는 품속의 수첩에 루카스의 벌점을 기록한 뒤, 규율부원들에게 손짓했다.

"철수한다. 철저히 감시해라."

그들은 바람처럼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의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루카스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살았다……."

겨우 위기를 넘겼다. 제국의 사냥개 다미엔의 코앞에서 은백색 마나를 '가내 수공업 설탕'으로 둔갑시켜 빠져나온 것이다. 황실 수색대장조차 혼란스럽게 만들 이 어처구니없는 기만극은 루카스의 뻔뻔함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뱃속에서 "꼬르륵-" 하는 천둥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으…… 배고파……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

차원 과민증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야가 핑글핑글 돌고, 입안에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와중에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뇌리를 지배했다.

단것. 극도로 달고 사치스러운 디저트.

루카스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아카데미 서쪽 구석에 있는 엘리스의 베이커리로 가야 했다. 기숙사 반입 금지 품목인 특제 프랑스식 타르트를 구하려면 그녀의 손길이 절실했다.

'엘리스…… 제발 최고급 설탕을 듬뿍 넣은 타르트가 남아 있어야 해…….'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강의실을 나섰다.

복도를 지나 아카데미 정원을 가로지르는 동안, 루카스의 머릿속에는 엘리스의 베이커리에 숨겨져 있던 '황실 전용 최고급 설탕 상자'가 떠올랐다. 제국의 수입 통제 규정 때문에 일반인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그 귀한 설탕. 엘리스가 황실 납품 업자들과 은밀한 거래를 통해 빼돌린 그 설탕으로 만든 디저트만이 지금 자신의 타들어 가는 뇌 세포를 구원할 수 있을 터였다.

침을 흘리며 베이커리의 붉은 벽돌 건물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을 때였다. 루카스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탁-!

갑자기 등 뒤에서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무언가 단단한 가죽 수첩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아 섰다.

루카스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실비아 드 발루아가 볼을 붉게 붉힌 채, 눈을 반짝이며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스프링노트와 깃펜이 꽉 쥐어져 있었다.

"찾았다, 루카스 에반스."

"……발루아 영애? 왜 여기까지 쫓아오신 겁니까?"

루카스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묻자, 실비아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수첩을 그의 코앞에 들이밀었다.

"숨길 생각 마라. 네가 방금 펼친 그 '설탕 염색법'의 진짜 정체는 고대 연금술의 극의이자 마력 고착 공식이 분명해! 평민의 생활 지혜라는 핑계로 학생회장을 속인 건 영리했지만, 내 눈은 못 속여."

실비아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방금 그 공식의 비밀을 내게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학생회실로 달려가서 네가 엄청난 고클래스 마법을 숨기고 있다고 제보하겠어! 그러면 그 까다로운 알베르트 회장이 널 가만두지 않겠지?"

"아니, 진짜 그냥 설탕이라니까요……?"

루카스는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배는 고파 죽겠고, 머리는 터질 것 같은데, 이 의욕만 앞선 귀족 영애가 자신을 '숨겨진 마법 장인'으로 착각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루카스는 이 집요한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 무사히 단것을 입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그의 안락한 은퇴 생활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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